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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38 : 오케스트라 TENUTO와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협연
2024-04-05 오후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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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3월 

 

[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38

: 오케스트라 TENUTO와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협연​

 

 

 

1. 오케스트라 협연 찬조공연
 

2024년 3월 1일 지보이스는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성남아트센터 콘서트 홀에서 열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오케스트라 TENUTO의 3번째 정기공연 “Danse Macabre Slavonic March Symphony No.9 ‘Choral’”에 신일중학교 합창반, 평화의 나무 합창단과 함께 연합 합창단으로 찬조출연하였습니다. 
 

TENUTO는 지보이스에서 20년 가까이 지휘자로 함께 해주시고 계신 노르마님께서 지휘자로 계시는 오케스트라입니다. 당일 TENUTO의 공연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1824년 초연된 후 올해로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1~4악장 전곡장이 연주되었고, 지보이스를 포함한 연합합창단은 합창이 포함된 4악장부터 출연하여 협연하였습니다.

 

 

사진1-TENUTO와 연합합창단 단체 사진(무대).jpg

 

▲ TENUTO와 연합합창단 단체 사진(무대), TENUTO 공식촬영 사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원제는 <쉴러의 환희의 송가에 의한 독창과 합창이 피날레에 들어있는 대 교향곡>이며, 쉴러의 시에 베토벤 본인이 작사한 노랫말을 덧붙여 본인의 주장을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인간의 의지 확립과 창조/대립의 “1악장”, 난동을 부리는 듯한 열광적인 춤을 표현한 “2악장”, 숭고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3악장”, 공포의 팡파레로 ‘이런 음악은 하지 말자!’ 하며 악기들의 감정을 볼 수 있는 레치타티보(이탈리아어: Recitativo, 말하듯이 노래하라)의 ‘사랑의 노래’와 환희를 표현한 “4악장”으로 마무리되는 성악과 기악을 전부 들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자료 요약 : 지보이스 신입단원 진우)

 

 

 

2. 찬조출연자 후기
 

 

[지보이스 신입단원 진우]

 

악보를 처음 접했을 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냥 높고 어려운 곡이다’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독일어 발음도 어려웠고 가사의 해석을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클래식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입장에서, 악장마다의 성격이 다르고,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했는데, 이번 계기로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가사 해석을 보고 악장별 해석을 보면서, 인간의 창조성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감명 깊었고, 하나의 노래 <악장> 멜로디가 만들어지는 감성과 악기들이 대립하고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위대한 곡에 내가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습니다. 이번 계기로 음악이라는 것을 또 다른 시선으로 보고, 곡마다 숨은 뜻과 감정을 먼저 보고 들으며, 음악을 멜로디와 가사뿐이 아닌 좀 더 구체적인 면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클래식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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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동 리허설

 

 

[지보이스 고인물단원 상필]

 

올해는 3월까지는 꼭 지보이스를 쉬리라 다짐했던 나. 2년 동안 단장을 맡으며 피로해진 심신을 돌보기 위해 쉬려 했으나, 우리의 지휘자님 노르마가 공연 제안을 가져오셨다. 차마 배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공연 참여를 결정하고야 말았다. 


우리는 악보를 만나자 끝없는 좌절감을 맛봤다. 처음 만나본 독일어와 30분 정도 길이의 노래 모두 낯설었다. 이걸 할 수 있는 것인가....


시대의 발달로 유튜브의 가이드 버전을 계속 들었다. 계속 듣다 보니 아, 클래식을 이 맛에 듣는구나, 하면서 교양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베토벤이 인류애와 인간의 자유의지를 담고자 만든 노래라고 하던데, 어쩐지 우리와 잘 어울리는 것도 같아 공연을 잘하고 싶은 마음도 점점 생기기도 했다.
감기 이슈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연을 마치고 나니 그래도 한 단계 또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같이 노래한 신입 친구들과도 조금은 가까워진 것만 같았다. 그래도 하길 참 잘했고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공연이 처음이라 즐거웠다.


올해도 공연까지 못 쉬고 끝까지 가겠지.... 내년에는 한두달이라도 쉬어 볼 테다!

 

 

사진3-찬조출연자 단체사진.jpg

 

▲ 찬조출연자 단체사진

 

 

3. 베토벤의 ‘합창’, 그리고 편견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이후, 소년시절인 1785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추정)하여 1824년에 완성되어 그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작품은 200년간 다양한 장소에서 연주되어 오면서 오늘날의 교향곡 형태로 정형화되어왔으나, 그가 종교와 계급사회에 의한 억압에 극도로 반감을 가졌던 인물이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특히나 직접 쓴 노랫말을 보면 악기(도구, 종교적 찬미)를 위한 노래가 아닌 인간을 위한 노래를 상상하며, 존재 본연의 아름다움(기쁨)을 추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베토벤이 작사한 부분 (해석: 노르마)
 

O Freunde, nicht diese Töne! 오 친구들이여, 이런 ‘악기’ 들이 내는 소리 말고,
Sondern laßt uns angenehmere anstimmen, und freudenvollere! 우리 ‘인간’ 의 목소리로 즐겁고 기쁨에 가득찬 노래를 불러보지 않겠는가!
Freude! Freude!기 쁨이여! 기쁨이여!

 

이에 대해 지휘자님께서도 직접 가사를 번역하여 설명하셨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합창’은 평등에 대한 노래입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연주자나, 지휘자, 상황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찾아볼 수 있는 어떠한 해설본보다 크게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타당하다 느꼈으며, 가슴이 동요하는 구절이 뇌리에 꽂히듯 다가와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주었죠. ‘우리는 평등의 무대에 서는 구나!’ 동기를 얻어 열정 가득한 한달이 조금 넘는 연습기간과, 자긍심이 넘쳐흘렀던 무대 현장의 기억을 되뇌어 봅니다.

 

 

쉴러의 시 부분 中 (해석: 노르마)


Seid umschlungen, Millionen! Diesen Kuß der ganzen Welt! 내 부드러운 품(기쁨) 에 안기어라, 만민들아!
Brüder! Über'm Sternenzelt Muß ein lieber Vater wohnen. (너희가 소망했던 대로)나의 마법이 일어나리니, 이제 이 입맞춤(마법=기쁨)을 전세계(왕이든, 거지든, 남녀노소 모두에게)에 똑같이 주노라.
Ihr stürzt nieder, Millionen? Ahnest du den Schöpfer, Welt? 만민들아, 다들 엎드렸는가? 저 창조주의 뜻(평등) 이 느껴지는가?
Such' ihn über'm Sternenzelt! Über Sternen muß er wohnen. (너희가 아직도 서로 형제임을 못 느끼겠으면) 눈을 들어 다시 찾아보라. 저 별 너머에 분명 큰 뜻이 있으리니.

 

다만, 이 노래를 직접 부르기 전까지도 저를 포함한 몇몇 단원들은 “이거 찬송가 아니야?”라는 반응으로 반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는 교향곡이란 형식의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에 어떠한 “편견”이 덧씌워져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다못해 이렇게 글을 쓰며 여러 자료를 찾다 보니, 과거 대구에서 이 교향곡에 대해 ‘종교 편향적인 음악’이라며 공연을 금지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는 개인의 특성을 떠난 보편적인 선입견의 사례이지 않았나 생각하는 한편, 적어도 이 노래를 부를 공연자로서 곡을 자세히 들여다볼 의지조차 없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딱 봐도 신일중학교 합창반, 평화의 나무 합창단, TENUTO에 성악 솔리스트분들까지 나이, 성별, 성적지향 등등 다양성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출연자 명단만 따져보아도, 이 공연의 의도가 너무나도 노골적이며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는데 말이죠….

 

 

사진4-베토벤 초상화.jpg

 

▲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아직 죄책감이 가시지 않은 찝찝한 마음으로 베토벤의 초상화를 띄워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 자신이 지보이스에서 행할 ‘노래’와 ‘합창’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질문하면서 명료하고 환희에 찬 노랫말을 곱씹어봅니다. ‘음악’을 대할 때의 나는 그것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덧씌워진 색안경을 모두 걷어낼 수 있을까요? Freude, Freude…(기쁨이여, 기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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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이스 단장 / 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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