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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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영상활동가' #2]
Jude Lee 인터뷰 - 2. 무대에 서는 사람
1. 게이스북 데뷔 2. 2015년 코드지(Chord G) 2회 공연의 기억 3. 2016년 코드지 3회 공연 스탭 참여 4. 보갈친구 영상 작업 5. 2016년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Real Private 웹예능 제작·연출 (1) 6. 차세빈, <I AM> 뮤직비디오 촬영·연출 7. 2016년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Real Private 웹예능 제작·연출 (2) 8. 2017년 (서울)퀴어문화축제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 참여 9. 2017~2019년 포튠즈(Fortunes) 3·4회 공연, 소공연 영상 작업 참여 10. 게이커뮤니티 공연팀의 공연 후 상영회 문화 11. 모투스(MOTUS) 댄스 커버영상 기획·제작 참여 12. 영상활동가로서 게이커뮤니티에게 바라는 점 13. 비바 댄스 배틀 우승과 걸그룹 춤의 의미 14. 2017~2020년 코드지 단원 가입 및 무대 경험 15. 게이커뮤니티 공연의 티켓값에 대하여 16. 코로나 시대의 게이커뮤니티 공연 - 2020년의 코드지 활동 17. 게이커뮤니티에서 공연한다는 것의 의미 18. 기록하고 활동하는 일 |
13. 비바 댄스 배틀 우승과 걸그룹 춤의 의미
: "잠재돼있는 끼를 끄집어내는 기운이 있는 곳이죠"
터울 : 이번 인터뷰가 영상 스탭으로서 활동이 중심이 되다보니, 무대 위에서의 Jude Lee 님에 대한 이야기는 아쉽게도 비중이 좀 덜해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래도 안 여쭤볼 수가 없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웃음) 일단 걸그룹 댄스를 추기 시작하셨던 게, 앞서 말씀대로 르퀸에서의 에피소드를 얘기해주시기도 했는데요.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을 두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Jude Lee : 사실… 떡잎 보면 알잖아요. (웃음)
터울 : 떡잎이 어떠셨길래, (웃음)
Jude Lee : 저는 기억이 없는데, 예전에 노래방에서, 테이프로 녹음을 해주잖아요. 그걸 제가 고등학교 때 이사하면서 집에서 발견해서 들었거든요. 그 때 제가 4살 때였는데,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을 부르고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을 부르고, 그러면서 그 춤을 막 췄대요. 아버지 회사 야유회 가서는 <걸어서 하늘까지>를 부르고. 아마 이 때부터 대중가요에 대한 관심이 일단 지대했었고, 그러고 이제 고등학교 때 2세대 걸그룹이 나왔을 때부터 제 심장이 반응하더라고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걸그룹 시장에 입성을, (웃음) 그래서 그 때부터 그냥, 고등학교 때에는 성적 지향에 대한 인지는 없이 애들이랑 노래방 가면 <다시 만난 세계> 추고, 애들이 '쟤는 걸그룹 춤 추는 미친 놈이다', 약간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 당시에는 주변에 게이가 있다는 걸 인지를 못하는 사회적 풍토가 있었다보니까, 그냥 얘는 특이한 애, 아니면 오타쿠, 이랬었는데, 대학교 올라오면서부터 이게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다보니까,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 조심하게 되고. 그래서 처음 이쪽 분들 만나서 노래방 갔을 때도 다들 막 열심히 포미닛, 이효리 춤추고 있을 때 저는 조용히 발라드 불렀거든요. 그 때는 이걸 드러내면 안된다는 그런 학습된 게 있어가지고, 조용히 막 박지윤의 <바래진 기억에> 이런 거 부르고 있고, 김윤아 <봄날은 간다> 이런 거 부르고 있고. 그래서 이제 아, 저 친구는 이소라 좋아하는 감성 게이인가봐, 다들 이러고 있었는데, 웬걸 술먹고 가라오케 갔는데 갑자기 취해서는 <다시 만난 세계> 추고 있으니까, 다들 얘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웃음)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부터, 클럽에서도 K-POP 추는 시간이 있다는 걸 알았고, 당시에 스테이지에 올라가는 건 너무 무서웠으니까 그냥 애들이랑 같이 놀고, 노래방에서 같이 걸그룹 춤추고 노는 게이들이 생기고, 그러면서 걸그룹에 더 빠졌던 것 같아요.
터울 : 처음 이쪽 바닥에서 무대에 서본 경험이 언제예요?
Jude Lee : 처음 무대면, 전 그 때인 것 같아요. 2016년이었는데, 딱 그 때랑 맞물려요. 제가 '퇴사 쇼'를 했던 그 때인데, 그걸 보고 Jay Lee 형이 같이 영상 해보고 싶다고 해서 연락이 온 거고, 또 한편으로는 Jed Kang이란 친구가 자기네들이 비바 댄스 배틀(종로3가 게이바 비바(VIVA)에서 열린 춤 경연)을 나가고 싶은데, 저랑 같이 하고 싶다고, 그 때 제가 일도 그만두고 할 게 없으니까 연습실 같은 델 빌려서 혼자 걸그룹 춤을 따서 영상을 올렸었거든요. 그게 I.O.I의 <Crush>였어요. 그걸 보고 '어, 우리 I.O.I 하고 싶었는데, 혹시 형 같이 하시면 안돼요?' 이렇게 돼서, 비바 댄스 배틀이 그주 토요일이었는데 일주일동안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연습은 사실 4시간밖에 안하고, 연습한 영상 가지고 우리 나간다고 홍보 영상 만드는 데만 한 3시간을 투자했어요. (웃음) 그렇게 결국 홍보를 한 거예요. 그래서 당시 르퀸 사장님이셨던 찬혁이형도 게이스북에 리포스팅하면서 '이런 친구들이 있대, 얘들아 보러 가자' 이렇게 돼가지고, 그래서 비바 댄스 배틀에 나가서 1등을 했어요. 그게 처음으로 무대에 서 본 거고, 그러다가 르퀸이란 곳에서 그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춤을 추며 놀게 됐고, 이게 나아가서 루킹에서 스테이지에 올라가게 되고, 그런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터울 : 비바가 친구사이 초창기 때 활동하셨던 상백이형이 하시는 바인데, 비바가 이쪽 팀을 진짜 많이 먹여살리는 것 같아요. 정말 고마운 공간이에요.
Jude Lee : 잠재돼있는 끼를 끄집어내는 기운이 있는 곳이죠.
터울 : 대단한 것 같아요. 거기서 데뷔를 하셨구나.
Jude Lee : 비바에서 데뷔한 사람 많잖아요. (웃음)
터울 : 본인에게 걸그룹 춤이랑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요? 정리해서 이야기해주신다면,
Jude Lee : 뭐랄까,
터울 : 이게 게이들한텐 너무 익숙하지만, 게이가 아닌 사람도 이걸 읽는단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은 이런 문화를 신기해하는 거죠.
Jude Lee : 걸그룹 춤이라는 게 사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니까 추는 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고 뭔가 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어릴 적 꿈들이 있잖아요, 약간 아이돌에 대한 꿈? (웃음) 그런 걸 은연중에 이런 걸로 펼치는 것 같아요, 자아실현을 한달까.
터울 : 그렇죠, 그런 느낌이 있어요.
Jude Lee : 네, 그래서 사실 보이그룹보다 걸그룹 춤이 게이들이 조금 더 춤선을 내기가 쉽더라고요. (일동 웃음) 그러다보니까 그런 것도 있고, 조금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도 있고.
터울 : 희한하게 그래요.
Jude Lee : 네, 희한하게 걸그룹한테 이입이 잘 돼서, 마치 내가 이 걸그룹의 멤버인 것마냥, 내가 무대에 선다는 상상을 하면서 춤을 춘다는 느낌도 있는 것 같고, 그냥 그 순간만큼은 재밌고 즐거운 것 같아요.
터울 : 그 이유가 뭔지를 다들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것을 느끼는 광범위한 게이들이 있고, 그들에 의해 광범위한 걸그룹 춤 커버가 일어난다는 것이, 이 판에서는 이만큼 자연스럽고 마음 깊은 곳에서 동하는 어떤 수행이라는 점을 활자로 전해드리고 싶어서 여쭤본 질문이었어요.
Jude Lee : 조금 연배가 있으신 형들 같은 경우도, 예전에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노래 부르면서 손짓 따라하는 거,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터울 : 유구한 역사가 있죠. (웃음)
Jude Lee : 네, 그건 게이커뮤니티에서 계속 이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터울 : 알겠습니다. (웃음)
14. 2017~2020년 코드지 단원 가입 및 무대 경험
: "내 무대니까 더 완벽해야 돼, 이런 생각을 했어요"
터울 : 2017년 코드지 4회 공연 얘기로 넘어갈 텐데요. 이 때 처음 스탭이 아니라 단원으로 무대에 서신 거잖아요. 그런데 이 해에 스탭 일을 안한 것도 아니죠. 둘다 한 거잖아요.
Jude Lee : 네. (웃음)
터울 : 이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둘 중 하나만 해도 사실 쉽지 않은데 둘다 같이 하는 건 더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스탭이었을 때랑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이 당연히 달랐을 텐데, 그런 기억들을 회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ude Lee : 코드지가 2017년도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 전의 3회 공연이 좀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전에 비해 많은 것들을 쏟아부었던 멤버들이 많아서, 다음 해에는 쉬고 싶다는 멤버들이 많았고, 맨 처음에 기존 멤버들 중에 2017년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3명밖에 없었대요. 그러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봐야겠다고 했을 때, 저는 같이 작년에 스탭을 했었으니까 제가 어떤 사람인지, 공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멤버들이 알았던지, 저한테도 연락을 해보라는 얘기를 했대요. 코드지가 다른 그룹들이랑은 다르게 가창력으로 무대 전체를 이끌어간다기보다는 무대에 대한 기획이나 연출이 잘 어우러져서 비로소 공연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인 느낌이 강한 그룹이거든요. 그러다보니 확실히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멤버로 들어온다면 조금 더 힘이 되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있어서 저한테 제의가 들어왔고, 노래에 자신은 없었는데 노래야 배우면 되지, 라면서 노래를 할 수 있는 멤버에게 계속 배우고, 그래서 그 해 처음 공연을 했었는데요.
다행히 제가 학교 다닐 때 무대 기획·연출 관련 학부가 있었기 때문에, 무대에 관해서는 많이 배웠고, 그러다보니 알게 모르게 무대를 선망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항상 스탭으로서 무대에 서는 사람에게 서포트해주고, 영상으로 나오는 사람을 서포트해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갈증이 사실 없지는 않거든요. 어쨌든 모든 게이들은, 모든 인간들은 다 관종이기 때문에. (웃음) 관심을 받고 싶은 기질이 있기 때문에, 저 역시도 관심을 받고 싶은 판이 있다면 관심을 한껏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내가 꾸리고 싶은 공연에, 내가 만드는 공연에 내가 선다면 이런 경험이 어디 있겠나-라고 생각해서, 진짜 본업보다 열심히 했어요, 무대 준비를. 본업은 그냥 적당히 하다가 주말 되면 연습하러 가서 매번 연습하고 영상 만들고.
터울 : 내 무대니까, 내가 서는 무대니까, (웃음)
Jude Lee : 네, 이게 다른 사람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건 이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해주는 거였는데, 코드지같은 경우는 내가 서니까, 내 무대니까 더 완벽해야 돼, 이런 생각이 있다보니 멤버들이랑 되게 많이 싸웠어요, 오히려. 그 전에는 공연 자체의 완성도를 생각할 때 제가 조언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었는데, 이제는 제가 멤버니까, 내 무대니까 내가 그냥 밀어붙이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트러블이 좀 있기도 했었는데, 공연 끝나고 그게 다 상쇄되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다른 공연 준비하는 것보다 책임감도 더 있었고,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야 된다는 악바리가 조금 더 강했었고. 그리고 확실히 무대에 섰을 때 제가 선망하던, 무대 조명이 제 눈을 비춰서 제 눈이 흐릿해지는 그 순간에 알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는 관객을 보면 떨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무대 조명 불빛을 보니까,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제가 저를 내려놓고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고요. 그런 맛으로 무대에 올라가는 거였구나, 지금까지 내가 도와줬던 모든 사람들이,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대 서는 게 되게 소중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도 무대라는 것을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본인을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코드지를 지금도 계속 준비하고, 공연에서 멤버로 참가하면서도 내 무대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고, 그러고 있는 것 같아요.
터울 : 영상뿐만 아니라 무대 기획과 연출까지 담당한 거군요.
Jude Lee : 네, 그게 영상으로까지 파생되는 거죠.
터울 : 꽤 큰 역할을 맡은 거네요.
Jude Lee : 네, 어떻게 하다보니까, 제가 우기니까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웃음)
터울 : 그러면 본인이 그렇게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관철시킨 연출 중에 기억에 남는 것 하나만 소개를 해주신다면,
Jude Lee : 음… 2018년 코드지 5회 공연 같은 경우는, 4회 때 준비를 하면서 7명이란 사람들끼리 으쌰으쌰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되게 힘들었었는데, 5회때는 작년의 '화양연화'를 보고 다들 진짜 이런 것 때문에 공연을 하는 거구나, 나도 다시 공연을 해야겠다, 해서 모인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코드지의 분위기를 봐왔어서, 확실히 준비를 해가면 그만큼 그 의견에 대해서 다들 힘을 실어주거든요. 이만큼 얘가 확신이 있으면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5회 공연 준비를 했을 때 첫날 공연 기획 PPT를 또 만들어갔어요. 한 20장을 만들어가서, 그걸 다 브리핑을 하니까 사실 사람들이 설득이 안될 수 없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다들 본인이 생각한 무대가 있었고, 제목은 이걸로 하고, 이런 컨셉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저는 이미지 다 준비하고 공연 컨셉은 이렇게 하고,
터울 : 준비한 사람이 이기는 거죠.
Jude Lee : 막 세계관 같은 거 거창하게 짜고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이겨, (웃음) 이러면서 야, 너 앞으로 이렇게 하지 마, 치사하게 이게 뭐냐, 이러면서, (웃음)
터울 : 그러면서 따라가는, (웃음)
Jude Lee : 네, 그래서 억울하면 준비하든가, 막 이러면서 5회 공연의 '프리즘'이라는 제목이 탄생하게 된 것 같아요. 원래는 다른 제목이었는데, 컨셉을 좀 바꾸자고 하면서 다시 짱구를 굴려가지고, 기왕 하는 거 좋은 제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던 게 '프리즘'이었어요.
터울 : 무대를 3~4년 계속 서왔던 사람에게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그 무대 경험을 압축적으로 여쭙는 게 죄송하긴 한데요. 어쨌든 코드지 무대에 섰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보자면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하네요.
Jude Lee : 음… 저는 첫 공연, '화양연화' 공연의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항상 코드지가 불렀던 Lady Gaga의 <Born This Away>를 같이 불렀을 때였던 것 같아요. 제가 관객석에서 같이 불렀던 노래를 무대에서 부르고 있는 그 기분이 되게 이상한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이 보이는데 다들 박수치면서 웃고 있더라고요. 그게 되게 인상깊게 남았어요. 어떻게 보면 내가 2회 공연 때 객석에서 노래부르고 있던 걸, 지금의 멤버들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겠구나, 그 당시의 멤버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이런 걸 한번 겪고 나니까 무대에 대한 소중함이 생기더라고요. 그제서야 조금 알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도와주던 수많은 사람들이 왜 무대에 집착하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되고, 그 때부터 조금 더 접근을 다르게 했던 것 같아요.
터울 : 코드지는 이제 커뮤니티 내에서 팬덤이 있잖아요. 그래서 공연에 대한 기대도 있고, 2020년 공연 때 티켓 오픈 하루만에 매진되기도 했고, 그 정도의 티켓파워가 있는 팀에 지금 몸담고 계신 거잖아요. 그에 따른 부담도 있을 것 같아요.
Jude Lee :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저는 사실 잘 모르는 분인데, 예전에 술자리에서 만나면 '저 Jude Lee님 알아요, 코드지 공연하시지 않았어요?' 그런 말씀을 해주셨을 때, 내가 좀 이상한 짓하면 안되겠다, 괜히 코드지 욕먹이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알게 모르게 이미지 관리란 걸 좀 그때는 했던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가 사람들이 욕하면서 괜히 코드지 욕할까봐. 그런데 지금 와서는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고, 그 때 당시에 내가 너무 그런 것에 심취해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웃음)
터울 : 정말 연예인으로서 애티튜드를 갖고 계시군요. (웃음)
Jude Lee : 연예인 놀이를 제대로 했나봐요, 혼자서. (웃음)
터울 : 그게 게이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욕망의 발현이기도 하니까요. 그게 걸그룹 춤부터 시작해서 계속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는 게 있죠.
15. 게이커뮤니티 공연의 티켓값에 대하여
: "도대체 이 돈으로 어떤 공연을 보셨던 거길래…"
터울 : 공연팀 티켓값 얘기를 좀 하고 싶어요. 저는 최근에 코드지를 포함한 게이커뮤니티 공연팀들의 공연 퀄리티가 말도 안되게 높아지는 과정 속에서, 티켓값이 전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거기에 연동되어서, 값이 비싸다고 하는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고, 그 다음에 당사자들이 공연을 잘해나가고 싶은 욕망과 별개로, 아까 얘기했던 소비자적인 정체성을 통해 공연을 품평하는 걸 보는 때가 있는데요. 무대에 서는 사람과 공연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흐름들이 반드시 좋은 영향이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어떤 의미에서는.
Jude Lee : 아무래도 이게 확실히 게이커뮤니티다 보니까, 공연이 끝나면 그날 페이스북에 있는 사람들의 감상평이 보일 수밖에 없는데, 좋은 이야기가 많기는 해요, 백개 중에서 99개는 좋은 얘기인데 다들, 한두개씩은 아쉬운 얘기도 있고, 공연 티켓값이 아까웠다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뭔가 그냥 공연집단에 속해있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는 다음 공연에서는 이런 얘기 안 듣고 싶어-라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적으로 그냥 이 그룹의 멤버가 아닌, 예전처럼 공연을 도와주는 스탭의 입장에서 보면 되게 어이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아깝다고 하면, 도대체 이 돈으로 어떤 공연을 보셨던 거길래…
터울 : 대관비밖에 안되는데 그 티켓값이 사실은,
Jude Lee : 그런데 이게 어떻게 보면 사실, 이것도 결국 저는 이런 이해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이 티켓값을 고스란히 이 사람들이 가져가고 이들의 수익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아까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돈을 낸 공연이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그 티켓값이 이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아 너무 아까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고 사실 대관비를 내고도 모자라서 멤버들끼리도 몇십만원씩 갹출해서 내는 상황이다보니까. 그런데 사실 이런 얘기가 피부로 와닿지는 않을 거예요. 아무리 이런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그건 너네들이 그렇게 판을 벌린 거지, 우리가 그것에 대해 뭘 해줘야 되냐, 이렇게 나오시는 분들도 있기는 한데, 어떻게 보면 정말 저희가 15,000원, 2만원을 내고 10만원짜리 뮤지컬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 조금 너그러워지면 더 좋을 것 같긴 한데, 그건 저의 바람일 뿐이고, 어쨌든 공연을 보고 각자의 소중한 시간과 소중한 돈을 들였기 때문에, 평가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요, 사실. 안좋은 평가하지 말아주세요-라는 건 너무 욕심이고, 그냥 뭔가 노고를 좀 봐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 돈으로 헝그리 정신으로 이만큼까지 했다, 좀 예쁘게 봐달라, 애교스럽게 얘기하고 싶기는 한데요. (웃음) 적어도 모두에게 좋은 말을 들을 수는 없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너무 좋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욕심은 있어서, 안좋은 말을 들으면 그 순간에는 조금 기분은 안좋은데, 오히려 그게 저한테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그래? 그러면 다음 공연에 왔을 때 이번에도 아깝다고 하는지 지켜보겠어, 라는 오기가 들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더 무대에 신경을 쓰고, 기갈이 나오는 거죠 약간.
터울 : 네, 충분히 잘 설명이 된 것 같네요.
16. 코로나 시대의 게이커뮤니티 공연 - 2020년의 코드지 활동
: "할 수야 있다면 사실 공연하고 싶은 마음은 다들 굴뚝같죠"
터울 : 2020년 코드지 공연 'ARCHIVE' 얘기로 넘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하루만에 티켓이 매진됐던 공연이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고, 그에 대한 백업이자 다른 프로젝트로서 8월부터 11월까지 게이스북에 순차적으로 단원들이 노래하는 영상들이 올라왔었는데, 감정의 파고들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아요. 매진됐을 때 기쁘셨을 거고, 취소됐을 땐 억장이 무너지셨을 거고, 그런 이야기들을 좀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ude Lee : 원래 사실 저는 취소를 하지 말자는 입장이었거든요. 우리가 신경만 잘 쓰면 괜찮을 거야, 우리가 조금만 더 돈 모아서 마스크 쓰게 하고, 어떻게든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조심하게 하면 괜찮을 거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만약에 그러다 우리 공연을 본 누군가가 확진자가 되고 뉴스로 보도되는데, 게이들의 공연을 보고 코로나 감염이 됐다는 뉴스가 뜨면 어떻게 되겠냐, 이건 너무 리스크가 크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저도 어쩔 수 없겠다 생각하고 결국 취소를 하게 됐고, 취소글을 올린 날 다들 카페에 모여있었거든요. 뭔가 이상하게 다들 울적한 거예요. 허무하고, 너무 속상하니까. 공연 한달 남기고 결정한 거라서, 거의 막바지였고 공연의 틀도 거의 잡히고 완성도도 올라가고 있고, 저번 공연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안 도와주니까, 취소를 하고 다들 좀 쉬자, 어차피 지금 다시 모여서 뭘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언제 이게 끝날지 모르니까, 그냥 좀 쉬자, 이렇게 했다가. 그러고 나서 한달 뒤에 모였거든요. 그러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했을 때 그냥 쉬었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연습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그럼 조금이라도 우리가 마냥 공연 취소를 하고 쉬고 있는 것보다는 우리 계속 그래도 노래연습 하고 있어요-라는 걸 보여주는 게 어떨까-라고 해서, 공연곡을 스포일링하면서 본인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아무 거나 부르자, 노래 연습이든 뭐든 하자, 그래서 지금의 코드지 리더인 앙콤형이 농담삼아 "야 쉬냐, 코드지?"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그게 정말로 제목이 됐고, 그 때부터 멤버들이 각자 솔로곡을 올리고, 유닛곡도 하고,
터울 : 그럼 그 때 게이스북에 올라왔던 노래들이 공연곡에 포함되었던 건가요?
Jude Lee : 그러니까 영상 앞에 15초 정도는 짧게 한 소절 공연곡을 부르고요, 그 뒤부터는 자기가 하고 싶은 곡, 전혀 다른 곡을 부르는 형태였어요. 그렇게 해서 진행을 했었는데, 원래는 그냥 촬영·녹음 각자 알아서 하자, 각자 부담없이 하자고 했는데, 그게 안돼요. 제가 그게 안돼가지고, (웃음) 제가 안되겠는 거예요, 아무리 봐도. 더 잘할 수 있는데, 내가 도와주면 잘할 수 있는데, (웃음) 어떡하지, 하다가 앙콤형은 믹싱이라든가 녹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둘이서 그럼 우리가 고생하자, 우리가 좀 고생하면 코드지가 좀 더 좋은 영상 컨텐츠 만들 수 있지 않겠냐, 그래서 둘다 그냥 그러자, 해서 멤버들 많이 도와주고, 조금 더 좋은 걸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터울 : 자기도 노래 했었잖아요. 김동률의 <Replay> 노래 영상이었는데, 노을 지는 일몰 장면을 딱 잡은 게 굉장히, 리테이크도 안되는 그 장면이 인상깊었는데요. 야심찬 기획이었던 것 같아요.
Jude Lee : 원래는 그냥 노을 질 때 하자, 이런 거였는데, 잘 걸린 것 같아요. 사실 해가 지고 난 뒤에 찍은 게 훨씬 더 잘 나왔는데, 해가 지는 그 장면은 못 이기더라고요. (웃음)
터울 : 다른 테이크가 있긴 했었군요.
Jude Lee : 총 3번 찍었는데, 3번 중에서는 마지막이 제일 감정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있었고, 두번째 건 노을 지는 거랑 맞아떨어지면서 제가 부르는 모습이 충분히 상쇄가 되더라고요.
터울 : 코로나 시대의 공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를 지내오면서 게이커뮤니티의 공연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게 오프라인에서 모두 사라진 상태를 겪다보니까 좀 알게 됐던 것 같아요. 물론 퀴어문화축제라든지 큰 행사가 있지만, 중간중간에 공연팀들이 자신들의 혼신의 힘을 쏟아서 공연을 해줌으로써 관객들이 받던 고양감들이 상당 부분 사라진 채로 한해를 보내게 되다보니까, 그런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것들을 깨닫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꼭 공연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코드지는 혹시 올해 공연 계획이 있으신가요?
Jude Lee : 그건 집단 면역이 된 이후에 이야기를, (웃음) 지금 당장은 거리두기 때문에 멤버들이 다 모이지도 못해서, 이게 완화되고 어느 정도 뭔가 백신을 맞게 되고 면역이 형성된다면 연습을 재개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할 수야 있다면 사실 준비를 하고 싶은 마음은 다들 굴뚝같은데, 상황이 그게 안되고, 오늘도 이소라씨 공연도 취소된 마당에, 공연 자체가 지금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라서. 여건만 되면 사실 언제든 하고 싶어서 멤버들도 아직 그대로 다 있어요. 언제든 다시 하자, 지금은 일단 각자 개인적으로 준비하면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좀 쉬었다가, 다시 공연 시작할 때는 엄청 달려야 되니까 지금은 좀 쉬자,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터울 : 게이커뮤니티 내에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팀인 만큼, 언젠가 꼭 공연을 볼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7. 게이커뮤니티에서 공연한다는 것의 의미
: "그렇기 때문에 이 안에서 더 잘 놀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터울 : 스탭의 입장에서든 공연자의 입장에서든, 게이커뮤니티 내에서 공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여쭙고 싶어요. 일반인 상대로 공연하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다른 동기부여와 다른 지향들이 생기기 마련이고요. 더불어 지금 몸담고 계시고 또 도와주셨던 다양한 공연 그룹들이 최근 5~6년간 게이커뮤니티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쪽 사람을 관객으로 두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는, 그것의 동력이 대체 뭘까, 이런 게 계속 저의 궁금증으로 남아있거든요, 왜 이들은 이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해서. 그런 것과 연결되어, 게이커뮤니티 안에서 공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이신 건지 궁금해요.
Jude Lee : 저는 이것에 대해 딱 그렇게 생각해요. 저희가 수평적이기 때문에 이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느 정도 사람들 간의 우위는 있겠지만, 공연을 하는 사람도, 그리고 공연을 보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종로에서 만나면 언니 언니하는 사이들이고, 이태원에서 만나면 다같이 춤추는 사이들이고, 그런 수평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이 무대에 올라가는 친구도 내 친구인 거고, 스탭으로 도와주는 사람들도 나랑 술을 먹었던 사람들인 거고, 내가 무대에서 보는 관객들 중에서도 내 친구들이 있고, 일반적인 공연에서의, 이 사람이 너무 먼 사람이지만 공연에서라도 이 사람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가는 그런 거랑은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게이씬에서의 공연 자체가 또 하나의 파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몰랐던 사람들도 잔뜩 모여있고,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확실히 잘 노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랑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많이 오고, 그런 사람들도 오니까 여기에 이 사람이 가네, 나도 가야겠다-라고 해서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친분이 있어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까, 사실 관객석의 대부분이 이 사람들의 공연을 보고 싶어-라기보다는, 내 친구가 공연하니까 같이 가자, 이런 수평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이 원동력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 게이커뮤니티 자체가 하나의 동아리란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여기도 같은 공동분모로 묶자면 같은 성적 지향밖에 없기 때문에, 그 성적 지향을 가진 동아리 내에서 이 사람들은 공연을 한대, 그럼 응원 가자, 보러 가자,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인 거고,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했을 때 서로 티격태격하고 껴안고 너무 잘했어-해주는 것도 누군가의 친구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서로가 서로와 친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공연문화가 이어져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터울 : 그런 실천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그 자리에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경험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터울 : 한가지만 더 여쭤보면, 친구사이에서 하는 인터뷰이기 때문에 부언을 하면, 친구사이는 커밍아웃이 너무 중요한 단체였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렇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전제로 하는 활동들에 당연히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기도 한데요. 그것이 자칫 잘못 해석되면 커밍아웃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활동에 대한 무관심이나 평가절하로 갈 수도 있는데, 적어도 제 판단으로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 그 안에서 발생되는 의미와 맥락과 성취들이 있다는 걸 돌아봐야 한다, 이런 전제들이 있어서 오늘의 인터뷰가 기획된 것이기도 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보이스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무대에 서는 입장이라면 좀더 너른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도 사실은 있을 것 같거든요.
Jude Lee :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터울 : 그런데 현실적인 여러 맥락 때문에 많은 공연팀들이 관객층을 게이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제한하는 입장인데요. 무대를 서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현단계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
Jude Lee : 음… 뭔가 사회적으로 성적 지향에 대해서 자유롭고 개방적이었다면 제한을 꼭 둘 필요는 없었을 것 같긴 한데요. 사실 개방을 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고, 큰 결심을 해야 되고, 어떻게 보면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것들이 많이 바뀌게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안에서 더 잘 놀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터울 : 그렇죠, 동전의 양면같은 거죠.
Jude Lee : 어떻게 보면 그런 동질감과, 우리끼리도 충분히 잘할 수 있어-라는 그런 알 수 없는 자신감? 그런 것들이 모여서 지금의 공연씬들이 만들어진 것 같은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지금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많은 공연팀들의 공연은 지금처럼 지금의 게이/퀴어들 사이에서 향유되고 소비될 거고, 나아가 그것이 아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딱히 없을 것 같아요. 사실 많은 그룹들의 욕심이라고 하면, 내가 공연을 했을 때 봐주는 사람이 몇백명이 된다고 하면, 게이들이 몇백명만 있는 게 아니라 더 많잖아요. 그럼 더 많은 게이들한테도 더 보여줄 수 있는 거고 충분히. 그러니까 모든 게이들한테조차 알려지지도 못했고, 더 많이 보여주고 더 많이 교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깊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약간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충분히 우리 안에서도 잘 놀고,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게 폐쇄적이라고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또 거꾸로 나름대로 이 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방적인 분위기가 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는 해요.
터울 : 그러니까 커밍아웃을 못하는 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이 한 개인의 결단으로 요약되고 납작하게 이해되면 안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지금 계신 자리에서도 충분히 의미를 생산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 자리를 잘 지켜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기도 하네요. 왜냐하면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인터뷰 내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Jude Lee :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계속 하려고요.
터울 : 요새 커밍아웃한 게이 유튜버들 많이 있잖아요. 영상하시는 입장에서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궁금해요, 그들을 보면서.
Jude Lee : 반반인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는 게이라고 했을 때 가지는 편견, 스테레오타입을 희석시켜주는 유튜버도 있는가 하면, 그 스테레오타입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유튜버들의 성향에 따라서 좀 다르긴 한데, 저는 어쨌든 본인의 얼굴을 노출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얘기한다는 게 전 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전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자신도 없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한편으로 참 대단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기왕 얼굴을 드러낸 거면 조금 긍정적인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물론 이제 거기까지는 제가… 유튜버들에게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지는 않은데, 거기까지는 제가 힘들더라고요. 영향력이 확실히… 개인의 영향력에서 그치는 게 많아서, 게이 유튜버들이. 그래서 저희 게이 씬이나 게이커뮤니티에서 이 사람이 뭔가 인지도가 좋아지고 인기가 많아짐으로 인해서 커뮤니티에 힘을 얻게 되고, 그런 상황이 생기면 긍정적인 현상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는 유튜버의 말 한 마디가 커뮤니티에서 힘을 얻게 되기까지는 아직은 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휘발성이 강한 컨텐츠다 보니까, 한번 말을 잘못했을 때 되돌리기가 되게 힘든 경우가 많아서, 되게 조심스러운 게 있어요.
터울 : 게이 유튜버와 커밍아웃에 대한 현황들을 잘 말씀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드러난 사람들이 쉽게 과잉대표되기 쉽고, 그런 여러 가지 걱정들을 나눠주셨던 것 같습니다.
터울 : 그래도 이쪽 커뮤니티에서 운동단체를 꼭 거치지 않고도 자신을 드러내기에 스스럼없는 유튜버들이 많아지고 있는 건 한편으로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2019년 7월 13일 드랙퀸 보리의 <Speechless> 뮤직비디오를 작업해주셨더라고요. 앞서 소개드린 게이스북 영상과는 달리 이 영상은 유튜브에 전체공개로 떠 있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형태라, 작업하신 영상 중 마지막으로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좀 여쭤볼까 합니다. 촬영·편집하시면서 어떠셨어요?
Jude Lee : 보리를 알게 된 건 르퀸 때였는데요. 드랙쇼를 처음 봤을 때 진짜 여잔 줄 알고 충격을 받았던, (웃음) 친구였어요. 그러고 연이 닿아서 세빈누나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면서도 알게 되고, 제가 클럽 죽순이여서 마감까지 춤을 추면 보리가 르퀸 일 끝나고 와서 같이 춤추곤 했거든요. 그리고 코드지 4회 공연 '화양연화' 때 보리가 게스트로 나와서 드랙쇼를 하기도 했고요. 그때 인연이 쭉 이어져서 연락하고 지내다 어느 날, 보리가 부탁을 했어요. 자기가 유튜브를 하는데 온라인 드랙쇼라는 컨셉으로 '알라딘' OST 인 <Speechless>를 찍고 싶다, 제대로 찍고 싶어서 형한테 부탁을 하고 싶다, 그래서 약속잡고 만나서 표현하고 싶은 게 뭔지, 의상은 어떻게 되는지 체크하고 준비했거든요. 근데 사실 저거 거의 반나절만에 찍은 거예요. (웃음) 종로3가에 세느장 마감하고 밤부터 이튿날 정오 오픈 전까지 쉴 틈 없이 촬영하고 보리는 옷 갈아입고 헤어 바꾸고… 촬영장에서는 정말 시간이 부족해서 최대한 빠르게 빠르게 하다보니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막판 되니까 지쳐가더라고요. 저도 거의 밤샘 막판에는 체력이 딸려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요.
근데 편집하면서 '아 이거 된다.' 하는 확신이 들어서 생각보다 빠르게 편집을 끝냈고, 보리도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잘나와서 많이 좋아해줬거든요. 사실 이 영상이 어떻게 보면 보리라는 드랙퀸의 드랙을 벗은 가장 보통의 남자 보리(?)를 담은 유일한 컨텐츠여서 저한테는 나름 애착이 많이 가더라고요. 사실 시간적인 여유, 금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시간을 더 투자해서 더 좋은 퀄리티로 찍어주고 싶었는데 내심 아쉽죠….
18. 기록하고 활동하는 일
: "얘 약간 끼부릴 줄 아는 애네?"
터울 :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아요.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고 업무량을 버틸 수 있고 그렇게 공들여서 무대를 만들고, 이런 것들은 제가 고작 2시간동안 다 얻어낼 수는 없는 동력일 거라고 생각하고, 차마 이름이 붙지 않은 그런 열망들이 커뮤니티를 받치는 중요한 토대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게이스북으로 데뷔하시고 나서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후의 5~6년의 세월이 돌이켜보면 어떤 소회가 드는지, 그리고 앞으로 왠지 이 판을 안 떠나고 계실 것 같으니까, (웃음) 앞으로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음가짐이 드시는지, 이런 질문으로 마무리하고 싶네요.
Jude Lee : 일단 지금까지를 돌이켜봤을 때 우연의 연속과 연속이 이어져서 지금까지 넘어왔거든요. 그런데 우연과 우연 사이에는 결국 인연이 있었고요. 그리고 그 인연이 엮어지면서 우연이 필연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사실 이런 일련의 과정들 중에 저한테 큰 수확이 없었다면, 저도 이걸 계속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제 나름대로의 성장도 있었고, 맨 처음에 찍었던 영상이랑 지금이랑 비교해봤을 때 생각보다 좋은 의미로 달라진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제가 오기로 시작을 했던 것 같은데, Jay Lee 형이 제가 보갈친구의 <시간을 달려서> 영상을 편집하고 있는 걸 게이빈에서 봤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에 Jay Lee 형은 BFRIEND라고 해서 베어분들이 여자친구 춤을 추는 그룹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묘하게 보갈친구랑 라이벌 구도였는데, 그 때 제가 편집하는 걸 보면서 "아 보갈친구 편집하세요? 해보세요 어디 한번." 이렇게 얘기한 거예요. 그래서 그 말에서, 그럼 제대로 하는게 어떤 건지 보여주겠어, 같은 오기로 편집했는데 그 때부터 그 형이 '어, 얘봐라?' 이런 느낌으로 그 때부터 되게, '얘가 약간 끼부릴 줄 아는 애네?'라고 생각을 했다고,
터울 : 거기서 또 기갈 싸움을 했구만요. (웃음)
Jude Lee : 네, 그런데 저는 사실 그 말이 시작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영상 활동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초반에 퀴어에 관련된 활동을 많이 했는데 그것의 지분을 많이 차지하는 건 Jay Lee 형 몫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항상 Jay Lee 형이라든지, 세빈누나라든지, 쵸비형까지 이 세 분이, 제가 영상을 시작하면서 하고 싶은 걸 펼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 인터뷰를 빌어 덕분에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고요. 앞으로도 예전처럼은, 사실 Real Private 때처럼은 못해요 이제. (웃음) 이제 저는 그렇게까지 순수하게 영상에 미쳐서 할 만큼의 그런 나이가 지난 것 같고, 이제는 그냥 정말 하고 싶고 필요로 하는 것들에 있어서 조금은 더 제가 가진 것들을 많이 쏟아붓고 싶어요. 어쨌든 이 영상들을 도와주면서 제가 항상 성장을 했기 때문에, 저도 이걸 함으로써 제 커리어가, 물론 이게 포트폴리오로는 쓰지 못하더라도, 제 스스로가 영상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한 걸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그런 영상들을 계속 하고 싶어서, 그게 이제 공연이든, 아니면 뭔가 의미있는 작업이든, 영화가 됐든 다큐멘터리가 됐든, 어쨌든 아마 저는 죽을 때까지 영상은 하게 될 것 같아요.
터울 : 알겠습니다. 이 인터뷰에 영상활동가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그 이름에 손색이 없는 활동들을 같이 돌이켜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조건 속에서 게이커뮤니티에 대해 애정을 갖고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일 하나하나가 모두 커뮤니티를 구성해나가는 거고, 그건 운동단체나 커밍아웃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성취고 중요한 뼈대이자 토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네요. 그 속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성취를 해왔던 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Jude Lee :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영상활동가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전 활동가보다는 기록자로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기억만 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는데, 제가 이런 활동을 하면서 시각적으로 기록을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과거에 이런 걸 했었지-라고, 그걸 보면서 조금 더 이야기할 거리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지금 잠깐 스톱된 코드지 공연 'ARCHIVE'랑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 저는 제가 2016년부터 지금까지 게이씬에서의 아카이빙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게 나름 의미가 있는 기록물들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몇 년 후에도, 몇십 년 뒤에도.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잘 보관하고… 보관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웃음) 그래서 같이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글과 영상이랑, 앞으로도 열심히 잘 기록했으면 좋겠습니다.
터울 : 저도 퀴어 역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록이야말로 도저한 의미의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열심히 해나갑니다.
Jude Lee : 네, 또 기록합시다.
터울 : 끝으로 이 인터뷰를 읽으시는 독자분들이, 왜 이자들이 이런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투자하면서 일하고 행복해하는지에 대해 각자가 음미하는 바가 있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면서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Jude Lee : 수고하셨습니다.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