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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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정전을 떠나며, 새로운 공간에서의 기대를 담아
로뎀나무그늘교회가 친구사이 사정전에 첫발을 내디뎠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6년 9월, 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더 이상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면서 저희는 갈 곳을 잃고 방황했습니다. 막막했던 그때, 사정전은 저희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내어주며 큰 위로와 안도감을 선사했습니다. 그때의 감사함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감정으로 저희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지난 9년 동안 사정전은 단순히 예배를 드리는 공간을 넘어, 저희 로뎀나무그늘교회 공동체의 삶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소중한 터전이었습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을 열기까지 잠시 머뭇거리는 분들도 많았지만, 일단 문을 열고 들어서면 늘 따뜻한 공기와 정겨운 얼굴들이 저희를 환대해주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찬양하며 기도하던 모든 순간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어느 날 갑자기 놓인 대형 TV와 새 책상, 새 의자를 보며 공간이 한층 밝아진 것에 다 함께 기뻐하던 순간들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저희 공동체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고, 사정전은 저희에게 단순한 장소가 아닌 '집'과 같은 의미가 되었습니다.
사정전은 저희를 그저 머물게 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희는 친구사이가 만들어가는 다양한 활동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때로는 직접 참여하며 서로 다른 경험과 이야기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저희 공동체는 더욱 넓은 시야와 깊은 이해를 갖추게 되었고, 이는 저희가 추구하는 환대와 포용의 가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데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친구사이와 함께한 시간들은 저희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더 많은 이웃과 함께 새로운 꿈을 펼치기 위해 홍대 와이앤에이라운지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새 공간에서 저희는 희망합니다. 누구든 망설임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기를, 인종과 성별, 성적 지향,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환대받고 서로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오가며 더 깊은 이해와 연대가 더욱 깊어지기를 말입니다. 사정전에서 배운 환대와 용기의 정신을 새로운 터전에서 더욱 크게 펼쳐나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동안 저희의 부족함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시고, 더 나은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묵묵히 함께해 주신 사정전과 친구사이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과 변함없는 지지 덕분에 지금의 로뎀나무그늘교회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친구사이가 한국 퀴어 운동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전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저희의 길이 교차하여 함께 웃고 걸을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그 날이 오면 저희는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친구사이 여러분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물리적인 공간은 달라지지만, 사정전에서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과 그곳에서 얻은 배움은 저희 안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이제 그 소중한 경험과 배움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자리에서 로뎀나무그늘교회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합니다. 이 새로운 시작이 더 큰 사랑과 나눔으로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로뎀나무그늘교회 / 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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