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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호][커버스토리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 #3]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그때 거기 있었다는 것
2026-06-10 오전 10: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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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5월 

 

 

[191호]

[커버스토리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 #3]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그때 거기 있었다는 것

 

 

2026년 5월, 친구사이 RUN/OUT은 여러 장소에서 민주주의를 묻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대문의 노회찬의 집부터 부산 모퉁이극장, 마포 언니네트워크 책방꼴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오가며 〈태국 민주주의〉 북토크, 〈이반리 장만옥〉 GV,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상영회 등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5월 17일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맞아, 16일 서울 도심에서는 성소수자 평등대회가 열렸고, 17일 성수동 도만사에서는 〈SEOUL MAY DAY 2026: 다양성〉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는 그 5월의 현장들을 따라가며, 오늘의 민주주의가 누구의 삶을 지키고 있는지 묻는 기록입니다. 5·17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새롭게 선언한 일, 선거 과정에서 반복되는 혐오 캠페인에 맞선 일, 태국 민주주의의 현재와 한국 퀴어 정치의 오래된 기억을 함께 읽은 일,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다양성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지 질문한 시간들은 서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성소수자의 삶이 민주주의의 바깥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민주주의가 얼마나 넓고 단단한지를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민주주의는 단지 투표하고, 선거를 치르고, 제도를 운영하는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가, 혐오와 배제 앞에서 혼자 남겨지지 않는가, 도시와 공동체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는 이미 민주주의의 빈틈을 드러내고, 그 경계를 넓히며, 더 많은 시민의 삶을 함께 지켜나가는 민주주의의 당당한 주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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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퀴어페미니스트 독립서점으로 문을 열었던 ‘책방 꼴’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아쉬움을, 2008년 총선 당시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상영회로 갈무리한 기획이 참 좋았습니다. 패널로 불러주신 덕에 저도 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묵직한 감회에 젖었습니다. 18년 전의 뜨거웠던 도전이 다시 기억되고 재해석되는 것처럼, ‘책방 꼴’에 쌓인 시간 또한 그러할 거라 생각하니 역시 소수자들이 가진 가장 큰 힘은 ‘무모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돌이켜보면 2004년 민주노동당 내에 성소수자위원회를 만들었던 성과는 최초로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국회의원 후보를 내는 역사적 사건으로 연결되었고, 또 이 경험을 바탕으로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라는 풀뿌리 정치세력화 시도도 있었죠. 그 마포구에 장혜영 전 국회의원도 활동하고 있고, 커밍아웃한 차해영 구의회 의원이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겠죠.


18년 전 좌충우돌 부딪치며 내었던 그 작은 균열을 더 큰 변화의 통로로 만들어줄 'RUN/OUT' 프로젝트가 있어 참 다행입니다. 성소수자와 정치가 어떻게 더 얽히고설켜야 할지 우리는 아직 나눌 이야기가, 머리를 맞댈 모색이, 또 함께 손잡고 연대할 무모한 도전들이 아주 많이 남아있습니다. 'RUN/OUT'을 응원하고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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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최현숙 선본
선거운동본부장 
한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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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고 기회가 될 때 꼭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었어요. 런아웃에서 상영회를 하는 것을 알게 되고서는 바로 신청했습니다. 처음에는 최현숙 님 개인에 대한 호기심이 컸는데 생각지 못하게 한국의 성소수자 정치사(?)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등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꼈던 의제들이 어떤 맥락과 흐름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됐는지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상영 이후 감독님과 출연진(?)분들과의 대화 시간에는 당시의 마음을 들어보고 오늘날의 상황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다큐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을 봤을 때도 느꼈던 감정인데,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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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트워크 책방꼴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상영회
참가자 
오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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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2004년 결성)와 붉은 이반의 연합 엠티에서 2008년 4월 총선에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후보를 출마시키자는 계획이 제안되었습니다. 엠티에서 총선 대응 논의를 하자고는 했지만 후보 전술은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었는데 누군가 즉석에서 제안하였고, 참석자들 모두가 신속하게 동의하였습니다. 한 달 후에는 총회 의결을 거쳐 후보도 최현숙 당시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안건이 이렇게 신속하게 의결된 것은 아마도 모두가 마음 속으로 항상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후 혼란스러운 분당 과정과 성소수자 운동과의 논의를 거치면서 최현숙 선거운동은 성소수자 운동이 주된 책임을 맡고, 분당 후 새로 결성된 진보신당은 보조적 역할만을 하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당시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 및 붉은 이반 대표였는데 진보신당으로 당적을 변경하고 최현숙 선본에서는 사무국장(선관위 대응을 포함한 각종 선거실무 담당)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초반의 걱정과 달리 선거운동 자체는 선거운동원들의 자발적 참여하에 신명나게 진행되었고, 후원금도 많이 몰려 재정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 선거 운동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자는 당시에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다큐멘터리에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나옵니다. 선거 준비부터 종료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거쳤고 의미있는 득표(1.61%)에도 실패하였지만 선거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중요하고 의미있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선거 후에 선거 준비, 선거운동, 그 후의 논의들을 정리하여 백서로 남기고자 했으나 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위 최현숙 선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RUN/OUT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최현숙 선본 사무국장으로서 저의 생각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후보가 성소수자 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의 조직적 기반을 갖추고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선거운동 자체가 조직적 성과로 남게 되고, 당선된 후에도 당선인이 고립되지 않고 활동할 수 있으며 사회운동의 요구가 제도권으로 반영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RUN/OUT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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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최현숙 선본
사무국장 
김태욱(삶은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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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봄, 저는 최현숙 후보의 유세팀장이었습니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5월, 마포 책방꼴 스크린 속에서 그때의 저를 다시 만났습니다.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표를 부탁하고,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웃던 젊은 얼굴이 거기 있었습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도 무대 위에 있고, 그 영화에 찍힌 사람도 객석에 있는 이 묘한 자리가, 제게는 단순한 상영회가 아니라 일종의 출석 확인 같았습니다. 우리가 그때 거기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확인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남은 건, 18년이 지나는 동안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2008년에는 '레즈비언'도 '성소수자'도 선거판에서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단어들이 교육감 선거를 비롯한 정치의 한복판에 등장합니다. 다만 혐오와 선동의 언어로요. 가시화는 분명 진전이지만, 정작 당사자가 제도권의 문턱을 넘는 일만큼은 20년째 거의 그대로입니다. 그 격차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GV에서 제가 받은 질문도 결국 그 지점이었습니다. 국회와 선거 캠프 안에는 저처럼 당사자로 고군분투하는 실무진과 보좌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경험이 매번 개인의 소진으로 끝나고, 다음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한 사람의 영웅적 결단에만 기대는 정치는 그 사람이 무너지면 같이 무너집니다. 제가 드리고 싶었던 답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 있는 한 명이 아니라 그 곁을 메워주고 경험을 축적해 다음 후보에게 물려주는 '시스템'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출마자를 혼자 두지 않는 것, 그것이 승패를 가르는 가장 현실적인 조건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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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최현숙 선본

유세팀장 황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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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여, 이날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공동체 상영회를 함께 준비해주신 언니네트워크 구성원의 후기도 아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5월 모두의날

[성소수자×정치 다큐멘터리 상영회 –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공동체상영 후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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