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4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를 비롯한 7개 단체에서 작업한 <연대와 돌봄의 법> 보고서의 발표회가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 강당에서 열렸다. 친구사이가 오랜 기간 연대한 가족구성권연구소는 2023년 생활동반자법 발의 법안 가운데 누락된 주체들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하여,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단체들과 더불어 법에 긴박되지 않는 사회적 연대와 돌봄의 가치를 환기하는 내용을 담았다. 총 3장 14절의 보고서 내용 가운데 친구사이는 "찜방, 코로나, 종태원, 게이 커뮤니티" 챕터를 집필했다. 보고서는 웹페이지 링크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며, 올해 3월 중에 수정을 거쳐 재배포할 예정이다.
친구사이는 지난 30여년 동안 성소수자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존재와 함께 삶의 방식의 퀴어함을 드러내어 이성애 중심적, 성별 이분법적 사회에 균열을 내는 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그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게이 커뮤니티의 일원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더 균열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기획하며, 실천할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하며, 활동해왔지요. 친구사이는 그러한 오랜 활동 경험을 더 잘 공유하고, 나누면서, 그 공간을 더 잘, 자주 침범하는 기획과 활동을 벌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활동 기조를 ‘낮에도 게이/퀴어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극단을 치닫고 있는 정치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일상을 회복하면서, 우리가 더 자주 게이/퀴어로서 드러내는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기조로 30주년 이후의 서른 한 번째 친구사이 활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1] 기획자의 말 : 연습장 세 페이지
좌절할 일이 쏟아지는 세상에서도 기념할 만한 일을 기념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랐습니다. 전시장 벽면에 적힌 문구 중 “일상을 유지하는 힘”과 “미래에 대한 열병”이 마음을 다잡는 큰 축이 되었어요. 일상이란 게 가끔은 너무 소시민적이고 협소한 의미의 권리만을 보장하는 것 같은데, 누군가에게 일상은 버티고 투쟁해야만 성취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고작 우아떨자고 불 꺼놓고 영상 트는 게 아니란 걸 스스로도 계속 상기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무엇을 기념해야하는지 알아가는 과정, 또 스스로 축하할 수 있는 힘을 세상에 보여주자고 다짐했죠. 다른 축으로는 과거의 글에서 쏘아보내준 “미래에 대한 열병”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30년 전의 글을 읽어도, 10년 전의 글을 읽어도 어쩐지 제가 읽는 오늘을 위해 쓴 글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은 더 큰 궤적을 그리며 2055년에 도착할지도 모르겠으나, 몇몇 글이 도착한 시간이 2025년이라면 융숭한 대접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2] 소식지팀장의 변: 내 닫힌 소유물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일
2,240편의 글을 읽고 <흘리는 연습판>에 들어갈 145편의 글을 고르고, 그중에 <아카이브 테이블>에 인쇄해 올릴 32편의 글을 다시 추리는 일은 힘들었다. 필연적으로 무엇이 더 가치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기록된 역사는 기록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 무덤 위의 휘파람이다. 그 작업이 즐거웠을 리 없다.
그렇게 피로 쓴 글을 제발 좀 읽어달라고 거진 부르짖어 온 소식지 역대 기사들을 모두 읽은 후에, 그것을 추리고 추려 인쇄해 깔아놓은 것을 사람들이 적잖이 앉아서 읽고 생각에 잠기는 것을 보고, 사람이 살면서 내가 내심 바라던 풍경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드문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글은 글 읽는 사람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 진실로 내 젊음을 살라 매만진 글들을 읽어준 모두에게 고맙다.
[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3] ⟪흘리는 연습⟫ 관람객 후기
세상의 어떤 지식과 이야기도 나의 맥락과 접속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는 걸 알기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소식지 30주년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이 글들이 만들어 온 시간에 대한 헤아림이 강하게 느껴지는, 하지만 터울 님의 말처럼 그것이 “결코 즐거울리 없는” 중층의 정동이, 출판물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을 뿐인데 어떻게 전해진걸까, 전시의 여는 말부터 시작해 전시장 어디에서나 들려오는 〈글레이즈드 사각언니〉, 공간을 차지하지 않지만 시야 어디에나 등장하는 〈어둑서니〉 연작이 형식으로 함께 했기 때문에, 그리고 “엮은이와 소장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퀴어 출판의 동료가 되길” 안내하는 환대와 연대의 감각 속에서 가능했던 게 아닐까.
[활동스케치 #1] 제19회 무지개인권상 수상자 발표 및 수상소감
‘파티’는 우리에게 신성한 것입니다.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으로 외롭게 일상을 싸워가던 우리들이 모여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고 울고 웃으며, 우리가 모이기 때문에 이곳은 특별한 공간이되고, 우리가 함께 하기에 이 시간은 특별한 시간이 되고, 서로의 의미를 생각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가 갖게 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이런 파티가 필요 없어져서, 파티가 소멸할때까지 트랜스패런트를 잘 이끌어가고 싶다’ 라고 말했었지만, 사실은 제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소수자들을 위한 차별, 혐오, 폭력들이 사라지고 난 세상에도 서로의 특별함을 확인하는 파티로, 파티는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서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파티를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찾아와주신 트랜스 당사자들과 엘라이 여러분들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활동스케치 #2] 언니의분장실 두번째 공연, <레라미 프로젝트> 회원 후기
낭독극이 시작되고 매튜가 그날 밤 술집에서 마주친 아무개 혐오자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는 부분부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평화로운 마을 레라미'에서 홀로 '행복'만을 찾던 매튜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밤새 방치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성소수자 당사자인 '언니의 분장실' 회원들이 친구사이라는 공간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행복을 바랄 뿐인데 그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답답하고 슬펐고, 그 이야기를 30년간 어떻게 해왔는지 모아둔 공간에서 몇 달간 준비한 작품으로 생생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숭고했다.
[활동스케치 #3] 성소수자들에게 극우는 낯설지 않습니다
저는 ‘관계의 빈곤’이 가장 심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랑 비슷한 사람들만 관계하고, 대면접촉보다는 비대면접촉(온라인 교류)이 더 많아지는 관계양상 속에서, 자신이 속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도는 여러 세상 이야기로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온라인 상에서도 긴 글을 읽지 않고, 타인의 사정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잘 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성장하려고 하지 않고, 타인의 성장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기고] 신임 친구사이 대표의 인사
공약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우리가 모이는 일이 더 설레는 일이 되고 우리의 목소리는 더 많은 공간에서 더 크게 들리기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 회원 분들이 안정된 단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소속감이 강화될 수 있는 제도와 행사들을 기획하고자 합니다. 또 우리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는 행사와 컨텐츠도 기획 중에 있습니다. 각 자리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회원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또, 단체 생활 중 불편하신 점이나 개선 사항, 추천하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 부탁드립니다.
[알림] 친구사이 오픈테이블 <HIV를 둘러싼 다양한 'ㅁㅁㅁ'를 이야기하는 모임> 3월 모임
친구사이 오픈테이블에서는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함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혐오의 뿌리가 무엇인지 찾고 있습니다. HIV/AIDS와 감염인에 대한 참석자들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듣는 데 집중합니다. 진솔한 대화의 시간에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초대합니다
일시:2025년 3월 8일(토), 오후 3시~ 6시
장소: 친구사이 사무실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39-1 묘동빌딩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