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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호][활동스케치 #1] 인권활동가대회 후기
2025-07-31 오후 16: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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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7월 

 

[활동스케치 #1]

인권활동가대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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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19일 인권활동가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친구사이 사무국 3인도 참여했는데요.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해 정말 다양한 인권 분야에서 활약하는 활동가들과 만났습니다. 운동마다의 분위기와 고민도 달랐지만, 함께 바라봐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3인 상근활동가들의 후기를 남깁니다. 

 

저는 이 날 집 배수관이 터지고 해결하느라 늦게 참여했습니다. 도착한 뒤, 사전에 대회를 준비하시는 측에서 지난 윤석열 퇴진을 위한 광장의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하셔서 발제를 나눴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공유해달라고 하셔서, 저는 발제문에만 공유가 되는 줄 알고 글쓴이 소개 느낌으로 제 셀카(...)를 보냈는데요. 알고보니 큰 화면에 떡 하고 띄어놓고 이 사진을 고른 이유를 말하라고 하시는 세팅이더라고요. 동료 성소수자 활동가들의 빈축을 샀습니다.

 

공간이 도봉숲속마을이었는데, 워크샵 하기에 좋은 후보를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3명이 함께 대외활동하는 경험이 많지 않는데요.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짧은 발제문을 같이 공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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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윤석열 내란사태, 총부리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심기용(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되기 직전까지도, 만약 파면되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사회시스템이 모두 정의롭거나 최선인 것은 아니겠고, 실제로 부당한 권력의 횡포가 만연한 한국 사회인 것도 맞지만, 사회의 공공적 가치를 모두 짓밟으려던 내란수괴와 무리들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한다면 더 끔찍한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했습니다.


 절실했습니다. 군사독재가 시작하면, 그나마 가시화되었던 한국의 성소수자 집단에게 어떤 불이익을 받고, 혹은 물리적으로 어떤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동성애인과 동거하고 있는 저에게도 어떤 신변의 위협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과잉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한국의 정치에서 반동성애 기독교 세력이 가진 영향력을 생각하면 저는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공포를 조장하는 일이 될까 항상 조심했던 말이지만, 군사독재의 폭력이 성소수자들에게 향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엔 성소수자의 가시성이 낮았기 때문에, 죽어가던 시민들 중에 성소수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지만, 지금은 드러난 성소수자 개인과 공간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은 두려움을 가진 성소수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친구사이는 그 밤에 운영위원 단체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상근활동가 두 명이 사무실로 나와서 회원들에게 아래와 같이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자 내용만 한 문단으로 합쳐봅니다.

 

“안녕하세요,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심기용입니다. 계엄 상황과 관련해서 최대한 안전한 공간에서 믿을 수 있는 뉴스를 통해 상황 파악을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마음이 어려우신 분들은 가급적 많은 지인들에게 연락을 주고받고, 우리가 연결돼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친구사이도 현재 상황을 계속 지켜보면서 대응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친구사이와 소통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연락처로 연락해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국회가 계엄을 해제 결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무실을 나와서 국회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서 이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사무실을 가야 하나, 국회 앞으로 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저는 친구사이 공간에서 불안 때문에 힘들어 할 수 있는 회원들과 우선 함께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나마 상황이 종결되고, 회원들이 안도했을 때 국회 앞으로 가서 함께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이 판단이 맞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다만 그때 고민하던 내용의 일부는, 회원들에게 함께 국회 앞에서 계엄군에 맞서 싸워달라고 하는 게 맞았는지입니다. 답을 내리긴 어렵겠지만, 이후에 친구사이는 윤석열 퇴진을 위해 온 조직의 역량을 쏟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리고 한편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돌봄을 멈추지 말자는 결의를 하고, 커뮤니티 사업들을 대체로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집회를 나가야 할 날이면 하지 못했지만.


 한국 성소수자 인권단체 연합인 무지개행동 동료들과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이라는 조직을 꾸리고 전면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앞서 말했던 인권이 짓밟힐 상황에 대해서, 즉 내란이 종식되지 못하고 장기화되면서 윤석열 정권이 지속할 것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역시 고민이 깊었습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윤석열 후에 오는 정권이 성소수자를 외면한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됐기 때문입니다. 과거 박근혜 퇴진 이후 들어선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가 성소수자 인권을 철저히 외면했던 아픔과 분노가 깔려 있었습니다. 무지개행동은 이러한 이중적인 절실함을 갖고 윤석열 퇴진운동 현장 곳곳에서 활동했습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 실무진으로 활동하고,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동의와 지지를 구해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이호림 활동가를 공동의장으로 추천했고 호림을 필두로 약 불법 비상계엄부터 대선까지 멈추지 않고 활동에 나섰습니다.


 이런 고민이 비단 성소수자운동만의 고민은 아니었습니다. 무지개행동 단위들이 조직하지 않아도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집회 공간에서 커밍아웃하고 윤석열의 파면이 왜 자기에게 필요한 일인지, 새로운 민주주의가 자신에게 얼마나 절박한지 증언했습니다. 성소수자 단위 뿐만 아니라, 윤석열 퇴진 이후 사회대개혁 과제들이 지난 박근혜 퇴진 광장 이후처럼 외면받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시민운동 단위들이 강변했습니다. 이 절실함이 광장을 통해 활발하게 퍼져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성소수자 활동가들, 성소수자 개인 집회 참여자들의 헌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고, 더 많이 기록하고 증언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윤석열 파면 이후 겪고 있는 이재명 정부는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를 정상적으로 바로잡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던 극우의 온상인 보수개신교 출신의 정치인들이 또다시 여러 소수자, 인권의제를 외면하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거짓말로 사회의 차별과 혐오에 정치적인 공간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예상하기도 했지만, 정말 밤을 새어가면서, 눈을 맞아가면서, 윤석열 파면을 위해 시민들의 간절함을 모아내고 표출하던 그 광장을 한순간에 잊은 듯한 더불어민주당의 행보에 대선 기간 내내 분노가 많이 생겼습니다. 만약 이번 대선 권영국과 민주노동당이 없었다면, 광장에서의 외침들은 모두 환영이었던 것처럼 허무한 잔상으로 남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사회로, 차별과 혐오를 종식한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극우의 원동력이 바로 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차별과 혐오의 영토에서 발생합니다. 저를 포함한 무지개행동이 그 정신 없던 시기에 보고서를 발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극우리포트: 성소수자혐오에서 내란옹호까지>는 그 당시에 극우 기승에 대한 설명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어떤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되는지에 관한 제언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셔주시고, 앞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성소수자 활동가들과 더 깊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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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심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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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인권활동가대회’라는 단어를 들으면 늘 제 머릿속에 ‘contest’가 먼저 떠오릅니다. 마치 누가 가장 인권활동가다운지를 뽐내는 자리 같다는 착각을 하곤 했죠. 그래서인지 도봉산입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혼자 묘한 성찰을 했습니다. 금·은·동메달이 있다면 나는 아닐 것 같고… 12·3 비상계엄 이후로 늘 피곤하고 지쳐 있으니 개근상도 물 건너갔겠구나. ‘장려상’ 정도가 내 몫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비가 오긴 했지만 운치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던 날씨 덕분일까요, 괜히 속을 더 들여다본 채 대회장에 도착했습니다.

 

첫 프로그램은 단체 소개 시간이었습니다. 스크린에는 각 단체의 활동사진이 익명으로 띄워졌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어느 단체인지 추측했습니다. 주된 활동이 아닌 모습이나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장면들이 많아서 더 흥미로웠습니다. 맞추기가 끝나면 해당 단체가 무대로 올라와 가장 저연차 활동가가 소개를 이어갔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TMI를 말해야 하는 룰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TMI 시간이 정말 좋았습니다. 혼자서 ‘contest’라는 부담을 안고 있었는데, 이건 엉뚱한 얘기를 해도 되는 매력적인 틈이었거든요.

 

한 활동가의 TMI가 유난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웃음과 슬픔이 반씩 섞인 목소리로 “가장 저연차 활동가인데, 광장 이후 번아웃이 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속으로 ‘그래, 인권활동가도 결국 사람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대회더라도 인권활동가 수식어 앞에서는 금·은·동을 주진 않겠지’라는 생각에 어깨에 힘이 풀렸습니다. 그 활동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지만 소개시간이 짧아서 다른 정보를 더 듣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친구사이를 소개하며 인권단체인 동시에 커뮤니티 기반의 회원제 단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덧붙였습니다. 홍보? 모금? 여러 역할 사이에서 결국 저는 ‘끼순이’였다고 말했죠. (안타깝게도 종걸님은 끼순이가 아니라고 선을 긋더군요.) 제 TMI는 “태생적으로 우아해서 비싼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2만 원으로 치장했다”는 생활력에 대한 자랑이었습니다.

 

이후 소그룹 시간에는 인권행동 알의 소리 활동가님께 디자인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감으로만 홍보물을 만들어왔던 저에게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오픈 소스 아이콘과 폰트를 찾는 법, 게시물 비율과 텍스트 스케일, 정렬 등 기본적인 원칙들을 배웠습니다. 배운 내용을 친구사이의 홍보물에도 꼭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집에 물난리가 났던 기용이가 도착했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로 보여서 가까운 운동장을 걸었습니다. 도시 텃밭을 지나면서 바질, 민트, 토마토, 옥수수, 부추 등 여러 작물을 구경했고, 정말 오랜만에 무당벌레도 봤습니다. 안정된 기용은 “좋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좋아진다”며 자연이 주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듣진 않았지만… 괜히 기용이가 도시 텃밭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습니다. 그렇게 숨을 고른 기용은 저녁 발표에서 멋지게 발표를 했습니다. (발제문 참고)

 

친구사이는 다음 날 아침부터 하반기 LT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 숙박하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머물렀다면 더 많은 잔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대회는 결국 ‘누가 더 인권활동가스러운지’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힘을 보태는 자리라는 걸 새삼 깨닫고 돌아왔습니다. 물론 저 말고는 누구도 그런 오해를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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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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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찾아보니, 3년만의 인권활동가 대회였더라고요. 2022년 7월 18회에 이어, 올해 2025년 19회 전국에서 활동하는 인권활동가들이 서울에 모여 1박 2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사이는 19일에 하반기 LT가 예정되어 있어, 1박은 하지 못했고요. 저는 활동가들과 늦게까지 뒤풀이를 마친 후 집으로 향했습니다다. 오후 반나절을 인권활동가들과 오랜만에 시간을 보냈는데요. 아무래도 윤석열 퇴진과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상반기 광장에서 시간들이 주된 초점이 되어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면 좋을지 등에 대해 전략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기도 했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시간은 단체 소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매번 새롭게 단체 소개를 하는 것에 대한 기획단의 기획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텐데요. 이번에는 각 단체들의 활동사진으로 활동가들이 해당 단체의 전체 단체명을 맞춘 뒤, 해당 단체가 활동가들이 무대로 나와 단체 소개를 하고, 그날의 각자의 TMI를 소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단체 활동의 특징 등을 잘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고, 각 활동가들이 현재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인권활동가대회가 필요한 점을 다시 생각해보면,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각의 인권단체의 주된 활동과 의제는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이자, 그리고 그 활동가들의 소소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는 것이었네요. 

 

내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곧 20회 인권활동가 대회가 이어질텐데요. 제1회 때 인권활동가 대화에서의 의제, 그리고 20회 때 인권단체들이 고민하고 의제는 어떻게 다른지, 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그 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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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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