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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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16
: 올해의 문집 미리보기
* 올해 책읽당에서는 당원들끼리 서로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열 네 편의 글을 모아 문집을 만들었고, 그중 내부 투표를 거쳐 가장 좋은 평가를 얻은 글을 소식지에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애정을 갖고 다가가 멋진 인터뷰를 작성해준 책읽당의 슈퍼루키 우석님, 그리고 특유의 활발함과 속깊음으로 귀한 이야기를 기꺼이 나눠준 책읽당의 왕언니 크리스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호세 드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 크리스님에 대하여
들어가며
크리스님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는 외로움이라고 답했다. 작년에 개인적인 아픔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작년에 제가 좀 아팠었어요. 개인적으로 아팠었고, 어 그러면서 좀 인간의 그런 본질적인 외로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이 내면의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옆에 애인도 있고, 주변에 좋은 친구들도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외로운 거지. ‘이 외로움의 본질은 뭘까?’라는 거를 좀 되게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거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물론 해답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런 거에 좀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나이를 먹었나봐.” |
외로움. 우리는 모두 외로움을 느낀다.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그런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는 때때로 혼자됨을 경험한다. 이 외로움은 가벼운 허전함 정도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그림자로 다가와 일상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이는 인간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과제이지만, 소수자인 우리에게 외로움은 더욱 뼈아프게 와 닿는 주제이기도 하다.
인간 내면의 외로움이라는, 그 본질적이고도 보편적인 물음에 대한 크리스님의 답은 사람이었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관계 맺고, 함께하고, 그 함께함의 의미를 되새길 때 비로소 외로움을 견뎌낼 힘을 얻는다. 선한 교류, 혹은 상호작용. 이것이 크리스님이 집중하고 있는 또 다른 주제였다.
“누군가 내 옆에 있고, 그 내 옆에 있는 존재를 내가 의식하지 못할 만큼 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거? 약간 이런 게 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선한 교류? 그런 걸 좀 하고싶어서(…) 선한 뭐 상호작용이라고 할까, 그런 거에 관심이 있어요. 영향력이라고 표현하면 좀 일방적인 것 같아서.” |
내가 처음으로 책읽당 뒤풀이에 참석했던 날, 크리스님을 처음 만났다. 그는 그의 파트너와 함께 모임에 왔는데, 누구보다도 활기차고 밝은 모습이었다. 크리스님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첫만남을 시작으로 지금껏 내가 보아온 크리스님은 일관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그 에너지의 근원이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그의 삶 전반에 걸쳐 드러나 있었다.
▲ 가수 박정현의 광팬인 크리스님의 음반 컬렉션
직업과 삶
크리스님의 현 직업은 사회복지사이다. 고향이 전라북도 군산인 그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왔고, 어느새 서울살이 20년차에 접어들었다. 노어노문학으로 학부를 졸업했고, 기업에서 5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사이버대학교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이직해 낮에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밤에는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그는 탈북, 다문화, 중도입국 등의 이슈에 집중하여 이주배경청소년들과 관련된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에 대한 그의 관심은 대학 시절 시작되었다. 학부 시절 그는 군생활을 마치고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이때부터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등으로 해외 봉사도 다녀왔고, 그렇게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운 그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
“그냥 저는 사람 만나고, 막 얘기 듣고, 제가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으면 같이 으쌰으쌰해서 하는 그런 거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
필자에게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절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에게 사회복지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다양한 사회복지 분야가 있음에도 결국 사회복지사란 함께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답했다. 크리스님의 삶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업과 관련한 향후 계획을 물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지금 우선 하는 일이 되게 만족스러워서 개인적으로, 비슷하긴 할 것 같고. 이제 뭐 사회복지 일 지금 한 7년째 하고 있고, 봉사활동 합치면 10년 넘게 이제 계속 관심 있었던 분야라서. 근데 또 이제 사회복지가 엄청 뭐 많잖아요, 대상도 많고 분야도 많고. 약간 이주민 쪽? 이주 쪽에 관심이 많은 거예요. 근데, 암튼 이제 저는 성소수자고. 약간 이주민과 성소수자를 같이 아우를 수 있는 뭔가 복지관을 차리면 어떨까 싶은 거지, 개인적으로. 이름도 생각해봤어요. 무지개 복지관.” |
무지개 복지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도 평범하고, 식상한 듯하면서도 그보다 더 적합할 수 없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아 문학 중에서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그는, 그 작품에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 좋다고 했다. 그가 미래 계획으로 꿈꾸는 복지관이 만들어진다면 그러한 인간 이야기, 세상 이야기를 담아내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만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끔 도와주는, 그런 복지관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파트너와의 삶
파트너와의 관계에 있어서 크리스님의 삶은 내가 무엇보다도 동경해온 삶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는 현재 7년 넘게 만난 파트너와 함께 동거하고 있고, 자식 같은 고양이를 한 마리 분양 받아 키우고 있으며, 여전히 파트너와의 하루하루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그가 파트너와 함께 있는 모습을 나는 딱 두 번 보았는데, 그는 장소가 어디이건 여느 연인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그러면서도 오래된 연인 특유의 여유로운 모습으로, 파트너와 함께했다.
시작은 2012년 12월이었다. 데이팅 앱을 통해 첫 만남을 가졌고, 그날 바로 사귀게 되었다. 아니, 사귄 것이 아니라 결혼했다고 해야 맞는 걸까? 크리스님이 설명한 첫 만남은 이렇다.
“연락이 왔고, 만났고, 그때가 이제 눈이 되게 많이 왔고, 이제 막 눈이 많이 왔는데 막 녹았었어요. 바닥이 녹았어. 정말 되게 질퍽질퍽한데, 이 사람은 뭐 친구사이에서 뭐 지_보이스에서 쌍용차 시위 노래 부르는 걸 보고 왔대요, 같이. 그래서 옷이 너~무 후줄근한 거예요 정말. ‘뭐야 관심이 있는 거야 뭐야, 그냥 정말 시간 내러 온 거야 뭐야’ 이런 생각 들었죠. 근데 이제 같이 술을 먹으러 갔어요. 지금은 없는 ‘번지 없는 주막’이라고 있는데, 알아요? 거기서 이제 술을 먹었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되게 분위기가 좋았고, 한 시간만에 애인이 저한테 프로포즈를.. 무릎은 안 꿇었어. (…) 너무 황당하지 않아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프로포즈를 어떻게 했냐면, 아직도 기억나. ‘내가 지금 너한테 프로포즈를 해도 되겠니?’ 이렇게 물어본 거야 저한테. 황당. 깜놀. 근데, 제가 거기 빠진 거죠. 그 박력. 그 터프함. 그 솔직함에 제가 빠져가지고, 그날 이제 집까지 갔고, 거사를 치르고, 다음날 깨어 보니까 다 발가벗고 있고. 그랬어요.” |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헤어짐 없이 이어졌고, 크리스님은 파트너를 통해 친구사이에서도 활동하게 되었다. 지금의 파트너를 만나기 전 크리스님은 길지 않은 만남들을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자신이 관계를 오래 이끌어가지 못하는 사람이라 느꼈었다. 그러나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지금의 파트너와의 관계는, 놀랍게도 7년 8개월의 시간 동안 질리지 않고,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저는 사실, 지금 애인 만나기 전까지 사람을 좀 많이 만났는데, 다 제가 질려서 헤어지자고 한 타입이에요 사실은. 그래서 되게 약간 나는 사람을 좀 만나고 쉽게 질리고 오랫동안 못사귀는 사람인가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이에요. 근데 지금 애인을 만났고, 지금 애인이랑은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거예요. 같이 있으면 좋고, 시간 너무 빨리 가고, 다 너무 잘 맞고, 그런 거죠. 지금도 보면 너무 좋아요. 왜 좋은지 잘 모르겠어. 같이 있으면 좋아요. 약간 뭐 이런 거? 이게 좋아요. 신기해요 저도. 아 사람이 이렇게 이런 사람 만날 수도 있구나, 약간 그런 생각 들기도 해요.” |
파트너의 어떤 점이 좋냐는 질문에, 그는 그저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기도 한 연애의 시작과, 이어진 연인 생활. 물론 그들의 관계에도 몇 가지 굴곡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서로가 좋다. 관계를 이어온 데에는 친구사이 활동을 하면서 여러 다른 퀴어 친구들과 커플들을 만나고, 그들과 서로 조언을 주고받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파트너와의 미래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근데 신기한 게, 지금 애인이랑은 하루하루 그냥, 하루하루 같이 이렇게 살아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특별한 막 계획을 세우거나 그러진 않아요. 근데 이제 그래도 암튼 어떻게든 같이 살고 이렇게 하려면 노후라고 할까? 여튼 그런 게 필요하니까, 노후 얘기를 같이 했어요. 근데 제가 원래 사회복지 베이스고, 또 지금 애인이 사회복지 책을 공부해서 (자격증을)따고 그랬거든요. 나중에 같이 복지, 복지관 차려 가지고, 애인은 노인 복지, 나는 청소년 복지, 이렇게 막 같이 해볼까? 이런 생각도 하고.” |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것. 그저 지금을, 현재의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누리는 것. 언제부턴가 너무도 어려운 것이 되어버린,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삶. 나에게 정해지고 부여되고 강요되는 틀에 따르지 않는 것. 나의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다만 나는 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함께하고, 그 순간들을 즐기고,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그와 함께 해 나가는 것. 그 정도의 현재에 충실한 삶. 이는 어쩌면 모두가 사랑까지도 사회적으로 정해진 방식을 강요받는 이 시대에 퀴어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이지 않을까. 인터뷰 후반부에 크리스님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거, 그거 완전 비이성적인 것 같아. 왜 운명이 정해져 있어? 나의 데스티니를 누가 정해? 내가 정하지.” |
▲ 크리스님의 반려묘 다솜이
커뮤니티에서의 삶
크리스님이 처음 친구사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3년이었다. 파트너의 소개로 시작했고, 친구사이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책읽당과 지_보이스도 함께했다. 한꺼번에 벅찰 만큼 많은 활동들을 했으나, 무엇 하나 열정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가 인터뷰 경험이 많다고 했을 때 나는 사회복지사인 그의 직업을 생각했으나, 의외로 인터뷰어로서의 경험은 친구사이 소식지 팀장을 하면서 쌓인 것이었다. 2014년부터 3년간 팀장으로 일하며 인터뷰를 다니고, 기획 업무를 하고, 글을 썼다. 그는 2017년과 2018년, 2년간 책읽당 총재도 했었다. 오랜 기간 의욕적으로 활동하며 많은 경험들을 했고, 이제는 평당원으로 돌아와서 함께하고 있다. 지금의 그는 커뮤니티 내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저는 또 이제 지금 8년차거든요? 친구사이를 어느새? 뭔가 좀 저도 8년차에 맞게 역할을 해야 되나 그런 생각도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난 이제 할 만큼 했으니까, 그냥 어, 그냥 평범하게 다른 친구들이랑 그냥 어울렸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있기도 하고, 약간 그런 거? 마음이 두 가지가 좀 있어요 개인적으로.” |
크리스님의 커뮤니티에서의 경력과 위치는 퀴어 커뮤니티 전체에 대한 생각과 고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터뷰 중 그에게 그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시기의 커뮤니티와 지금의 커뮤니티의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지 물었을 때, 그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역할에 대한 고민들을 들려주었다.
“근데 이제 지금은 제일 큰 거는 제 생각으로는 SNS. SNS가 어느정도 발달되다 보니까 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나 페북이나 트위터나 그런 걸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더라고요, 보니까. 그러면서 이제 약간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그런 역할이 좀 축소됐다고 해야 되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뭔가 좀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근데 또 계속 나오긴 하잖아요. 또 뭔가 기대하는 게 있으니까. 뭐 그런 좀 새로 나오시는 분들의 좀 구미에 맞는 그런 커뮤니티의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죠.” |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와 다른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의 좋은 점들 중 하나는 다양한 삶의 시기와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에 이제 막 발을 들인 내가 친구사이 8년차인 크리스님을 만나 인터뷰하게 된 것 또한 이러한 점에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크리스님의 열정적이었던 커뮤니티에서의 과거. 그리고 8년차가 되면서 커뮤니티에서의 위치를 생각하고, 커뮤니티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생각하고, 커뮤니티에 새로 들어오는 회원들의 기대를 생각하는 현재. 또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들어오고 떠남의 순리를 이해하고, 짧고 굵은 활동이 아니라 얇고 길게 커뮤니티에 남는 것을 목표하는 삶의 시기인 지금. 그러한 지금의 그를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나가며
나는 크리스님을 안지 고작 8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그조차도 2주에 한번 만나는 모임에서 가끔씩 만나며 잠깐 이야기를 나눠봤을 뿐이다. 그렇기에 고작 2시간도 안 되는 인터뷰 한 번으로 그의 삶을, 40년 가까이 되는 세월을, 그 무게와 깊이를 이해할 순 없다. 인터뷰를 통해 크리스님을 감히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조금 더 알고자, 그의 삶에 조금 더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동성을 사랑한다는 공통점 하에 모인 이 작은 단체 안에서도 우리는 성격, 삶의 과정, 가치관, 삶을 대하는 태도 등 모든 것이 천차만별인 사람들이다. 이는 인간 사회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리고 그들에 관해 생각하고 글 쓸 때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한 고민들에 맞닥뜨린다.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내가 아닌 타인을 내가 글로써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도 괜찮은 걸까. 아니, 애초에 그것은 의미가 있는 일일까. 그럼에도, 그러한 모든 고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군가를 알아가려는 시도, 즉 나와 다른 누군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행위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다름이 지니는 무게를, 다름으로 인한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소외와 외로움을 몸으로, 피부로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바로 그 다름은, 사실은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이라는 그 당연하고도 중요한 깨달음은, 다시금 우리를 연결되게끔 이끌어준다. 우리는 다르기에 서로를 알아가려고 노력할 수 있고, 다르기에 서로의 아픔에 귀 기울일 수 있고, 다르기에 서로 의미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면 우리는 서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매일 똑같은 거울을 들여다볼 뿐이다. 우리는 바로 그 다름 속에서 수많은 연결고리들을 찾아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인터뷰는, 그리고 이 글은, 내가 크리스라는 사람과 나 사이의, 그리고 이 세상 사이의 연결을 찾아보려는 시도이다. 그러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책읽당 당원 / 우석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