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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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영상활동가' #1]
Jude Lee 인터뷰 - 1. 무대를 담는 사람
1. 게이스북 데뷔 2. 2015년 코드지(Chord G) 2회 공연의 기억 3. 2016년 코드지 3회 공연 스탭 참여 4. 보갈친구 영상 작업 5. 2016년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Real Private 웹예능 제작·연출 (1) 6. 차세빈, <I AM> 뮤직비디오 촬영·연출 7. 2016년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Real Private 웹예능 제작·연출 (2) 8. 2017년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참여 9. 2017~2019년 포튠즈(Fortunes) 3·4회 공연, 소공연 영상 작업 참여 10. 게이커뮤니티 공연팀의 공연 후 상영회 문화 11. 모투스(MOTUS) 댄스 커버영상 기획·제작 참여 12. 영상활동가로서 게이커뮤니티에게 바라는 점 13. 비바 댄스 배틀 우승과 걸그룹 춤의 의미 14. 2017~2020년 코드지 단원 가입 및 무대 경험 15. 게이커뮤니티 공연의 티켓값에 대하여 16. 코로나 시대의 게이커뮤니티 공연 - 2020년의 코드지 활동 17. 게이커뮤니티에서 공연한다는 것의 의미 18. 기록하고 활동하는 일 |
1. 게이스북 데뷔 : "생각보다 음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터울 : 반갑습니다.
Jude Lee : 반갑습니다.
터울 : 친구사이 소식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저희 인터뷰가 좀 꼼꼼한 걸로 유명하기 때문에, (웃음) 빡빡한 질문지를 받으셨는데 어떠셨어요?
Jude Lee : 처음에 받아보고, 아 이것까지 이야기한다고? 엄청 깊게 들어가네, 이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리고 또 하나 생각이 든 게, 그럼 인터뷰 때문에 내 과거사 다 파고들었을 텐데, 준비하면서. 언제 다 찾아봤나, 이 생각이 들어서 약간 알게 모르게 조금 소름도 돋고? (웃음) 그랬네요.
터울 : 인터뷰를 의뢰하게 된 건, 독자분들께 곧 소개가 되겠지만 활동 이력이 축적될 대로 축적되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고요. 그런데 활동 내역을 모르실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를 좀 해주시면 좋겠어요.
Jude Lee : 저는 게이커뮤니티에서 공연이나 행사 등에서 영상 작업을 자주 하고 있고요. 지금은 공연팀 소속으로 공연도 하고, 주로 영상도 하고, 그러고 있는 영상하는 게이입니다.
터울 : 반갑습니다. Jude Lee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하셨어요?
Jude Lee : 이게 제가 2013년도에 처음 게이스북을 만들게 됐는데, 원래는 제가 이쪽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학교 친구들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별로 페이스북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가, 이제 군대 전역 즈음에 저랑 그 때 연락하고 있던 이쪽 친구들에게 제가 전역하니까 나도 뭔가 누구 만나고 싶다, 그래서 부탁을 했는데, 그냥 제 일반 페이스북 계정을 태그해서 올린 거예요. 그래서 그게 무서워서 바로 게북을 만들게 됐는데. 이름을 뭘로 하지 고민을 하다가, 그 때 싸지방(영내 사이버지식정보방)이었는데, 싸지방에서 노래를 틀어줬는데 그 때 Beatles의 <Hey Jude>가 나오더라고요.
터울 : 군대에서?
Jude Lee : 네. 그래서 아, 생각보다 이 이름이 흔치도 않고 뭔가 괜찮다 싶어서 Jude라는 이름으로 지었는데, 이걸 지금까지 그냥 죽 쓰고 있는 것 같아요.
터울 : 군대에서 음악듣는 건 또 각별하니까,
Jude Lee : 네.
터울 : 그럼 군대에서 처음 온라인으로 데뷔를 하신 셈이네요, 게이스북에.
Jude Lee : 그렇죠.
터울 : 온라인 말고 오프라인으로 처음 나온 건 언제이실까요?
Jude Lee : 오프는 조금 됐어요. 정확히 이야기하면, 페이스북이 2013년인 거고, 그 전에는 커뮤니티를 잘 몰라서 다음 까페 같은 델 가입했었는데, 오프라인으로 종로를 처음 나가본 게 제가 재수할 때, 20살 때였거든요. 그런데 이 때 제가 코리안베어스라는 카페에서, (웃음) 활동을 했어요. 그러니까 정말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보니, 아 그런 데가 있대, 그래서 가입을 했다가, 거기서 만난 형들이 재수한다고 힘들 테니 술 한잔 하자 그래서 무작정 종로로 가서 술 먹고, 다음날 새벽에 다시 집으로 내려왔던 게 처음이었어요.
터울 : 20살 때네요.
Jude Lee : 네, 아직도 기억해요. 스무살, 3월 14일 화이트데이 때.
터울 : 그 때 종로에 대한 인상이 어땠어요?
Jude Lee : 그 때는 일단 포장마차를 처음 갔었고, 그게 되게 신기했어요, 처음엔. 드라마에서만 보던 게 앞에 쫙 깔려있고, 포장마차 들어가니까 다 남자들밖에 없고, 술먹고 있고. 그러다가 어디 바를 들어갔는데 무슨 벽에 있는 문을 밀어서 들어가는 곳이 있었어요. 그런 비밀스러운 데에 바가 있어서, 아무래도 뭔가 이쪽 문화는 음지에 있나보다, 라는 생각을 그 때 하고,
터울 : 그 때만 해도 그랬죠, 아무래도.
Jude Lee : 그래서 조금 내가 쉽게 접근하기는 힘들겠다, 이런 생각을 그 땐 했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런 이미지와, 게이스북 처음 만들고 나서 페친 추가해 가고 활동하면서 받았던 이미지는 달랐을 것 같거든요.
Jude Lee : 차이가 되게 크더라고요, 확실히. 뭐라고 설명드려야 될까, 제가 알고 있던 것들이 우물 속에서 하늘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 때 우물 밖으로 끄집어내준 사람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 글을 보다보면 너무나 잘 놀고 있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는 게 이쪽 업소였고, 이쪽 클럽이었고. 너무나 그냥 낮에도 종로에서 사람들끼리 모여서 술을 먹고 있다, 이런 것 때문에, 생각보다 음지가 아니구나. 이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터울 : 게이스북이 게이커뮤니티를 크게 바꾸어놓은 측면이 있고, 나중에 얘기가 나오겠지만 그런 플랫폼의 의미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를 하시기도 했는데요. 역시 그런 차이를 감각하셨던 거군요.
2. 2015년 코드지(Chord G) 2회 공연의 기억
: "나 게이여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터울 : 학부를 영상 관련 학과로 나오셨는데요. 언제부터 영상이란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Jude Lee : 어렸을 적부터 좀 시작됐던 것 같은데요. 아버지가 취미로 사진을 하셨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카메라라는 장비에 대해 좀 친숙했었고, 초등학교 때부터도 뭔가 소풍 가거나 수학여행 가거나 하면 아버지가 손에 자동 필름카메라를 쥐어 주셨거든요. 이거 하나 다 쓰고 와라, 이렇게. 그러면 애들이랑 사진 찍어주고 하다가, 고등학교 올라가서 DSLR을 선물받았어요. 조금 더 제대로 찍어보라고. 그래서 그 때부터 사진을 그냥 단순히 애들 사진만 찍는 게 아니고 앨범에서 봤었던 아버지가 찍었던 멋있는 사진을 따라하면서 찍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익숙해지더라고요. 아 그리고 고등학교 때 제가 드라마에 미쳐 살았거든요. 그래서 내러티브가 있는 영상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게 진학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터울 : 뭐랄까, 영상이라는 매체와 게이판의 문화가 지닌 풍요도와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요. 학교 다니시면서 퀴어와 영상이 만나는 지점들, 그러니까 20살 때부터 종로를 알고 나서부터 퀴어적 정체성과 영상이 만나는 접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으셨을 것 같거든요, 게이스북 인맥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업하시기 전에.
Jude Lee : 그 전에는 되게 숨겼어요, 오히려. 학교에서 절대 들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때문에, 뭔가 제가 풀고 싶은 이야기는 퀴어였음에도, 남녀관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그걸 풀다보니까, 사람들이 봤을 때는 남녀라고 하기에는 여자의 심리가 너무 이해가 안된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웃음) 사실 접근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퀴어였으니까, 어쩔 수 없이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었죠. "너는 너무 이상적인 남녀 사이를 그리는 것 같아", "너무 고등학생들 연애사에 머물러있는 것 아니니", "너는 연애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섹스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웃음) 이런 조언을 진짜 많이 들었어요.
터울 : 물론 저도 그 전에 남자랑 섹스 많이 하고 다니다가 30살에야 게이로 정체화를 한 경우라, 정체화와 데뷔가 늦는 각자의 사정들이 있을 텐데, 2016년에 게이스북 만들고 난 다음부터 좀 활동을 활발하게 하신 셈일까요?
Jude Lee : 2013년에 게이스북 만들고 난 다음엔 그냥 사람들을 좀 알아가는 느낌으로 지냈었고, 교류를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고요. 오히려 그 때 당시에는 학교 생활이 있다보니까, 만약에 일반 생활과 이쪽 생활의 비중을 두자면 거의 7:3 정도로,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활동의 계기가 되었던 게 사실은 코드지(Chord G) 2회 공연을 보고 나서 조금 각성을 했어요, 제가.
터울 : 2015년이죠?
Jude Lee : 네. 2015년 공연을 보기 전에는 별 생각없이 그 전까지는 내 학교 생활이 더 중요했고, 나중에 나가서도 내 인맥을 위해서는 일반 사람들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게다가 이쪽 사람들이랑은 긴밀하게 친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초반에 경계를 많이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친구가 같이 가자 그래서 코드지 2회 공연을 봤는데, 그 때 약간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이런 문화적인 부분도 그렇고, 단순히 생각했을 때 제가 생각했던 이쪽 문화들의 공연이라고 하면 지보이스의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다 오픈한 사람들이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 때문에,
터울 : 그래야만 하는 거구나란 생각을 하셨던 거군요.
Jude Lee : 네, 그게 약간 이쪽 문화의 국룰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이게 나는 아직 그렇게까지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그런 걸 받아들이기엔 너무 나한테는… 사실 완전히 벽장을 열고 지내는 것도 아니고, 이쪽에 있는 사람들이랑 교류를 긴밀히 맺은 것도 아닌데, 내가 이런 걸 봐도 되나 했다가, 그런 생각도 제 편견이었다는 걸 그 때 알았죠. 공연의 퀄리티도 구성도 너무 좋았고, 거기에 나오시는 분들도 너무 멋있는 분들이었고. 그리고 앵콜곡을 같이 따라부르다가 제가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벅차오르는 마음에. 그래서 꼭 인권운동을 해야지만 이쪽 공연을 하고 이쪽 사람들이랑 커뮤니케이션을 맺는 건 아니구나, 어쩌면 커뮤니티 내에 더 보편적인 우리들만의 감수성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때 각성을 했던 것 같아요.
뭔가 내가 사실 영상을 잘하는 건 아니고, 그냥 조금 남들보단 배웠으니까 할 줄 아는 걸 가지고, 사람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영상과 공연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 때 공연 끝나자마자 코드지 분들 다 친추 걸고, 공연 너무 잘 봤다, 그리고 혹시 영상이 필요하시면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 언제든 연락 주시면 좋겠다-라고 얘기를 한 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게 처음으로 제가 액션을 취했던 순간이었어요. 그 전에는 그냥 가끔 아는 친구들 한두 명이랑 종로에서 놀거나 이태원 클럽 가는 정도였고, 가도 별로 재미를 못 느끼는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 조금 커넥션이 닿으면서, 그런 쪽에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요.
터울 : 모든 걸 다 커밍아웃하고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 없고,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개인만의 책임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사회가 그렇게 우리를 몰아넣는 셈인 거죠. 그래서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씬들이 마련되는 게 모두 유의미할 텐데, 그런 씬 중의 하나를 만나셨던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저도 코드지 2회 공연을 봤거든요. 충격이었죠, 역대 코드지 공연 중에 개인적으로는 보컬 역량의 퀄리티가 가장 높았던 공연으로 기억돼요.
Jude Lee : 아직도 2회 공연은 멤버들 내에서도 그렇고 공연팀들 내에서도 회자되는 공연이죠. 모두가 그걸 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해야 되나, (웃음) 그런 것 같아요.
터울 : 저도 그 공연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앵콜 때 눈물이 나셨다고 했는데, 그 때의 감정이 조금 더 궁금하거든요.
Jude Lee : 그 때 GOD의 <촛불 하나>를 앵콜로 불렀는데, 원래 제가 좋아하는 노래거든요. 그런데 그 가사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때 노래를 듣다가 어떤 분이 갑자기 기립박수를 치면서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다들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고, 그 광경이 뭔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잘 모르고 앞에 있는 사람도 잘 모르는데, 그냥 되게 같은 마음이 됐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커뮤니티 안에서 그런 유대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이게 그냥 단순히 퀴어의 유대감이야, 이렇게 이름짓는 것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같이 나누고, 그것에 대해 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는 느낌을 처음 깨달았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전에는 퀴어퍼레이드에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같이 하나의 마음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즐거움을 몰랐거든요. 그걸 그 때 처음 알았던 거죠. 뭐랄까, 눈물이 났던 건 그냥 벅차올랐던 것 같아요. 내가 이런 곳에서 같이 공연을 보고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나 게이여서 다행이다, 약간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터울 : 네, 되게 중요한 감각이죠. 보통 그런 생각을 하기 힘드니까,
Jude Lee : 게이 아니었으면 이런 공연 못 봤을 거고 그랬을 텐데, 공연 티켓값도 만원밖에 안하는데, 만원의 행복이 너무 어마어마한 거예요. 그래서 더 받아야될 텐데 이 정도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까 이야기했던, 뭔가 이 팀이 영상을 더 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공연 중간중간에 그런 시도들이 보이는데 멤버들이 그냥 하는 것 같아서, 담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 때부터 연락을 하고 액션을 취하고, 영상이랑 함께 한다면 조금 더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법한 분들에게 제가 무턱대고 들이댔어요. 제가 도와드리고 싶다, 이렇게.
3. 2016년 코드지 3회 공연 스탭 참여
: "제가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터울 : 그렇게 2016년 코드지 3회 공연부터 스탭으로 참가하게 되신 거잖아요. 어쨌든 이쪽 커뮤니티에서 처음 조직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신 건데, 그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거든요.
Jude Lee : 되게 남달랐어요. 단순하게 이쪽 공연팀을 도와준다-라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제가 그 때는 코드지 팬이었거든요. 그 무대에서 보고 너무 멋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연습하는 모습을 찍고, 저는 3회 공연 연습을 여름 즈음부터 쭉 같이 했거든요. 매주 연습 나와서 저는 촬영하고 중간중간 편집하면서 티저 영상 올려드리고.
터울 : 그러니까 단원 시절이 아니었을 때도,
Jude Lee : 네. 그 때도 다들 저에게 너무 고마워하고, 제가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매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노래하는 거 들으면서 이런 데서 같이 있는 게 너무 좋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터울 : 뒤에도 얘기 나오겠지만, 이런 인력이 팀에 합류한다는 게 사실 기적같은 일 같거든요. 절대 당연시하면 안되는 것 같고.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부분들이 사람을 기꺼이 활동에 참여하게끔 만드는 동력이 되는 것 같은데요.
Jude Lee : 사실 단원 중 화이의 공이 컸던 것 같아요. 화이라는 사람이 제 연락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따로 만나 한번 얘기해보자 해서 술을 먹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때는 술을 진짜 못해서 소주 한 병만 마셔도 취하고 혀 꼬이고 그랬는데, 제가 한 병 먹고 혼자 만취가 돼서 너무 도와주고 싶고 너무 하고 싶다고 혀 꼬인 채로 이야기하니까, 화이는 그게 되게 귀여워 보였나봐요. 그리고 얘가 약간 진심인가보다, 젯밥 노리고 오는 건 아닌가보다, 진짜 그냥 얘는 우리한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해주고 싶나보다, 그래서 멤버들을 설득해서 사실 멤버들도 잘 모르는 저를 3회 공연의 스탭으로 부르고, 연습 때마다 와서 영상 촬영도 하고 메이킹 필름도 찍어야 되는데 괜찮냐고 제안했는데 저는 오히려 너무 좋다고 했고, 중간중간에 필요한 사전 영상들이나 공연에 필요한 영상이 있으면 저도 같이 도와드리고, 그런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 때부터 영상 관련 중노동을 맡게 되신 셈인데요. (웃음) 사실 그렇게 영상 찍고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게 진짜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전공자도 힘든 일인 거고, 그런 일들을 제대로 견적을 내서 돈을 받는다면 고가의 페이가 드는 건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2016년 그 때 당시에 그런 노동을 감내하게끔 했던 동기가 뭐였는지 궁금해요. 인터뷰를 통틀어 계속 여쭤보게 될 질문이에요, 사실.
Jude Lee : 생각해보면, 그 전까지는 제가 하고 싶은 영상들이 있어도 학부 과정상 할 수 없는 것이 있었고, 2015년 말에 제가 어쩌다보니 취직을 하게 됐는데, 취직을 하게 되면서 겪었던 것이 많았어요. 2016년 초까지 일을 하다가, 내가 생각했던 영상 업계는 이런 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던 거예요. 아침마다 하는 일이 재떨이 갈고, 사수 작업실 청소하고... 난 영상 일을 배우고 싶어서 들어온 건데, 잡일만 하다가 몇 달이 흐른 거죠. 그리고 인격적으로도 약간, 소위 말하는 꼰대 상사 분들이 많아서, 나는 이런 판이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지, 내가 이런 걸 2~3년 버틴다고 남는 게 뭐가 있을까, 이 생각이 들어서, 게이스북에 '퇴사 쇼'를 하는 글을 썼어요. (웃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지, 내가 억지로 남이 시키는 걸 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그리고 그걸 결심하게 됐던 계기가 재밌게도 보갈친구 영상 작업이었어요. 하다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고퀄리티가 아님에도, 그냥 당시에는 치기어린 생각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쉬울 게 없었나봐요, 그 때는. 돈 조금 안 벌어도 좋다, 그냥 나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래, 그래서 '퇴사 쇼'를 하고, 그 포스팅을 보고 연락이 온 게 Jay Lee 형이었거든요. 그래서 한번 얘기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만날 수 있겠냐 해서, 그 때 만나서 얘기했던 게 2016년에 퀴어문화축제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에 파티 홍보를 위해서 영상을 만들고 싶은데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말 미안하게도 우리가 Jude Lee 님이 해드리는 노동에 대한 페이를 보장해드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너무 미안하지만 정말 하고 싶다고 생각되면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 때 본격적으로 이 판에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 보갈친구, <시간을 달려서> 中
4. 보갈친구 영상 작업 : "내가 생각하는 게이의 영역을 초월한 사람이 아닐까"
터울 : 말씀해주신 대로 2016년 3월에 걸그룹 여자친구의 곡을 커버한 보갈친구의 영상을 작업하셨는데요. 저퀄리티라곤 하셨지만 영상 관계자한테나 저퀄리티지, (웃음) 일반인한테는 이 뮤직비디오 퀄리티는 뭐지?-란 생각이 들 법한 영상이었죠. 게다가 영상에 게이/퀴어의 코드가 담겨 있잖아요. 게이빈, 낙원상가, 누누모텔, 초동교회 등 종로3가의 주요 포인트들이 영상에 쭉 나오는데, 그런 영상이 뮤직비디오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 작업에 참가하게 되신 소회가 있으실 것 같거든요.
Jude Lee : 보갈친구의 존재를 알았던 건 '모임'에서 주최한 2015년 4월 18일 제2회 오픈마이크 때였어요. 여자친구의 <유리구슬> 무대를 6명이서 하는 영상을 봤는데, 그 2015년을 계기로 제 시야가 열렸던 것 같아요. 이런 걸 하는구나 이쪽 애들끼리, 서로 춤도 추는구나, 거기에 <유리구슬> 무대의상도 똑같이 맞춰입고 춤을 추길래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그 때 눈에 들어왔던 게 쵸비형이었어요. 이 분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알게 모르게 그 분의 팬이 된 거예요. 너무 당당해보이고,
터울 : 저도 팬이에요.
Jude Lee : 그 중간에 쵸비형이 멤버로 있었던 SPIKE의 공연 영상이나 사진도 보게 됐고,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게이의 영역을 초월한 사람이 아닐까, (웃음) 당시에는 뭔가 되게 연예인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분이랑 작업을 하면 재밌겠다, 이 생각을 해서 말 그대로 또 들이댔어요. 거기에 지금 코드지의 멤버가 된 Jed Kang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랑 비슷한 나이 또래여서 가끔씩 서로 게이스북에서 댓글 정도 주고받다가, 제가 코드지 2회 공연에서 만났었어요. 그 친구가 그 2회 공연 때 '레즈벨벳'으로 게스트로 참가했었거든요. 나중에 영상 필요하신 거 있으면 도와드릴 테니 언제든 연락주세요, 해서 Jed Kang이란 친구가 쵸비형한테 연락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판을 꾸리면 좋겠다고, 그래서 저도 승낙을 하고,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거 보고 이야기하고, 그러고 나서 당일에 집에 있는 DSLR 하나 들고 무작정 종로 와서 찍고, 그랬던 것 같아요.
터울 : 이 영상에 대한 기획은 누가 한 걸까요?
Jude Lee : 보갈친구 멤버들이 같이 협의한 걸로 알고 있어요. 소품 준비나 의상이나 다. 그리고 그 때는 쵸비형이 종로3가에서 Glow Kitchen을 할 때여서, Glow Kitchen에서 회의도 하고 춤도 추고 그랬던 것 같아요.
터울 : 이 영상이 인상깊었던 게, 올로케잖아요. (웃음) 스튜디오가 아니기 때문에 현장은 늘 변수가 있잖아요. 여차하면 쫓겨난다든지, 여기서 찍으면 안된다든지 하는. 그런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거든요.
Jude Lee : Glow Kitchen 외 다른 데는 사실 건물 안에 들어간 게 아니고, 카메라 하나 들고 몰래 찍고 빠진 거라서, (웃음) 그 땐 괜찮았는데 낙원상가 옥상에서 찍었을 때는, 거기에 실버 시네마였나요? 어르신분들 영화보는 극장이 있어서, 거기서 춤을 추는 걸 찍고 있는데, 어르신분들이 나와서 보고 계시더라고요. 그 때는 그게 당황스럽고 무섭기도 했는데, 막상 편집하면서 보니까 그렇게 어르신분들이 지켜보고 계신 것도 나름 맛이 나더라고요. (웃음) 뭔가 B급 느낌인 것이 더 맛인 것 같아서, 쵸비형도 그걸 보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또 하필 어르신들밖에 없냐, 너무 맛이 난다, 이러면서. (웃음) 그랬던 것 같아요.
터울 : 지금도 가끔 게이스북에서 찾아보는 영상이죠. 매년 3월마다 끌올되는 영상으로 기억이 되네요. (웃음)
Jude Lee : 말씀하신 대로 뮤직비디오를 따라한 구성인데, 마지막에 쵸비형이 슬로우 모션으로 어딘가로 달려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그걸 누가 스틸컷으로 올려놓고, Glow Kitchen 외상 달아놓고 돈 떼먹고 도망가는 '년' 잡으러 간다고, (웃음) 그렇게 댓글을 썼는데 거기서 다들 반응이 팍 와서 도대체 이게 뭐길래, 이래서 다 보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쵸비형도 그 얘기 하면 "아 그거, 그 돈 떼먹은 그거?" 이러면서 엄청 좋아하세요. (웃음)
터울 : 네, 게이커뮤니티 문화 코드들이 알알이 묻어있는 그런 흥미로운 영상이었던 것 같아요.
5. 2016년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Real Private 웹예능 제작·연출 (1)
: "'쥬드야 수고했다' 이 말 한마디 들으면 너무 좋더라고요."
터울 : 2016년 퀴어문화축제 파티기획팀 얘기로 넘어가보면, Jay Lee님에게 '돈을 못 준다, 할 수 있겠느냐' 이런 제안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당시의 영상이 지금은 내려가서 볼 수가 없는 형태지만, 당시 올라온 영상들이 말도 안되는 작업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방대한 작업량을 대체 어떻게 기획했고, (웃음) 이 작업을 할 때 분명히 갈려나가셨을 것 같은데, 기획하고 진행하시면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Jude Lee : 일단은 제가 당시에 퇴사를 했고 휴학 상태였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던 입장이었고, 졸업 준비를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집에 그냥 있는 것보단 뭐라도 좀 하면 재밌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서, 저도 그 때는 이만큼의 작업량이 될 줄 모르고 그냥 재밌겠다, 이러고 달려들었는데, (웃음) 기획을 하다보니까 웹예능처럼 혹시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왔죠.
터울 : 그 얘기를 누가 한 건가요? (웃음)
Jude Lee : 처음 제안은 Jay Lee 형이 했을 거예요 아마. 그런데 그 제안이 처음부터 예능 형태였던 건 아니었고, 뭔가 홍보 영상을 올렸으면 좋겠는데-했을 때 제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서, 제가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갔어요. 그걸 보여주고 나니 파티기획팀 팀원들이 다들 얘 좀 미친 애다, (웃음) 광고주들한테 컨펌받는 것처럼 프레젠테이션을 엄청 만들어 갔거든요. 레퍼런스 사진 올려놓고, 이런 식으로 해서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해서 그 때 제가 기획했던 게 Real Private이라고 해서, 나름대로 제가 나눠놓은 거예요, 5부작 웹예능으로. 미쳤죠. 그 5부작으로 제가 그렇게 갈려나갈 줄 모르고. (웃음) 다들 괜찮겠냐 해서, 그냥 매주 올리면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답했죠. 정말 제가 그 때는 오히려 무식했기 때문에 용감했던 것 같아요. 아무 것도 잘 모르니까 그냥 맨몸으로 부딪쳐보자-하고 부딪쳤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어쨌든 그 사람들이 믿어주니까 웬만하면 늦지 않게 올려야겠다고 해서, 전날 새벽까지 밤새가면서 작업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터울 : Private Beach라는 이름은 원래 있었던 거죠?
Jude Lee : 네, Private Beach는 2015년에 이미 퀴어문화축제 애프터파티 이름으로 지어져 있었고, 2016년에는 거기서 Real Private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거죠.
터울 : 처음에는 영상 업계 표준의 워크플로우대로 접근하신 건데, 하다보면 작업량이 만만찮으셨을 것 같거든요.
Jude Lee : 그 전에 Jay Lee 형이랑 기획단 형들이 섭외한 Private 크루들을 중심으로 한 웹예능을 작업했던 건데, 이번 Private Beach 때는 아이코닉한 사람들을 크루로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분들과 같이 할 수 있는 홍보성 컨텐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온 기획이었고, 일련의 미션을 통해서 이 사람들이 Private Beach를 홍보하고, 이 사람들이 진정한 Private Beach의 아이콘인 Private Crew가 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취지였어요.
터울 : 진행하시면서 안 힘드셨어요?
Jude Lee :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고,
터울 : 저는 이게, 물론 작업에 참여하게 되신 동기를 설명해주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되는 작업량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전무후무하고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돼서, 그래서 계속 궁금해서 동기를 여쭤보는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는가, (웃음)
Jude Lee : 딴 것보다도 사실,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냥 이렇게 잘 모르는 퀴어분들, 게이 분도 있었고 레즈비언 분들도 계셨고 다른 분들도 많이 계셨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랑 얘기를 한다는 게 저는 너무 신기했었고, 원래 성격 자체가 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 걸 좋아해요. 제가 모르는 사람의 무언가를 알아가는 게 좋았고, 첫 화 때 참가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이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을 조금 더 알게 되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스스로도 조금 더 책임감이 생겼던 것 같고. 그리고 그 작업량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사실 같이 만드는 팀원들이 너무 저를 잘 케어해주셨기 때문에 그랬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터울 : 예를 들면 어떤,
Jude Lee : 술 사주고, (웃음) 클럽 데려가주고. 클럽에서 샷들 막 주면서 '쥬드야 수고했다' 이 말 한마디 들으면 너무 좋더라고요. 그 당시에 제가 생각했을 때는 퀴어 씬에서 많은 활약을 하는 형들이었고, 어떻게 보면 제가 선망하고 있던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려서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게 저한텐 되게 소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랑 만드는 추억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았음에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터울 :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 사소한 케어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내가 일했던 힘듦을 잊게 만드는 것 같거든요.
터울 : 그해 축제 파티를 세빛섬에서 했었잖아요. 그 자리에 계셨을 것 같거든요. 자기가 열심히 빌드해온 메인 행사가 근사한 행사장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보는 소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거든요.
Jude Lee : 사실 그만큼의 규모일 거라는 생각을 안했던 것도 있었고, 현장에서 봤을 때 되게 놀랐거든요, 저는. 이런 데서 한다고? 그런데 막상 오픈하니까 거기가 또 거의 차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저는 제일 인상깊었고 아직도 제일 좋았다고 생각하고, 제가 지금까지 퀴어에 발을 담그고 나서부터 제일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이 때 파티였는데요. LGBT분들이 그 사람들의 소속이 어딘지에 상관없이 모두가 다같이 어깨동무하고 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았거든요. 뭔가 플로어에서 기차놀이 하면서 게이분들, 레즈비언분들, 트랜스젠더분들, 다른 지향·정체성의 분들도 같이 엉켜서 어깨동무하고, 너무 건전하게 놀고 뛰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그 때 되게 벅차올랐던 것 같아요. 진정한 퀴어문화축제라는 게 이런 거구나, 되게 감회가 새로웠고, 그 전에는 제가 쉽게 볼 수 없었던 분들도 파티라는 이름이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대담해지고 쿨해지고 하는 게 있어서, 저한테도 쉽게 이야기를 거시더라고요. '저도 찍어주세요' 이런 얘기도 한다든가, 아니면 '술 못 드세요? 술 한잔 같이 해요'라고 하면서 레즈비언분들이 카메라 잡고 있는 저한테 맥주 한 병 건네주시고, 그랬던 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터울 : 앞으로 퀴어문화축제 파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뛰어넘어야 할 거대한 산같은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이 때 누구도 부탁한 적이 없었는데 저도 사진 찍으러 갔거든요, 플래시 달고. 생각해보면 다행이죠, 그 기록들이 그렇게 남아있다는 게.
Jude Lee : 뭔가 대통합의 장을 그 때 보고 나서, 그래서 더 뭔가 이런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터울 : 사실은 그런 행사가 굉장히 어려운 조건 속에서 가능한 건데, 그럼에도 어쨌든 그런 게 가능했다는 기억이 주는 각자의 의미들이 있을 것 같아요.
Jude Lee : 네.
6. 차세빈, <I AM> 뮤직비디오 촬영·연출
: "티저 영상을 그 자리에서 편집해서 완성했었죠"
터울 : 그 해 12월에 차세빈님의 <I AM> 뮤직비디오를 작업하셨어요. 영상을 당시 클럽 르퀸이랑 루킹에서 촬영하셨고, 르퀸 크루들과 무대 녹화본이 섞여 감각적으로 연출되었던 영상이었는데, 어떻게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Jude Lee : 일단은 그 전에 했던 것들이 바탕이 되더라고요. 보갈친구 영상이라든가, 제일 크게 작용했던 건 Private Beach의 웹예능이었던 Real Private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 때 이후로, Jude Lee라는 친구가 영상을 한다더라-라는 걸 많이 알게 됐고. 그리고 그 시절에 제가 르퀸이랑 루킹을 엄청 자주 다녔거든요. 클럽 죽순이었어요, 그 때는. 매번 마감찍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세빈누나와 연이 닿아서, '네가 영상하는 친구야?' 이런 얘기 나누다가, 어느 순간에 먼저 제안하셨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제가 되게 부담이 돼서, 이렇게 중요한, 심지어 데뷔곡의 뮤직비디오를 전문가도 아닌 나한테 맡겨도 괜찮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저를 엄청 믿어주시더라고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장소는 르퀸이랑 루킹이 있으니까 거기서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데, 조금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것도 있으셨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많은 걸 지원받은 느낌인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진짜 내가 더 잘해야겠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르퀸에서 하루 찍고, 루킹에서 공연하실 때 찍고, 그리고 따로 르퀸에서 안무하실 때 찍고 해서 총 3번 촬영한 끝에 뮤직비디오가 나왔던 것 같은데, 그 과정이 힘들다기보단 되게 재밌었어요, 저는. 처음에 티저를 먼저 찍자고 하셔서, 티저로 누나가 르퀸에서 춤추는 걸 찍고 나서, 그날 촬영이 끝나고 이태원의 고깃집에서 고기 먹으면서 그 자리에서 편집해서 끝냈거든요. 그러니까 누나가 '얘 미친 놈 아냐?' (웃음) 이렇게 얘기하셨거든요. '먹으면서 해', 막 이러면서 고기 먹여주시고 그랬는데, 그 때부터 약간,
터울 : 현장 편집으로 그 티저를 다 만든 거예요? 대단하다,
Jude Lee : 네, 그걸 옆에서 본 사람이 다들, '얘 뭐하는 애지?' 이런 생각을 했나봐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얘가 영상을 하긴 하는 애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쪽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이쪽 커뮤니티 특성상 뭐랄까 좀 공작새같은 존재들이잖아요.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걸 어필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고, 사실 저도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영상이라든가 카메라를 다룰 수 있다는 걸 어필하게 되었었는데, 그에 대해 거기 있던 사람들이 얘가 마냥 구라치는 건 아니었구나, 허풍은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터울 : 능력을 확인받은 거죠.
Jude Lee : 네. 그래서 좀 기분좋았던 것 같아요.
터울 : 이 영상이 아마 이 인터뷰에 언급되는 영상들 중에 독자들이 실견할 수 있는 유일한 영상일 텐데요. (웃음) 클럽 르퀸과 르퀸 크루들이 영상에 나오잖아요. 르퀸 죽돌이였다고 하셨는데, 르퀸에 대한 추억을 회고해주시면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해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못 잊고 있는 클럽이니까요.
Jude Lee : 르퀸이 사실 제가 이태원에서 클럽을 다니는 걸 재밌게 만들어준 시발점이거든요. 처음에는 술 먹고 애들이 르퀸이라는 곳에서 공연을 한대, 보러 가자, 그래서 무슨 공연을 하는데?, 드랙을 한대, 드랙이 뭔데? 이러고 가서 봤는데, 너무 또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1시 공연을 보고, 밖에서 다른 클럽에서 놀다가 3시에 또 공연 보고 그랬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1시 공연 끝나고 3시 공연 전까지 K-POP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주변 친구들도 다 그렇고 그 때는 다 끼순이었기 때문에, (웃음) 그 시간에 사람들이 싹 빠지고 약간 한적한 공간에서 애들이랑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사실 세빈누나도 그 때 저를 인지했다고 하더라고요. 공연 끝나고 조금 쉬는 타이밍인데, 거기서 갑자기 애들이 춤추면서 바닥을 기고 그러고 있으니까, '대체 얘넨 뭐하는 애들이야?' (웃음) 이러면서 가끔씩 맥주 주시고, 마시면서 하라고, (웃음) 그랬었는데, 그러고 3시 공연까지 보고 가고 그러니까, 그렇게 하면서 저랑 제 주변 사람들을 누나가 인지하기 시작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르퀸에 대한 추억이라고 한다면 그 공연에 대한 추억이 제일 베스트고, 그 다음으로는 거기서 틀어주던 K-POP이 기억나요. 그랬기 때문에 제가 루킹으로도 자연스럽게 잘 놀러가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터울 : 게이 클럽에서 K-POP 문화가 일종의 레거시로 자리잡게 된 게, 펄스에서 시도되었던 K-POP 타임을 르퀸에서 좀더 이른 시각에 본격적으로 집어넣고, 그것이 루킹으로 오게 되면 K-POP이 클럽 자체의 정체성으로 자리잡게 된 거였죠. 그 흐름 한가운데에 계셨던 거군요.
Jude Lee : 네.
7. 2016년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Real Private 웹예능 제작·연출 (2)
: "이게 단순히 그냥 끼로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터울 : 2016년 퀴어문화축제 웹예능 영상으로 돌아가보죠. 당시 그렇게 작업하신 웹예능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는데요.
Jude Lee : 일단은 제일 처음 올라온 Episode.0 영상이 크루들에 관한, 본인들의 인터뷰였거든요. 그런데 그 때 레즈비언이셨던 흐름씨가 계셨어요. 그 분이 인터뷰를 하시면서 마지막에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라는 얘기를 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엄청 울컥한 포인트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도 나름대로 아픔이 있던 분이었는데, 그럼에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우리 같이 Private Beach에 모여서, 서로 그런 구분 없이 우리 존재끼리 다같이 즐겨보자는 취지로 얘기하셨거든요. 그래서인지 저도 그 인터뷰를 끝내면서 제가 감사합니다, 라고 얘기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이 전해져서 저도 그 마음으로 편집을 했었고, 처음엔 같은 파티기획팀분들도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그 편집본을 보고 나서 다들 전화를 주셨어요. '난 네가 하는 것에 대해 터치 안할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너 때문에 이거 보고 울었잖아',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 첫화를 보고 그 분의 인터뷰에서 많이들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본인들도 생각 못하고 있던 걸 이 분이 인터뷰로 이야기해주시고, 제가 그런 감정들을 수면 밖으로 끄집어냈다고 생각하셔서, 그래서 뭔가 '사람을 참 잘 담네'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해주셨어요. 작업하면서 그걸 제가 계속 가져갔었거든요. Real Private 하는 동안은 절대 난 악편(악마의 편집) 안하고, (웃음) 사람을 잘 담아봐야겠다, 이건 착한 예능이어야 되니까,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착한 예능이어야 되는데 재미는 있어야 되니까, 그런 고민을 항상 하면서 찍었었고.
매 화를 보면서 출연한 사람들을 지지하고 그 사람의 팬이 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저는 되게 좋았어요. 뭔가, 이 사람이 되게 매력적이다, 또는 이 사람이 말하는 생각이 너무 좋아요, 이 사람이랑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라고 저한테 연락 오시는 분들도 있었고. 저한테 '그 출연하시는 분 혹시 식이 어떻게 돼요?'라고 물어보신 분도 있었고. (웃음) 그래서 이게 단순히 그냥 끼로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여러 모로 이걸 계기로 관계를 맺게 된 친구들도 있어서, 어떻게 보면 이게 게이로서 오피셜한 소통을 했던 첫번째 계기가 아닌가 해서 저한테도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터울 : 게이커뮤니티의 어떤 사람이 그렇게 공들여서 촬영되고 편집된 웹예능의 주인공이 되는 게 사실은 각별한 일이죠. 이 때 당시에 게이와 레즈비언이 듣기로는 서로 원만하게 어울리셨던 것 같거든요. 재차 강조하지만 그게 실은 쉽지만은 않은 여러 사려깊음 속에서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일 텐데, 특별히 조심했거나 주의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아무래도 게이들끼리와는 다른.
Jude Lee : 아무래도 성별의 차이가 있다보니, 서로 조심을 했던 것 같아요. 은연중에 나오는 속어 같은 것도 신경써서 다들 최대한 순화시켜서 얘기하려고 했고, 레즈비언분들 같은 경우도 게이 문화들 중에 신기한 것이 있으니까 배워보고 싶다, 그래서 서로 얘기하면서 '너네들 끼라는 게 어떤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한때는 끼가 뭘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그 분들이 같이 촬영하면서 '아, 이런 게 끼인가 보네', 이렇게 얘기하는 걸 보고, 그래도 서로 나름의 어떤 교류를 해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지 않았나, 한데 모여서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자리를,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터울 : 퀴어라는 범주가, 이를테면 게이·레즈비언끼리 같이 노는 게 사실은 원래 쉬운 게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같이 모여서 뭘 한다는 게 더 의미가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퀴어라는 게 그냥 별 고려 없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사실은 그 안에 세심한 사려들이 개입되어야 성립하는 거고, 그런 속에서 그렇게 같이 해나가는 행사를 해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것 같아요.
8. 2017년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참여
: "순수하게 일했던 사람들의 열정마저 매도하지는 말아주세요"
터울 : 2016년에 그렇게 웹예능을 시도하셨는데, 2017년에는 그런 유사한 형태의 작업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요. 2017년에는 영상 관련 작업이나 홍보의 기조가 좀 바뀌었던 것 같기도 하거든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Jude Lee :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는 위에 계신 기획팀 분들의 몫이어서 제가 거기까지는 확실히 아는 건 아니고, 저는 퀴어문화축제 애프터파티인 Private Beach를 담당하는 팀에 속해서, 2017년에 저는 행사장에 대한 영상 스케치를 담당했었고, 찬조공연팀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스탭으로 참여했었어요.
터울 : 촬영한 공연 영상은 원래 어떤 형태로 공개될 계획이었나요?
Jude Lee : 아마… Private Beach 페이스북 페이지에 일부 공개하려고 원래는 준비를 했었죠. 편집이 많이 들어간다기보다는 전체적인 공연 무대를 담자, 왜냐하면 공연팀의 초상권이라는 게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최대한 무대만 담고 안에서 즐기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절대 찍지 말자는 취지로 해서, 무대만 열심히 찍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리고 그 해 파티 장소였던 펄스에서 성별별 입장료 차등부과 사건이 터지고, 그 일 때문에 결국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이 총사퇴를 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팀장이셨던 Ethan형의 소식지팀 인터뷰에서 언급된 바 있지만, 어쨌든 저도 그렇고 이 행사와 관련돼있었던 게이커뮤니티의 많은 구성원들이 엄청난 상처를 입었던 사건이죠. 사소한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야말로 현장 상황 속에서 발생한 실수였는데,
Jude Lee :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 텐데, 저도 좀 이 일은 안타까워요.
터울 : 그게 실수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내장된 확신범적인 여혐이나 이런 걸로 몰리는 게 참 안타까웠거든요. 저도 이 당시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고, 팀에 몸담아 일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을 것 같아요. 당시 심정을 올리셨던 게이스북 포스팅의 문구 중에 "순수하게 일했던 사람들의 열정까지 매도하지는 말아달라"는 문구가 떠오르는데요. 어떠셨어요, 그 때?
Jude Lee : 오히려 저는 이 때, 2016년 이후로 그 때 당시 제가 레즈비언 친구가 많이 생겼었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2017년도에도 와서 놀다가, 저한테 따로 얘기해주더라고요. 앞쪽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혹시 뭔지 확인해줄 수 있겠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당시는 촬영 중이어서 촬영 끝내고 내가 한번 물어보겠다 대답하고, 나중에 끝나고 나서 그 일이 벌어진 걸 알게 된 거죠. 그런데 제 주변에 있는 레즈비언 친구들은 뭔가, 네가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알아서 너한테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진행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배려를 안해주지?-라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좀 그래, 이렇게 최대한 돌려서 잘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게이스북에서 더 조롱의 말들이 많더라고요.
터울 : 아 오히려? 게이들 사이에서?
Jude Lee : 그러니까 제 주변의 레즈비언 친구들은 저한테는 좋게 이야기해주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제가 잘 모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쓰는 말들을 페이스북을 내리다가 보면서, 거기서 좀 많이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요.
터울 : 뭐라 그러던가요?
Jude Lee : Private Beach가 아니라 'Private Bitch'라고 한다든가,
터울 : 그게 게이들 입에서 나온 이야기였어요?
Jude Lee : 그리고 그해 파티가 열린 클럽 펄스(Pulse)를 지갑을 뜻하는 'purse'로 바꿔 부르고, 너네가 돈을 벌고 싶어서 그렇게까지 바가지를 씌우면 게이들 이미지가 뭐가 되냐, 라고 얘기하는데, 좀… 약간 저는 화가 났죠. 정말 내가 말 그대로 일 끝나고 나서 페이를 받았으면 내가 할말이 없겠는데, 난 페이도 안 받았고, 나는 공연도 못 즐기고 계속 장비 빌려놓고 반납하러 왔다갔다 하고 그랬는데, 나는 그냥 좋아서 한 건데 내가 돈에 미친 사람처럼 취급받으니까, 이건 아닌데… 돈도 안 받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화가 났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행사를 일반적인 클럽 파티랑 똑같이 생각했던 거죠. 어쨌든 그런 말을 언어유희라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이 큭큭거리며 댓글을 다는 게 되게 상처였던 것 같아요, 그 때는.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하고 생각해서 쓴 게 그런 포스팅이었고. 정말 뭐라고 해야 될까요, 우리가 정말 돈 때문에 했으면 그렇게까지는 안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터울 : 사람이 미숙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는데, 그 실수의 결과로 파티팀이 해체된다든지, 내지는 2017년에 있었던 그 파티와 관련된 영상·사진 등 모든 기록물들이 웹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든지, 라는 식으로 비화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때의 기억이 저는 잘못한 것 이상으로 두드려맞았던 경험으로 각인되어 있고, 그 때의 일이 마치 2016년까지 이어졌던 각 정체성들끼리 한 자리에서 모여 놀았던 기적같은 순간에 대한 반례같아 보여서, 서글픈 구석이 있는 거죠.
Jude Lee :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 당시에 조금, 그런 것들에 대해 극명하게 갈리던 시기다 보니까, 2016년에 사소하게 일어났던 트러블 같은 게 2017년에는 크게 번졌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전체적인 사회 흐름 속에서 벌어진 일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사실 일해놓고 욕먹는 건 좀 짜증나긴 했어요.
터울 : 그런 총공(격) 문화에 여러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이 판이 되게 굳건하거나, 우리가 무슨 대단한 자본이 있어서 제대로 돈을 받고 스탭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실낱같은 선의의 연쇄로 힘겹게 이 판이 꾸려지고 있다는 걸, 안에서든 밖에서든 간과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란 생각도 사실은 들어요. 지금 이 판과 이 작업들을 소중히 여겨야 할 부분이 있는 건데.
Jude Lee : 뭔가… 전 그렇게 생각해요. 어쨌든 이게 표면적으로는 클럽 파티이기 때문에, 퀴어문화축제 후원파티에 오는 사람들은 평상시 클럽 입장료보다 높은 돈을 내고 우린 들어가니까, 그럼 당연히 파티를 기획·진행하는 사람도 페이를 받겠네-라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사실 구구절절, 우리는 페이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를 통해서 이걸 운영하고 있으며, 라고 얘기하는 것도 좀 웃기잖아요. 어쨌든 이 파티에서 얻은 수익금은 후원과 더불어 다음 해 퀴어문화축제로 견인되는 자금이기 때문에, 2016년도 파티에 모였던 많지 않은 수익으로 2017년도에 좀 보탬이 되었던 구조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였는데, 그에 대해 만약 다른 많은 퀴어분들이 인지하고 있었더라면, 우리가 내는 돈이 내년을 위한 투자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조금은 그런 일에 대해 너그러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 커뮤니케이션 오류였고 얘네들이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네, 라는 생각을 조금만 더 해주셨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터울 : 퀴어문화축제뿐만 아니라 게이커뮤니티 내 대부분의 행사도, 겉으로는 상업적인 퀄리티와 일견 유사해 보이는 것뿐이지, 어떤 의미에서는 다들 품앗이로 유지되는 거고, 예산이 태부족한 채 진행되는 상황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걸 그냥 아주 쉽게 소비자로서 품평하는 게 아니라, 내가 소비했으니 돈값을 내놔라, 이런 게 아니라 이런 행사와 움직임에 대한 참여자로서의 정체성이 조금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움이 드는 순간인 것 같아요. 뒤에서도 얘기 나오겠지만요.
9. 2017~2019년 포튠즈(Fortunes) 3·4회 공연, 소공연 영상 작업 참여
: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터울 : 2017년 4월 22일 포튠즈 제3회 공연 촬영·편집 스탭을 맡으셨거든요. 이 팀을 '최애'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언제부터 이 친구들을 알게 됐는지 궁금해요.
Jude Lee : 포튠즈라는 그룹도 코드지랑 비슷하게, 2회 공연을 먼저 봤었어요. 2016년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 2회 공연이 풀밴드였거든요. 그것도 나름 신선했던 것 같아요. 이쪽 공연 씬에서 풀밴드로 공연을 한다고? 그런데 노래도 되게 잘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그 당시에는 그냥 이런 좋은 그룹들도 있구나, 처음 알았다, 여긴 감성적이네-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 멤버들이랑 개인적으로 친분이 닿기 시작했었어요. 그리고 사실은 본격적으로 도와달라고 얘기를 한 건 포튠즈의 리더 형이 따로 부탁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당시에 보쌈이라는 친구랑 어느 정도 교류를 하고 있었던 사이였고,
터울 : 음악 진짜 잘하는 친구죠.
Jude Lee : 네, 그래서 리더 형이 저를 포섭하고 싶어하셔서, 제가 신림에 있는 친구들이랑 노래방 정모를 하는 걸 알고 그 때 오셔서 열창을 하셨거든요. 그 기억을 가지고 따로 술을 먹게 됐는데, 이제 그 리더분이 저한테 공연 혹시 도와줄 수 있겠냐, 자기가 사실 이런 부탁하는 거 정말 미안 하고, 이런 거 부탁하는 거 스트레스 받을 걸 아는데, 좀 도와줬음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왜냐하면 영상 작업을 제가 많이 하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이 때부터 조금 시달렸다고 생각했나봐요, 어느 정도.
터울 : 그렇죠, 작업량이 아무래도,
Jude Lee : 작업량이 있다보니까, 본인이 부탁하는 것도 또 부담을 주는 거 아닐까, 해서 어렵게 부탁하셨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저도 너무 친해져서 술먹고 얘기하다가 '도와줄게요, 그냥', 이렇게 해서 본격적으로 판을 꾸리게 됐죠.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포튠즈라는 그룹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제가 봤을 땐 스토리텔링적인 게 많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조금 더 보탬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판을 좀 벌리자, 그래서 그냥 사람들끼리 차 빌려서 강원도 가서 영상 찍고 오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터울 : 어떤 이야기의 흐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셨어요?
Jude Lee : 3회 공연 제목이 'Free Yourself'였는데, 공연 첫 곡이 공연 제목과 동명이었고, 그게 공연에서 말하고 싶은 포튠즈의 이야기더라구요. 그래서 영상 준비를 하면서 ‘Free Yourself’의 데모곡을 듣는데 갑자기 영상이 머릿속에 막 떠오르는거예요. 그래서 그걸 정리해서 멤버들에게 이야기했는데, 다들 너무 공연이랑 잘 맞긴 한데, 생각보다 이게 판이 크니까 다들 한참 고심하다가, 당시에는 제가 아직 학교에서 졸업한 지가 얼마 안돼서 학교에 있는 장비랑 장소를 빌릴 수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영상 작업하는 데 예산이 많이 줄었어요.
터울 : 그 때부터 '최애'가 되셨던 거군요.
Jude Lee : 아무래도 제가 하고 싶었던 영상의 결과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적인 감성이라든지, 공연에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느낌이 좀 잘 맞았기 때문에, 그게 되게 우연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우연의 일치로 서로가 추구하는 것들이 잘 맞기 때문에, 작업하는 데 있어서 큰 틀에서 충돌이 있지는 않았거든요, 한번도. 그랬기 때문에 뭔가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그들과 소통을 할 때는 항상 제가 생각하는 걸 그들도 생각하고 있었고, 뭔가 제가 꺼내고 싶은 아이디어를 먼저 끄집어내주실 때도 있었고, 그게 인연이 돼서 소공연도 같이 제가 준비를 하고, 4회 공연도 같이, 조금 더 깊게 역할을 맡았던 것 같아요.
터울 : 포튠즈랑 그렇게 세 번의 영상 작업을 같이 하신 셈인데, 티저 영상들이 감각적이었던 게 기억나요. 기획이나 촬영 당시 인상깊었던 이미지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Jude Lee : 3회랑 4회 공연을 처음 기획했을 때 제가 처음 주장했던 건, 어느 정도의 흐름이라든가 감정의 결은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으로 이쪽 그룹에서 시도한 것일 수도 있는데, 각자 멤버들을 상징하는 색을 만들었었어요. 그걸 3회 때 처음 만들고, 그걸 그대로 4회로 끌고 와서 거기서 발전을 시킨 색으로 바꾸고, 되게 여러 모로 포튠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걸 파고들면 들수록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그런 식으로 이스터 에그를 숨겨놨었어요.
터울 : 아트 디렉터같은 역할을 하셨던 거네요.
Jude Lee : 네, 어떻게 보면 4회 때부터는 아트 디렉터인가보다, 라고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상만 했던 게 아니고 포스터 작업도 같이 공동으로 하고, 팜플렛이나 티켓 작업이라든가 그래픽 작업도 같이 했던 기억이 나요. 4회 공연의 주제가 'Firework'였는데, 불꽃놀이라는 게 다양한 색깔로 밤하늘을 밝게 수놓잖아요. 그런데 그게 어떻게 보면 저희가 생각하는 무지개의 또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포튠즈라는 그룹 자체가 공연에서 전반적으로 퀴어 코드를 앞세우진 않지만, 우리가 각자 밝게 빛나는 존재라는 걸 인지한다는 건 결국은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내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고, 그만큼 나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그런 걸 전달하고 싶은 게 4회 공연 'Firework'의 메인 캐치프레이즈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4회 공연의 매 챕터마다 글귀가 있었어요. "지금 빛나는 이 순간에 있는 우리들에게, 영원할 것 같던 반짝함이 무너져 버리기도 하겠지만,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불꽃을 간직하고 있다면 다시 타오를 거야." 이게 메인 카피였어요. 불꽃놀이라는 게 엄청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지만 결국에는 그게 금방 사라져버리고 재가 되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그 재도 언젠가는 다시 불타오를 거고, 마냥 어두워지는 게 끝이 아니고 다시 밝아지고 다시 또 불타오를 거고, 다시 하늘을 수놓을 거고, 그런 각자 개개인의 개성과 가능성, 그런 걸 4회 공연 때 많이 얘기했던 것 같아요. 3회는 너에게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 이런 쪽이었다면, 이제 하고 싶은 얘기를 한 사람들이 네가 하고 싶은 걸로 너의 하늘을 수놓았으면 좋겠다, 너의 가능성을 더 펼쳤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하는. 그래서 어떻게 보면 퀴어에 꼭 특정된다기보다는, 포튠즈라는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부분들,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어떤 사람이든 간에 그 사람들의 노래를 듣고 다양하게 해석하는 거고, 그것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고 가는 공연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터울 : 포튠즈의 공연이 좀 그렇죠. 뭔가 게이커뮤니티의 공연이기 때문에 쉽게 택할 수 있는 소재들을 일부러 피해서 공연의 컨셉을 정하는 그런 느낌이 좀 있죠.
Jude Lee : 네, 저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공연 끝난 사람들도 좀 스스로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게 포튠즈 멤버들이 가장 크게 이룬 수확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터울 : 저도 2015년 코드지 2회 공연과 포튠즈의 2019년 4회 공연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순간이었던 것 같네요.
10. 게이커뮤니티 공연팀의 공연 후 상영회 문화
: "이 사람들의 무대 동선과 원하는 분위기를 담아주고 싶었어요"
터울 : 저는 인상깊었던 게, 공연 당시 촬영된 영상이 게이스북에 다시 올라와서 다들 보게 하는 형태의, 그런 포튠즈 공연 영상을 본 것 같은데요. 저는 이게 정말 게이커뮤니티의 공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기도 한데, 공연이 끝난 다음에 공연 영상을 굉장히 공들여 편집해서 상영회라든지 게이스북에 공개하든지 해서 그 결과물들을 다시 감상하고 재음미하는 문화가 참 흥미롭거든요. 어쨌든 그것도 별도의 만만찮은 공력이 들어가는 것이고. 그런 것들이 어떻게 기획되고 실행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Jude Lee : 우선 제가 스탭으로 참여한 후에는, 코드지 3회 공연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코드지는 항상 상영회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공연을 하고 나서 각자 잘한 부분, 그러니까 good & more를 평가하는 자리인 거죠, 멤버들과 스탭들이랑. 그런데 3회 때는 처음으로 멀티캠 촬영을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메인캠 하나에 서브캠 두개를 두어서 음악방송처럼 촬영하고, 그걸 멤버분들이 편집해서 상영했었는데, 저는 그 때는 학교 일 때문에 상영회 당일에는 못 했고, 촬영에만 참가했었죠. 포튠즈는 2017년 12월 소공연 '겨울의 온도'부터 상영회를 하고, 멀티캠 촬영을 본격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단순히 공연 때 영상을 찍는다가 아니고, 이 사람들이랑 계속 긴밀하게 컨택을 하면서, 이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의 무대 동선과 원하는 분위기가 있으면 그걸 담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그러다보니 공연 당일이 더 그래서 저는 신경이 곤두서있었던 것 같아요. 이걸 담아내야 하고, 이건 기록에 남는 거니까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되게 엄청 신경을 쓰면서 촬영을 하고 편집을 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 때 서브캠이 두 대가 붙었으면 촬영 스탭이 두 명이 더 붙는 거잖아요. 어떤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Jude Lee : 일단 저랑 제일 많이 작업하는 스탭은 Real Private 때 같이 참여했던 Jun이라는 친구. 그 친구도 영상을 공부했고, 영상 관련 학과에도 있었고, 관심이 있는 친구여서, 처음에는 미숙하다보니까 자기가 그런 거 할 수 있을까-라고 해서 제가 그냥 알려줬는데, 생각보다 감이 되게 좋은 친구였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마다 제가 계속 불렀죠. (웃음)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도 바빠져서 부탁을 막 쉽게 할 수는 없지만, 그 친구랑 주로 많이 촬영을 하고, 그래서 그 친구도 공연팀들이랑 친해지고, 친분을 쌓고 그랬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러니까 저는 이쪽 공연팀의 본공연도 중요하지만, 이런 상영회를 통해 비로소 공연이 완성된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게 굉장히 각별한 것 같고, 이 무대 자체에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서로에게 있다는 것들이 재확인되는 자리 같고, 그래서 뭔가 다른 판의 공연씬에 자랑하고 싶은 문화거든요.
Jude Lee :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게 공연팀들이, 티켓 수입이 다 공연장 대관료로 나가거든요. 그런데 사실 더 많은 사람들한테도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고,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호흡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에는 여건상 따라주지가 않으니, 상영회를 함으로써 그 공연에 오지 못했던 사람들이 상영회에 와서 그 때의 기분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었거든요. 물론 대부분은 스탭들이랑 공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상영회 자리를 채우긴 했지만, 공연을 못봤던 사람들이 와서 상영회를 보고 되게 잘 봤다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더라고요.
터울 : 참 보기 좋아요, 그 현장에 있다보면. 어찌 보면 본공연보다 이 자리가 더 가치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11. 모투스(MOTUS) 댄스 커버영상 기획·제작 참여
: "모투스였기 때문에 사실은 가능했었다고 생각해요"
터울 : 모투스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총 10개의 영상을 같이 작업하셨는데요. 언제부터 이런 작업목록이 시작되게 됐는지, 어떻게 멤버들을 알게 되셨는지, (웃음)
Jude Lee : 사실 모투스 단장 Jake 형을 알게 된 건 오래됐고요. 모투스라는 그룹을 알게 된 것도 꽤 오래됐는데, 사실 별로 접점이 없던 그룹이었어요. 춤을 추는 곳이고, 가끔씩 오픈클래스를 한다 그러면 저도 가서 춤을 배우고, 그 정도의 커넥션만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저랑 모투스를 이어준 분이 계시거든요. 그 분 덕분에 모투스랑 지금까지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아요.
터울 : 어떤 분인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Jude Lee : 모투스의 정신적 지주이셨던 팔라딘이란 분이 계셨는데, 그 형이랑 저랑 약간 멘토-멘티 관계였거든요, 인생 멘토. 그 형은 술을 잘 못 드시는데 저는 비바에서 칵테일 마시면서, 그 형은 커피 마시면서 사람 사는 일에 대해 토로하고, 한창 그 때 제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혼자 딜레마가 왔었거든요, 이 시기에. 내가 좋아서 영상을 하고, 좋아서 도와주는 게 맞는데, 한편으로는 일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친밀한 관계로까지 나아가기엔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건 사실이다보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그 때는 좀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일하면서 다 친해지면 좋겠는데 사람들 마음이 그렇지 않듯이, 일한다고 다 친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 때는 그런 것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고, 혼자 서운해하고, 나는 그래도 같이 영상을 하면서 내 마음을 많이 썼는데, 그만큼 친해지지 못하고 어색해지는 것 같으니까 혼자 속상한 거예요. 물론 마음에 총량이 있는 게 절대 아닌데도, 전 그때는 나름의 그런 저울질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터울 : 저는 그 총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있다고 생각해야 내 마음의 힘이 보전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Jude Lee : 그런데 이제 그 때는 내가 이만큼 해줬으면 상대방도 이만큼 줘야 되는 거 아닐까, 그런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딜레마를 겪고 있을 때 팔라딘 형을 만났고, 많은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그러면서 좀 제 스스로도 마음을 잡게 되고 그러다가, 그 때 모투스가 재정비를 하고 새로 나왔어요, 영상이. 엄정화의 <Dreamer>라는 영상이 처음 게이스북에 업로드됐는데, 제가 지금까지 알던 모투스가 아니더라고요. 뭐지? 약간 그런 생각이 들면서, 여기 갑자기 뭔가 칼을 간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이 든 거예요. 그런데 그 안에 팔라딘 형도 속해 있었기 때문에, 전 한창 친하게 지내고 있었던 터라서 연락하고 술먹고 얘기하고 그러다가, 5분 정도 우물쭈물하다 얘기하시더라고요. 혹시 도와줄 수 있겠냐고. 그런데 이런 사람의 부탁은 너무 도와주고 싶은 거예요. 오히려 그 사람은 그런 딜레마 때문에 항상 토로를 하다보니까, 도와달라고 얘기는 하고 싶은데 저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까 자기가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얘기를 하지 말아야겠다, 우리끼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필요하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Jake 형이랑 처음 만나는 자리를 팔라딘 형이 처음 만들어주시고, 그 때 한창 이야기하면서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죽 이어져왔어요.
터울 : 모투스의 댄스 커버 영상이 굉장히 뭐랄까, 매 영상마다 야심이 느껴져요. 조명도 그렇고 의상도 그렇고 카메라워크도 그렇고. 많은 시도들을 하는 것 같아 보여서, 요새 걸그룹들이 많이 하는, 라이브 영상을 찍을 때 거기에 기교가 많이 들어가는, 요즘 트렌드에 부합하는 영상 스타일인 것 같거든요. 기획이나 진행 중에 포인트를 어떻게 구상하고 실행하시는지 궁금해요.
Jude Lee : 일단 어떤 노래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요소들이 있거든요. 그럼 Jake 형이랑 미리 이야기를 해요. 이렇게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을 때, Jake 형도 저랑 많은 영상 촬영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본인이 판단했을 때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하면 괜찮을 것 같고, 이렇게 하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번엔 어떤 걸 가져가보자는 얘기를 Jake 형이랑 하죠. 사실 모투스 영상에 처음 참여를 하고 나고부터 그 이후로 계속 다르게 시도했던 건, 이상하게 모투스만큼은 저번에 했던 거라는 얘기를 안 듣고 싶은 거예요. 항상 다른 걸 하고 싶고 항상 새로운 걸 하고 싶고,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고마운 그룹같은 느낌이라서, 이 고마운 그룹한테 내가 이번에는 진짜 조금 어느 정도 영상 일을 하면서 쌓인 경험치와,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쏟아부어서, 예전보다 더 과감하게 진행하게 됐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렇게 진행했던 컨셉의 예를 하나만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ude Lee : 저는 뮤직비디오를 되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세빈누나랑 작업할 때도 너무 기뻤었고.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의 능력으로 하기에는 컨트롤하기 어려웠던, 2016년의 Jude Lee에게는 감당하기가 조금 어려웠던 역량이었을 수 있는데, 2018~19년이 되고부터는 제게도 깜냥이 생겨서, 판을 벌려도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확신이 드니까, 좀더 저질러본 거죠.
터울 : 현업에서 계속 일을 하고 계시니까, 경험도 많고,
Jude Lee : 네, 그래서 이제는 모투스의 예산 안에서 최소 비용 최대 효율의 가성비를 뽑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항상 진행했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런 가성비 아이템의 예를 하나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ude Lee : 컬러 조명이죠. 컬러 조명을 게이스북에 업로드되는 기획 영상에서 처음으로 쓴 게 2018년 8월 16일 올라간 BTS의 <Fake Love>였었고. 안무 영상에 컬러 조명 쓰고 포그 깔고 그런 생각을 누가 했겠어요. 그런데 그 때는 뭔가 이렇게 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다행히 이정도는 같이 하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다, 그럼 이렇게 해서 잘 해보자, 그래서 시작을 해봤고, 사실 컬러 조명 효과가 극대화됐던 영상은 2019년 1월 10일 업로드된 아이즈원의 <La Vie En Rose>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 영상에 대해서는 조금 다들… 갑자기 새빨갛게 나오는, 대비가 되는 것에 대한 회자도 많이 됐던 것 같고. 그래서 그 때부터 모투스 나름대로도 조명이 되게 중요하다는 걸 일찍 깨달았던 것 같고. 지금도 뭔가 조명을 활용해보자는 시도를 자주 하는 팀이 모투스인 것 같아요.
터울 : 모투스란 팀을 저도 안지가 얼마 안되긴 했지만, 기억에 남는 건 그 전까지는 주로 다른 공연팀이나 파티의 무대에서 찬조공연 형식으로 참가해 자리를 빛내주던 사람들이, 그런 레파토리들을 모은 것만으로도 정기공연 한 회 분량의 기획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이 팀의 미덕이자 스웩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리고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에, 지금 생각해보면 기적같이 해낸 공연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 때도 공연 영상 촬영·편집을 맡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감회가 새로우셨을 것 같아요.
Jude Lee : 사실, 어느 공연보다도 더 감회가 새로웠었고요. 그 공연하는 레파토리들에 대해서 안무 동선을 다 외워갔거든요, 최대한. 노래 공연이랑 다르게 춤 공연은 이동도 많고, 춤 공연은 얼굴이 아니라 신체를 찍어야 되기 때문에 좀더 제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걸 다 맞추는 작업들이 모투스였기 때문에 사실은 가능했었다고 생각하고요. 편집을 하면서도 호흡을 많이 맞춰봤으니까, 공연 영상 편집하는 것도 다른 그룹들보다는 쉬웠어요, 오히려. 이미 포인트를 맞춰서 촬영을 해뒀어서, 상영회 직전까지 붙들고 있던 게 아니라 정말 순식간에 편집을 해서 여유롭게 넘겨주고, 상영회도 무리없이 진행하고, 순탄하게 진행됐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울컥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촬영에 집중해야 되기 때문에, 뭔가 이 사람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이나 감동의 포인트들이 있어도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이 사람들을 담는 생각 하나로, 그런 감정적인 걸 오픈하지 않고 몰두했었는데, 모투스 공연같은 경우는 앵콜곡을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울었어요. 우주소녀의 <꿈꾸는 마음으로>라는 노래가 앵콜곡이었는데, 벅차오른 것도 있었고 모투스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꾸역꾸역 참으면서 춤을 추는 모습이 보이니까 막판쯤에는 저도 눈물이 안 멈춰서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거예요. 렌즈로 내가 뭘 찍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막판에 거의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걸 옆에서 다른 스탭들이 챙겨주고, 한 곡 남았으니 조금만 참자, 그렇게 다독이면서 마지막까지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나요. 아직도 전 그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각하면 약간 울컥한, 그 정도로… 이 사람들이 어떻게 진짜 공연을 했네, 그런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지켜본 사람 입장에서.
터울 : 독자들에게 이런 감정이 얼마나 전달될 지는 모르겠지만, 모투스가 그만큼 역사가 많은 팀이죠. 그리고 카메라를 든 상태에서 운 기억은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되거든요. 저도 마찬가지고.
Jude Lee : 어떻게 보면 그게, 직업정신으로 따지면 사실 좋은 태도는 아닌데, 이상하게 그 그룹같은 경우는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건 약간 일을 떠나서, 이 그룹과 교류하고 감정을 나누었던 것들이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더 그런 부분들에서 흔들리더라고요. 감정의 동요가 되게 심했던 것 같아요.
터울 : 게이커뮤니티에서 이런 공연을 다회차, 다년차 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죠. 그런 것들이 어떤 깊이인지, 그게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들을 일깨워주는 사례이지 않나, 구체적인 사연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읽어주시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2. 영상활동가로서 게이커뮤니티에게 바라는 점
: "스탭이란 사람 자체가 도구화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터울 : 촬영·편집 스탭으로서 마지막 질문을 드릴 텐데요. 2016년 이후에 게이커뮤니티의 많은 공연팀에서 영상 작업을 거의 도맡아오신 것 같아요.
Jude Lee : 네, 맞아요. (웃음)
터울 : 그리고 뒤에 본인이 무대에 서서 공연을 했을 때에 대한 질문도 준비되어 있지만, 공연팀들끼리 서로 스탭일을 품앗이해주는 문화가 자리잡게 된 것 같고요. 물론 그 중에서도 유독 영상 일은 대개 도맡고 계시긴 하지만요. (웃음) 그리고 그 멤버들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고정되어가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 인적 관계가 죽 가는 느낌이 있고, 그런 작업들이 공연팀의 공연 퀄리티를 높이는 핵심적인 역할과 연결되어있고요. 그런 일련의 일들을 하게 되는 동력이 무엇인지는 사실 앞에서 많이 여쭤봤지만, 그래도 저는 아직 이해가 충분히 되지 않기는 해요, 이런 작업량을 버티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웃음) 그래서 이렇게 바꿔서 질문해보면 어떨까 해요.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과, 가장 환멸이 들었던 순간을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ude Lee : 가장 보람찼던 건 확실히, 제가 만들었던 것들에 대해 단순히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그걸 보고 즐기는 사람들의 반응이 저한텐 엄청난 보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공연 영상이 됐든, 아니면 어딘가에 올렸던 영상이 됐든, 그걸 보고 감정적으로 반응이 오는 상황이 된다거나, 이것에 대해 여운이 깊었다든가, 이걸 통해서 본인들이 뭔가 생각을 하게 됐다든가, 단순히 유흿거리나 힐링타임같은 소비거리 이상의 어떤 뭔가를 사람들이 느꼈을 때 정말 뿌듯하고 보람차고, 이래서 영상을 하는구나 싶어요. 아직도 사실 저는 아마추어 단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그런 느낌이 들고요.
환멸이 나는 거라고 하면… 공연 씬에서 영상을 도와주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영상과 관련된 연락과 제의가 오는 경우가 많긴 한데, 의욕이 앞서다보면 사실 이 사람들의 진심이 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뜸 도와달라고 얘기했을 때 어느 순간에는 약간 그게 무례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도와주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내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이걸 통해서 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이 제일 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힘든 작업을 하더라도 남는 게 있구나란 생각이 드는 건 사실 사람이고, 제가 ENFJ라서 사람을 되게 좋아하기 때문에, (웃음) 사람과 관계맺고 교류하기 위한 매개체가 제게는 영상인 거예요. 그게 만약 다른 분들에게 인지되지 못했을 때, 얘는 그냥 영상하는 거 좋아하니까, 그럼 우리 하는 거 도와주는 것도 재밌어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되게 가볍게 '저희도 도와주시면 안돼요?' 라고 하면 되게 상처를 받더라고요, 제가.
터울 : 그렇게 가볍게 접근하는 게,
Jude Lee : 네. 전 나름대로 이 사람들한테 감정적으로도 많이 다가가고 싶고,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지고 싶은 매개로서 영상 작업을 하는 건데, 특히 이쪽 씬에서는 더더욱. 그런데 그걸 단순히 재능기부라고 생각한다면 좀 아직은,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아닐까.
터울 : 포스팅 중에, "필요할 때만 찾지 말아주세요, 전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에요"라는 문구가 인상깊었어요.
Jude Lee : 네, 그런 것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업으로 하는 영상이든 취미로 하는 사진이든, 그런 걸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는 했는데, 그러다보니까 사진으로 남자 꼬신다는 얘기도 가끔은 돌았다고 하더라고요. 제 귀에 들려온 적은 없는데.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게 있어요. 게이커뮤니티에서는 자기를 드러내는 수단이 외형적인 게 많다보니까, 사진이라든가 영상이라든가, 예체능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되게 희생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이 사람들이 상처를 많이 받는 경향이 좀 있더라고요. 전 그런 일련의 성장통을 다행히도 사회인으로서 자리잡기 전에 겪었어서, 한창 혼란스러웠던 대학생 시절에 겪었어서, 그 때 되게 사람에 대해 환멸감을 많이 느꼈었어요. 나는 그냥 이 사람이랑 친해지려고 하는 거지, 이 사람의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더해주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게 아닌데, 왜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터울 : 그런 미디어 자체에 커뮤니티의 욕망이 농축돼있으니까요. (웃음)
Jude Lee : 네, 그러다보니까 알고 보면 저랑 잘 지냈던 친구들도 사실은 그것 때문에 계속 저랑 지낸 거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터울 : 일종의 그런 콩고물을 노려서,
Jude Lee : 네, 얘랑 친하게 지내면 인생샷 찍어준대,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중에 들은 입장에서는 약간 내가 이 친구랑은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었는데, 깊은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 때부터 좀 뭔가… 그 전까지는 누구나 만나고 친해지려고 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사람 만나는 것도 신중해진 것 같아요.
터울 : 이쪽 판에 있다보면 그런 사람 사이의 일에 대해 반드시 실망하게 되고 상처받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럼에도 활동의 동력이 그 사람에서 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아요. 이곳의 인간관계라는 게 바깥 세상과는 또다른 의미가 있는 거고, 저부터도 인터뷰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사람과 농밀하게 관계맺을 수 있는 방법인 건 마찬가지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눈에 보이기는 하죠, 점점 가면 갈수록. 이 사람이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나를 도구화하고 대상화하는구나-라는 게 눈에 너무나 잘 보이게 되는.
Jude Lee : 맞아요. (웃음)
터울 : 영상 스탭을 하시면서, 스탭으로서 공연팀에게든 게이커뮤니티의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ude Lee : 영상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있을 거예요. 예체능쪽에 종사하는 게이 친구들도 많을 거고. 제가 많이 나대서 그런 거지, (웃음) 분명히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관심있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저는 한번 겪었기 때문에 괜찮지만, 뭔가 다른 사람들이 이쪽 씬에서 영상으로 무언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했을 때, 그 사람 자체를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람도 사람이고, 만약 이 사람의 능력에 합당한 페이를 지불할 수 있다면 그건 상관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보면 이 사람의 능력을 기부받은 거잖아요. 재능기부를 받은 건데, 물론 어떤 목표를 위해 스탭과 조율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사람 자체가 도구화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 때문에 환멸을 느껴서 아예 이쪽에서 재능기부를 안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냥 자기 능력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도 많고. 비단 영상뿐만 아니라 예체능에 종사하는, 특히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그런 것에 대해서 엄청 환멸감을 많이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에는 커미션을 받는다고 하면, 거기에 대해 또 다른 사람들이 욕을 하고. 저는 그게 이해가 안돼요.
터울 : 그렇죠. 저도 이해가 안돼요.
Jude Lee : 이 사람들에겐 이게 일이고 생업인데, 예를 들면 회계 쪽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내 연말정산 그냥 해줘, 라고 했을 때 그건 당연히 그에 합당한 페이를 지불해야 되는 게 맞잖아요. 이것도 저는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사진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어올릴 수도 있는 거고 영상도 핸드폰으로 할 수 있고 그런 걸 주변에서도 많이 보니까,
얘는 그냥 잘하잖아, 이런 식으로 주변에서 이 일을 너무 쉽게 보다보니까, 그런 일들이 당사자에게는 생업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쪽 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사람들에게는 이게 직업이고, 설령 학생이더라도 이걸 통해서 본인의 자아 실현을 하기 위한 목표이자 수단이 되는 건데, 그런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게끔, 이 사람에 대해 좀더 포커스를 맞춰주시면 어떨까란 생각이 드네요.
터울 : 너무 동의하는 바고요. 사람을 주목하는 것과 함께, 지금 선의로 선보여지고 있는 일이 업계 표준으로 페이가 얼마인지에 대한 감각이 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저도 이렇게 인터뷰해서 녹취 풀고 기사 쓰면 적어도 몇십만원은 받거든요, 다른 데 가면. (웃음) 마찬가지이실 거고, 그런 긴장 정도는 있어야 작업에 대한 마음도 달라지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어요.
Jude Lee : 저도 그래서 한번은 영상 관련해서 티격태격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때 너무 화가 나서 그냥 제 인보이스를 작성해 그냥 보냈거든요. 이렇게 예산 집행 안할 거면 닥치라고. 그러니까 그제서야 조용해지더라고요. (웃음) 그때부터 그 사람들은 얘가 이 정도의 개런티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제서야 안 거예요. 이 사람을 무시해서 그런 게 아니고, 그냥 몰라서, 무지해서 오는 거였기 때문에. 아까 했던 얘기와 이어보자면 이 사람의 능력과 가치에 대해 사람들이 알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터울 : 그렇죠. 그게 인간에 대한 예의이고 직업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죠.
* 공연 영상 촬영 및 편집 작업 내역 2016.6.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Real Private 프로듀싱 및 촬영, 편집 2016.10.22. Chord G THE SHOW #3 'The Origin Of Love' 촬영 2017.4.22. Fortunes 3rd Concert 'Free Yourself' 촬영 및 편집 2017.7.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스탭 2017.11.18. Chord G 4th Concert '화양연화' 촬영 및 편집 2017.12.16. Fortunes 소공연 '겨울의 온도' 촬영 및 편집 2018.1.20 Purplian 1st Concert ‘Prologue’ 촬영 2018.12.1. Chord G 5th Concert 'PRISM : true colors' 촬영 및 편집 2019.1.19. M.O.G 2nd Performance 'Q-SHEET' 촬영 2019.6.22. Fortunes 4th Concert 'Firework' 촬영 및 편집 2019.10.19. The Library & Purplian Live Concert 'The Letter' 촬영 2019.12.7. Muzixay 10주년 기념공연 'HOMECOMING' 촬영 2020.2.1. MOTUS 1st Concert 'MOTIVATION' 촬영 및 편집 2020.8~11 Chord G "야_또_쉬냐_코드지" 촬영 및 편집 2020.12.20. Muzixay 'Winter Wonder Muzixay Live' 촬영 및 편집
* 뮤직비디오 작업 내역 2016.12.15. 차세빈 - I AM MV
* K-POP 댄스 커버 영상 작업 내역 2016.3.6. 보갈친구 - 시간을 달려서 (Jongno 3rd Street) 2016.10.9. 보갈친구 - 너 그리고 나 (NAVILLERA) 2018.3.29. MOTUS PROJECT8 : JOSHUA - ONLY ONE 2018.8.16. MOTUS 1st INFINITE PROJECT - FAKE LOVE 2019.1.10. MOTUS 3rd INFINITE PROJECT - LA VIE EN ROSE 2019.1.31. MOTUS 4th INFINITE PROJECT - 부탁해 2019.4.18. MOTUS 36th Performance | 달라달라 - ITZY 2019.4.25. MOTUS PROJECT8 : 강건 - 위로가 돼요 2019.10.8. MOTUS PROJECT8 : ANCHOVY - WOMAN 2020.8.27. MOTUS 5th INFINITE PROJECT TNT - HOW YOU LIKE THAT 2020.10.24. MOTUS Original Vol.1 - 환상동화 2021.3.1. MOTUS 41th. Performance | 놀이 - IRENE & SEULGI
* 드랙퀸 퍼포먼스 영상 작업 내역 2019.7.13. 보리 - Speechless ('알라딘'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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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