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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기획] <Seoul For All> #5 : 이 구역의 진짜 주인은 바로 나야, 세계 도시 속 LGBT 게토들(1)
2018-05-02 오후 18: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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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4월 

 

[기획] <Seoul For All> #5 

: 이 구역의 진짜 주인은 바로 나야, 세계 도시 속 LGBT 게토들(1)

 

 

뻬앗긴 종삼에도 봄은 오는가

 

요즘 필자의 주변에서는 "게이들이 종로를 빼앗겼다?!"라는 주장에 대해, "땅 주인이 아닌 이상 애초에 종로에 대한 우리의 권리가 존재하긴 했는가?", "익선동·이태원? 이거야말로, 게이들이 바라던 핑크머니 현상 아닌가?", "종로포차를 빼앗겨버린 내 서러움은 어떻게 해야 해?"와 같은 자조섞인 이야기들부터, "애초에 한국사회에서 종로라는 공간이 있던 것 자체가 남성 기득권 아닌가?!", "레즈한테 홍대가 있는 것처럼, 게이한테도 종로가 소중할 수 있죠"와 같은 시각들까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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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2018년 4월 어느 날, SNS에서 화제로 떠오른 '종로에 대한 게이의 권리'

 

 

이러한 게이들의 서러운 한을 이해해서일까,

 

과거 종로3가역 4번출구 글로우 키친(Glow Kitchen)의 사장이었으며, 현재는 익선동에서 4개의 매장을 오픈해서 운영(앞으로 2개 매장이 더 추가될 예정)하고 있는 글로우 서울(Glow Seoul)의 대표 이든은 다가오는 2018년 5월 26일 토요일 새벽, 종로3가의 갑작스러운 헤테로 중심 젠트리피케이션에 "소외감을 느끼는 게이들을 위로하고, 종로3가의 밤의 주인이 게이임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자" 일부 익선동 상인들과 함께 '익선동 퀴어야간개장'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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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익선동 야간개장, 2018년 5월 26일 밤 11시, 익선동에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링크).

 

 

이를 간단하게 소개해보자면, 익선동의 십여개 가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이 야간개장은 영화 상영회, 그림 전시회, 레인보우 디저트 및 굿즈 판매는 물론이고, 퀴어 작가 설명회와 북콘서트, 섹스 토이 판매, 드랙체험행사, 댄스 및 노래 팀 공연까지 계획되어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익선동에서 열리는 미니 퀴어축제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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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Glow Seoul의 운영매장들 (출처 : Glow Seoul Facebook)

 

 

물론 서울시 관계자들은 "(해당 구역에)성소수자 업소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인문재생계획을 구상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특별한 고려를 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일부러 배제한 건 아니다(링크)"라는 인터뷰를 남긴 바 있다. "성소수자의 오랜 역사와 삶이 보존되는 방향을 포함하여 <창덕궁 앞 도성한복판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을 보완해주시기를 요청"하는 한 정당 위원회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재생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역사성을 아우르는 지역 전체의 경제·문화 활성화 유도 및 도심재생 실현을 위해 (중략) 향후 추진되는 활성화사업에 협조하여 주시기 바(링크)"란다는 식의 답정너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종로의 게이들은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시대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보기로 한다. 

 

 

게이의, 게이에 의한, 게이를 위한 도시재생, 뉴욕 하이라인의 친구들(링크)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4년, 뉴욕 하이라인 파크(Higline Park)에서 현재 하이라인의 총괄적인 관리를 맡고 있는 시민단체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 of the highline)의 대표이자 게이인 조슈아 데이비드(Joshua David) 그리고 로버트 해먼드(Robert Hammond)와 함께, "서울역 고가를 남대문시장과 남산공원으로 향하는 성곽길까지 이어지도록 해 뉴욕의 하이라인을 능가하는 시민 보행공간으로 만들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렇게 4년이 지난 지금 서울로는, 박원순의 도시재생은 과연 하이라인을 능가했을까. 그리고 하이라인을 능가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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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2014년 뉴욕 하이라인에서 (좌) 하이라인의 친구들 공동대표 로버트 해먼드,

(우)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출처 : http://safe.seoul.go.kr/archives/27405?tr_code=sweb)

 

 

우선,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도 초반까지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배경에 대한 간략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뉴욕 하이라인은 영화 <The Normal Heart>의 시대적인 배경이기도 하며, HIV/AIDS가 다수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80-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물론, 당시 'Gay Cancer'라고 불리고 있던 HIV에 대한 인식은 하이라인 일대 주민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이라인 일대 주민들에게 당시 하이라인은 어두운 폐철도 위에서 '성도착자' 게이들이 마약을 일삼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러한 주민들의 인식은 1985년 하이라인 인근의 게이 클럽 마인쉐프트(Mineshaft)가 에이즈의 확산과 관련이 있는 '고위험 성행위'가 발생하는 장소(링크)라는 이유로 강제로 폐쇄된 사건을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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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좌) PL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The Normal Heart'의 한 장면,

(우) 1985년에 폐쇄된 BDSM클럽 마인쉐프트(Mineshaft)

 

 

둘째, 하이라인은 미트패킹지구(Meatpacking District)라고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산업철도를 의미한다. 지구의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이 일대에 자리잡고 있던 산업의 쇠퇴가 가속화되면서 하이라인은 결국 그 가동을 중단하게 되었고, 하이라인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더이상 돈이 되지 않는 철도를 철거하고 지역을 재개발할 것을 요구하였다. 당시 뉴욕의 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Giuliani) 시장은 이러한 주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전부터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을 도시공간에 실제로 적용하고 우범지역을 개선함으로써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던 그는, 뉴욕 일대 집창촌과 게이바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타임스퀘어와 일대 할램가를 재개발하였으며, 임대료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 지금의 신자유주의스러운 뉴욕을 만들어 낸 핵심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줄리아니 시장은 당시 민주당의 반대 속에서도 뉴욕에서 LGBT 파트너쉽을 인정해주는 법안을 통과시킨 인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뉴욕에는 쓸 만한 30대 남자가 없어. 줄리아니가 노숙자를 쓸어버릴 때 같이 쓸어버렸거든.”

 

-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미란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뉴욕의 하이라인이 지금과 같이 지켜지고 활성화되기까지는 '본인'들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두 명의 게이 활동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 of the highline)의 대표이자 게이인 조슈아 데이비드(Joshua David) 그리고 로버트 해먼드(Robert Hammond)다. 하이라인 활동 이전에 도시나 건축을 단 1도 전공하지도, 관련된 활동을 수행하지도 않았던 이들은 어떻게 하이라인의 철거를 막아내고, 전세계 도시재생정책의 롤모델로 여겨지고 있는 지금의 하이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자세한 이야기는 그들이 쓴 책, 하이라인 이야기(링크)를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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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6. (좌)The Special West Chealsea District 일대 용도지역 현황

(우)하이라인의 공간적 위치도(출처 : Joshua David·Robert Hammond, 2011, High Line, Farrar Straus & Giroux)

 

 

물론, 이미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TDR(Transfer Development Rights; 용적이양제)과 같은 정책이 이미 뉴욕에 존재했으며, 2001년 새롭게 당선된 마이클 불름버그(Michael Bloomberg)시장 공약의 일부로 하이라인 재생계획이 포함되었다는 점(하이라인은 New York 2012 Olympic을 유치하기 위한 개발 촉진 계획 중 하나였다), 그리고 자하 하디드와 같은 유명 건축가의 하이라인 설계 공모 참여가 하이라인 이슈를 전세계적인 차원으로 흥행시켰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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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7. (상) 재생 이전의 하이라인 (하) 재생 이후의 하이라인

 

 

그러나, 그러한 기회가 오기까지 데이비드(David)와 해먼드(Hammond)는 미 연방정부에 줄리아니 시장 산하 뉴욕시의 하이라인 철거 계획을 중지하도록 요구하는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하이라인 철도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그들의 재생 계획을 끊임없이 설득하였으며, 그 와중에 하이라인의 친구들(FHL)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LGBT 친화적인 문화정치 엘리트 층의 지지를 통해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레즈비언 뉴욕 시의원의 커밍아웃과 그녀의 하이라인 프로젝트 지지 선언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설사 오늘날 하이라인의 겉포장지는 같을지언정 그 속에 지금까지도 녹아있는 다양한 퀴어 문화는 조용히 삭제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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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8. '하이라인 속 게이의 역사(링크)' 프로그램 홍보물 

(사진 출처 : High Line Nudes Hardcover 2016 by Kevin McDermott,‎ Joshua David)

 

 

“하이라인 프로젝트 전반에 녹아있는 퀴어함은 게이성(gayness) 그 자체죠. 어쩌면 하이라인이 가지고 있는 힘은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해 온 변화를 잊지 않도록 해주고, 과거의 추억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준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 Joshua David, Co-Founder of the Friends of the High Line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하이라인 프로젝트가 비판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좋은 게이 시민이자 성공적인 하이라인의 운영자가 되고자 했던 하이라인의 친구들(FHL)은 결국, 좋은 시민과 나쁜 시민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끝내는 일반 시민의 편의를 이유로 하이라인에서 금지해야 하는 행위(노숙, 마약 등)를 단속하기 시작했다(링크).

 

더 나아가 하이라인의 관광적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개발이 폭증하면서 지역에서 영세하게 머물던 BAME(Black, Asian, Minority Ethic)은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관련기사). 이에 대한 반성으로 하이라인의 친구들은 뒤늦게 하이라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시민단체 하이라인 네트워크를 조직하지만, 글쎄(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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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9. 전세계 도시재생정책의 롤모델, 뉴욕 하이라인의 전경

 

 

어마어마한 부동산 가치의 상승, 산업유산의 보존, 도심 내 녹지공간 확보를 통한 어매니티(Amenity) 증진 등과 같은 하이라인의 성공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지역사회 내에 존재했던 낙인과 편견, 불법이라는 딱지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적·실천적으로 싸워가면서 이뤄낸, '소수자 집단에게 포용적인 공간을 물리적으로 실현'했다는 사례가 전세계 소수자 게토에게 던져주고 있는 시사점 역시 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사회'에 포용되고자 했던 그들은, 나와 다른 사람을 또 다시 배제하는 형태를 낳게 되었고, 결국에는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맨 처음 모였고 활동의 계기가 되었던 수많은 안식처들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오늘날, 이태원과 해방촌, 홍대, 그리고 종로3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LGBT 사장님들에게 전달해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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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0. 종국에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FLORENT 레스토랑
참조1. FLORENT의 마지막을 기록한 영상물 (Florent: Queen of the Meat Market)
참조2. FLORENT의 젠트리를 다룬 영상물 (Farewell, Florent: New York Loses a Mecca of Cool)

 

 

(전략) 2003년 5월, 용산나눔의집은 “우리는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 살고자 한다”고 선언하며 용산을 오가는 이주민들과 동행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4월, 우리는 미등록 이주민 식구들과 동네에서 꽁냥꽁냥 살고자 해방촌으로 이전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4월, 우리는 2년 만에 해방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나는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해방촌. 몇 년 만에 유명 연예인들이 들어오고, 그 무렵 동네에는 소위 ‘기획부동산’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함께 해방촌 갓물주들의 욕망은 춤추기 시작했죠. 언론과 사람들의 입소문은 부채질을 해댔습니다.

2018년 3월, 집주인은 우리에게 30% 이상되는 임차료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법적 허용 범위를 넘어선 요구라, 우리가 맘 먹고 버티거나 싸우면 이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대부분 미등록 이주민입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분노를 억누르고 급하게 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략)


- 페이스북 '자캐오'의 게시글(링크)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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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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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8-05-04 오후 16:09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야 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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