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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호][커버스토리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 #1] 자긍심에서 민주주의까지
2026-07-03 오후 12: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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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 

 

 

[192호]

[커버스토리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 #1]

자긍심에서 민주주의까지

 

 

민주주의는 성소수자 공동체 안에서 오래도록 ‘소수의견을 보호하는 제도’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다수결의 폭주를 막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사회 안에 함께 놓기 위한 장치로서 민주주의를 말해왔습니다. 물론 이러한 원칙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혐오와 배제의 대상으로 쉽게 밀려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우리를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묻고자 합니다. 성소수자를 지키는 민주주의란 단지 ‘소수의견을 들어주는 민주주의’에 머물러도 되는가. 성소수자의 권리가 누군가의 선의와 관용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 스스로가 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대표되는 구조를 만들 수는 없는가. 이번 커버스토리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지난 5월 커버스토리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라는 문장을 광장과 축제, 선거 현장에서 확인해 왔습니다. 성소수자는 민주주의의 수혜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이자 활동가이고, 유권자이며, 정치의 주체였습니다. 이제 RUN/OUT은 그 문장을 다시 뒤집어 묻습니다. 민주주의는 성소수자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리고 성소수자는 어떤 대표와 리더를 통해 민주주의를 더 넓고 깊게 만들 것인가. 민주주의가 성소수자를 지킨다는 말은 법과 제도가 우리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경험을 알고 말할 수 있는 대표와 리더가 공적 공간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과 선거, 시민사회와 커뮤니티 곳곳에 성소수자 당사자와 앨라이 리더가 더 많이 등장할 때, 민주주의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우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는 6월 한 달간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다양한 리더들을 만나며 이 질문을 함께 나눈 여러 장면들이 담겨 있습니다. 프라이드 엑스포에서 열린 〈자긍심에서 민주주의까지〉는 총학생회장부터 공직선거 출마자까지 성소수자 리더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어떻게 정치의 언어를 만들어왔는지 나눈 자리였고, 일본 오츠지 가나코 전 의원과 한국 레즈비언-여성 퀴어 커뮤니니티 간의 만남은 동아시아에서 커밍아웃한 정치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어떤 상상력과 용기를 주는지 보여주었습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열린 게이 커뮤니티 리더 모임은 공동체 안에서 축적되고 분화되어 온 문화가 어떻게 모두의 리더십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성소수자 당사자가 대표로서 정치에 등장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성은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대표가 되는가를 넘어, 그 대표가 어떤 삶을 대변하고, 어떤 제도를 만들며, 누구와 함께 책임을 나누는가입니다. 성소수자 리더십은 먼저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공동의 언어로 바꾸고, 더 많은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며, 다음 사람이 나설 수 있는 조건을 남기는 책임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성소수자를 지키는 민주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완전한 제도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의 곁에 서며, 다시 다음 사람을 밀어 올리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만들어질 것이라 친구사이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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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 프라이드엑스포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시작되는 변화가 있습니다. 흔히 변화는 행동에서 시작된다고 하지만, 조금 놀랍게도 우리에게는 드러내는 것,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변화를 시작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나와는 삶의 경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정체성 때문에 숨어 살아갈 것이라 여겨졌던 누군가가 스스로를 드러내고 옆자리에 앉는 순간 방 안의 공기는 달라지고, 공론장의 말들은 한층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이번 토크쇼 오프닝 O/X 질문 중 '성소수자 정치인이 늘어나는 것이 성소수자 정책이 늘어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질문에 패널분들은 모두 O를 들어주셨습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요.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까지 가야 할 길이 천 리라면, 스스로를 드러낸 정치인과 리더가 이 나라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공기를 바꾸는 것이 그 첫걸음일 수 있겠습니다.

 

스스로의 삶의 선택권을 위해 커밍아웃한 박한희 변호사님, 교지 속 혐오 발언에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낸 이정우 박사님, 대구에서 처음으로 무지개 깃발을 든 임아현 후보님. 세 분의 이야기는 저마다 달랐지만, 존재만으로 시작된 변화가 있었다는 점만은 같았습니다. 지난겨울 계엄의 광장에는 성소수자를 가시화하면서도 안전한 공간이 되어준 '무지개존'이 있었고, 그곳에는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라는 피켓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제 그 문장을 뒤집을 차례입니다. 스스로를 드러낸 리더들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도록,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를 함께 꿈꾸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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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한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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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 프라이드엑스포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지난 해 겨울 광장에서 셀 수도 없이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그 광장이 지금 닫힌 지금 성소수자에게 민주주의는 무슨 의미인지, 민주주의가 성소수자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RUN/OUT의 <자긍심에서 민주주의까지>에 패널로 참여하면서 그 고민들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더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분명히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지방선거 과정에서 후보에 의해 동성애 OUT이라는 혐오표현이 공공연하게 전시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토크 시작하면서 나온 OX 질문에서 저를 포함 모두가 자신을 정치인이라 답하고, 성소수자 정치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혐오의 시대에 맞서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성소수자 정치인이 나오고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치가 이루어질 필요성을 성소수자 활동가이자 한 명의 당사자로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 길을 만들어가는 RUN/OUT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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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박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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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 프라이드엑스포

 

 

이번 발표를 위해 오래된 순간들을 찾아내고 싶었다. 활동하던 대학 퀴어동아리 블로그를 뒤져 보다 감상에 빠지기도 하고 반가운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 중 10년 전,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와 함께한 군형법 92조의6 ‘추행죄’ 폐지를 위한 전국순회 캠페인에 참여했던 반가운 사진을 찾기도 하고, 출마했던 지역에 자리한 게이 술집의 ‘형님’ 들에게 인사하러 다닌 사진도 찾았다. 재작년 탄핵 정국에서 무지개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섰던 나와 가장 근래, 결혼 운동으로 바쁜 나날들까지. 10년 넘는 시간 지역에서 성소수자로서, 혹은 정당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해왔다.

 

나의 단점은 하나의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한 가지는 변함없었다. 내가 발딛고 살아온 대구에 늘 있었다는 것. 앞으로는 나의 환경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쌓여서 나를 만들었다는 것. 오래된 사진들을 보는 게 새삼스레 좋았다. 지금 이 시대의 성소수자 리더로 호명되는 것, 그런 기획이 다시 한 번 부담스러운 와중에 정치인으로서 출마도 하고, 지역에서 꾸준히 움직이고 있는데 그런 역할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삶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변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나를 이 곳까지 이끌었다.

 

예전에는 내가 이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끄는 활동가가 될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런 큰 꿈은 꾸지 않게 되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작은 순간에서 균열을 내고 변화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겸손해졌다고 해야 하나. 지치지 않고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것. 나의 자긍심이 닿는 곳까지 일상에서 행동하는 것. 나의 민주주의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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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 동구 기초의원 출마자
정의당 
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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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 프라이드엑스포

 

 

안녕하세요. 프라이드 엑스포에 연사로 초청해주신 정재훈 박사님을 비롯한 RUN/OUT 프로젝트 구성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정치 참여와 관련한 제 경험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학부 총학생회에서는 커밍아웃한 후보자나 당선자의 사례를 비교적 찾아볼 수 있지만, 대학원 사회에서는 여전히 그러한 사례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총학생회장으로 재직하며 성소수자로서 고민했던 지점들, 집행부 구성원들과 “총학생회장이지만 저 개인이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부딪히고 조율했던 경험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사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스스로를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단지 정당 활동이나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정치는 일상 속에서 타인과 맺는 관계와 소통,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상호작용을 포함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관계를 형성하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와 정책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 삶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불편함과 한계를 살피고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이미 정치의 주체이며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인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에서는 많은 정치인이 의회에 진출한 이후 특정 의제에 침묵하기도 합니다. 당론과 맞지 않거나 주요 지지층이 원하지 않는 사안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한 성소수자 여러분 역시 이러한 정치의 모습에 실망한 경험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로부터 멀어질 수 없습니다. 지치더라도 때로는 실망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일상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더 많은 성소수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직접 정치의 주체로 나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행사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각자의 주변 사람들과 공동체의 삶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는데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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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제31대, 32대, 35대, 36대 총학생회장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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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 프라이드엑스포

 

 

독재 정권이 동성결혼 하게 해 준대. 그리고 국회는 해산한대.
독재 정권이 동성결혼 하게 해 준대. 그리고 낙태죄를 부활시켜서 강하게 처벌한대.
독재 정권이 동성결혼 하게 해 준대. 그리고 상속세랑 최저임금은 폐지한대.
독재 정권이 동성결혼 하게 해 준대. 그리고 불법체류자들 특별 단속해서 전부 추방한대.
독재 정권이 동성결혼 하게 해 준대. 대신 전국 모든 도시의 퀴어문화축제는 금지한대.
결혼해서 남편이랑 조용히 살래, 아니면 나가서 시위할래? 

 

"동성결혼 받고, 시위는 계속 해야지." 가 답이라는 것을 안다. 아마 실제로도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설마 나 한 명 동성애자가 반정부 시위에 나온다고 하여, 이를 독재자가 괘씸하게 여겨 동성결혼을 다시 폐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허무하게 폐지될 동성결혼이었다면 애초에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저 질문들은 이번 프라이드 엑스포에서 진행된 런아웃 토크쇼를 들으며 생긴 질문들이다. 태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동성혼 합법화(법제화) 과정을 듣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태국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이를 약화하려는 태국 왕실이 정략적인 목적에서 동성혼 합법화(법제화)를 꺼내들었고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과정을 들었다. 내 상식에서 당연히 동성혼은 민주주의와 같은 편에 서 있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 좋아하시는 지도자들이 동성혼은 별로 안 좋아하셔서 (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여서) 불만은 있었지만, 그게 대척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트였다. 독재자의 픽으로 동성결혼이 그의 어젠다가 된다면, 또는 결혼만을 신성시하고 다른 사회관계망은 억압하는 극우 정당의 어젠다가 된다면, 나는 낼름 받아들이고 그들의 편에서 열심히 동성혼을 위해 싸울 것인가? 그보다는, 동성혼은 연대의 바다 위에 떠 있던 하나의 배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어떤 힘에 의해서 동성혼 배가 항구로 끌어당겨져 정박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배들도 항구에 들어오도록 하고 싶다. 또는 끝까지 들어오지 않겠다고 하는 배가 있다고 한다면, 그 배에도 먹이와 연료를 공급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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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소식지팀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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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 프라이드엑스포

 

 

런아웃의 초창기 행사에 참관했을 때, 정치인의 투명성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어떤 정치인이 자신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만큼 일상을 공유할 수 있을까. 성소수자 정치인에게도 같은 요구가 향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정치의 여러 가능성을 묻는 자리에서 성소수자 정치인에게는 커밍아웃 여부부터 확인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런 협소한 걱정이 앞섰다.

 

이번 토크에서 만난 사람들의 경험은 나의 비좁은 상상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현장과 거리를 두려 하면서도 계속 그 주변을 맴도는 연구자 이정우님의 태도, 대구에서 출마했을 때 선거 유세를 위해 게이 업소에 들어서던 임아현님의 뒷모습, 활동가이자 변호사로 광장과 제도의 언어 사이에서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방식을 고민하는 박한희님의 마음이 남았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정치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연구하고, 출마하고, 활동과 제도를 다루는 일이 한자리에서 이어졌다.

 

런아웃이 이들을 하나의 서사 안에 불러 모으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기쁘다. 흩어진 정보와 인물을 연결하고, 각자의 경험이 고립되지 않게 하는 장면들을 보게 된다. 그 연결을 통해 성소수자에게 얼마나 오래 지속된 정치적 열망이 있었는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어떤 기반을 가꾸어왔는지 알게 되었다.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적 주체로 살아온 성소수자들이 서로를 어떻게 견인할 수 있을지 듣다 보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자리에 함께한 이들은 런아웃이 몇 년 전에도 있었더라면, 임아현님이 출마했을 때도 이런 자리가 있었더라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성소수자 정치인으로 출마하는 데 필요한 기세와 지지의 기반도 조금은 단단했을 것이다. 그 말에는 기쁨과 아쉬움이 함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런아웃을 더욱 반갑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땅에서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소중했다.

 

완성된 이야기는 처음부터 단단하고 자명한 정보였던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런아웃은 아직 전체 그림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듯 보인다. 각자의 자리에서 오래 버텨온 개인들은 있었지만, 그 사람들을 함께 바라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성소수자 정치의 미래를 런아웃이 데려온 사람들의 얼굴과 런아웃이 만든 인상으로 함께 그려나갈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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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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