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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96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62 : 2026 정기공연 '무지개 빛 날' 후기
2026-11-06 오후 16:05:47
기간 10월 

 

 

[196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62

2026 정기공연 '무지개 빛 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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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을 위해 너의 행복이 필요했다. 

 

공연을 기획하면서도 행복했고,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행복했고,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면서도 행복했다. 이번 공연의 후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행복’이었다. 대외적으로 지보이스 정기공연의 기획 의도가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우리의 하루를 노래로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이었다면, 단장으로서 단원들에게 바랐던 것은 조금 다른 두 가지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대에 앞서,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와 노래를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대 위에 선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감정은 관객에게도 온전히 닿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서로 웃고, 기대고, 호흡할 수 있다면 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객석에도 전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결과만큼이나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 자체가 소중한 공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합창이란 결국 ‘서로의 소리를 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목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소리에 맞추고, 때로는 기다리며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 말입니다. 저는 그 과정이 음악뿐 아니라 우리의 관계와도 닮아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각자의 색을 존중하고, 그 다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모두가 함께 하모니를 완성해가는 공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기공연 연습이 시작되기 전, 단원들에게 당부하며 썼던 글이다. 그리고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지보이스 단원들은 그 바람을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이루어 주었다. 먼저,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실력과 노력이 필요했다.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소녀시대 유닛 ‘효리수’의 무대를 두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말이 있다. ‘B급 재미를 위해서는 S급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 무대 위에서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지보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원들은 자율연습으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고, 무대 위에서 마음껏 즐길 준비를 해나갔다. 무대 의상을 과감하게 소화하기 위해 직접 의상을 고쳐 입기도 했고, 각자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안무 연습에도 열심이었다. 모두가 무대 위에서 충분히 즐기기 위해 기꺼이 노력했다.

 

나는 그 과정이 참 행복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도 얼굴을 찌푸리기보다 배려하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먼저 손을 내밀고, 때로는 기꺼이 도움을 청하는 모습들이 참 예뻤다. 그렇게 서로를 도우며 무대를 완성해가는 시간 자체가 내게는 이미 하나의 행복이었다.


단원들은 무대를 즐기기 위해 노력했을 뿐 아니라, 서로의 소리와 마음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였다. 처음 노래를 익히는 동안에는 35명의 목소리가 저마다 들렸을 것이다. 어쩌면 그중 목소리가 큰 한 사람의 소리만 유독 크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곡을 익히고 악상을 살려가면서 단원들은 조금씩 자신의 소리와 옆 사람의 소리를 섞어갔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어울리는 소리를 찾아가며, 마침내 아름다운 화음을 완성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섞인 것은 소리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친 사람에게 건네는 짧은 격려, 잘 해내는 사람에게 전하는 따뜻한 칭찬,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응원. 그런 말과 마음들이 조금씩 모여 우리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서로의 마음에도 귀를 기울였다.

 

마침내 무대 위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행복했다. 노래하고 춤추는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며 무대를 즐겼고, 그 순간 나의 행복은 단원들의 행복과 맞닿아 있었다. 단원들이 행복하게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내게 행복이 되었고, 내가 무대 위에서 느끼는 행복 역시 단원들과 함께 나누는 행복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너의 행복이 필요했다. 내가 행복한 공연을 만들고 싶었기에 단원들 역시 행복하기를 바랐고, 단원들이 행복하게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서로의 행복이 서로에게 닿는 순간을 함께했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행복이 객석에 앉은 관객들에게도 잘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우리의 하루를 노래로 전하고 싶었던 이번 공연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또 다른 행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행복을 만들어갈 지보이스의 다음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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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지보이스 단장 
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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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닿을 수 있도록

 

올해로 입단한 지 딱 10년 차. 단장 시기도 지나왔고, 연출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보이스는 아마추어, 그리고 게이 합창단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나도 그렇다. 예술이라 불릴 만한 일들을 몇 차례 해왔지만, 그저 우리 단체가 쌓아온 시간에 내가 더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보태며, 아마추어스럽게, 끼스럽게, 더 모험적으로 시도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확신이 있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공자도 아니고 예술에 대한 심오한 사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 감각과 경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계속 의심하게 되고, 단원들의 의심까지 더해져 공연 내내 머릿속은 혼잡하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냐고? 근원적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재밌으니까. 그게 다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마음을 전하고, 연대의 길이 이어지는 순간은 너무 짜릿하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이 경험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고, 새로운 단원들과 또 다시 공명하는 순간도 여전히 생생하다.

 

올해는 그저 단순하게 가자, 즐거움과 단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아 보자는 생각에서 내러티브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래도 과정은 아무리 줄여도 힘들다. 나뿐만 아니라 공연을 만드는 단원들, 지휘자님, 음악감독님, 반주자님, 단장, 총무 등등 모두들 너무너무너무 힘들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즐거우려면, 그날만큼은 단원들이 세상에서 제일 빛나는 날로 만들어 보자고, 공명의 순간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수많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우연이 겹쳐 공연은 무척 만족스럽게 끝났다.

 

사람들이 자꾸 나보고 T라고 하는데, 나도 감정 많다. 표현을 안 할 뿐^^ 이제 그만 T라고 해….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합창단이든 공연이든 하면서 마음과 노래를 전하는 것 말고는 우리가 크게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다. 마음을 전하는 노래를 꾸준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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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지보이스 연출 
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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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단장님이 친구사이 소식지에 들어갈 공연후기를 쓰라고 한다. 하기 싫다고 단칼에 거절해놓고는 십분도 지나지 않아 키보드를 두들기는 난 뭐냐. 2026년 지보이스 정기공연 ‘무지개빛날’이 무사히 끝났다. 올해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교통은 불편하지만 좀 더 작고 음향이 좋은 공연장을 선택했다. 매년 지보이스 공연을 감상했던 관객들은 올해가 역대 최고로 소리가 좋았다고 했다. 선곡도 좋았다고 했다. 목소리가 지루해질 만하면, 악기 연주자들과의 협연을 했고, 기획의도에 맞는 메시지는 곡 사이사이의 영상이나 일기낭독으로 채워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했다. 앵콜로 배치한 두 곡도 예상했던 대로 킥이 되었다고 한다. 솔직히 내가 느끼기에도 최근 몇 년 사이 공연 중 음향은 최고였고, 관객들과의 교감도 최고였다. 지보이스 초창기 시절, 시설도 음향도 열악했던 작은 소극장에서 공연하면서 관객들과 울고 웃고 했던 그때 그대로였다.

 

처음 출발했을 때, 지보이스는 신선해야했고 도발적이어야했고,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지칠 줄 모르고 내가 가진 것들을 다 지보이스에 쏟아부었다. 가끔 지칠 때면 지보이스가 가진 가치들로 나 자신을 열심히 채우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호받으며 시간들을 채워나갔다. 

 

어느새 이십여 년이 훌쩍 지났다. 한때 그토록 애정했던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들은 이제 신체적으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공연을 준비하면 따라오기 마련인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경험이 쌓여도 결코 줄어드는 법이 없다. 결국 최근 몇 년간은, 매년 어쩌면 올해가 내 마지막 공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렇게 버티다보면 좋았든 아쉬웠든 무대의 막은 내려오고 일 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는 노욕이 스믈스믈 밀려온다. ‘일 년만, 아니 반 년만, 아니 한 달만 더 해볼까?’ ‘아니야. 굳이 여기서 노인 취급 받으면서 버틸 것 있나. 할 만큼 했으니 이젠 내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다른 재밌는 걸 해볼까?’ 라는 곤란한 갈등이 시작된다.

 

한 편, 지보이스는 여전히 젊은 모습 그대로다. 새로 들어온 단원들의 눈빛은 여전히 초롱초롱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모두들 어쩜, 하고 싶은 말이 차고 넘쳐 흐른다. 지보이스의 노래를 듣는 이들 역시 여전하다. 지보이스를 통해 합창(예술)감상은 기본, 자신의 욕망을 대신 충족시켜주고, 자신의 아픔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며, 커뮤니티의 비전도 제시해주길 바란다. 

 

이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내년에도 지보이스에 내가 설 자리가 남아있을까? 내일의 나는 지보이스와 함께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까? 지보이스가 부를 노래를 선곡하거나 편곡하면서 가슴이 뛰는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끝을 알 수 없는 길에 선 채 오늘도 나는 방황하고 있다. 

 

그러나, 방황은 내몫이고, 감사 인사는 드려야지. 올해도 지보이스와 일 년을 보낸 모든 이들, 공연을 같이 만들어 준 단원과 스탭들, 객석에서 함께 무지개가 빛나는 시간을 만들어준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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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지보이스 음악감독 
코러스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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