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96호][활동스케치] #2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with 황두영 작가| 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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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활동스케치]
#2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with 황두영 작가

성소수자 정치는 동네에서 시작된다
성소수자와 앨라이 앞에서 정치학 개론을 강의했다. 정당은 무엇이고 어떻게 조직되며 공천은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가. 교과서 그대로였다. 이 청중과 이 교재가 한 방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성소수자 운동의 말과 정당 정치의 말은 오래 다른 방에서 쓰였고, 두 방을 다 드나든 나조차 둘을 한 책상에 올려놓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자리가 찼다. 평일 저녁에 정당 조직도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강연자가 청중에게서 용기를 얻었다는 말은 상투적이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접점이 없었던 게 아니라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내 게으름이기도 하다. 더 자주, 더 의도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질문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정당 안의 자리다. 정당마다 여성·청년·노동 같은 부문위원회를 두고 소수자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성소수자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성소수자와 앨라이의 연대는 당 안에서 어디에 자리 잡을 수 있는가. 기존 부문에 들어갈 것인가, 새 부문을 요구할 것인가. 나는 답 대신 부문위원회가 실제로 무엇을 쥐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무엇을 쥐고 있는지 알아야 무엇을 달라고 할지 정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더 절박했다. 보수적인 지역 조직에서 성소수자가 어떻게 살아남는가. 지역 조직은 위원장을 꼭짓점으로 한 임명 피라미드다. 자리는 관계로 열리고, 그 관계는 대개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경로를 지난다. 커밍아웃한 채로 그 안에 있는 일, 하지 않은 채로 있는 일. 어느 쪽도 쉽지 않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그래서 결론은 지역이었다. 정당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중앙당이 선언한다고 지역 조직이 바뀌지 않고, 지역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공천도 바뀌지 않는다. 당원이 늘고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표가 무거워지는 요즘 정당에서는 더욱 그렇다. 권력은 동네에서 모인 머릿수에서 나온다. 성소수자 정치의 입구도 거기다. 같은 지역 조직 안에 서로를 아는 두 사람, 세 사람을 만드는 일. 거창한 연대가 아니라 그 정도의 연대.
샤츠슈나이더는 후보를 낼 수 없는 정당은 정당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뒤집어 읽으면, 후보를 내지 못한 집단은 아직 정치에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그날 그 방에 모인 사람들이 하려는 일이 그 연결이다. 정당은 그 연결을 반기지 않겠지만 막지도 못한다. 정당은 늘 밖에서 두드리는 사람들 때문에 바뀌어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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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 86포퓰리즘 넘어서기』
작가 황두영

성소수자 정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란 무엇인지, 우리나라에서 그것이 근시일내에 가능한 것인지. 런아웃의 '정당을 이해하기' 행사 포스터를 보고 처음 떠오른 질문들이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었고,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런아웃을 알기 전에는 성소수자 정치와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이라는 것은 나에게 한국과 거리가 너무 먼 일처럼 느껴졌다. 그저 매번 선거 때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번에는 될까 하고 바라며 투표하는 것, 그리고 나아가 여러 시위에 참여하는 것 정도가 내가 닿아있는 성소수자 정치의 감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지형을 바꿔보려고 하는 곳이 있다니, 그리고 그곳에서 정치와 관련한 세션들을 열고 있다니, 놀라움과 호기심을 담아 참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정당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내 지식은 중,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정당의 정의, 그리고 그 이후 실제 정치에서 본 정당의 모습들로 체화한 정도에 멈춰있었다. 실제 강연에서 접한 정당에 대한 지식들은 이런 이해를 짧은 시간 동안 깊게 넓혀주었다. 정당과 관련된 정치 이론으로 정당을 바라보는 여러 학술적 이론, 그리고 정당이 돌아가는 구조를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정당이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움직이는지 정리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 정당 정치의 특징도 알 수 있어 뜻깊었다. 세계의 추세와 다르게 당원의 수가 증가하는 한국의 요즘 상황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강의 내용은 놀랍게 다가왔고, 이것이 성소수자 정치 진영에 어떻게 작용할지 고민하게 했다. 더해 한국 정당의 작동 방식, 공천 방식에 대해 알게 되어 유익했다. 이런 정보는 정치 안으로 진입하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실제 정치에 도전하는 성소수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강의가 되겠다고 느꼈다.
LGBTQ+ 정치 생태계를 위해 한국에서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RUN/OUT 같은 단체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행사를 기획해 이런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는 것이 큰 든든함으로 다가왔다. 많은 성소수자 정치인, 혹은 성소수자로서 정치에 어떻게 들어갈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런 정보들이, 또 이런 정보를 연결해 주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 그 힘에 나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 흐름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런아웃의 새로운 프로그램 매니저 자리에 지원하게 되어 런아웃에 함께하게 되었다…! :)
런아웃에 10/26부터 출근하며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정당이 무엇이지라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 그래서 정치란 무엇이지, 하며 다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정치의 여러 면모를 이해하고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정치, 그리고 정당. 복잡한 얽힘들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또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 아직은 이것들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이지만 잘해 나가며 성소수자 정치 진영을 꼭 만들어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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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RUN/OUT 프로젝트
프로그램 매니저 최희영

RUN/OUT에서 진행한 황두영 작가의 「정당을 이해하기」 강연에 다녀왔다. 2017년에 정당활동을 시작했으니 정당이라는 조직에 나는 꽤 익숙하다. 정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할 기회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 강연이 궁금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퀴어 친구들이 정당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싶었다. 또 정당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 그 안에서 활동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당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설명되는지도 궁금했다. 같은 정당을 두고도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공간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세계일 수 있다. 특히 성소수자에게는 정치에 참여한다는 일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제와 맞닿을 수도 있다. 정당활동을 해오면서도 커밍아웃하지 않은 나 역시 이 문제를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강연에서는 정당의 구조나 기능을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그 정당에 누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한국 정치에서 성소수자는 종종 논쟁의 대상이 된다. 정당들은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입장을 요구받거나,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계산한다. 그러나 정작 성소수자가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등장할 기회는 얼마나 충분한가. 정당이 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대표하는 기구라면, 중요한 것은 성소수자의 요구를 얼마나 들어주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정당의 결정에 참여하고, 때로는 정당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가까지 물어야 한다.
정당정치의 내부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정치적 대표성의 문제를 조금 더 넓게 생각하고 싶다.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인 정당을 만드는 일과 성소수자가 직접 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일은 닮아 있지만 같지 않다. 이번 강연이 내게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그 차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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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을 이해하기 with 황두영
참가자 에바(EVA)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애쓰며 우리가 막연히 느껴온 제도적 벽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 벽 앞에서도 누적적 변화와 확장적 사고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흡사 대학교 정치학 개론과 한국 정치(1)의 한 학기 내용을 두 시간에 압축한 듯한 강의였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고 주요 이슈마다 내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들을 담아내는 그릇인 정당을 구체적으로 배운 건 처음이었다. 정당이 정치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지,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이번 강의의 뼈대였다.
강의에 따르면 정당은 정치를 '객관식'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복잡한 사회 문제를 명료한 선택지로 정리해 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객관식은 정답과 정답이 아닌 것을 분명하게 가른다. 그 과정에서 어떤 목소리는 배제되고 버려질 수 있다. 그보다 먼저, 선택지에 오르려면 일종의 '진입장벽(threshold)'부터 뚫어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느껴온 답답함과 막막함은 아마 이 벽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
그럼에도 강의 노트에는 두 문장이 남았다. 하나는 "누적적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내 맥락을 잊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할 수 있는 힘"이다. 벽 앞에서도 쌓이는 누적 데미지의 힘을 믿고 싶었다. 내 자리에서 출발해 타인에게로 넓어지는 생각에도 기대를 걸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적어둔 말들이 아닌가 싶다. 한 학기 분량의 수업을 일목요연하게 풀어주신 황두영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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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한윤하

성소수자에게 정치란 실망의 연속이다. 성소수자의 권익은 항상 언급하기 꺼려지는 문제이거나 뒤로 미뤄야 하는 문제이다. 가끔 이 사람들은 성소수자도 유권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이따금 소수 정당에서 성소수자 이슈를 가지고 공약으로 들고 오기도 하지만 선거기간 내내 그들은 선출 가능성이 없어서 그들에게 투표하는 것은 표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결국 보수정당에서 선출이 되기라도 하면 그 표 때문에 분산되어서 이렇게 된 거라며 비난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게 바로 정치이다.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는 없고 성소수자도 예외가 아니다.
강의는 정말 유익했다. 정당이 그래서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현시점에서 주로 논의되는 쟁점은 무엇인지, 정당은 어떻게 발전됐고 정당 내에서 의사결정이나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 등 강의 제목대로 정당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강의였다. 해외에서는 성소수자 후보 선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후보자를 육성하기도 한다는 게 꽤 인상적이었다. 또 시대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선거 전략이 생기고 공천 과정도 달라지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이 선출되기도 한다는 점 또한 새로운 정치인을 바라는 처지에서는 기대되는 측면이었다.
과연 한국에서 성소수자 이슈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사실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10년 전에 논의했던 성소수자와 관련한 정치적, 제도적 문제 중 해결된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정당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어야 하는 것일까? 강의 도중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정치인들은 비관적인 것보다 낙관적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나는 인권운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가끔은 도무지 열릴 생각이 없는 두터운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서 이게 문인지 벽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 비관하고 두드리지조차 않는 것보단 그래도 언젠가 열릴 것을 희망하고 그게 설령 벽이라도 두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끈질기게, 더 많은 사람을 모아서 그래도 열리지 않는다면 새롭게 문을 만들어내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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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팀원 찬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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