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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활동스케치 #2] 2019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평등을 말하라'
2019-10-31 오후 13: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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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0월 

 

 

[활동스케치 #2]

2019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평등을 말하라'

 

 

2019년 10월 19일 서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평등을 말하라’가 열렸습니다. 집회 장소를 둘러싼 혐오선동세력들의 갖은 방해와 혐오에도 우리는 함께여서 굴하지 않고 평등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앞으로도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이들에 맞서 차별과 배제, 불평등을 지우고, 포용과 평등, 인권을 그릴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목소리 내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평등행진 당일 사전집회부터 행진, 그리고 뜨거웠던 마무리까지 함께 해준 친구사이 신입회원 raffy, 오믈렛, 다즈 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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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평등행진을 다녀왔다. 고백하건대, 그동안 나는 정치적인 활동에 그렇게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다. 20살 즈음부터 군인 신분으로 내 목소리를 내는 걸 금지당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습관이 깊게 배여, 아직은 누군가의 앞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게 많이 낯설고, 침묵하는 게 익숙했기에.

 

뉴스에 나오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보면서도 사건의 경중이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어려웠고, 나는 그런 주제가 나오면 늘 말을 아꼈다. 또 아직 나 스스로를 뚜렷한 정치색으로 특정하는 게 꺼려졌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도, ‘왜?’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나는 쉽사리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오늘 집을 나섰나.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언제라도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집회 현장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도 나는 왜 이 행사에 참여하는가 하는 물음에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내가 내린 답은 그냥 ‘형들이, 친구들이 거기 있으니까’ 였다. 주말의 전철은 많이 붐볐다. 크고 작은 시위들이 많은 날들이라 러시아워를 방불케 하는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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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역에 내리면서 이 많은 인파 속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찾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고민은 이내 사라졌다. 출구를 나서자마자 저 멀리 작은 무지개 깃발들이 보였고, 천천히 다가가자마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이내 친구사이 형들을 찾았고, 그들과 같이 그 반나절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자 낯선 풍경과 귀를 때리는 확성기 소리, 많은 인파들의 외침이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했고, 아까 받아온 피켓의 문구를 하나하나 뜯어 봤다.

 

모르는 단어가 많았고, 나는 옆에 있는 형들을 귀찮게 하면서 이건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분명 문제가 있고, 해결되어야 한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질문이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해결책이 없는 문제 제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평소에도 겁이 많은 성격이라, 항상 최악의 상황을 예견하고, 수차례 검증을 거친 안전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탓이다.

 

예정보다 빨리 행진을 한다고 했다. 장애인분들, 노조 분들, 학생들, 그리고 퀴어들 등 각자의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는 이들이 연대해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형광색의 안전조끼를 입은 행사 진행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행진대형을 이루었다. 그날따라 날이 참 좋았다. 다양한 깃발들이 바람에 나부꼈고, 특히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은 형형색색의 무지개 깃발이 이뻤다. 잠시간의 정비가 끝나고, 우리는 함께 서울 한복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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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여의 행진 동안 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 지난 서울 퀴퍼의 행진코스와도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낯선 듯 눈에 익은 그 거리를 걸었다. 전에는 개인으로 쫄래쫄래 따라다녔는데, 이번엔 아는 이들과 함께 걸어 더 든든한 기분. 주최 측에서 트는 노래를 들으면서 조금은 흥겹게. 형들은 이미 이런 경험이 많아 익숙한 듯 앞뒤를 오가며 사람들을 챙기고, 또 이런저런 농담들을 건넸는데, 덕분에 지치지 않고 계속 걸을 수 있었다.

 

이따금 차가 정차하는 동안 구호를 따라 하거나 연사들의 발언을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올라오신 어떤 선생님 한 분의 열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혼자 서울에 올라와 제 키보다 곱절은 큰 깃발을 들고 다니시던 그분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줄곧 웃으며 행진을 이어나가셨는데, 마이크를 든 그 순간에는 달랐다. 그건 절규였다. 살고 싶다는, 그리고 살려 달라는. 찢어지는 앰프 소리를 타고 흘러나온 그분의 악바리는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는 일종의 애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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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의 도로변에 서서 여러 연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여러 감정들과 갖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공통되는 한 가지의 감정은 아마 ‘분노’였던 것 같다. 더 이상 나의 존재를 부정하지 말라는. 더 이상 우리의 존재를 외면하지 말라는. 한참을 정차해 있던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목적지인 청와대 사랑채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8차선이 넘는 뻥 뚫린 거리에서 좁은 장소로 이동을 하니 소리가 퍼지지 못하고 좁은 골목길에 갇혀 크게 울렸다.

 

애석하게도, 처음 눈에 들어온 광경은 반 퀴어 세력들이었다. 혹자는 그들이 기독교 단체에서 왔다고들 했다. 누군가는 반 정권 운동을 하시던 어르신들이 집회를 마치고 가는 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라 했다. 좁은 골목길에 갇힌 그들은, 벌떼처럼 무리 지어 우리를 향해 악을 쓰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우리 측은 질세라 앰프 소리를 키웠지만, 그들의 표정까지 막지는 못했다.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난 것이었을까. 성난 그들의 목소리와 기계음이 합쳐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아비규환’이라는 말은 이를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걸 보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공포였다. 속상했고, 무서워 뒷걸음질 치고 싶었다. 언젠가 들었던 그 고민이 떠올랐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치졸하다고 생각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모인 여러 무리 중에서 ‘퀴어’만을 꼭 집어 반대는 하는 그들의 양태가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했다.

 

한참을 먹먹하게 그들을 바라봤다. 그게 부질없는 걸 알면서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알면서도. 잠시간의 대치가 끝나고 주위가 어두워졌고, 그 와중에 반대 세력들은 하나둘 흩어져 일부만 남게 되었다. 우리는 계속 집회를 이어나갔다. 어느 DJ분이 와서 누군가는 춤을 췄고, 민중가요를 틀고 누군가는 몸짓을 했다. 누군가는 반대 세력과 시비가 붙어 경찰이 중재를 해야 했고, 누군가는 다른 연사와 주최측의 말에 귀 기울이며 호응하고 있었다. 그중 나는 어디에 속하는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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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방영된 드라마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왔다. 대통령역의 배우는 처음에는 주위 보좌진들의 만류에도 ’당연히’ 제정돼야 하는 게 아니냐며 되려 호통을 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여야의 정치공세에 그는 입법을 포기했고, 나중에는 자신을 지지 표명한 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꼭, 다음에는 제정하겠노라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그걸 보면서 나는 이 촌극이 너무 현실과 닮아 웃겼다.

 

그날의 오후 나는 계속 깃돌이를 자처했다. 형들이나 동생들이 들고 있는 게 미안해서라는 일차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그 현장에 잡아 두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 유예를 시켰던 질문에의 답을 그 집회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며 내릴 수 있었다. 지금 당장에는 우리의 요구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아직은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소리를 내는 이유는, 누군가에겐 반드시 지키고 싶은 일상이라서-이다. 그냥 일반 대중이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누리는 그런 ‘호사’를 한 번쯤은 느껴보고 싶어서다. 앞으로의 정치판에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라는 주제가 더는 정치놀음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그 ‘당연한’ 일상을 위해 우리는 계속 소리를 낼 테다. 이번에는 그게 내 차례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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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신입회원 / ra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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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9일 오후 3시. 차별금지법 평등 행진에 함께했다. 사실 행진에 참여하기 마지막 전까지 고민했다. 성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서 많은 사람 앞에 서기에는 가족들이 나라는 존재의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날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어떡하지? 만약에 부모님이 예배중 ‘주님 저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주시옵소서!’ 라며 목사님이 띄운 사진에 내 얼굴이 나오면 어떡하지? 하지만 세상은 싸우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외침이 나에게 다짐을 주었고 그 맘과 함께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게 하였다.

 

허나 지하철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나의 다짐은 대번에 흔들렸다. 마침 그 주 토요일이 특정 정당의 광화문 총동원령이 내려진 날이라 광장은 전국에서 온 태극기 부대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고 있자니 지금 내가 있는 광장이라는 공간이 사회가 우리를 보는 시선을 압축해 놓은 미니어처 같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과 동시에 평등 행진에 참여한 우리들은 바위 앞의 계란 같았다. 그들의 너무나도 단단하고 커다란 모습 앞에 우리는 자그마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내 인생에서 행진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거웠던 서울 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뿐이었다. 평등 행진도 그와 같으리라 생각하였던 건 나의 철저한 오판이었다. 내가 고민하건 말건 광장의 끝 차선엔 여성, 장애인, 노동자, 성 소수자, 난민 등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 시선을 바꾸겠다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시간이 되어 행진을 시작하였고 우리들의 행렬은 광화문 광장 일대를 누비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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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날이니만큼 행진 중간중간 스피커에서 나오는 혐오 발언과 함께 빨갱이라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한창 행진을 진행하던 중 우리의 행렬은 광화문 앞에서 덜컥 멈추었다.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던 그때에 누군가 말했다. 혐오 세력들이 우리의 마무리 집회 장소를 점거하고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혐오 세력이지 어쩐지 너무 쉽다 했어^^) 그렇게 혐오 세력의 방해와 함께 행진에 참여한 이들의 자유발언을 들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우리는 청와대 앞 골목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우 흥미롭고도 재밌는 광경을 목도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열렬한 ‘서포터’ 혐오 세력들이었다. 양손에는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누군가는 이스라엘 국기) 입에는 호루라기를 문 채 현직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는, 또는 어느 대통령의 석방을 바라는 인터내셔널한 혐오세력들의 무조건적인 야유와 고함….

 

그들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먼저 ‘우리들의 위치가 지금 이 정도이구나. 차별금지법이 꼭 제정 되어야겠다.’와 ‘저들을 저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각기 다른 여러가지 일들을 왜 하나로 볼까?’였다. 복잡한 생각과 함께 친구에게 우리가 저들이 원하는 대통령의 석방을 함께 외쳐준다면 과연 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마무리 집회에 함께했다. 달빛과 함께 청와대 앞 골목은 무지갯빛으로 가득했고, 평등을 외치는 이들의 함성과 함께 마지막 까지 별 탈 없이 집회를 끝마칠 수 있었다.

 

행진이 끝나고 남은 몇몇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찬바람이 불었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일며 나는 느꼈다.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더욱더 소리 높여 외쳐야 하고 끊임없이 부르짖어야 하는 이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직 한국에서 살기에는 조금 많이 팍팍한 존재라는 것을… 저녁으로 먹었던 보쌈이 입안에서 씹혔다.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집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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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신입회원 / 오믈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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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차별을 끝장내자 / 가족유형은 다양하다 / 남편아빠 묻지마라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난민혐오를 중단하라 / 인종차별 설자리없다 / 난민들을 환영합니다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대학은 당연하지않다 / 학력학벌 차별없애자 / 다양한삶을 존중하자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성적권리를 보장하라 / 성소수자 혐오멈춰라 / 있는그대로 존재하자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에이즈혐오 중단하라 / 병력차별을 철폐하라 / 차별철폐가 예방이다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여성인권을 보장하라 / 성폭력문화 끝장내자 / 성평등세상 실현하자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이주노동자 인권있다 / 노예취급 참을수없다 / 사업장이동 보장하라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이주여성 무시 말아라 / 혐오발언을 하지마라 / 우리모두 평등한 세상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장애인차별 중단하라 / 시혜동정 혐오멈춰라 / 삶의권리를 보장하라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청소년인권 보장하라 / 보호대변 폭력멈춰라 / 평등한교실 시작하라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평등한 일터 실현하라 / 비정규직은 이제그만 / 노동자의 권리넓히자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홈리스차별 철폐하라 / 빈곤혐오 배제멈춰라 / 제대로된 복지만들자 /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 <차별금지법제정 송> 中

 

 

 

10월 19일, 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진에 친구사이 회원들과 함께 참여하였다. 주최 측에서는 참여자들에게 오늘 함께 외칠 구호와 일명 차별금지법제정송(song)이 적힌 부채를 나누어주었다. 차별금지법제정송에는 절마다 각 소수자성에 대해 차별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 행진 중 노래를 따라 하고자 부채를 펴고 하나씩 따라하다 보니, 이 집회가 참 다양한 소수자들을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난민, 성소수자 등 각기 다른 소수자성을 가진 소수자들이 모여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수자로 묶여있으나, 사실 이토록 다른 집단이 한데 모여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문득 정말로 차별금지법 안에 묶인 다양한 소수자들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차별하지 않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내 옆을 함께 걷고 있었던 톨게이트 노조 여성분에게 눈길이 갔다. 저분이 정말 내가 게이인 것이 아무렇지 않을까? 오늘 함께 걸어놓고 내일 아침 교회가서 반동성애 설교에 '할렐루야' 외치시는 건 아닐까? 이런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내 자신에게 돌아왔다. 나는 정말 이 10절이 넘는 차별금지법제정송 안의 모든 소수자들에게 그 어떤 편견과 차별적 생각이 없나? 나는 위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자신이 없었고, 차별금지법제정송을 따라 부르기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성소수자이면서 동시에 비장애인이고, 대한민국 국민이자 남성이다. 내가 갖고 있는 소수자성은 내가 쥐고 태어난 많은 다수자성에 비하면 정말 작은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차별 행위자의 역할로부터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차별에 대해서는 누구나 반대할 것이다. 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관념화된 선(善)이기 때문에  이에 동조하는 것에는 많은 노력을 요하지 않는다. 반면, 차별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별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차별인지를 알아채야하고, 그것은 나 자신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나와 다른 누군가를 헤아리는 감각으로 귀결 되어야 하는데, 과정이 너무 어렵다. 무엇보다 다수자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번잡스럽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칠 동기가 없다. 그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은 이 과정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예민한 사람 취급 받는 시대에 ‘이러이러한 것이 차별이니 하지마세요’ 라고 법제화 하는 것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행진을 하며 내 자신의 차별을 돌아보게 된 것처럼, 이 집회가, 그리고 끝내 제정될 차별금지법이 더 나은 사람, 사회, 나라를 만들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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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신입회원 / 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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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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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울 2019-10-31 오후 18:23

신입회원분들 글 왤케 잘 쓰시냐며..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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