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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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1]
제4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레드 +’를 마치고
친구사이는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4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레드 +’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 제1회 에이즈 영화제를 시작했는데요. 어느덧 4회를 맞는 영화제가 되었네요. 이번 영화제에서는 처음으로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HIV감염인의 인권을 상징하는 빨강과 HIV를 둘러싼 더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가 영화제에서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양성 포지티브를 상징하는 ‘+’와 함께 ‘레드 +’란 슬로건을 덧붙였습니다. 또한 영화제 현장에 HIV와 관련한 중요한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3일 동안 총 5편의 에이즈 관련 영화들이 상영되었는데요. 총 38분의 관객이 영화제 기간에 참여해주셨어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 속에서 소중한 대화를 나눠주셨네요.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에서 나누는 에이즈 이슈에 대한 생각들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게이 커뮤니티와 에이즈’뿐만 아니라 ‘감염인의 의료 접근권과 노동권’ 등 게이 커뮤니티가 함께 나누고 고민하며 변화해야할 이야기들이 참 많다고 느낀 시간들이었습니다. 3일의 영화제 동안 소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잘 읽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11/30 종로의 기적
11.30(목) 제4회 친구사이 에이즈영화제 첫날, 15명 내외의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영화 “종로의 기적”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영화 속에 담긴 2000년대 후반 종로의 모습을 보며 느낀 점들을 나누었습니다. 당시 지보이스가 불렀던 노래가 오늘날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냥 부를 때는 잘 와닿지 않던 가사가,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 한 분을 그리며 만든 노래라는 것을 깨닫고부터 그 의미가 깊어졌다는 지보이스 단원의 소감도 있었습니다. 또한 영화 속 시위 현장에서 보이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오늘날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씁쓸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HIV/AIDS 문제에 있어서는 영화 당시와 오늘날의 시대적 차이를 이야기했습니다.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사귀는 것 자체가 대단하게 여겨지던 당시의 모습이 생경하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지만, 당시의 반응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HIV 치료제가 널리 보급되고 관리도 상대적으로 쉬워진 요즘에는, 오히려 ‘운동’에 대한 감각은 약해진 것 같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치료가 용이해지고 전파가 어려워진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염인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분들(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이주민 PL 등)이 있으며, 이들에 대해서도 커뮤니티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12/01 120BPM
12월 1일, 제4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2일차에는 <120BPM>이 상영되었습니다.
<120BPM>은 프랑스의 에이즈 활동가 단체인 액트업의 활동들을 영화화한 내용입니다. 과거 초국적 제약회사가 자본적인 논리를 들어 약 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고, 활동가들은 약 공급을 늘리도록 압박하는 구도에서 에이즈 운동을 진행합니다. 이 운동을 진행하는 액트업 활동가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그려내는 과정도 인상 깊지만, 무엇보다 변화를 이끄는 활동가들의 모습에 가슴 뛰게 되는 열정의 영화이기도 하지요. 한편으로는 죽음과 애도에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본 친구사이 회원들과 관객들의 반응은 다채로웠습니다. HIV감염에 대한 낙인을 지우라고 주장하는 것과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척된다고 느꼈지만, 그 주장이 대립되지 않는 것이구나 느꼈다는 분도 계셨고, 어제 상영됐던 <종로의 기적>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운동할 필요가 있겠다고 이야기를 나눠주시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에이즈에 걸린 감염인 친구의 죽음을 보고 장례와 애도의 절차에 대해서 친구사이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우리가 어떻게 상상하고 관여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분도 계셨습니다. 치료받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치료를 우선시하지 않는 의료체계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요. 무거울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의견과 질문들이었습니다.
12/02 필라델피아
제4회 에이즈 영화제 마지막날 12월 2일(토)의 마지막 상영작은 "필라델피아" 였습니다.
이 영화는 1993년에 제작된 영화로 능력있는 변호사이자 동성애자며 HIV 감염인이 주인공 앤드류가 자신이 일하던 로펌으로부터 부당한 해고를 당한 후 자신의 라이벌이자 유능한 변호사 밀러에게 도움을 청하여 소송을 제기하며, 부당해고를 한 회사에 승소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30년 전의 영화이지만, 감염인이 가족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소송이 가족들에게도 쉽지 않은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곁에서 지지하고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함께 곁에 있는 모습이 여러모로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서 보게 된다는 감상평이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 현재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도 HIV감염인(남성 동성애자 감염인의 경우)이 잘못된 행위로 감염된 것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고, 그것이 커뮤니티에도 지배적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주셨습니다.
한 관객은 30년 전 영화고, 2시간 넘는 영화이면서 법정 영화이지만,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 주셨습니다. 밀러 변호사가 앤드류를 상대로 증인심문을 준비하려는 과정에서 앤드류가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주는 장면이 압도적이었다고 여러 관객들이 이야기를 주셨습니다. 밀러 변호사가 앤드류의 소송 과정에서 생각이 변해가는 것을 경험하는데, 특히 이 오페라 아리아 장면에서 앤드류에 대해 인간적이면서도 몰입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하셨고, HIV 이슈를 다룬 또 다른 영화 <렌트>가 떠오른다고 하면서, 앤드류가 죽은 후 치르는 추모식에서 한국의 엄숙한 장례분위기와 비교되면서 따뜻하게 죽음을 기리는 문화가 좋아보였다는 감상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당시로서 에이즈 이슈가 동성애자 운동의 중요한 의제이면서 할리우드 주류 영화를 통해 대중의 인식을 변화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영화의 설정이 있었다고 보는 감상도 있었습니다.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갖고 있는 백인 게이 남성이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하고 잘나가는 흑인 변호사가 자신의 차별의 경험과 연결되는 순간을 통해 변호를 맡게 되고, 변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HIV와 동성애자라는 이슈에 대해 몰입하는 이야기가 당시 미국에서의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견들이었습니다.
감염인의 노동권의 문제도 이야기 되었습니다. 지금 한국 상황이라면 노동자가 자신의 질병 문제를 숨겼을 때 영화에서처럼 질병상태와 해당 노동자의 능력을 구분지어 생각할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특히 기업의 편을 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큰 것 같고, 한국에서 이 영화를 만든다면 에이즈 감염 이유만으로도 해고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주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부당해고를 한 기업이 해당 노동자를 공격하는 관점을 보면서, 에이즈,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떠나, 소수자들은 질병만으로 판단받을 수 없고 사생활까지 확장되는, 에이즈만을 논할 수 없는, 노동자로서 기업이 요구하고 있는 과도한 윤리와 규범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는 감상도 있었습니다.
30년 전임에도 미국 주류 영화에서 동성애와 에이즈 문제를 이렇게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한국 상업영화에서 이러한 의제를 다루기 어려운 환경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영화 제작일을 하신 경험이 있는 참여자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4회 에이즈 영화제의 마지막 상영으로 <필라델피아>를 함께 하면서, 퀴어운동, 에이즈 운동의 지속적인 활동에서 조금씩 변화가 이루어져 오고 있는 만큼, 의료와 과학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 질병에서 비롯한 공포감에 대서 좀 더 마주하며 자주 그에 대한 문제를 대중들과 자주 이야기하는 자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들로 관객과의 대화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더불어 3일간의 영화제 기간 동안 꾸준하게 영화를 같이 관람해주시고, 이야기를 나눠주신 관객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4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준비팀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