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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호] 12월의 친구사이 소식지
2024-12-30 오후 18:11:06
기간 12월 
[174호] 12월의 친구사이 소식지
Vol.174
[이달의 사진] 돌봄을 돌봄이라 새겨 부르는 일

2024년 12월 13일, 친구사이 교육팀 하반기 프로그램 '퀴어의 돌봄은 남다르지'의 1회차 강연이 친구사이 사정전에서 개최되었다. 친구사이가 오랜 기간 연대해온 단체인 가족구성권연구소의 김순남 공동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친구사이 회원을 비롯해 11명의 30~50대 게이를 인터뷰하여 구성한 게이남성 돌봄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고, 좀처럼 돌봄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이커뮤니티의 원가족·파트너·커뮤니티 돌봄 또한 어엿한 돌봄임을 환기하였다. 사진은 장내를 가득 채운 강연 현장의 모습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묶여 있겠다는 의지, 연대의 감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당당하게 나이든다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나 개인의 건강으로만 귀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지난 친구사이 활동의 역사 속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세상의 정상성에 비껴가며 우리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차별과 불평등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울고 웃을 수 있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는 것, 서로의 고통에 좀 더 다가가는 것, 그러면서 본연의 우리의 자태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좀 더 당당하게 나이들어 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성소수자로서, 차별에 저항하는 퀴어로서, 그리고 사람에 대한 무게를 무겁게 느끼고 견디는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나이들어 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내년의 창립 31년째를 맞이하면서 앞으로 더욱 풍성하게 이야기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활동보고 #2] 광장은 무력한가
송년회 뒤풀이에서 회원 철민님이 계엄 선포 후에 너무 무섭고 힘들었는데 기용이가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말자고 해주어 고맙고 힘이 됐다는 말을 해주셨다. 나는 즉각적인 시민 저항에 나서지 않았던 내 판단을 계속 자책하고 있었는데, 그 말에서 그 날 행동에 있어서 어떤 정답은 없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비로서 들었다. 정치가 우리에게 어떤 효능감을 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서로의 효능감이 되어줘야 하는구나 깨달았다. 어떤 집단과 대화가 안 통할 거라는 두려움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해야 하며, 연대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비토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연대의 경험을 확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보고 #3] 아름다우려고 작정한 모양

나는 전시가 필요할 때 전시를 하고, 글이 필요할 때 글을 쓰고, 광장에 나가야 할 때 광장에 나가는 것이 아름답다고 여긴다. 항상 거슬렸던 ‘아름답다는’ 표현을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며 지내야했다. 여전히 상근자가 된 연유를 궁금해 하는 많은 분들에게 대답한다면 나는 아름다우려고 작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글을 쓰고 나니 어쩐지 신경질적인 심미주의자처럼 보이는데, 3개월의 수습기간이 너무 행복했기에 저절로 아름답다는 말을 남발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사무국과 회원분들 그리고 언니들 덕분에 매일매일이 뿌듯했다. 아직 배울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내가 혼자 배시시 웃고 있다면 행복한가보다 생각하고 못 본 척해주길 바란다.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커버스토리] 12.3 윤석열 내란 사태 관련 성명·논평 일람 (12.7 ~ 12.29.17:00)

2024년 12·3 내란사태와 관련되어 국회와 정부, 시민사회단체들의 숨가쁜 대응이 이어졌던 12월이었습니다. 지난 11월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발행 시점까지 각계에서 내놓은 입장 및 성명·논평을 정리해 공유드립니다. - 소식지팀

 
[활동스케치 #1] 제5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레드+" 관객과의 대화 정리

3일 동안 2편의 장편 다큐멘터리와 1개의 드라마 시리즈 중 '5회,6회 에피스드'를 관람했습니다. 한국에의 HIV/AIDS 운동, 그리고 저 멀리 유럽 아일랜드의 HIV/AIDS 감염인의 인권 상황 등을 나눌 수 있는 영화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공개되어 화제되고 있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영을 마치고 나눈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다큐 <종로의 기적>과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5회, 6회>의 현장 후기는 영화제 기획단의 플로우님이 작성해주셨고,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의 현장 후기는 상근 활동가 '민영'님이 정리해주셨습니다. 관객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활동스케치 #2] 친구사이 30주년 기념식 책읽당 낭독공연 대본
2024년 연말을 맞아, 지난 8월 30일 열린 친구사이 창립 30주년 기념식 때 낭독된 책읽당 당원들의 원고 초고를 공유드립니다. 다른 연사분들의 원고 축약본은 이번 호 활동보고 #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소식지팀
 
[소모임] 제3회 문학상상상 당선작 : 혁이, "겨울 교실에서 배운 것"

문학상상상은 문학상상에서 개최하는 소설, 수필 공모전입니다. 이번 제3회 문학상상상에서는 참가자들의 투표를 거쳐 수필 <겨울 교실에서 배운 것>을 장원으로 선정하였습니다. 게이 교사가 교직 생활을 하며 겪는 다양한 갈등과 고민이 담겨 있는, 학교 사회에서의 정체성 이슈와 사회초년생 게이로서 연애의 어려움이 섬세하게 담겨있는 당선작을 읽어 보시기를 적극적으로 권해드립니다. 당선작과 당선 소감문을 전해드립니다.

 
[기고] 친구사이 대표의 고별사

매일처럼 올라오는 기막히는 소식을 보다보면, 아무래도 편히 쉬기는 어렵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코로나로 시작되었던 대표 임기가, 탄핵정국에서 끝나는 대 혼돈의 여행에서, 잠수를 타기보다는 회원으로 돌아가 다시금 열심히 친구사이 활동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분명히 혼자였으면 해내지 못했을 시간들이었습니다. 도와주신, 응원해주신, 마음을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남은시간, 갚아가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일지 드림.

 
[기고] 광장에 나선 무지개 순례자들에게

2024년 탄핵광장에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안고 있다던 친구사이 동료의 말을 곱씹어봅니다. 그리고 뼛속까지 시려오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서로에 기대 체온을 나눴던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이 광장의 끝에 이전과 다른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사랑이 존중받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감히 확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함께해온 이 겨울이 외롭지 않았던 싸움으로 오래 기억되리라 믿습니다. 2024년 겨울, 나와 동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그리고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싸웠다고. 고통과 비탄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사랑을 키워냈다고, 몹시도 추웠지만 서로가 주고받은 온기 어린 안부 덕분에 따뜻했었다고. 2025년 새해에도, 광장에서 반갑게 인사 나누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셔요.

 
[칼럼] 남들 사이의 터울 #9 : 동성애는 문명처럼 옮는다

우리는 해안가에서 몇백리 밖의 화산이 터지는 것을 보고, 나와 동료를 먹이고 돌볼 보장이 없어도 오늘 일용할 양식을 잡았을 고인류들의 후손이다. 그들의 삶을 배불렸을 활과 바늘과 화덕과 뗏목을 만드는 기술이 굳이 제 자식한테만 전하는 형태로 전승되었을 리 없다면, 현생 인류의 문명 또한 따지고 보면 혈통을 넘어 포자의 형태로 번진 것이다. 누군가는 나보다 나은 조건의 퀴어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퀴어의 프라이드를 발명해 퍼뜨린 것처럼. 문명도 프라이드도 비혈연 돌봄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존속할 수 없다. 동성애가 옮는다는 말은 그런 점에서 농담이 아닌 비유일지 모른다.

 
[성명] 윤석열 퇴진을 위한 게이 커뮤니티 공동의 요구 기자회견

우리는 게이 커뮤니티를 향한 혐오와 낙인과 지난하게 싸워왔다. 정부가 불법 약물 사용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태원 게이 업소를 표적으로 삼아 단속하고, 이태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 원색적인 성소수자 혐오가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군형법상 추행죄로 성소수자 군인들을 색출하고 기소할 때, 대형교회가 HIV 감염인 및 질병 혐오와 동성애 혐오를 합쳐 온갖 거짓뉴스를 선전할 때, 그 차별과 괴롭힘은 항상 우리의 안녕을 위협해왔다. 그런데 이 모든 혐오를 흡수한 극우 유튜버들에게 정무적 판단을 맡겨온 윤석열의 군사반란이 성공했다고 상상한다면, 정말 끔찍하다. 단 하루도 평등을 미룰 수 없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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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