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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95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61 : 『가족 없는 시대』와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2026-10-07 오후 15:34:23
기간 9월 

 

 

[195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61 : 

『가족 없는 시대』와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chingusai_logo.png『가족 없는 시대』읽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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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읽당' 작가초청 모임은 『가족 없는 시대』의 저자 해영 님과 함께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해영님을 둘러싼 수식어들은 저와 크게 관련 없어 보였습니다. 게이가 아닌 레즈비언이시고, 과거 ‘친구사이’ 지보이스 객원 멤버이셨으며, 현재는 마포구의 구의원이신 분. 게이이고, 지보이스는 멀리서 응원할 뿐이며, 마포구에 살지도 않고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저였지만, 어쩌다 보니 이 모임을 이끌며 작가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모임 전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책읽당은 그 해 모임을 이끄는 대표의 성향을 많이 닮아갑니다. 올해 저의 목표는 ‘모두가 참여하는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여하는 감각은 모임에 나와서 단 한 마디라도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작가초청 모임은 필연적으로 작가님에게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당원이 직접 질문을 한다고 해도 ‘참여한다는 감각’이 묻혀버리는 모임이 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이런 제 마음을 알아주셨는지, 작가님께서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모임원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 싶다 해주셨습니다. 그런 마음이 잘 어우러지도록 모임을 두 파트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1부는 사회자와 작가님을 중심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존 인터뷰에서 답했던 내용이 아니라, 현시점 이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준비하고자 했습니다. 2부는 작가님께 사전에 드린 질문을 바탕으로, 당원들과 작가님이 함께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람들끼리 모이면 보통 하면 안 되는 이야기 주제로 군대, 종교, 정치가 꼽히곤 합니다. 서로 이야기가 오고 가는 책모임이더라도 정치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을 기회는 잘 없었는데, 이번 모임에서는 정치와 제도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문장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책을 퇴고하는 것은 문장이 데리고 온 시간들을 가만히 견디는 일”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제도와 정치라는 건조한 주제들에서 어떻게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보여주기로 하셨는지, 그리고 그런 기억들을 꺼내놓으며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이어진 다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는 ‘관계’에 대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가족이라서 당연하게 서로의 내밀한 영역까지 침범하는 관계가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바운더리를 지켜주는 사촌 관계 같은 친밀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포문이 열렸습니다. 반대로, 남에게 보여주기 힘든 아픈 시간들을 곁에서 함께 견디는 ‘선 넘는 관계’의 필요성도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좋을 때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 때, 아플 때, 늙었을 때도 지속되는 관계가 되려면 서로의 선을 넘는 과정과 그것을 버텨내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겉보기엔 상반되어 보이지만, 결국 이러한 관계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제도적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혈연이 아닌 내가 선택하고 이루어온 관계 속에서 서로의 아픈 시간까지 옆에 있어 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서로가 주고받은 의견들에 상상력이 더해져 이야기가 한층 더 촘촘해졌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주인공인 자리에 내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린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영님이 진솔하게 마음을 열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덕분에, 제가 잘 몰랐던 레즈비언으로서의 삶, 정치인으로서의 고민, 그리고 인간 해영의 여러 면모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원분들도 가만히 듣지만 않고 각자 생각들을 편하게 꺼내놓으며 해영님과 함께 이 자리를 만들어간 느낌이라 더욱 의미가 컸습니다.
 흔쾌히 발걸음해 주시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해영 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해영님이 써주신 후기로 읽은티를 마무리 합니다.

 

“책읽당에서 이야기를 나눈 날, 제가 제일 만나고 싶었던 독자들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 없는 시대』를 사이에 두고 가족과 관계, 돌봄, 그리고 제도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 질문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책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질문들이 독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만나 더 넓어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책에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내놓기도 하고, 저 역시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는 질문들을 만났습니다. 한 권의 책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각자의 삶과 경험으로 이어지고, 다시 새로운 질문이 되는 시간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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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책읽당 총재 
주용

 


 

chingusai_logo.png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읽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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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및 발제

 

 지난 19일 책읽당은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나카지마 아쓰시 저, 다섯수레 출판사)이라는 책으로 9월의 마지막 독서 모임을 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은 나카지마 아쓰시의 중단편 「산월기」, 「명인전」, 「제자」, 「이능」 네 작품을 한데 묶어 출간한 책으로, 지금의 제목은 출판 과정에서 붙은 것입니다.

 

나카지마 아쓰시는 일본 군국주의 시대를 살다 33세의 나이로 요절한 작가입니다. 도쿄의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십 대 초반에는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경성에서 약 5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존재와 자아에 관한 철학적 고민과 자신이 살던 시대를 바라보는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는 그의 작품에도 여러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 책에 실린 네 작품에서도 그런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네 작품의 시대와 등장인물, 이야기의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오래된 이야기 속 인물을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나 우화 속 인물로 남겨두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봅니다. 자신의 재능과 자존심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산월기」), 무언가를 극한까지 추구한 끝에 그것마저 잊어버리는 사람(「명인전」), 자신과 전혀 다른 스승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제자」),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운명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능」)이 등장합니다.

 

발제를 준비하면서 저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보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나는 왜 어떤 인물에게는 마음이 가고 어떤 인물에게는 그렇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모임에서도 하나의 해석이나 결론을 찾기보다는 같은 작품을 읽고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디에서 멈춰 섰는지, 어떤 인물에게 마음이 갔는지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다음은 모임을 진행하면서 나누었던 발제 내용입니다. 실제 모임에서는 대화의 흐름과 시간에 따라 질문을 통합하거나 순서를 바꾸기도 했고, 때로는 준비한 질문을 넘어선 이야기를 자유롭게 주고받았습니다. 책읽당 모임에 아직 참여해보지 않은 분들도 아래 질문들을 통해 책읽당의 독서 모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금이나마 엿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작품 전체

1. 네 작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왜 그 작품이었나요?

2. 네 작품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은 인물은 누구였나요?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 인물이 기억에 남은 이유도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 「산월기」

이징은 시인으로 이름을 얻고 싶었지만, 자신의 재능이 평범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두려워했고,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스승을 찾아 자신을 연마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결국 호랑이가 된 자신을 옛 친구 원참에게 드러냅니다.

1. 이징은 왜 호랑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존심이나 열등감 때문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이유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2. 이징은 여러분에게 어떤 인물이었나요?
안쓰러웠나요, 답답했나요, 불쾌했나요? 혹은 이상하게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나요?

3. 이징은 자신의 ‘존대한 수치심’을 자신을 망가뜨린 맹수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자신의 어떤 부분을 ‘내 안의 맹수’라고 부르고 싶나요?

 

* 「명인전」

기창은 최고의 활쏘기 기술을 얻기 위해 수련을 거듭합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에 도달한 곳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최고의 기술자’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1. 기창이 마지막에 도달한 경지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술의 완성, 자기 초월, 집착으로부터의 자유, 혹은 전혀 다른 무엇일까요?

2. 마지막의 기창을 보며 ‘대단하다’와 ‘이상하다’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감정을 느끼셨나요? 왜 그렇게 느끼셨나요?

3. 여러분에게도 한때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 있나요?
그것은 잃어버린 걸까요, 벗어난 걸까요?

 

* 「제자」

「제자」에서는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자로는 공자를 깊이 존경하면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때로는 반박합니다. 서로 매우 다른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스승과 제자로 함께 살아갑니다.

1. 자로의 어떤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거나, 반대로 가장 답답했나요?
자로에게서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나요?

2. 여러분은 존경하는 사람의 말이 납득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하나요?
설득될 때까지 묻나요, 일단 믿고 따르나요, 아니면 결국 자신의 판단대로 행동하나요?

3.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바꾸려고 애쓰는 것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 중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가나요?

 

* 「이능」

「이능」에서는 한나라와 흉노의 전쟁을 배경으로 이능, 사마천, 소무 세 사람의 삶이 서로 얽혀 펼쳐집니다. 세 사람은 자신이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갑니다.

1. 「이능」이라는 제목은 나카지마 아쓰시가 직접 붙인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이 작품의 제목을 정한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고 싶나요?

2. 이능·사마천·소무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견딥니다. 세 사람 중 가장 이해하기 쉬웠던 사람과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은 누구였나요? 왜 그랬나요?

3. 누군가의 선택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이 처했던 상황을 어디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상황을 이해하는 것과 그 사람의 선택을 옳다고 인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일까요?

 

 

#2. 모임에 참여하는 마음

 

책읽당에서 활동한 지 4년 만에 발제를 처음 맡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다른 당원들의 발제에 숟가락만 얹어왔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지난 4년 동안 저는 책읽당이 안전하고 괜찮은 공간인지, 여기에 마음을 내려놓고 애정을 쏟아도 되는지를 열심히 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망설였을까요?

 

오랫동안 스스로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은둔의 삶을 지속해왔던 저는, 게이 커뮤니티에서도 환대받지 못하고 거부당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친구사이 안팎의 여러 모임에서 활동하며 느낀 것은, 소수자 커뮤니티라고 해서 반드시 나를 편하게 드러내고 힘을 빼고 지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좌충우돌하면서도 언제든 커뮤니티에서 도망칠 자세를 취한 채 지냈습니다. 한곳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려고 책읽당과 친구사이 외에도 여러 ‘살맛’을 만들며 부단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지난 4년의 세월이 헛되지는 않았나 봅니다. 어느 순간 이 공간이 조금 더 익숙해졌습니다. 여전히 언제든 도망갈 준비는 되어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나의 여러 살맛 중 하나로 책읽당을 두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왠지 모를 책임감으로 이번 발제를 맡게 되었습니다.

 

막상 발제를 맡아보니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책을 선정하는 것부터 고민이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은 올해 책읽당 첫 모임인 ‘나의 최애를 소개해’에서 제가 최애로 소개했던 책입니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소개했던 그날, 많은 참가자가 이 책에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은 퀴어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분명 퀴어로 읽히는 부분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 대목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했습니다.

 

문제는 중국 고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한자로 된 단어도 많고 중국 역사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자칫하면 수능 고전문학처럼 느껴지는 이 책을 과연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뭐, 어차피 자기 끼에 맞는 책이 나올 때 모임에 오는 거니까.’라고 자기합리화를 걸며 책을 선정했습니다. 다행히 모임이 끝난 뒤 생각보다 책이 좋았다고 말해주는 당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모임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것은 참여자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질문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책읽당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참여자 모두에게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8월 정기모임에서 태민 상근가님이 ‘마이크를 쥐여주는 것에 대한 권력’을 이야기하셨는데, 생각해보면 책읽당은 모두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것’을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은 모임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게이 커뮤니티의 여러 모임에서 사람들이 그 자리에 나온 모두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누가 ‘식’이 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모습도 종종 보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책읽당에서는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식’이 되는지, 얼마나 재치가 있는지, 유머 감각이 있는지, 말투가 좋은지, 그 내용이 당장 귀담아들을 만한지와 관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저는 그 점에서 책읽당이 좋은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발제자가 진행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경험했습니다.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지, 소외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특정인이 말을 독점하고 있지는 않은지, 발제자가 이야기를 끌어내기보다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거나 강의하고 있지는 않은지, 대화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를 배제하는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는지, 시간은 적절하게 배분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계속 신경 쓰다 보니 모임이 끝날 즈음에는 꽤 진이 빠졌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동안 발제를 맡았던 사람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졌습니다. 그 사람들도 마이크를 잡는 동안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살피고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다행히 이날은 옆자리에 있던 총재님이 사람들의 발언 횟수를 체크해 알려주었고, 분위기가 경직됐다 싶을 때는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다른 당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모임이 유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함께 즐기며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첫 발제였지만 저로서는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모임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3. 앞으로의 책읽당

 

2026년 책읽당의 남은 모임도 이제 몇 번 남지 않았습니다. 10월 3일에는 총재인 용님이 발제를 합니다. 친구사이의 전 소식지 팀장이고 역사가이며, 올해 책읽당 문집에 추천사를 써주신 미모의 언니, 터울님의 책으로 모임을 합니다. 『세상과 은둔 사이 - 벽장 안팎에서 쓴 글들』(김대현 저, 오월의봄 출판사)이라는 책으로,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10월 17일에는 을왕리로 1박 2일 MT를 갑니다. 크리스님과 묵이님을 주축으로 재미난 MT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9월 30일까지 신청 마감인데, 이 기사가 나간 시점에는 이미 마감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있다면 한 번 문의해보세요. 참가비는 기본 6만 원이고, 책읽당 정회원인 경우 5만 원, 대학생인 경우도 5만 원입니다. 현재 20명 정도가 참가 신청을 했고, 혹시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하시길 권합니다. 참여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참여 링크: https://forms.gle/qjqt5oubxeYH21SH8

 

10월 31일에는 추가 책모임이 있거나 잠시 쉬어가는 주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11월 14일에는 Bar Viva에서 책읽당 제11호 문집 발간 낭독회가 열립니다. 마침 제가 올해 문집팀장을 맡아 플로우, 윤님과 함께 문집 발간과 낭독회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문집의 주제는 ‘금기’와 ‘혐오’입니다. 책읽당 문집 역사상 가장 많은 24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자가 살아오며 마주했던 금기와 혐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글에 담았습니다. 원고를 읽고 합평하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저도 몇 번이나 놀랐습니다. 다들 이런 ‘끼’들을 대체 어떻게 숨기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글들이 어마어마합니다.

 

완성된 문집은 친구사이 10월 정기모임에서 처음 공개할 예정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10월 정기모임에서 누구보다 먼저 실물을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11월 14일 낭독회에서는 문집에 참여한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글을 읽고, 한 해 동안 함께 만든 책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려 합니다. 문집을 읽으실 분도, 글을 쓴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은 분도, 그냥 책읽당 사람들이 궁금한 분도 모두 환영합니다. 많이 놀러 와주세요.

 

11월 21일에는 책읽당 총회가 있습니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책읽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내년 총재를 선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총회 이후 12월에는 책읽당도 방학을 맞습니다. 한 달가량 휴식을 취하고 2027년을 맞이하게 될 텐데요. 벌써 내년에는 또 어떤 재미난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지금 같이 지내고 있는 당원들을 내년에도 웃으면서 볼 수 있길, 조금 더 관계가 돈독해지길, 서먹하거나 어색한 관계는 나아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 어딘가의 벽장 속에 숨어 있는 소수자들이 용기를 내어 책읽당에 나오길 바랍니다. 아니, 책읽당이 아니어도 좋으니 제발 그 빌어먹을 벽장에서 나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우아지 시인의 「손님별」을 소개하며 글을 줄입니다.

 

「손님별」

 

누군가 온다는 건 설레는 일입니다
기대를 등에 업고
마중하는 앳된 먹밤
이 아침 은수저 닦는 마음도 윤이 나고

간밤을 적시던 비 풀잎마다 끼운 반지
오늘을 기다렸어
양초에 불을 켜고
새하얀 순도 100% 식탁보를 꺼냅니다

오븐에 예열하는
창 너머 어스름 녘
열과 성 듬뿍 넣어 저녁을 익힙니다
가슴에 꽃이 피도록 새 밥 지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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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책읽당 당원 
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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