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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95호][커버스토리] "하트데이나잇볼 with 친구사이" #3 역사가 몸을 이끄는 방법 — 댄서 에리얼 인터뷰
2026-10-07 오후 15:39:57
기간 9월 

 

 

[195호][커버스토리] 

"하트데이나잇볼 with 친구사이" #3

역사가 몸을 이끄는 방법 — 댄서 에리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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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얼(Ariel) 프로필 사진. 2023년 시스볼. 인터뷰이 제공.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댄서 해준과 함께 〈하트데이나잇볼 2026 with 친구사이〉를 준비하고 있다. 친구사이는 문화예술의 형식을 통해 성소수자의 삶을 새롭게 상상하고 디자인하며, 사회·문화적인 커밍아웃을 공동체의 장면으로 기획해 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한 문법과 관계를 단단히 쌓아 온 한국 볼룸 씬과 연결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해준 역시 볼룸 씬의 동료들이 더 많은 문화적 기회와 새로운 관계, 마음건강을 위한 지원에 연결되고 각자의 활동과 꿈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같은 성소수자 공동체에 속해 있어도 서로를 이미 충분히 아는 것은 아니다. 이번 행사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문화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자원을 나누고 서로를 환영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데서 출발했다.

 

친구사이 소식지는 그 사전 프로그램으로 행사 전까지 한국 볼룸 씬에서 활동하는 댄서 네 명을 커버스토리를 통해 차례로 만난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에리얼(김태희)다. ​에리얼은 왁킹과 보깅을 오가며 춤을 추고 가르쳐 왔고, 볼룸에서는 런웨이와 보그 펨, 펨퀸 리얼니스를 걸어왔다. 하우스의 마더와 칠드런을 모두 경험했고, 볼의 참가자와 저지, 행사를 만드는 사람의 자리를 두루 지나왔다. 피아노를 그만두고 춤을 만나게 된 과정부터 왁킹과 보깅 두 춤의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는 일, 볼과 하우스를 이어가는 책임, 처음 볼을 보는 관객에게 권하고 싶은 시선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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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트데이나잇볼 2026 with 친구사이〉 세 종류의 포스터.

협력: 스튜디오 빠른손(@Bbareunson)

 

 

인터뷰·정리 박민영 / 인터뷰 2026년 9월 30일, 종로3가 친구사이 사정전에서

실제 대화는 주제별로 재배열했으며, 답변의 의미를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반복되는 표현과 인터뷰 진행 발화를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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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석 자

 

 

박민영  안녕하세요 태희님, 평소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 있나요?

 

에리얼  저는 ‘댄서 에리얼’이라고 말해요. 저는 보깅도 하고 왁킹도 하지만 그것만 하는 사람이 아니고, 댄스 씬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보거’나 ‘왁커’라는 말만으로는 저를 다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한 가지인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요. 길게 ‘여러 가지를 사랑하는 댄서입니다’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에리얼이라는 이름 자체가 저를 설명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증명해 왔기 때문에 저는 아주 간단하게 ‘댄서 에리얼’이라고 합니다.

 

볼룸에 속한 사람이 모두 댄스 씬의 댄서는 아니에요. 보깅을 하지만 자신을 댄서라고 소개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어느 순간 그냥… ‘볼룸에 속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웃음) 저는 춤을 사랑하고 댄스 씬에서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댄서’라는 말을 먼저 둡니다.

 

박민영  ‘에리얼’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겼어요? 프로필에 ‘김태희’를 함께 적어둔 이유도 궁금해요.

 

에리얼  학생 때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 아리였어요. 아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도 그 이름을 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던 인어공주도 떠올라서 처음에는 아리엘이라고 썼고요. 그런데 검색하면 인어공주만 나오긴 해서 아쉽기도 한데, 이미 제 배틀과 쇼케이스 영상도 많이 쌓여 있어서 이름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어요. 발음은 에리얼에 가깝게 두고 표기만 조금 달리했죠. 아리엘도, 에리얼도, 에리엘도 저한테는 다 맞아요.

 

프로필에 김태희를 함께 적은 데에는 두 가지 마음이 있었어요. 하나는 댄서 에리얼의 삶과 김태희의 삶을 조금 구분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댄서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김태희로서 살고 싶은 삶이 따로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제가 잘 활동하고 있는 자리에 김태희라는 이름도 함께 두고 싶었어요. 할머니가 ‘잘 활동하는 곳에 네 이름 석 자를 두면 그 삶도 같이 따라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또 하나는 법적으로 지금의 이름을 쓰게 된 뒤, 이 이름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남기고 싶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에리얼 옆에 김태희라는 이름 석 자를 함께 적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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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왁킹의 시작

 

 

박민영  춤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여러 춤 가운데 왁킹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듣고 싶어요.

 

에리얼  중학교 2학년부터 3학년 초반까지 피아노를 전공했고 예고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떨어지고 나니까 갑자기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도,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제 연주를 보여주는 일도 좋아했지만 그 무대까지 가려고 몇 달 동안 한 평짜리 방에서 계속 연습하는 게 싫어진 거예요. ‘나는 활동적인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미용도 배우고 수영도 해보다가 친구가 춤을 배우러 가자고 했어요. 청소년수련관 프로그램에서 힙합을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만 가는 게 아쉬워서 학원에 등록했고, 거기에는 힙합 대신 걸스 힙합 수업이 있었어요. 원장님이 선을 잡으려면 왁킹도 해보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하기 싫었어요. 힙합을 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웃음) 그런데 해보니 음악의 소리를 맞추고 표현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걸스 힙합과 왁킹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대학 입시는 왁킹으로 준비했습니다.

 

박민영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왁킹은 어떻게 달라졌어요? 춤에서 느끼는 기쁨도 바뀌곤 하나요?

 

에리얼  처음 왁킹을 배울 때는 이 춤이 성소수자 문화에서 나왔다는 걸 몰랐어요. 2~3년쯤 지나 해준 선생님 수업에서 처음 그 역사를 들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게이 남성들이 여배우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온 문화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그럼 저도 영화 속 여배우가 되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전에는 매니시한 스타일을 열심히 연습했는데, 해준 선생님 수업을 듣고 ‘이게 왁킹의 전부가 아니구나’ 하고 처음 힐을 신었어요. 긴 팔다리와 선을 드러내고 싶었고, 힙합을 했던 터라 다운 바운스가 많던 춤이 위로 커졌어요. 트레이닝한 동작을 잘 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신고 싶은 신발을 신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해도 된다는 해방감이 있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표현 방식에 대한 판단도 생겼고요.

 

댄서 위자드, 성범 선생님은 제가 이상한 걸 해도 ‘그게 정답이야’, ‘네가 하는 게 왁킹이야’라고 말해주셨어요. 그전에는 무엇이 문제고 무엇을 더 연습해야 하는지 듣다가 그 수업에서는 피드백이 동글동글했어요. 자존감이 높아지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죠. 지금도 왁킹을 출 때 ‘내가 하는 게 정답’이라는 감각이 유지되는 이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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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왁킹은 영화, 보깅은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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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디아에씨오 엑트1.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왁킹과 보깅은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춤이라고 들었어요. 두 춤을 활발하게 병행하는 댄서라고 뷰티아님께 듣기도 했는데, 두 춤이 에리얼님에게 어떻게 다르게 다가오나요?

 

에리얼  아주 단편적으로 말하면 왁킹(Waacking)[1]은 영화고, 보깅(Voguing)[2]은 잡지예요. 영감을 받은 매체부터 다른 춤이고 문화예요. 제가 배운 설명을 기준으로 말하면, 왁킹은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게이 클럽 문화에서 시작됐어요. 지노스 II(Gino's II)라는 클럽과 디제이 마이클 앤절로(Michael Angelo)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가 〈Theme from Shaft〉 같은 디스코 음악을 틀었고, 당시 클럽에 모인 게이 남성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대요.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단순히 예쁘게 차려입고 온 게 아니라 영화와 판타지에서 가져온 코스튬을 입고 춤을 췄다고 배웠어요. 스타워즈나 킹콩 같은 이미지도 있었고,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그레타 가르보 같은 배우들의 포즈와 연기도 중요한 영감이 됐고요. 특히 여배우 가르보는 진짜 ‘오바의 끝판왕’이었어요. 화면에서 쓰는 제스처가 크고 선명해서 우리가 왁킹에서 보는 포즈가 영화 속에 거짓말처럼 나와요. 이런 거. (에리얼 제스처를 보여주며)

 

저는 학생들에게 ‘포즈는 왁이고, 왁은 트월이야’라고 말해요. 포즈를 잇는 과정에서 트월(twirl)과 왁(whack)이 나오고, 코스튬과 캐릭터, 표현도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뜻이에요. 포즈만으로 추든, 왁을 중심으로 추든, 그 사람이 하는 전체가 왁킹이라고 설명합니다.

 

박민영  어머… 왁킹에도 의복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는 줄 몰랐어요. 너무 재밌다. 저 지금 완전 역사 수업 듣는 거네요? 왁킹을 영화에 빗댔는데, 보깅을 잡지에 빗댄 이유도 들려주세요.

 

에리얼  보깅의 기원은 한 줄로 고정하기 어렵고, 구전하는 사람마다 연혁과 장면이 다르다고 배웠어요. 제가 알고 있는 설명으로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무렵 뉴욕 할렘의 볼룸(Ballroom)[2]에서 이어져 왔고, 펨퀸과 게이 남성들이 그 장을 만들어 왔어요. 처음부터 지금처럼 춤 카테고리가 중심이었던 것은 아니고, 제가 배운 초기 카테고리에는 리얼니스, 페이스, 베스트 드레스드 같은 것들이 있었다고 해요.

 

이것 역시 정확하지 않지만… 당시 학교 교과목에 필수로 무용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학교에서 무용에 흥미를 느낀 청소년들이 커밍아웃하고 가족에게 쫓겨난 뒤 부두에서 춤을 추었다고 해요. 하우스의 마더·파더가 ‘네가 좋아하고 보고 배운 움직임을 볼에서도 보여주라’고 이끌었다는 흐름이 있는 거죠. 그 움직임을 팝·딥·스핀(Pop, Dip and Spin)이라고 불렀고, 이집트 벽화와 무술, 군인의 선, 일상적인 제스처, 패션 잡지의 포즈처럼 여러 곳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7]

 

볼은 경쟁하는 자리니까 사람들은 더 눈에 띄기 위해 스트레칭과 스핀, 팔과 손의 움직임을 발전시켰어요. 기존의 방식과 다른 움직임이 나오면서 올드웨이(Old Way)와 뉴웨이(New Way)를 구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저는 배웠습니다.[3] 이후 마돈나의 〈Vogue〉를 비롯해 보깅이 바깥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도 있었고요.

 

앞선 과정들 사이에서 펨퀸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야 하는데, 춤이 크게 들어오니까 조금 흥미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럴 법도 해요. 이때 제가 배운 설명에서 보그 펨(Vogue Femme)[3]은 펨퀸의 움직임과 존재감이 카테고리의 중심으로 다시 들어오는 과정으로 연결돼요. ‘보그 라이크 어 펨퀸(Vogue Like a Femme Queen)’이라는 말도 그 맥락에서 설명하고요. 다만 이건 제가 들으며 배운 역사를 아주 압축해 전하는 거예요. 정확한 연대나 기원은 사람마다 다르게 말합니다.

 

박민영  방금 두 춤의 역사와 기원이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까지 얘기해줬어요. 에리얼님이 전해준 갈래만으로도 여러 상상력이 자극되네요. 그런 역사를 알고 나면 실제로 춤출 때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요?

 

에리얼  현재의 저를 기준으로 말하면, 왁킹을 할 때는 ‘내가 다 정답이야’라고 생각해요. 모르는 노래가 나와도, 잘하지 못해도, 지금 이 춤을 추는 데 감사하고 행복하면 돼요. 백 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그 행복에 공감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깊은 곳에는 ‘왁킹은 내 삶의 행복한 일부니까 그 삶을 표현하자’는 마음이 있어요.

 

보깅은 거의 정반대예요. ‘나 오늘 멋있는데, 예쁜데, 너보다 내가 더 잘하는 것 같은데’에서 시작해요.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기보다 그들 가운데 나를 더 올리는 감각, 그게 제가 이해하는 셰이드예요. 그래서 왁킹에서는 ‘내가 하는 게 정답’이라면, 보깅에서는 ‘너희보다 내가 조금 더 정답인 듯’ 하는 마음으로 들어갑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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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다시바, 런웨이, 보그 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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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뭅뭅 위너.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먼저 왁킹을 하던 때 보깅은 어떻게 배우게 됐고, 그 만남이 볼룸으로 어떻게 이어졌나요?

 

에리얼  보깅을 처음 접한 건 2017년이나 2018년쯤이었어요. 카다시바(KARDASHIBA)라는 팀에서 해준 선생님에게 보깅을 배웠죠. 처음에는 AOA 백업 댄서로 모인 팀이었는데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보깅을 해야 하는 환경이 됐어요. 당시에는 왁킹이 제 중심이라 보깅을 부업처럼 했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었어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는데 스포츠를 하는 것 같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었죠. 그러다 저도 볼을 한번 걸어보고 싶어졌고, 해준 선생님이 춤보다 런웨이(Runway)[4]로 먼저 볼룸을 느껴보라고 권했어요.

 

박민영  그렇게 처음 나선 볼은 어땠어요?

 

에리얼  제 기억으로 볼룸 데뷔는 2019년이고, 댄서 위자드 - 성범 선생님이 연 볼에서 런웨이를 처음 걸었어요. 런웨이를 배워본 적도 없는데 찹(Chop)[9]을 받지 않고 배틀까지 갔어요. 그냥 끼로 한 건데, 웃기죠. 해준 선생님도 ‘배운 적 없는데 은근 잘하더라’고 했고요.

 

그런데 저는 완벽주의가 있어서 지금 보면 너무 완벽하지 않았고, 그냥 끼로만 한 게 보여요. 그래서 흑역사라고 해요. 그때 함께 데뷔한 친구들도 많았고, 볼 자체도 한국에서 몇 번 열리지 않았던 때라 다 같이 미숙했어요. 그래도 그때는 그 끼로 해내는 것과 모두가 응원하던 분위기가 좋았어요.

 

박민영  제가 인스타그램 헤비업로더로서… 볼에서 에리얼님을 촬영할 때는 긴 팔다리를 바깥으로 크게 뻗는 동작과 환하게 웃는 표정이 특히 잘 보였어요. 스스로는 무대 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에리얼  그전에는 파워풀한 걸 보여주고 내면의 것을 해방하고 싶었다면, 요즘에는 좀 더 섹시하고 정제돼 보이고 싶어요. 예전에는 팔을 아웃사이드로 많이 뻗었는데 지금은 인사이드로 들어오는 움직임, 끈적하고 정제된 느낌을 찾고 있어요. 섹스 사이렌 카테고리를 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제가 하는 퍼포먼스로 그 공간 전체가 섹시해졌으면 좋겠다는 쪽에 가까워요. 어떤 아우라 같은 거죠.

 

박민영  첫 볼에서는 런웨이를 걸었다고 했어요. 이후 춤 카테고리에도 나가보고 싶어진 계기는 무엇이었어요?

 

에리얼  저는 볼룸 사람이기 전에 댄서니까 춤으로도 한번 더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팬데믹 때문에 볼이 없다가 오랜만에 열린 볼에서 보그 펨으로 데뷔했는데, 그때가 약간 한풀이 같았어요. 보그 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해요. 캣워크, 핸즈 퍼포먼스, 덕워크, 플로어 퍼포먼스, 스핀과 딥이라는 다섯 요소를 따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고 싶어요.[3] ‘나는 오늘 이걸 먹었어.’라고 말하면 마침표까지 가야 문장이 되잖아요. 다섯 요소로 저지에게 나를 몸으로 설명한다는 생각으로 아직도 보그 펨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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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펨퀸과 리얼니스

 

 

박민영  볼룸 안에서 쓰는 펨퀸(Femme Queen, FQ)[5]이라는 말은 에리얼님에게 어떤 온도의 말인가요?

 

에리얼  볼룸 안에서 펨퀸이라고 불리는 건 자연스럽고 괜찮아요. 그 안에서는 펨퀸이라는 존재를 존중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다만 일상에서 그 말이 불리면 제 삶을 설명해야 하는 관문이 생길 때가 있어요.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을 듣거나 말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 말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볼룸의 에리얼과 일상의 김태희를 어느 정도 구분하는 편이에요.

 

박민영  펨퀸 리얼니스(Realness)[6]를 걷는 경험은 어떤가요?

 

에리얼  리얼니스는 제 자부심이고 자존감이에요. 보그 펨에서 지면 ‘그럴 수 있지’ 하는데, 리얼니스에서 지면 ‘내가 여성스럽지 않다는 건가’까지 가서 멘탈이 많이 흔들려요. 그만큼 제 프라이드예요. 제가 코리아 퍼스트 펨퀸이기도 하고, 펨퀸 리얼니스와 펨퀸 퍼포먼스를 처음 걸었다는 자부심도 있어요. 당시에도 리얼니스 카테고리는 있었지만 걸을 펨퀸이 없었다고 기억해요. 그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성범 선생님과 해준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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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볼룸을 지켜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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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한 볼의 행사장 앞에서 경찰과 행사 관계자가 대화하고 있다. 박민영 제공.

 

 

박민영  제가 처음 본 볼이 2022년 판티지 볼이었어요. 그때 행사장 에어컨이 고장 나 참가자들이 밖에서 쉬던 중, 동네의 한 중년 남성이 옷차림을 문제 삼아 신고하여 경찰이 왔었죠. 제가 화를 내기 전에 에리얼님이 ‘저희가 해결할게요’라며 나섰던 걸 기억해요. 그날 무엇을 가장 먼저 지키려고 했나요?

 

에리얼  저는 볼룸에 오기 전부터 왁킹 배틀을 많이 열어봐서, 행사를 연다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아요. 특히 생일 볼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왔다는 사실이 오거나이저 귀에 바로 들어가 행복한 날을 망치지 않았으면 했어요. 해결한 뒤에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고요.

 

소음 민원은 여러 번 상대해봤지만 옷차림 때문에 신고했다는 건 저도 어이가 없었어요. 그래도 제 감정보다 행사가 먼저였어요. 경찰들도 처음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어요. 다만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나갔죠. 참가자들은 옷을 입고 있고, 우리는 행사를 하고 있으며, 패션쇼에서도 다양한 옷을 입는 것을 아시지 않느냐고 설명했어요. 경찰이 그제서야 이해가 간 표정을 지었고, 이후에 신고자를 타이르는 걸 볼 수 있었죠. 저는 참가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 행사를 끝까지 마치고 싶었습니다. 행사가 없었다면 원래 성격대로 저도 화를 냈을 거예요.

 

박민영  한 번의 볼이 끝난 뒤 다음 볼로 이어지기까지, 잘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에리얼  오거나이저뿐 아니라 스태프, 포스터를 만드는 디자이너, 기록하는 사람 모두 중요해요. 특히 코리아 볼룸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처럼 볼의 공지와 영상을 계속 올려 씬을 기록하고 지켜주는 분들에게 감사해요. 포스터와 영상을 올리는 일을 충분한 보상 없이 열정으로 이어가는 분들이 있거든요. 저는 그분들이 씬을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친구사이처럼 볼룸 바깥에서 자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볼을 서포트하는 단체에도 큰 감사를 느껴요. 참가자들이 자기 돈과 시간을 계속 쏟는 것만으로 문화를 이어가기는 어렵고, 보상이 없으면 지치거나 떠나는 사람도 생기니까요. 외부의 지원으로 캐시 프라이즈 같은 실질적인 보상체계가 생기고, 볼룸 사람이 아닌 다른 성소수자들도 이 문화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매개가 만들어져요. 그런 자원과 연결이 볼룸을 계속 이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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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볼룸 씬의 행사 공지와 기록을 모아 소개하는 코리아 볼룸. 

( 코리아 볼룸 유튜브 계정 / 코리아 볼룸 인스타 계정 )

 

 

박민영  어머… 나 감동돼… 이거 인터뷰에서 정말 중요하다. 그렇죠? (웃음) 볼룸에서 오래 활동하는 데 실제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었어요?

 

에리얼  지금은 볼룸을 조금 멀리서 보고 있어요. 볼룸과 그 안의 관계 때문에 잠시 소진된 상태이고요. 그래도 하우스와 멘토, 무엇보다 동료들 때문에 아직 볼룸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볼룸 때문에 힘들거나 사람 때문에 힘들 때 심바와 하제가 계속 도와줬어요.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더 빨리 떠났을 것 같아요.

 

비용도 현실적인 문제예요. 저는 페이스 의상을 한 번 준비할 때 몇백만 원씩 쓰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돌아오는 보상이 아직 적다고 느껴요. 저는 이런 보상을 만드는 구조들이 계속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슬프게도 보상이 없으니까 볼룸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는 장면을 왕왕 보게 되거든요.

 

박민영  이번 볼을 준비하면서 해준님은 상금을 높이고 중요한 카테고리에 제대로 거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말했어요. 친구사이가 기획에도 함께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행사 자금을 조달하는 단체처럼 보일까 걱정했어요. 방금 이야기를 들으니 상금 자체가 참여자들이 들인 비용과 노동에 대한 응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특히 펨퀸 퍼포먼스와 리얼니스에 캐시 프라이즈가 걸린 것을 어떻게 보셨어요?

 

에리얼  제가 알기로는 이번 볼에서 펨퀸 퍼포먼스와 리얼니스에 캐시 프라이즈가 비교적 많이 걸려 있어요. 이건 제 예상이지만, 해준 선생님이 그 카테고리를 중요하게 본 데에는 펨퀸을 존중하고 실제로 보상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펨퀸은 취업이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될 때가 많아요. 그런데 볼을 준비하려면 의상과 시간, 노동을 많이 써야 하죠. ‘네가 볼룸에 쓴 만큼 여기서 조금이라도 가져가라’는 의미가 상금에 들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준비하면서 쓴 만큼 볼룸에서 조금이라도 나의 노고를 인정받고, 자신의 몫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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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저지와 역사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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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열린 한 볼에서 에리얼. 행사명 미상.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제가 2022년부터 볼을 본 뒤 몇 년 사이 저지석의 얼굴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어요. 저지는 어떻게 정해지고, 카테고리를 심사할 자격은 어떤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생기나요?

 

에리얼  한국은 유난히 로테이션이 빠른 편이라고 느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최종적으로는 오거나이저가 원하는 그림에 맞게 저지를 정하는 게 맞아요. 그래도 저는 주 카테고리가 아니더라도 그 카테고리를 얼마나 공부했고 이해하려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카테고리를 모르는데 판단하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한 표로 누군가가 올라가거나 떨어져요. 친분과 그 사람의 평소 삶은 빼고, 그날 50초 남짓한 시간에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보여줬는지만 냉철하게 봐야 해요. 저지가 되고 나서는 참가보다 심사가 더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계속 집중해서 봐야 하고, 둘 다 잘했을 때도 반드시 한 사람에게 표를 줘야 하니까요. 허리도 아프고요. 저지들이 뒤로 갈수록 자세를 바꿔가며 인상 쓰고 보는 건 겁을 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힘들어서 그래요.

 

또 저지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참가자에게도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각인시킬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지는 많은 참가자를 계속 집중해서 봐야 하니까, 자신이 무엇을 준비했고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분명하게 전달해야 해요.

 

박민영  앞에서 왁킹과 보깅의 역사를 길게 설명해줬어요. 실제 수업에서도 그 배경을 함께 가르치나요?

 

에리얼  저는 무조건 전해요. 무조건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나이에 따라 설명의 깊이는 조정해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게는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말하지 않을 수 있지만, 고등학생이나 성인에게는 정확하게 알려주려고 해요. 알고 추는 것과 모르고 추는 것은 느낌도, 이해도도 정말 달라요. 보깅은 더더욱 그렇고 왁킹도 그래요.

 

저도 왁킹을 처음 배울 때 ‘왜 이런 동작이 생겼지?’가 너무 궁금했는데 선생님이 알려주지 않으니 그냥 넘어갔어요. 나중에 역사를 알고 난 뒤 제 춤이 크게 달라졌어요. 그게 없었다면 저는 춤을 그만뒀을 수도 있어요. 지금 가르치는 중학생 가운데 왁킹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계속 묻는 학생이 있어요. 저는 먼저 ‘너 감당할 수 있어?’라고 물었고, 감당할 수 있다고 하여 제가 아는 역사를 설명해줬죠. 그 학생 눈이 번쩍 떠지며 ‘이제 이해가 갔어요’라고 했고, 늦게 시작했는데도 아주 빠르게 성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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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처음 온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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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모아 왁킹 어워즈.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친구사이 회원 가운데 이번에 볼을 처음 보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춤과 의상 말고 무엇을 보면 볼룸 사람들이 맺어온 관계가 눈에 들어올까요?

 

에리얼  저는 카테고리보다 하우스 치어링을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누군가 걸을 때 옆에서 목이 아플 정도로 소리치고 서포트하는 관계는 평범한 관계가 아니거든요. 자기 하우스가 없는 007에게도 치어링을 보내는 장면을 보면, 소속을 떠나 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어요. 볼룸은 재미있고 행복하려고 오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날 사람들이 화나 있지 않고 모두 행복하다면, 관계를 다 몰라도 완벽한 날이라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8]

 

박민영  처음 보는 사람에게 리얼니스는 무엇을 하는 카테고리인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관객은 어떤 태도로 보면 좋을까요?

 

에리얼  리얼니스는 춤을 추지 않고 인사하고 워킹한 뒤 저지 앞에 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은 ‘저게 뭐 하는 거지?’라고 느낄 수 있죠. 하지만 그 사람이 그 무대에 올라와 걷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어요. 멀뚱히 보기보다 박수치고 치어링해줬으면 해요. 아니면 ‘엥? 리얼니스에 왜 올라와?’하는 반응들도 좋아요.

 

대만에서 리얼니스를 걷고 내려왔는데 누군가 ‘네가 왜 걸어? 나는 네가 그냥 여자인 줄 알았어’라고 한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말이 좋았어요. 리얼니스를 걷는 건 제가 일상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필드 안에서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죠.

 

박민영  이번 볼에서 친구사이의 런아웃은 리얼니스로 ‘정치인’ 키워드를 제안했어요. 성소수자가 정치적 권한과 공적 대표성을 가진 자리에 선 모습을 눈으로 먼저 보자는 취지인데요. 에리얼님은 어떤 장면을 보고 싶나요?

 

에리얼  저는 오히려 정치인이라는 주제에 맞게 담백하고 확실하게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색다르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자칫 잘못해서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건 정말 싫어요. 그건 리얼니스와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비슷한 주제를 심사했을 때 한 참가자에게 찹을 준 적도 있어요. 과해서라기보다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가 저한테 설득되지 않았어요. 리얼니스는 리얼니스답게 하기를 기대합니다.

 

박민영  같은 날 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도 현장에서 무지개연결을 안내합니다. 하우스 안의 돌봄과 전문기관의 지원은 서로 다른데, 각각의 필요를 느낀 적이 있었나요?

 

에리얼  하우스 안의 돌봄은 당연히 필요해요. 마더·파더가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마더일 때는 제가 돌봄을 받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많이 의존했던 것 같아요.

 

더 넓은 퀴어 커뮤니티로 가서 이야기하자면 퀴어 커뮤니티의 전문적인 지원이 저는 정말 필요했어요. 저도 너무 죽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시도하지 못했을 뿐이지,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 품고 살던 사람이기도 했고요. 친구들이 ‘그러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위로해주는 것도 고마웠지만, 왜 그런 생각이 생기는지와 퀴어가 겪는 원인을 이해하는 전문기관이 필요했어요. 일반 정신과에 가는 일은 망설여졌고, 그 맥락을 잘 모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제가 힘들던 때 마음연결과 같은 기관을 알았다면 정말 잘 이용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괜찮지만, 그때는 많이 힘들었듯이 지금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당연히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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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 세계자살예방의 날 캠페인 카드뉴스.

 

 

박민영  펨퀸에게 지금 사회적으로 가장 필요한 환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에리얼  저는 눈치 보지 않는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디에 가도 의심받지 않고, 내가 누군지를 계속 설명하라는 압박이나 뒤에서 주는 눈치를 받지 않는 환경이요. 저도 회사 생활을 하며 이직할 때마다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걱정했고, 실제로 그런 시선을 받은 적도 있어요. 저는 이제 여러 일을 겪으며 많이 무뎌졌지만, 저보다 어린 사람들은 더 힘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무례함과 의심 없이 각자의 삶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민영  마지막으로 친구사이 소식지에 남기고 싶은 말을 들려주세요.

 

에리얼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나 자신만은 원망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원망할 수는 있어도 나만 자책하지는 말자고요. 마음 편하게 자기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뭘 먹든, 술을 먹든 안 먹든, 결국 본인이 결정하고 잘 살면 돼요. 힘들 때 친구와 인생이 뭔지 얘기해도 결론은 늘 같아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관계 맺는 게 잘 사는 거 아니냐고요.

 

그렇지만 하나만 더 말하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썅년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사는 건 중요하죠. 다 잘할 필요는 없겠다는 뜻이에요. 무너질 때는 그것도 잘 안 되지만, 최대한 그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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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룸 용어 주석

 

 

[1] 왁킹  197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퀴어 클럽 문화에서 성장한 춤이다. 왁킹이라는 이름과 기원에 관한 설명은 구술자와 계보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포즈와 팔의 회전, 캐릭터와 음악 표현을 중요하게 다룬다.

 

[2] 볼룸과 보깅  볼룸은 뉴욕의 흑인·라틴계 성소수자 공동체가 발전시킨 문화와 공동체적 장을 가리키며, 볼에서는 참가자들이 여러 카테고리를 걷고 심사받는다. 보깅은 볼룸에서 발전한 퍼포먼스 양식 가운데 하나이지 볼룸 전체와 동일한 말은 아니다.

 

[3] 올드웨이 뉴웨이 보그 펨  올드웨이는 선·각·대칭과 포즈의 정밀함을, 뉴웨이는 팔과 손의 복잡한 움직임과 유연성을 두드러지게 발전시킨 보깅 양식이다. 보그 펨은 여성성의 표현을 중심에 두며 핸즈 퍼포먼스·캣워크·덕워크·플로어 퍼포먼스·스핀과 딥의 다섯 요소를 사용한다. 각 양식의 형성과 구분에는 여러 구술과 계보가 있다.

 

[4] 런웨이  볼에서 패션과 워킹, 자세와 태도, 의상의 제시 방식을 겨루는 카테고리 계열이다. 구체적인 기준과 테마는 각 볼의 카테고리 설명에 따라 달라진다.

 

[5] 펨퀸  볼룸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트랜스젠더 여성을 가리켜 사용해 온 정체성 언어다. 개인과 지역, 시대에 따라 쓰임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므로 당사자의 자기 호명을 우선한다.

 

[6] 리얼니스  차별과 위험 속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특정 역할과 위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체현하는지를 겨뤄 온 카테고리 계열이다. 단순한 의상 모사나 ‘패싱’만으로 축소할 수 없으며, 참가 구분과 판단 기준에는 볼룸의 사회적·역사적 맥락이 있다.

 

[7] 하우스 마더 칠드런  하우스는 볼룸 참여자들이 함께 활동하고 서로를 지원하는 공동체다. 마더·파더는 구성원을 이끌고 지원하는 역할이며, 칠드런은 구성원을 가족 관계의 언어로 부르는 말이다.

 

[8] 007  특정 하우스에 속하지 않고 볼룸에 참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하우스 소속 없이 카테고리를 걷거나 다른 방식으로 씬에 참여할 수 있으며 단순 관객과 같은 말은 아니다.

 

[9] 찹과 텐즈  참가자가 첫 심사에서 기준을 충족하면 텐즈를 받아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고,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탈락하면 찹을 받았다고 말한다.

 

 

참고자료

 

※ 볼룸의 역사적 배경과 주요 용어에 관한 설명은 다음 자료를 참고했다.

 

규환, 「보깅과 볼룸」, 팟캐스트 『개인사정』, 2024. 7. 8., 게스트 Roh Telfar·Pride Ball Director, https://kyuhwan.kr/prideball/ (접속: 2026. 8. 20.)

 

김하연, 「서울도 불타고 있다: 한국 볼룸 씬의 미학적 가능성」,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 2024. 11. 27., https://fwdfeminist.com/2024/11/27/con-46/ (접속: 2026. 8.20.)

 

남웅(진행·편집), 「보깅 한길에서 행동하는 성소수자를 만나다—댄서 Cheri Boi」, 『행성인 웹진』, 2023. 2. 26., https://lgbtpride.tistory.com/1793 (접속: 2026. 8. 20.).

 

제니 리빙스턴 감독, 《파리 이즈 버닝》(Paris Is Burning), 1990.

 

호세 크리알레스-운수에타, 「언더그라운드 하위문화에서 세계적 현상으로: 주류문화 속 볼룸 구술사」(“From Underground Subculture to Global Phenomenon: An Oral History of Ballroom Within Mainstream Culture”), 『보그』(Vogue), 2023. 6. 28., https://www.vogue.com/article/oral-history-ballroom-pride-2023 (접속: 2026. 9. 1.)

 

하우스 오브 루나, 「볼 카테고리」(“Ball Categories”), 전통 카테고리 및 젠더 지침 작성: 스테폰 엘리트 월리스, https://www.houseofluna.org/ball-categories (접속: 2026.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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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 편집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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