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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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호][활동스케치 #3]
『무지개를 변호하다』: 박한희 변호사 이야기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자이 공익변호사인 박한희 대표가 책을 발간했다. 『무지개를 변호하다』. 6월 16일 출판사 한티재와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이 북토크를 열었다.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기용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예정 활동가가 사회자로 자리했다. 이 날 북토크는 박한희 개인의 비하인드 개인사 이야기 PPT 발표가 있었고,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토크가 이뤄졌다. 토크 이후에는 사람들이 줄 지어 박한희 대표의 책 사인을 받고 자리를 축하하고자 했다. 사진은 그 날 무대의 모습이다.
『무지개를 변호하다』는 한희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출간 소식에서부터 응원을 많이 받았다. 500만원 정도로 크라우드펀딩 목표를 올렸던 책은 1400만원을 넘겨 모금에 성공했다. 다들 한희가 궁금했던 것일까. 내가 한희를 동료로서 함께 한 게 2017년부터이니, 대략 9년의 시간을 함께 하고 있음에도 알지 못했던 개인사적인 이야기들을 대거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나는 그래도 동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적게 공유하는 편이 아닌데, 정작 한희 얘기를 들을 기회들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희나 나나 만나면 일 얘기만으로도 밤을 세우곤 했다. 박한희의 별명이 사이보그인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밀려 오는 과도한 일정들을 언제 쉬는지도 알 수 없이 해내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박한희라는 사람을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로서 처음 마주했다. 내가 2017년 QUV 7대 의장을 역임하면서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으로 합류하는 일이 있었고, 이 조금 전부터 한희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법과 SOGI법연구회 등을 통해서 공익변호사 활동과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로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무지개행동 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당시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라는 이름이었다.
농담 섞지 않고, 한희랑의 대화는 온통 성소수자 인권활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획이든 자조이든. 나는 내 얘길 곧잘 하긴 했지만, 한희는 그러지 않았다. 북토크 사회를 보기로 하고, 뒤늦게 펼쳐든 책에는 박한희의 어렸을 때부터 대학 시절과 변호사 초기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박한희가 낮에는 범생이처럼 공부하거나 대기업 직원으로 활동하고 밤에는 바를 다니면서 해방의 네트워크를 즐기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을 줄 몰랐다. 트랜스젠더로서의 상처나 고통, 우울이 심해서 로봇공학 박사의 꿈을 포기했던 일도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서사를 알진 못했다. 사석에서 교류가 많은 다른 동료들을 술자리에서 많이 듣는 얘기라고 북토크의 뒤풀이에서 얘기했는데, 자기 얘기를 하는 자리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가지 책을 읽다가 궁금했던 것은 에피소드를 떠올리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책의 필요성은 알기 쉬운 편이다. 트랜스젠더의 자전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더 많이 가시화되고, 누군가에게 희망적으로 동료적으로 읽히는 일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뒷받침할 책의 내용을 구성하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땠냐고 북토크가 끝나고 물었다.
“10, 20대 때가 힘들었던 기억이 많아서 떠올리기 어려웠고,
블랙아웃된 기억들 속에서 드문드문 드는 기억들이 이어내는 게 쉽지 않았어.”
그 말을 듣는데 조금 울컥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다. 책에 보면 자신이 성소수자 인권활동에 뛰어든 이유를 다른 트랜스젠더 청소년 청년들에게 참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인물들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적었다. 내가 힘들었으니,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도록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요즘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선의의 동기이기도 했지만, ‘블랙아웃’ 시키고 싶을 만큼 우울했던 한 시기를 사명감을 가지고 다시 꺼집어내는 고통이 무엇인지 공감하기 때문에 조금 울컥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글쓰기가 가능했고, 또 공개적인 출간과 북토크가 가능했던 것은 용기의 관계망이 기반되었던 덕분이다. 북토크 때 그 점을 조금 더 참여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운동이 누군가의 사명감으로 환원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어려움을 개인의 용기로 극복한 것이 아니라 지지 관계망을 토대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과 그리고 그 믿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호의가 섞이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책을 출간한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용기가 느껴졌다. 사회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계급, 학위, 가족환경 등의 축과 별개로 사람의 기반을 세우는 핵심적인 정체성이 된다. 그 자아를 숨기거나 의심하거 부정당하면서 살아야하는 365일 매일 매초 소중한 영혼들의 무거움을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조금은 공감할 수 있게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트랜스젠더의 친구이자 이웃으로, 동료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따듯한 제안과 희망을 박한희라는 당사자의 언어로 남기고 있다. 트랜스젠더에 관련된 정치적 백래쉬가 국제적으로 몰아붙여지는 상황에서 박한희가 나서 먼저 대중에게 위로와 말 걸기를 시도해주어 고맙다. 책에서 저자가 느껴왔던 공익 사건들의 변호와 그 안의 보람들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저자 본인의 바람처럼 나이불문 성별정체성 불문의 더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고 살아가는 삶을 고민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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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심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