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95호][성장보고] 숫자로 보는 친구사이 ② 나갔거나 다시 돌아온 것들| 기간 | 9월 |
|---|
[195호][성장보고]
숫자로 보는 친구사이 ②
나갔거나 다시 돌아온 것들
- 사람과 자리 -
지난 편에서 들어온 마음을 세었다. 세 해 모두 여덟 할이 회원에게서 왔다는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그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를 적는다. 마침 올해 회계 계정과목을 새로 짰다. 사무비와 재산조성비, 사업비로 갈리고 그 안이 다시 인건비와 운영비, 사업별로 나뉘는 구조다. 그리고 2024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의 장부를 모두 이 새 잣대로 다시 입혔다. 만 사천 줄, 거래로 치면 4,239건이다. 한 줄 한 줄에 어느 사업의 어떤 항목인지를 다시 붙이는 일이었다. 이번 편의 숫자들은 그렇게 다시 세어본 결과다. 지난 편과 마찬가지로 2024년과 2025년은 한 해 전체를, 아직 절반을 지난 2026년은 상반기까지를 적는다.
하나. 절반은 사람이다

지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몫은 2024년 43.6%, 2025년 53.8%, 올해 상반기 46.6%였다. 세 해 모두 가장 큰 항목이다. 금액으로는 2024년 한 해 7,931만 원, 2025년 1억 1,004만 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1억 1,970만 원이 나갔다. 반년 만에 지난해 한 해치를 넘어섰다.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4년과 2025년 상근활동가는 세 명이었다. 올해 3월에 여섯 명이 되었고, 5월 말에 한 명이 더 합류해 지금은 일곱 명이다. 10월 말 사무국장이 활동을 마치면 다시 여섯 명이 된다.
인원이 같았던 2024년과 2025년 사이에도 인건비는 3천만 원 넘게 늘었다. 2024년 10월을 기점으로 한 단계 오른 수준이 이듬해 열두 달 내내 이어진 결과다. 세 사람에게 치르는 값이 달라진 것이다. 새 계정 체계에서 인건비는 급여만 뜻하지 않는다. 사회보험 사업주 부담분과 퇴직적립금이 같은 항으로 묶였다. 올해 상반기 사회보험료는 1,571만 원, 퇴직적립금은 821만 원이었다. 사람을 고용한다는 것은 월급을 준다는 뜻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려울 때와 일을 그만둔 뒤까지 함께 준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값이 여기 적혀 있다.
인건비는 사무국과 런아웃으로 나뉘어 기록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사무국 6,910만 원, 런아웃 5,060만 원이다. 런아웃 쪽은 전액 외부 기금으로 충당된다. 지출의 절반 가까이가 인건비라는 것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나는 이것이 친구사이가 하는 일의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전화를 받는 일, 모임을 준비하는 일, 소식지를 만들고 회원을 만나는 일.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은 누군가의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그 시간에 값을 치르는 것이 인건비다.
둘. 스무 해 된 방 한 칸

올해 상반기 지출의 21.6%는 공간에 쓰였다. 5,561만 원이다. 지난 두 해를 통틀어도 194만 원뿐이던 항목이다. 5월 한 달 동안 진행한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와, 그에 따른 집기 마련에 들어간 돈이다. 2006년 5월 묘동빌딩 302호에 처음 이사 온 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공사였다. 스무 해 만이다. 공사하는 동안 마음연결 전화상담은 잠시 멈췄고, 지보이스와 책읽당과 언니의 분장실은 모일 곳을 잃었다. 사무국은 공유 오피스와 재택근무를 오갔다. 그 한 달의 불편이 장부에는 몇 줄의 숫자로만 남아 있다.
공사비는 대부분 외부 기금에서 나갔다. 회원들이 보낸 돈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대신 그 방을 스무 해 동안 달마다 지켜온 것이 회원들의 돈이었다. 이 방들은 원래부터 있었다. 사정전과 교태전에서 회의와 모임과 연습은 늘 해오던 일이었다. 이번 공사는 없던 공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여기서 이어지던 활동이 조금 덜 불편하게 계속되도록 조건을 손본 일이었다. 두 방 사이에 활짝 열리는 문을 달아 사람이 많을 때는 하나로 쓸 수 있게 했고, 흩어져 있던 수납을 한쪽으로 모았다.
그렇다면 이 방들은 그동안 얼마어치의 일을 해온 걸까. 궁금해서 셈해보았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사무실에서 열린 모임과 회의는 쉰 번 남짓이었다. 소모임과 운영회의, 기획회의를 합친 숫자다. 한 번에 두 시간씩만 잡아도 한 달에 백 시간이다. 종로 일대에서 스무 명 남짓 모일 공간을 빌리면 시간당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쯤 한다. 낮은 쪽으로만 계산해도 한 달 150만 원, 한 해 1,800만 원이다. 이 방이 없었다면 해마다 그만큼을 밖에 내야 했을 것이다. 여기에 옥상이 있다. 3월 정기모임 '친구사이 NEXT'도, 6월 웰컴데이도 옥상에서 열렸다. 지보이스가 노래하고 무지개행동과 행성인, 성소수자부모모임, 게이법조회를 비롯한 여러 단위가 함께한 자리였다. 공사 기간에는 짐을 쌓아두느라 방수 천막을 덮어두었던 그 옥상이, 평소에는 사정전이 감당하지 못하는 규모를 받아낸다.
그래도 밖을 빌릴 때가 있다. 사정전은 쉰 명 남짓까지는 넉넉하지만 그보다 많이 모이는 자리는 어렵다. 매달 여는 잉구사이 정기모임이 그렇고, 큰 행사들이 그렇다. 올해 9월까지 대관비로 1,021만 원이 나갔다. 공간이 모자라서 쓴 돈이라기보다, 사람이 많이 와서 쓴 돈에 가깝다. 그런데 이 셈은 공간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방이 비어 있으면 아무것도 아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쉰 번의 모임은 쉰 번 그 자리에 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뜻이고, 1,800만 원은 결국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숫자다.
셋. 작은 숫자들의 살림

임대료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2,178만 원이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255만 원이다. 공간에 드는 돈 가운데 가장 큰 항목이다. 그 아래로는 작은 숫자들이 이어진다. 올해 상반기 전기료 108만 원, 수도료 18만 원, 전화와 인터넷 요금 53만 원. 복합기와 정수기를 빌려 쓰는 값이 123만 원, 회계 프로그램과 후원 관리 시스템 사용료가 119만 원이다. 수도료는 세 해 내내 달마다 3만 원씩, 한 해 36만 원으로 똑같았다. 임대차 계약에 정액으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줄을 볼 때마다 나는 장부가 단체의 일상을 꽤 정직하게 담고 있다고 느낀다. 한 가지 더 적어둘 것이 있다. 지난 세 해 동안 잡지출과 예비비로 나간 돈은 0원이다. 예산에서 어디로도 분류되지 않은 채 빠져나간 돈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 숫자들은 매달 소식지 재정보고에 실린다. 이번 연재는 그 매달의 기록을 세 해치 모아 다시 세어본 것에 가깝다.
넷. 그 돈이 만든 자리들

사업에 쓴 돈은 2024년 7,030만 원, 2025년 6,125만 원, 올해 상반기 6,263만 원이었다. 새 계정 체계는 이 돈을 세세하게 적어두게 되어 있어서, 이제는 어떤 자리에 얼마가 쓰였는지 이름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회원과 커뮤니티를 향한 사업에서는 정기모임 71만 원, 웰컴데이 94만 원, 떡국잔치 85만 원, 커뮤니티리더 71만 원, 지보이스를 비롯한 소모임 79만 원이 쓰였다. 성소수자 평등의 날에 62만 원, 퀴어문화축제에 41만 원, 연대사업에 140만 원이 나갔다.
마음연결 쪽은 무지개연결 356만 원, 퀴어들의 산책모임 218만 원, 전화상담 64만 원, 무지개돌봄 39만 원, 사별자 자조모임 10만 원이다. 한 사람이 전화를 걸어오는 일에도 값이 든다. 런아웃은 규모가 다르다. 임팩트 캠페인과 정책개발, 홍보에만 2,200만 원 넘게 들었다. 상반기 사업비의 3분의 2가 여기 있다. 그리고 후원자소식에 356만 원이 쓰였다. 지금 읽고 계신 이 글을 만들고 보내는 데 든 돈이다. 회원에게 말을 거는 일에 쓰는 돈만큼은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
소식지는 2024년 1월 163호부터 지난 6월 192호까지, 서른 달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나갔다. 받는 사람은 1,160명에서 1,468명으로 늘었다. 그 가운데 천 명 남짓은 후원회원이 아니다. 친구사이를 알고 있고, 소식은 받아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열어보는 비율은 조금씩 낮아졌다. 2024년에는 열 명 중 셋이 열었고 올해는 넷 중 하나쯤이다. 다만 사람 수로 세면 매달 350명 안팎으로 세 해 내내 거의 같다. 새로 오신 분들이 아직 습관이 들지 않은 것에 가깝다. 그리고 열어본 뒤 링크를 눌러 들어오는 비율은 31%에서 35%로 오히려 올랐다.
한 가지 더 있다. 얼마 전 후원자들의 메일 열람 기록과 후원 지속 여부를 나란히 놓고 본 적이 있다. 소식지를 열 번 중 일곱 번 넘게 열어보는 사람들은 열에 아홉이 후원을 이어가고 있었다. 거의 열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열에 셋 남짓이었다. 뜻밖이었던 것은 그다음이다. 메일을 자주 여는 것과 후원 금액 사이에는 이렇다 할 관계가 없었다. 많이 읽는다고 더 많이 내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계속 함께하느냐와는 뚜렷한 관계가 있었다. 읽는 일이 곧 남는 일이었던 셈이다. 356만 원은 그러니까 돈을 더 걷으려고 쓴 돈이 아니라, 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쓴 돈에 가깝다. 몇 사람이 그 자리에 왔는지는 장부에 적히지 않는다. 회계는 돈이 나간 것만 적을 뿐 사람이 온 것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셀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참여비다. 참여비는 한 사람이 한 번씩 따로 내기 때문에, 들어온 건수를 세면 그 자리에 온 사람 수가 나온다. 그렇게 세어보니 2024년에 573번, 2025년에 691번이었다. 올해는 9월까지 572번이다. 지난해 대통합퀴어파티에 172명, 생활법률 강의에 87명, 송년회에 66명, 웰컴데이에 60명이 참여비를 냈다. 올해는 잉구사이에 206명, 웰컴데이에 54명, 혼인평등 워크숍에 50명이다. 물론 참여비가 없는 자리는 여기 잡히지 않는다. 산책모임도, 무료로 여는 강연도, 그저 사무실에 들른 걸음도 세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셀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일부일 뿐이다.
다섯. 줄어든 것이 아니라 아낀 것

사업비 안쪽만 보면 회원과 커뮤니티를 향한 몫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2024년에는 사업비의 72%가 그쪽에 쓰였는데 2025년 55%, 올해 상반기에는 19%다. 숫자만 놓으면 그렇다. 그런데 사정은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마음연결을 예로 들어보겠다. 2024년 마음연결 사업에 쓴 돈은 1,801만 원이었고, 전액 회원들이 보낸 후원금이었다. 2025년에는 사업이 커져 2,571만 원을 썼다. 그런데 이 가운데 1,580만 원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한 민관협력사업비였다. 후원금에서 나간 돈은 991만 원, 전해의 절반이다. 사업은 더 크게 하면서 후원금은 덜 쓴 것이다.
올해는 그 협력사업비가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늘었다. 런아웃 역시 커뮤니티 투자 사업을 외부 기금으로 하게 되었다. 지난해까지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던 돈이 국가와 여러 기관의 협력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것은 사업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후원금을 아낀 것이다. 그리고 아낀 만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새로운 커뮤니티 사업을 벌일 여력과 발판이 생겼다는 뜻이다. 여기에 사무실 공사로 상반기 한 달을 통째로 쓰지 못한 사정이 겹쳐, 지금까지의 숫자가 낮게 보이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 숫자는 연말이 되면 꽤 달라질 것이다. 10월 18일 일요일에 지보이스 정기공연이 있고, 11월에는 하트나잇볼과 책읽당 낭독회가 있다. 11월 말에는 정기총회와 선거가 열리고, 그다음에는 송년회다. 남은 석 달 동안 사업비가 쓰일 예정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지금이, 말하자면 그 돈이 쓰이기 직전이다. 장부에 적히기 전의 자리들이 곧 열린다. 숫자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만나실 기회이기도 하다.
여섯. 회원의 돈과 기금의 돈은 다른 일을 한다
올해 상반기 지출을 재원별로 갈라보았다. 외부 기금에서 나간 돈은 36%가 인건비, 36%가 공간, 26%가 사업이었다. 회원들이 보낸 돈은 60%가 인건비, 22%가 사업, 16%가 운영비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공모사업비는 사업을 하라고 주는 돈이다. 기금은 정해진 일에만 쓸 수 있다. 상근활동가의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와 매달 나가는 사회보험료는, 그 어떤 기금도 대신 내주지 않는다. 그러니 회원들이 보낸 돈이 한 일은 이것이다. 친구사이라는 단체가 계속 존재하게 하는 일. 사람이 출근하고, 전화를 받고, 불을 켜두는 일. 수도료 3만 원이 서른 달 넘게 꼬박꼬박 나간 일. 지난 편에서 후원금의 여덟 할이 회원에게서 온다고 적었다.
이번 편을 쓰고 나니 그 문장을 다르게 읽게 된다. 회원들은 친구사이의 어떤 사업을 후원한 것이 아니라, 친구사이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후원해온 것이다. 그리고 그 몫이 꼭 돈이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9월의 쉰 번처럼, 그 자리에 와서 방을 채운 일도 장부에 한 줄 적히지 않은 채로 1,800만 원이 되었다. 무엇을 보내든 무엇을 하든, 이 살림은 그렇게 여럿의 몫으로 굴러왔다. 다음 편에서는 이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돈으로 세지 못한 것들을 세어볼 생각이다.
다음 편 ③ 세지 못하는 것들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김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