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96호][커버스토리] "LGBTQ+ Victory Institute" #3 그 길 위에서 : 글로벌 프로그램 만남 후기| 기간 | 10월 |
|---|
[196호][커버스토리]
"LGBTQ+ Victory Institute" #3
그 길 위에서
: 글로벌 프로그램 만남 후기

친구사이 소식지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RUN/OUT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정재훈입니다.
어느덧 RUN/OUT이 첫걸음을 내디딘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가을, 성소수자가 정치적 논의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정치의 주체로 나설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은 시도는 올해 1월 정치축제와 전담 사무국의 출범을 거쳐 조금씩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무엇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분들부터 정당과 국회, 선거와 정책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새로운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조직들, 그리고 국경 너머에서 비슷한 고민을 이어온 동료들까지. 서로 다른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언제나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누구와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성소수자의 정치참여'라는 말은 여전히 낯설고, 그것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기는 데 참고할 만한 경험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점점 분명해졌습니다.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등장은 개인의 용기나 결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실제 정치의 현장에 들어가 성장하기까지는 수많은 관계와 기회, 그리고 그 과정을 지탱하는 조직과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지난 10월 26일부터 31일까지, RUN/OUT은 미국 LGBTQ+ Victory Institute의 글로벌 프로그램 디렉터 마테오 데 라 토레(Mateo de la Torre)를 한국에 초청했습니다. 지난 1월 정치축제에서 시작된 만남을 보다 구체적인 교류와 협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6일간의 일정에서 우리는 친구사이와 무지개행동을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단체, VALID와 NEWWAYS 같은 정치교육·정치인 육성 조직, 망원정x의 페미니스트 정치학교, 정당과 의회에서 활동하는 정치 실무자, 선거에 출마하고 당선된 성소수자 정치인, 그리고 국제협력기관들을 만났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이 성소수자의 정치참여라는 공통의 질문을 가지고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친구사이 정기모임에 함께했습니다. 오랫동안 친구사이의 사무국장을 맡아온 이종걸 사무국장이 은퇴하고, 심기용 신임 사무국장이 새로운 역할을 맡는 자리였습니다. 성소수자의 정치적 대표성을 이야기하며 시작한 일주일의 마지막에, 한 공동체가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을 다음 사람에게 리더십을 이어주는 장면을 만났다는 사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번 방문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인권운동과 정치교육, 정당과 의회, 커뮤니티와 국제협력이 각자의 자리에서 쌓아온 경험과 자원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새로운 통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테오와 나눈 긴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고민은 이어졌습니다. 열네 살에 집을 떠나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대학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던 경험, 미국 의회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시간, 그리고 이제 다른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돕는 일을 하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정치교육과 리더십 프로그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교육하더라도 정당과 정치제도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누군가 새로운 길에 들어서도록 돕는 것뿐 아니라,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관계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Victory Institute와 2027년 공동 Design Lab의 가능성도 논의했습니다. 해외에서 축적된 경험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발전시키고, 새로운 정치 리더를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지원체계를 함께 모색하는 출발점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한 일은 어쩌면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만나자고 제안하고, 서로를 소개하고, 다음 만남을 약속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만남들이 쌓이면서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연결되었고, 막연했던 가능성이 조금씩 구체적인 계획과 관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멉니다. 그럼에도 지난 1년을 지나며 조금은 확신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정치의 미래는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서로를 만나고 연결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만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호에는 6일간의 여정을 담은 방한 기록과 마테오와 나눈 인터뷰, 그리고 이번 만남에 함께한 동료들의 소회를 전합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는지 온전히 남기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왔지만, 결국 비슷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반가움.
그리고 이제는 그 미래를 혼자 상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이번 소식지 기록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길을 돌아보고, 언젠가 그 길을 이어 걸을 사람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길은 어느 한 사람이 혼자 만들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RUN/OUT은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그 길을 조금씩 넓혀가고 싶습니다.
![]()
친구사이 RUN/OUT 프로젝트
프로젝트 리드 정재훈

발표를 마치자 빅토리 인스티튜트의 마테오와 활동가 자헤라는 친구사이가 스스로 역사를 엮어 말할 수 있다는 데 감탄했다. 빅토리 인스티튜트를 비롯해 다른 단체에서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친구사이의 역사에서 몇 장면을 골라 설명했지만, 역사가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지금 사이에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했을 테다. 이들의 축하를 어디까지 오늘의 몫으로 여겨도 좋을지 생각했다.
친구사이의 32년. 그 시간을 누군가에게 소개하려면 매일의 실무에서 조금 떨어져, 친구사이의 선택이 애초의 바람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살펴야 했다. 하루치 업무를 마치기에도 벅찰 때면 활동의 이유까지 정리하라는 요구가 야속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단체의 포부와 실제로 해온 바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국외에서 한국의 성소수자인권운동을 바라보는 이들이 무엇을 궁금해할지 짐작하며 자료를 골랐다. 성소수자의 정치 참여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합창 연습 영상을 틀고 소식지의 글과 사진을 보여주었다. 2013년 게이 부부의 공개 결혼식에서 지보이스 단원들이 혐오를 견디며 노래한 모습과, 뒤풀이에서야 눈물을 보였다는 기록을 나란히 소개했다. 언론은 충격적인 장면에 초점을 두었지만, 친구사이의 자료에는 용기와 안도감을 주고받던 사람들의 반응이 남아 있었다.
문화가 좀처럼 묶이기 어려운 사람들을 한데 모으듯, 정치에 참여할 여건이 서로 다른 사람들도 함께할 방법이 있을까. 커밍아웃한 정치인의 등장을 바라는 만큼, 자기 이름을 밝히거나 활동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과 런아웃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된다. 발표 말미에는 사회를 바꾸는 문화의 힘이 있을지언정, 정작 권한을 가진 이들은 정치가 맡을 몫을 미뤄도 되는지 물었다.
국외의 활동가를 만나는 일은 취미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일상과 멀어 보인다. 막상 바깥의 사람에게 친구사이를 설명하려니, 우리가 모여 우리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있기까지 누가 무엇을 해왔는지부터 돌아보게 됐다. 세계 곳곳에서 극우가 세를 넓히는 지금, 그렇게 마련한 자리도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 있다. 마테오와 자헤라가 활동해온 곳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고 그 자리를 지켜왔는지도 더 듣고 싶다. 한 사람이 정치에서 얻은 힘에도 그를 지지하고 함께 일해온 사람들의 몫이 있다. 한 사람에게 선택지가 늘어난 뒤에도 여전히 같은 차별을 겪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런아웃을 통해 우리에게 정치적 힘이 생긴다면, 그 힘이 누구의 처지를 바꾸고 있는지 계속 물을 일이다.
물들듯 생긴 힘에도 언젠가 물이 빠지는 날은 올 테다. 정치가 가야 할 길이 있다고 정치인은 말하겠지만, 나는 그때도 함께 모여 일해온 성소수자들의 이야기에 머무르는 쪽을 택하고 싶다.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박민영

부끄럽게도 빅토리 인스티튜트라는 조직에 대해 사실 많은 정보와 이해를 가진 상태로 만나뵙진 못했지만, 만남 이후에는 소개해준 런아웃 팀에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서로 활동하는 국가와 환경, 조직 형태와 연차가 너무나 다름에도 유사하면서 선명한 서로의 미션 탓인지, 순식간에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로 나아갔기 때문이에요.
육성 발굴하는 대상은 사뭇 다르기도 하지만, 의회와 정치 참여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봤던 두 팀은 놀랍게도 생각보다 유사한 교육 모델과 전략들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빅토리 팀의 30여년의 내공 속에 단단하게 갖춰진 시스템과 모델들, 많은 사례들을 보며 꼬리 질문들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특히 탤런트 파트 액셀러레이팅 리드로 있는 저는, 정치인 양성 모델에 많은 흥미가 갔고 매우 디테일하게 커리큘럼 코스들을 소개해준 덕에 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글로벌 팀 디렉터로 있는 마테오도 뉴웨이즈의 플랫폼 전략과 2030 유권자 정치 참여 유도 과정에 대해서도 큰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며, 최근 역동하는 시류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연대와 세력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인 가운데 저희의 사례가 큰 영감이 되었다고도 했어요.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과 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뜻깊고 한편으로 뉴웨이즈 일원으로서 자부심이 되기도 했던 자리였던 것 같아요.
헤어지며 다음에 남미에 가게 되면 찾아뵙고 싶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오랫동안 우리 팀도 생존 또는 성장해나가면서 다음 번에 또 서로를 만난다면 얼마나 반가울지 상상만으로도 기대가 됐습니다. 다시 한 번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준 런아웃 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
뉴웨이즈(NEWWAYS) 구성원 대표로
액셀러레이팅 리드 안서영 드림

지난 30일 RUN/OUT과 함께 LGBTQ+ Victory Institute(이하 빅토리)에서 활동하는 마테오와 그 배우자로서 콜롬비아의 활동가 자헤라를 만났습니다. 마테오와 자헤라는 트랜스 당사자 부부이기도 합니다.
남미는 오래 전부터 트랜스젠더의 권리에 있어서 많은 진전을 보여 온 지역입니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자기결정에 기반한 성별변경법을 제정한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적극적 지원 정책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진전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정치라는 무대에 뛰어든 수많은 트랜스젠더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성과이기도 합니다. 다만 최근 남미 지역 여러 국가들에서 극우정권이 집권하면서 다시 한 번 운동과 정치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새롭게 부각되는 과제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당사자의 가시성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동시에 극우적 혐오 선동에 맞서 운동 내의 대비가 항상 갖추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트랜스혐오를 빌미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는 정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우리의 운동 역시 국경을 넘어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평등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빅토리, 마테오와 자헤라 부부에게 응원과 연대를 보내며 자리를 마련해 준 RUN/OUT에도 감사드립니다.
![]()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박한희 변호사

10월 마지막 주, RUN/OUT과 함께 LGBTQ+ Victory Institute(이하 빅토리)를 만났습니다. 빅토리는 성소수자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고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활동하는 국제단체입니다.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제도와 조건 차이를 딛고 성소수자의 정치참여를 확대해 온 빅토리의 경험은, 성소수자 정치세력화라는 오랜 과업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트랜스젠더를 때리며 성소수자 혐오를 증폭하는 정치가 국경을 넘어 확산합니다. 이런 오늘, 성소수자 유권자를 조직하고, 정치적 역량을 강화하고, 성소수자를 위한 정치를 예비하는 빅토리의 노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성소수자 시민의 몫을 찾아줄 정치를 보고 싶습니다. 이를 추동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때로 멀게만 느껴지는 우리와 세계를 연결하고, 닮은 점을 발견하고, 함께 꿈꾸게 하는 것, 이는 RUN/OUT뿐 아니라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과제일 것입니다. RUN/OUT의 활동에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사무국장 권순부(2012년 친구사이를 통해 데뷔)

“요즘 고민이 무엇인가요?” Victory 관계자들이 극우 성향의 성소수자 정치인들과 관계 맺음 하는 일을 꼽았다. 소수자라는 정체성이 같은 정치적 지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들을 배제할 수도, 그렇다고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에 동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설득하고 관계를 맺으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답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지 소수자가 정치하는 세상이 아니라, 소수자가 자긍심을 가지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그러자면 소수자의 자긍심만 이야기하는 정치로는 부족하다.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소수자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 소수자의 자유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의 자유를 넓히는 일이 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승리이고, VALID가 말하는 사랑이며, 우리가 만들어내고 싶은 유효한 변화다.
그래서 Victory와의 대화가 반가웠고, 먼저 같은 고민을 해온 이들의 말에 고개들 자주 끄덕였다. 성소수자와 앨라이 정치인이 소수자 정체성만을 다뤄야 할 이유는 없다는 말이 특해 그랬다. 경제, 안보, 주거, 저마다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대중의 지지를 얻으며 정치적 힘을 키워나가는 것. 그리고 그 힘으로 소수자의 권리도 지키고 넓혀나가는 것. 특별할 것 없지만, 아주 특별한 정치. 저마다의 자리에서 우리는 소수자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기로 하자.
![]()
정치싱크탱크 VALID
공동대표 김형남

LGBTQ 당사자가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그들의 권리와 대표성 문제에 관심이 많냐고? 답은 명료하다. 우리의 자유는 너무나도 진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 나에게 이런 종류의 질문 (또는 가끔의 의구심)은 전혀 어렵지 않다. 진짜 어려운 건 그 다음이다. 네가 지지했던 그 LGBTQ 당사자가 만약 극우주의를 추구하거나 안티페미니즘적 레토릭으로써 세력을 키우고 힘을 얻는다면? 여전히 정치적 존재로서의 성소수자 당사자는 그 자체로 중요하므로 지지해야 하는가. 할 수 있는가.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여성 정치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질문이다. 민주주의 백래시 현상이 전지구적으로 만연하게 목격되는 때에 이러한 충돌은 지극히 현실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내 안에서 충돌하는 질문을 훨씬 더 복잡다단한 심경으로 겪어왔을 Victory Institute 구성원들에게도 똑같이 물었다. 그들의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았던 질문을 곱씹으며 신중히 답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혹시나 그러한 흐름이 주류 당론이기에 고립감과 위협을 느낀다면 ‘우리가 너의 안전지대로써 여기 있음’을 적극 알릴 것이고, 만약 개인의 선택이라면 쉽게 단절하기 보다 최소한 그 발화의 맥락을 함께 들여다보고 대화하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문득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동료들이 한가득 필요하다는 단순명쾌한 원칙이 떠올랐다. 극단적 각자도생을 추구하고 혐오와 차별에 기생한 힘이 득세해 보일 때에도, 더 나은 정치를 상상하고 말하며 설득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동료들이 주변에 있다면 다른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그 작업을 더욱 잘 해내고 싶어서 팀을 만들었고, 지구 반대편에서 다를 바 없는 마음으로 LGBTQ 동료의 곁을 지켜온 이들과 연결되어 많은 지점에서 공명할 수 있었다. 오늘을 시작으로 지금 서로에게 필요한 연결과 영감, 다정과 용기를 계속해서 주고 받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우리 두 단체가 나란히 이름에 품은 진짜 ’승리‘를 마침내 이뤄낼 날을 꿈꾸며!
![]()
정치싱크탱크 VALID
공동대표 양소희

Victory Institute와의 환담에서 가장 크게 와닿은 것은 연대의 필요성이었습니다. 다양성 정책에 대한 반감을 중심으로 뭉친 극우 보수 기독교 세력은 이미 국경을 넘어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한국의 보수 기독교 역시 그 네트워크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소수자 인권에 위협적인 세력이 이렇게 국제적으로 손을 잡고 있는 만큼, 자유와 평등을 꿈꾸는 우리에게도 국경을 넘는 연대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빅토리 인스티튜트가 한국에 보이는 관심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이 결코 녹록지는 않지만, 런아웃 프로젝트처럼 성소수자가 정치의 장에 직접 나서는 시도들과 함께 이번 만남이 소수자의 정치적 대표성을 넓히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정치싱크탱크 VALID
코어팀 임현수 변호사

우선, 한국에서 성소수자 정치를 실천하는 런아웃과 국제적으로 활약 중인 빅토리 인스티튜트, 그리고 망원정X의 페미니스트 정치학교의 이번 만남이 퀴어 페미니스트로서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좋은 소식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빅토리 인스티튜트가 말해주었던 것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멕시코에서 정당 내에 LGBTQ+ 쿼터제가 있고, 레인보우 웨이브라고 불릴 만큼 당선의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멕시 내 보수 정당에서도 성소수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는 정치적 판단이 있고, 정당이 자신들의 소구점으로 성소수자를 내세웠다는 사실이 현재 한국의 분위기와 가장 다른 지점이었습니다. 그런 배경을 들으니 퀴어 혐오와 여성 혐오를 네거티브 전략으로 쓰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 생각나며 씁쓸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퀴어·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이 각 나라에서 폭력과 살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연대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빅토리 인스티튜트가 사람들을 정치인으로 키워내기 위해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그 전략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현재 망원정X의 페미니스트 정치학교 1기 수강생으로서, 빅토리 인스티튜트처럼 현장에서 실제 정치인으로 활약하는 동료 수강생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또한 빅토리 인스티튜트가 당선시키는 전략뿐만 아니라 당선 이후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스트 정치와의 공통점도 느꼈습니다. 단순히 여성이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대로 정치적인 힘을 가지고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그 신념이 다른 소수자들과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이어야 진정한 페미니스트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선 이후의 전략과 당선된 사람을 지지하는 정치적 기반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세계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며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조금 더 희망을 갖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망원정X 페미니스트 정치학교
매니저 임수민

세계 곳곳의 동료들과 함께, 성소수자 정치의 내일을 그리다
화창한 가을날, 덕수궁 돌담길에서 LGBTQ+ 빅토리 인스티튜트(Victory Institute)의 마테오 데 라 토레 씨를 만났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활동해 온 경험을 듣고, 한국에서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어떻게 넓혀갈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만남에서는 입법기관과 정치 현장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치 현장에 함께 하는 동료들과 어떻게 경험을 나누고 서로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성소수자 정치 네트워크인 '런아웃'을 비롯해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더 많은 퀴어 동료를 만나고, 목소리를 넓혀갈 방안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성소수자 정치의 길을 개척해 온 이들의 경험을 들으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 곳곳에 같은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도전을 응원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든든했습니다.
정치 현장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곳입니다. 때로는 지치고 흔들리기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동료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어려운 순간에도 함께 버틸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성소수자들이 정치 현장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성장해야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우리의 삶과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연결과 경험이 앞으로 정치에 참여할 성소수자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언젠가는 우리 역시 다른 나라에서 성소수자 정치의 첫걸음을 내딛는 동료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힘을 보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국경을 넘어 연대의 손을 내밀어준 빅토리 인스티튜트와 마테오 씨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진보당 손솔 의원실
선임비서관 윤재은

10월 중순 쯤 친구사이 재훈 님으로부터 월요일 저녁에 서울에 손님이 오는데 함께 해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평일 저녁에 대구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일정이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성소수자 정치인을 육성하는 기관에서 방한한다는 소식에 기꺼이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성소수자 정치인을 육성하는 기관’이라는 말이 익숙한 단어들의 조합이면서도 낯설게 들렸다. 그런 기관이 한국이 아닌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긴 하구나. 런아웃과 함께 하면서도 그런 기관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LGBTQ+ 빅토리 인스티튜트 글로벌 프로그램 팀이 있는 콜롬비아에서 여기 한국까지 먼 발걸음을 한 두 사람과 같이 종로3가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은 통역의 역할을 자처한 태민님을 통해 소통했지만 한국 정치 영역에 대한 궁금함은 그대로 전해져왔다. 국제적인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역할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 있는 활동가들이 중심적으로 전개해나가는 역할이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국제교류에 대한 성과나 경험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 시간이 스스로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새로운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결국 나에게는 서울이 아니라 왜 대구인지를 계속 찾아가는 순간이다. 끈질기게 이 곳에서 살아가고 목소리내야만 하는지. 런아웃 프로젝트를 통해 이 지역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더욱 발견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또 다양한 역할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제법 즐겁고 의미있다. 나의 그 다음 발자국이 어디로 향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시각을 넓혀주는 순간들을 자양분 삼아 무엇이든 이 다음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정치를 도구로 희망을 상상하는 일. 그런 일이 스스로를 위한 일이라고 믿는다.
![]()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 동구 기초의회
출마자 임아현

한국에서 커밍아웃한 정치인으로 활동하다 보면, 때로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너무나 견고하게 느껴집니다. 제도적 한계와 사회적 편견을 마주하면서 무엇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험을 접하면 익숙했던 현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번 Victory Institute 글로벌 프로그램의 마테오와의 만남도 그러했습니다. 각국의 정치적·사회적 환경은 다르지만, 성소수자의 권리와 정치적 대표성을 둘러싼 변화와 저항에는 공통된 흐름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을 국제적 맥락에서 살펴보니, 막막하게 느껴졌던 문제들을 조금 더 객관적이고 전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배울 점을 발견하는 동시에, 우리가 마주한 과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Victory Institute의 활동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성소수자가 정치의 주체로 성장하고, 선출직 정치인으로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제게도 하나의 가능성이자 도전이었습니다. 그동안 멀리서 지켜보았던 활동의 경험과 고민을 직접 들을 수 있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 정치를 해나가는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진심 어린 응원과 용기를 전해준 마테오에게 감사했습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 국제교류는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경험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현실에서 쌓아온 경험을 나누며 함께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임을 느꼈습니다.
저는 성소수자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가 단순히 성소수자 정치인의 숫자를 늘리는 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삶의 경험이 정치의 언어가 되고, 그동안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목소리들이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현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의 변화를 배우면서, 한국에서의 경험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이번 만남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의 도전이 서로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 마포구 기초의회
당선자(재선) 차해영
[196호][이달의 사진] 이종걸 사무국장의 다음 챕터
기간 : 10월
기간 : 10월
[196호][성장보고] 숫자로 보는 친구사이 ③ 세지 못한 것들
기간 : 10월
기간 : 10월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