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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호][커버스토리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 #1] 나아가기, 퇴출하기, 함께 하기
2026-06-10 오전 1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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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5월 

 

 

[191호]

[커버스토리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 #1]

나아가기, 퇴출하기, 함께 하기

 

 

2026년 5월, 친구사이 RUN/OUT은 여러 장소에서 민주주의를 묻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대문의 노회찬의 집부터 부산 모퉁이극장, 마포 언니네트워크 책방꼴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오가며 〈태국 민주주의〉 북토크, 〈이반리 장만옥〉 GV,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상영회 등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5월 17일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맞아, 16일 서울 도심에서는 성소수자 평등대회가 열렸고, 17일 성수동 도만사에서는 〈SEOUL MAY DAY 2026: 다양성〉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는 그 5월의 현장들을 따라가며, 오늘의 민주주의가 누구의 삶을 지키고 있는지 묻는 기록입니다. 5·17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새롭게 선언한 일, 선거 과정에서 반복되는 혐오 캠페인에 맞선 일, 태국 민주주의의 현재와 한국 퀴어 정치의 오래된 기억을 함께 읽은 일,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다양성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지 질문한 시간들은 서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성소수자의 삶이 민주주의의 바깥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민주주의가 얼마나 넓고 단단한지를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민주주의는 단지 투표하고, 선거를 치르고, 제도를 운영하는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가, 혐오와 배제 앞에서 혼자 남겨지지 않는가, 도시와 공동체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는 이미 민주주의의 빈틈을 드러내고, 그 경계를 넓히며, 더 많은 시민의 삶을 함께 지켜나가는 민주주의의 당당한 주체입니다.

 

 

 

chingusai_logo.png 1. 평등으로 나아가기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2026년부터 5월 17일을 ‘성소수자 평등의 날’이라고 다시 선언하기로 했다. 5월 17일은 1990년 WHO에서 동성애를 질병 목록에서 삭제한 날이고, 세계적으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이라고 명명하고 기념해왔다. 영문자로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Intersexism and Transphobia 라고 하고, IDAHO 혹은 IDAHOBIT 이라고 약칭을 쓴다. 한국은 아이다호라고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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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2일 청와대 분수 앞에서 사전에 진행된 517성소수자평등의날 선포 기자회견

 

 

이렇게 명칭을 한국식으로 다시 부르게 된 것은 부정어가 연속되는 ‘혐오반대’라는 표현이 수세적이고, 더 직관적이고 우리의 가치를 더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이름을 사용하자는 제안이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 사이에서 그간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체로 평등의 날로 제안된 것은 혐오 반대를 넘어 실질적인 평등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집회 이름도 성소수자 평등대회로 수정되어 다시 선포되었다. 단체와 108인의 평등위원이 함께 성소수자 평등대회를 개최했다. 성소수자 평등대회는 1000여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하며, 2026년 5월 16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되어 서울시청까지 행진하고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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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6일 성소수자 평등대회 참여자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구호를 외치는 사진(위)과 성소수자 평등대회 선언문 낭독자 사진(아래)

 

 

나는 국제적인 호칭을 한국의 흐름에 맞춰 명칭을 변경한 것은 선도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훨씬 선명하게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이름으로 변경된 것도 긍정적이다. 몇 가지 고민되는 지점은 이 날이 한국에서 5.17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제와 5.18 광주항쟁 대회가 열리는 기간이라 인력 분산이 쉽게 이뤄진다는 것인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평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여러 캠페인을 고민하면서 생각한 것은 6월 LGBTQ+ 자긍심의 달이 각국의 기업, 퀴어퍼레이드와 연계되어서 확산되며 성소수자 커뮤니티도 잘 이해하고 있는 기간인 것과 별개로 5월 17일 성소수자 평등의 날에 대한 이해도는 그에 비해서 낮다는 판단이 있었다. 또한 선명한 가치를 드러내며 의제를 정부와 사회 전반에 요구하는 평등대회도 집회와 친화적이지 않거나 나올 여력이 없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애초에 평등대회가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와 같은 조직이나 집회 참여 의사가 높은 시민들이 주로 접근하겠지만, 그래도 이 날을 알리고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요구를 집단적으로 가시화하는 일 또한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커뮤니티 안에서도 함께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친구사이는 몇 가지 색다른 시도를 했다. 뮤지션 전재완과 함께 <운명따위>라는 곡을 만들고, 1분짜리 릴스와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cdWFqtAKpo )을 공개했다. 전체 곡은 유통사와 협의되는 대로 또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화요일마다 친구사이 공간을 사용하고 계시는 성소수자 약물중독자 자조모임 무지개NA 구성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약물을 사용하는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평등대회 참여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면, 평등의 날의 결을 살려 삶과 커뮤니티의 고민을 담아 문화화하는 작업이 5월에 매번 이어져도 좋겠다는 아이디어다.

 

 

 

chingusai_logo.png 2. 혐오 캠페인 퇴출하기

 

성소수자 평등을 선언한 바로 다음 주,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선거운동 기간은 우리가 왜 더 가치를 선명하게 선제적으로 드러내야 하는가 하는 필요성을 더 뒷받침해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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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5월 20일 6.3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서울 교육감 후보 중 1명이 서울 전역에 게시한 성소수자 혐오 현수막이 문제가 되었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출퇴근길, 등하굣길, 산책길 등 일상에서 그 현수막을 마주쳐야 하는 고역을 토로했다. “동성애 퀴어 교육 추방”이라고 쓰인 선거 구호였다. 친구사이는 바로 규탄 성명을 내고, 이런 혐오 선거현수막이 공적인 선거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게시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넓은 의미로 성소수자들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일인지 주장했다. 시민들에게 이 현수막을 찍어 제보해주시고, 마주했을 때의 심정을 이메일로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메일을 쓰는 게 꽤 품이 드는 일임에도 10명이 넘는 분들이 분노와 슬픔에 찬 이메일로 제보를 주셨다.

 

“저들의 몰상식, 몰염치하고 저급, 저능한 반사회적 증오범죄 행태로 인해 선거 기간 내내 시민들은 강제로 노출되어 원치 않은 역겨움을 느끼며 지켜봐야 했습니다.”

 

“길 가다가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특히 미성년 아이들에게까지 이런 차별과 혐오가 여과 없이 노출되도록 방치한 선거관리위원회에 화가 났습니다. 이러한 폭력에 노출된 직간접적인 결과를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

 

“현수막에서 주장하는 '퀴어/동성애 교육'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12년 정규 교육과정에서 단 한 번도 퀴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배운 적이 없으며, 유일한 경험은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의 10분가량의 설명뿐이었습니다. 애초에 없는 교육을 심각한 문제인 양 내세우는 저 현수막은 성소수자에 대한 불안과 혐오를 조장하려는 정치적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인권침해가 ‘피해’임은 단순히 선언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구체적인 경험에서 우리의 영혼과 존엄성을 훼손하고, 인간됨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귀납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연역적인 규범을 형성한 것이 인권규범이다. 친구사이는 6월 이내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적인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공공연히 삶을 모욕당하는 제도 안에서 평등한 참정권은 보장될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최근 서울 강남구 투표 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분개하는 시민들 중에는 그간 선거관리위윈회가 성소수자와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들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을 절실하게 해오지 않았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참정권이 이 나라의 근간이면서도 그 시스템이 부패하고, 또 그 시스템이 허무한 절차주의에 매달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나아가 혐오현수막을 게시한 교육감 후보는 선거공영제에 의해서 선거비 보전을 받는다. 세금으로 혐오현수막이 게시된 꼴이 된 것이다. 공적인 제도에서 이렇게 차별과 혐오를 비용을 대주는 것이 정의로운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chingusai_logo.png 3. 인권 조직과 함께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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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9일 친구사이 회원들이 윤석열 퇴진 광장의 무지개존에서 함께 모여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진
 

 

각자의 삶에서 이미 자신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친구사이와 같은 인권 조직과 연결되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에 항상 고민이 많다. 친구사이는 특히 나름의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인권운동에도 나서고 있고, 커뮤니티와 인권운동의 연결을 조직의 임무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대중운동으로서도 역할도 고민이다. 퀴어나 인권 이론은 더 깊어져 가는데, 아직도 대중적인 경험은 성소수자를 친구나 동료, 이웃으로 여기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운동이 시작한지 30여년 지났음에도 여전히 일상의 커밍아웃 자체가 이슈가 되는 한국이다.

 

난 친구사이가 ‘성소수자를 둘러싼 관계의 경험’을 설계하고 조직하고 조력하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아직 더 보완되어야 할 지점들은 있지만, 2024년 30주년 행사를 치루고 그 방향으로 더 세밀하게 설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수치적인 성과도 잘 기록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경험적이고 질적인 전환을 이뤄내고 싶다. 인권단체가 하는 일과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좀 더 단단히 삶의 가치를 지켜내는 사람들이 확산하길 바란다. 친구사이는 지난 5월부터 친구사이의 네트워킹을 더 단단히 할 DB 담당자가 업무를 새롭게 시작했고, 회원지원팀도 앞서 말한 ‘경험’의 설계에 더 주안점을 두고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인권 어렵고 뎌딘 변화에 효용감도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더 많은 이들이 평등으로 나아가는 길에 함께 하기에 드러나는 용기와 기분 좋은 품을 낼 수 있도록, 혐오를 퇴출하는 과정에서 외롭게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30년 역사의 친구사이와 함께 하는 것을 꼭 진지하게 고민해봤주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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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심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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