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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앙, 종교' #3]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 불교>를 통해 본 불자 성소수자의 삶
2016-09-23 오전 00: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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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9월 

[커버스토리 ‘신앙, 종교’ #3]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 불교>를 통해 본 불자 성소수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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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나 자신을 잘 알지 못합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욕구는 꿈을 통해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내면의 취약한 나는 자꾸만 타인에게 의존하려 하고 사랑받고 싶다고 말하고 있으며, 또 다른 나의 이면은 강한 힘을 갖고 싶다고 말합니다. 생각과 감정은 서로 엇박자를 놓기도 하고,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스스로 이해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나는 심리상담학자로서 그리고 승려로서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시간을 ‘나를 찾는 여행’에 투자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모르는 마음이 켜켜이 있는 느낌입니다.

 

지난 2015년 1월, 나는 신내림을 받는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꿈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으나, 꿈분석을 통해 이해한 바는 ‘한’을 ‘흥’으로, ‘연약함’에서 ‘강한 힘’이 나온다는,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신나게’ 살아가면 진짜 부처님이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나는 불자 성소수자들과 인연이 닿았고 지금까지 매월 한 번씩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내내 나와 함께하는 나 자신조차 나를 알지 못하는 면이 있는데, 어떻게 내가 성소수자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도 겉모습만을 보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자 성소수자와 만난 지 두 달이 지났을 무렵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성소수자를 초청하는 법회를 연다며 저에게 법문을 요청해 왔습니다.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내가 성소수자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들의 고통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 채, ‘일반 불자들과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종단에서도 성소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불자 성소수자에 대해 연구해 줄 것을 부탁해왔습니다. 이러한 기회가 없었더라면 지금 이해한 바의 대부분을 아직 모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에 감사합니다. 이 연구가 없었더라면 성소수자의 현실적인 고통이 무엇인지 그리고 율장의 내용도 몰랐을 것입니다.

 

내가 만난 성소수자들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으로 인한 고통이 가장 컸습니다. 10대부터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혼란, 수용하기까지의 갈등,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하는 외로움, 비밀을 안고 살아야하는 고독감이나 답답함,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데서 오는 실망감, 절망감, 수치감, 자신이 저주받았다는 오해에서 빚어지는 혐오감,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오는 무서움 등.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성 정체성을 수용하기까지가 어렵지, 그 시기만 지나면 괜찮고 어렵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 표현할 수 없는 데에 따른 괴로움이 곧 따라오고, 결혼적령기가 되면 결혼에 대한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독신이라 애매하니 거짓말을 하게 됨으로 해서 부담스럽고,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또 하게 되는 다른 거짓말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아웃팅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긴장하고 살아야 하고 그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며, 독신으로서 다른 커플을 보게 되면서 느끼는 부러움이나 질투심,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오해받는 느낌, 50대에 느끼는 고독감과 쓸쓸함, 나이 들어 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 다양한 고통에 놓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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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 불교>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 모습 (2016.4.27. 사진: 이종걸 사무국장)


 

 

불교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다양했습니다. 성 정체성과 관련 있는 내용만 말씀드리면 성 정체성을 수용하기 힘들 때 ‘선불교’에 대한 판타지를 갖거나, 불교학생회 또는 청년회에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성 정체성으로 인한 괴로움을 극복한 사례가 있고,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가 친구나 애인을 따라 불자가 된 경우도 있으며, 불자 성소수자 모임에서 만난 도반에게 믿음이 생겨 불자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법우(法友)들은 불교의 윤회와 업사상과 불이사상이 자신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내면을 통찰하고 자기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인식의 전환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용이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불교는 힘든 삶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마음의 의지처와 삶의 기준이 되었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데 일조하였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자신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뤄낸 것이었습니다.

 

기독교는 목사가 예배를 보고 천주교는 사제가 미사를 보지만, 불교는 작년에 저를 만나기 전까지 불자 성소수자들끼리 법회를 15년간 봐왔다고 들었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승려인 저보다 이 사람들이 더 수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관심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누구보다 관대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야 하는 종교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폄하하고 죄인 취급하며 무관심한 것은 종교의 기능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은 출가자의 성교를 반대했고 금지시켰습니다. 그 이유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은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이 많고 근심이 많으며 위험은 더욱 많기 때문입니다. 성(性)과 관련해 부처님은 출가한 사람의 도덕적인 생활에 대해서 주로 문제를 삼았지 출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평가를 거의 하지 않았고 삿된 음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가자의 성 생활은 출가자의 생활을 기록해 놓은 율장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팔리어 율장에 등장하는 성소수자를 살펴보면, 남성 동성애, 성-변환, 여성 동성애, 빤다까1)에 대한 차별과 양가적 태도 등의 사례가 각각 보입니다. 이렇게 오늘날 성소수자로 분류될 수 있는 이들이 율장에 등장하는 점을 미뤄보면, 승단 초기에는 이들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고, 출가 후에 성적 문제가 발생되었기 때문에 빤다까의 정식 출가를 제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결정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합당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초기경전에 의하면 성소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설법 장면이 나타나지 않는데, 이 점도 이들에 대해 특별히 차별하지 않았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불자 성소수자 법회에 출석하는 대부분의 법우들은 20대에서 50대입니다. 그래서인지 연애나 결혼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마다 원하는 바가 성취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홀로 섰을 때의 자유로움도 만끽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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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빤다까(paṇḍaka)는 어원적으로는 불분명하지만 ‘알이 없는 사람(apa-aṇḍa-ka)’ 즉, 고환이 없는 자에게서 유래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붓다고싸(Buddhaghosa)는 빤다까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는 ‘뿜어내는 빤다까(āsittapaṇḍaka)’로 다른 남자의 성기를 입으로 빨아 사정에 이르게 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는 자인 남성 동성애자, 둘째는 ‘시샘하는 빤다까(usūyapaṇḍaka)’로 다른 사람의 성행위를 지켜보며 질투심으로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는 자인 관음증 환자, 셋째는 ‘야기되는 빤다까(opakkamikapaṇḍaka)’로 어떤 특수한 수단으로 야기되어 자신의 정액을 분출시키는 자인 자위행위자, 넷째는 ‘보름간의 빤다까(pakkhapaṇḍaka)’로 과거의 업력으로 음력 한달 가운데 절반인 2주간만 빤다까가 되는 자, 다섯째는 ‘남성이 아닌 빤다까(napuṃsakapaṇḍaka)’로 임신 순간부터 남성성이 결여된 자를 뜻한다. 이 빤다까의 출가를 율장에서 금지시키는 것은 동성애나 유사 성행위로 교단의 질서가 파괴되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전재성 역주(2015), 『빅구비방가-율장비구계』, p.151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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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강사 / 효록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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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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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2016-09-26 오후 13:16

뭔가 울컥하네요.

누구보다 관대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야 하는 종교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폄하하고 죄인 취급하며 무관심한 것은 종교의 기능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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