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
<당연한 결혼식> 1주년 기념 결혼/가족구성권 미니 간담회
여섯 게이의 가족 이야기
참가자:
석 20대. 애인과 하우스 쉐어중.
이안 20대. 부모님과 사는 중.
수미 20대. 독거. 싱글임.
크리스 30대. 독거. 최근 애인의 (나중에 같이 살 수도 있는)집을 함께 구하러 다녔음.
두루미 30대. 독거. 장기 지속적인 연애중.
대미지 40대. 1년 반 전 이혼(?)하여 돌싱.
당연한 결혼식 1주년. 변화는?
크리스: 작년 이맘때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당연한 결혼식>이 있었죠. 이제 일년이 넘었는데, 그런 시점에서 회원들의 가족구성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두 부부의 결혼식, 참석해서 보신 분들도 있고, 얘기로 들으신 분들도 있을 텐데, 두 부부의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시고, 그 이후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많이 바뀐 부분이 있다 생각하시는지 이야기를 먼저 했으면 좋겠는데요.
두루미: 근데 보통 결혼식 가셔서, 정말 결혼식에 집중하시나요? 결혼식 가셔서 결혼식 본 적 있어요? 저는 결혼식 가도 식을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별로 볼 게 없어서. 그런데 이번엔 볼 게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늦게 가서 많이는 못보고, 지보이스가 내려오고 있을 때 도착했고요. 그리고 하객들 만나느라고, 친구들 만나서 인사하고 그러느라 제대로는 못 봤는데. 느낌은 큰 행사. 이벤트를 준비했던 것 같아요. 결혼에 대해서는 뭐… 하고 싶으면 하면 좋구나. 하고 싶은 사람은 하는 거고, 안 하고 싶은 사람은 안하는거고… 그런 느낌이었고. 저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쪽이고요. 1년간의 변화에 대해서는… 제가 느끼기에는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체감상으로는.
크리스: 그렇죠… 한번에 확 변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회 구조 자체가. 저도 약간 아쉬웠던게, 어찌 보면 이벤트 식으로 딱 그냥 끝난 느낌이 있는 거예요. 물론 지금 소송도 진행 중이고, 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도 생기긴 했지만. 그 이후에 다른 커플들이 계속 결혼을 하거나… 그러면 이슈가 될 텐데.
두루미: 합동 결혼식을 했었어야 했어. 통일교에서 하듯이. (좌중 웃음)
석: 당시에 결혼식이 두사람만의 의미있는 행사라기 보다는. 사회 운동적인 부분이 컸고. 어떻게 보면 이벤트, 쇼, 이런 느낌이 강하다보니까. 한 친구한테 그 커플이 그렇게 오래되었다는 걸 제가 이야기를 하니까, 되게 놀라더라고요. 그거 진짜 결혼한 거 였냐고. 퍼포먼스인 줄 알고. 진짜 좋아해서 한 거였냐고. 놀랍다. 이쪽 대중에게든, 일반들에게든, 어떤 생각할 만한 화두를 던져 준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화제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좀 아쉽죠. 게이들도 가족을 이루려고 하는 욕구가 있구나. 그런 공론화. 약간 잘못 읽으면 게이들이 다 결혼하고 싶어하는구나. 이렇게 읽힐 수 있는 면도 있기는 했는데. 게이들의 가족 구성 욕구. 이런 것들을 던져줄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안: 저는 참석은 안했고요. 인터넷 기사로 접하게 됐었는데, 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을 해요. 사회에서 드러나고, 이슈화 된다는 것 자체가, 덜 폐쇄적이고. 많은 댓글들이 달리잖아요. 안좋은 댓글도 있지만. 지지하는 사람들 의견들을 보면서, 사람들 인식이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사실 작게, 공개하지 않고 지인들 불러서 결혼하시는 분들 있다고 들었어요. 크게 했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리스: 수미씨는 그때 오셨나요?
수미: 저는 그날 축가 불렀어요.
크리스: 아 지보이스.
대미지: 봉변을 당했구나.
수미: 저는 사이드쪽에 있어서 많이 맞지는 않았어요. 가운데 분들은 직접 대고 맞았고… 저는 아까 석이씨가 말했던 그런 건데요. 학교에서 제가 사회대 수업을 학점 쇼핑으로 듣는데, 사회대 쪽에서 퀴어 담론에 대해 항상 다루거든요. 결혼식 전에는 학생들이 말할 때 구체적인 사례가 없었어요. 학교 애들이 토론할 때 던졌던 건 “뭐 게이들이 서로 지네끼리 좋아할려나 보지.” 게이하면 결혼이라는 걸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아요. 광수형 결혼식 할때 우리가 올라가면서 생각했던 거는, ‘기껏 와봐야 케이블 3사 정도 오지 않을까?'. 근데 섹션TV가 왔더라고요. 메인 방송사 뉴스도 오고. 케이블 방송사는 쫙 깔리고. 사회 운동적인 거였죠. 포비아들이나 일반 사람들이 아 동성… 별로.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한 타를 먹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한 타 이후에 후속타가 없어. 광수형이나 승환이형이 그 후로 서대문구에 넣고, 그런 게 활발하게 진행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후로 대중의 관심이 사그러들었어요. 이벤트처럼 끝나지 않고, 그 후속적인 ‘우린 정말 결혼을 하고 싶어요’ 하는 제스쳐가 대중적으로 가닿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해도 돼요?
대미지: 안될 건 뭐 있어. 할말은 하고 살아야지요.
크리스: 그때 있으셨어요?
대미지: 저는 그때 축의금 걷는 일을 했어요. 그러니까 돈을 받았는데. 보니까는 저도 맨 처음에는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오고 얼마나 많이 주목을 받을까. 포비아들이 부근에서 집회한다고 그러는데 얼마나 훼방을 놓을까. 와서 우리 때리는 거 아니냐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나가는 행인들이 와가지고 축하한다고 돈을 주고 가고.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일반 커플인데, 우연히 지나가던 게 아니라 일부러 와서 축의금 주고. 물론 포비아들도 간간히 있긴 했지만 지나가던 행인들 반응도 괜찮았던 것 같고. 사람들이 사진도 되게 많이 찍었어요. 광수형이 옛날부터 지명도가 있었던 사람이니까. 욕을 먹든 안 먹든 간에(?). 연예인 기질이 있어서 본인도 튀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결혼식도 그렇게 한 거고. 웨딩사진이니 하면서 언론에 계속 나왔었잖아요. 웨딩드레스를 왜 입었니 하면서 욕도 먹기도 하고. 알려진 커플인데다가 사회로 영화계 인물들도 오고. 진중권도 오고. 하니까 결혼식까지는 화제가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포비아들 나와서 때려 엎을까봐 너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가~ 지보이스 노래하는데 누가 막 뛰쳐 올라오길래, 이거 이벤트인가? 했는데. 그런 일이 생겨서 가슴이 철렁하긴 했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 이전에 사회적으로 주목이 됐으니, 반대편에서 주목을 하고, 움직일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딱 오물을 던지고 그런 식으로 테러를 하니까는, 이게 그냥 연예인스럽고 화려한 이벤트 같은 일인 것 만이 아니라, 사실 이게 싸움이라는, 핍박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드러난 거죠. 길거리에서 누가 결혼식을 하든 말든 상관 없는 일이잖아요. 그냥 이벤트성의 공개결혼식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일을 할만한 빌미가 된다는 것이니까요. 당시에는 기분도 안좋고 끔찍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게 우리 사회가 어떤지 보여주기도 하고. 동성결혼이 필요하다. 동성애자 인권이 약하기도 하고. 지지자들도 있지만 탄압을 받는다는 것 양면을 다 보여준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때 한 방 먹인 느낌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저는 또 하나 좋았던 게 대학생 지지모임이 있었죠. 단 두 사람만의 결혼식이 아니라는 것. 결혼이라는 게 사적인 일이고 배타적인 일이잖아요. 이들을 통해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래. 이런 의미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 있었으니까, 좋았던 것 같고요. 결혼식 끝나고 나서는 구청에 가서 신고하겠다,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슈가 수그러든 것 같아요. 그리고 결혼식 후속타. 꼭 결혼이 아니라도, 성소수자 가족 구성권에 대한 얘기나 욕구도 많이 있고. 모임들도 있는데, 같이 다 끌어서 얘기를 공론화시키고, 이슈화 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잘 안된 것 같아서. 뭐 광수형 커플에게만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우리도 반성할 게 있고.
우리 사회에서 동성결혼은?
두루미: 결혼식때 게이들 많이 왔던 것 같아요?
대미지: 사람은 되게 많았는데. 행인도 있었고. 단체들도 많았고.
두루미: L들은 많이 본 것 같은데 게이들이 별로…
크리스: 제가 그 이후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생기고 해서, 커플모임도 한번 참석했었거든요. 커플모임은 가족구성권에 관심있는 커플들이 힘을 모아서 법적으로 제도화 되게끔 이야기를 해보자, 해서 모인 건데, 게이 커플이 광수형 커플이랑 저희 커플밖에 없었던 거예요. L커플이 아홉 커플이 왔고요. L들이 더 결혼이나 가족구성에 대해서 관심이 더 많구나. 그렇게 느꼈어요.
두루미: 저는 좀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결혼식이 끝나고 계속 이어지지 못했던 게, 열심히 안해서가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동성결혼이라는 이슈가 사실 우리 사회에서 아직 외재적인 것이라는 느낌이 있거든요. 워낙 외국, 특히 성소수자 부문의 모든 롤모델이 되는 미국에서 워낙 이슈가 되고, 전세계적으로 사실 법적으로 이슈가 되는 나라들이 많다보니까, 글로벌한 이슈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우리 사회에서, 특히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동성결혼을 절실하게 요구할 만큼, 운동의 주제가 될 만큼 성장해 왔느냐, 라고 했을 때 저는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밖에서는 막 떠드니까, 이게 들어오니까 이벤트는 되고 사람들이 관심은 갖는데, 정작 그걸 쭉 이끌어나갈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사람들은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거죠. 어떻게보면 그런 불일치 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들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사람은 하면 되는거고. 안하고 싶은 사람은 안하면 되는 거고. 이 이벤트 자체에 대해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백퍼센트 지지하기 어려웠던 것도, 약간 좀 그런 조건들이 서구하고는 다르고,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 커뮤니티 경험으로는 아직 잘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외재적인 의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결혼을 개인적으로 한 사람은 많잖아요. 친구사이 소식지 보니까 90년대에도 게이들이 결혼했고. 작년 겨울에도 개인적으로 하신 분들 있고요. 그런 것들이 사실 이어져 왔는데. 결혼 자체에 대한 욕구와, 결혼을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려고 하는 욕구는 별개인 것 같거든요. 결혼하고 싶은 욕구 당연히 있고, 하고 싶은 욕구와 안하고 싶은 욕구를 다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것을 사회적인 운동의 의제로 만들려고 할 때는, 다른 접근이 고민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미지: 외국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것이 결국에는, 커플들이 사실혼으로 많이 사는데, 법적인 권리를 인정을 못받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죠. 잘 알지만, 병원에 가야 할 때, 수술을 해야 할 때 동의서, 가족으로서 인정을 못 받기 때문에 배우자로서 수술 동의서 같은 것도 할 수 없고, 유산상속도 할 수 없고, 죽고 나서 사망신고, 입원해 있을 때 면회도 제한 있고, 직장 보험, 실질적인, 법적인, 의료적인, 경제적인, 모든 것이 다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유언장을 잘 써놓지 않는 이상 파트너와 몇십 년 같이 살았고, 가족들이 나몰라라 했더라도 이사람이 죽어버리고 나면 재산이고 뭐고 다 가족에게 가니까. 아무리 몇십년 동안 내쳤더라도. 그래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식이야 올리든 안올리든 상관이 없는데.
두루미: 사실 저도 잘 몰라서 확실하게는 말씀을 못드리는데, 미국의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에 봤을 때는,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6-70년대 사회운동과 여성해방 운동이 터지고, 성 해방운동이 터지면서, 80년대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큰 원동력이 되었고, 90년대에 가면은 AIDS. 실제로 미국 게이들이 겪은 얘기잖아요. 너무 많이 죽어나가니까 AIDS에 대한 운동이 생길 수밖에 없고. 나의 문제고 친구들의 문제니까 절박함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런 것들을 겪어온 세대들이 지금 쯤에는 나이가 들어서 병원에도 가야 하고, 죽는 사람도 생기고, 상속도 필요하고. 미국의 게이들의 자연스러운 생애 주기 속에서 이런 운동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게이 운동의 역사를 봤을 때는, 운동적으로 봤을 때는 40대가 언니잖아요. 물론 그 전에도 게이들은 있었지만, 인권 운동적으로, 사회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한 것이 40대인데, 제가 봤을 때는, 40대, 아직, 모르겠어요. 결혼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큰지. 그런 유산이라든지, 보험이라든지, 상속이라든지. 절실하게 느끼면서 자신의 문제로 여기는 게이들이 다수 형성되면서 이런 의제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약간 의문이 드는 것 같아요. 저만 하더라도 그런 욕구가 크지는 않거든요.
크리스: 당장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기도 하고요. 오랜 시간을 둬야 할 것 같아요. 부부도 당장 자신 세대에서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이야기 하거든요.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론화 시키고자 하는 것이고요. 두번째 질문이 말씀하신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결혼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이성애자 중심의 결혼 제도, 그런 틀로 생각할 수 있잖아요. 양가 서로 인사하고, 패물 뭐 하고… 그런 것들?
두루미: 시집살이라든지.
크리스: 결혼이라는 용어가 일반 사회에서 생각되는 것과, 동성결혼을 따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생물학적 성만 다를 뿐이지, 일반 결혼과 똑같이 할 수도 있고, 동성결혼만의 방식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동성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결혼과 동성결혼이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동성결혼이 이랬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
수미: 저는 제 나이 또래 여자애들이 슬슬 팔려 나간다고 해야하나. 이쪽에서 이야기하는 ‘팔리다’가 아니라. 진짜 팔려나가는, “취집” 있죠. 제 주변 애들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500정도 벌어오면, 난 당연히 돈 안 벌겠다. 그런 걸 택하겠다. 그런 여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여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얻으니까. 자본주의 사회죠.
그런 걸 떠나서, 소위 결혼이라고 하면 책에서 나오는 결혼은, 두사람이 살면서 인생을 꾸려 나간다는 의미의 결혼은, 어떻게 보면 동성결혼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일반 결혼이라고 하면, 두사람이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고, 두 집안이 결혼을 하는 거에 가까운 것 같아요. 오히려 동성결혼이 조금 더 개인적인 느낌에 가까워요. 어쨌든 저는 결혼하는 애들을 보면, 있잖아요, 광수형 결혼한다는 글에. 되게 뜬금없는 얘기긴 한데. “쟤네는 결혼이라도 하지. 난 돈도 없는데.” 그런 것 같아요. 남자가 어느 정도 벌어오고 나쁘지 않으면, 나도 취집하지. 그런 얘기 하잖아요. 진짜 그래요. 정말 현실적인 것 같아요. 하지만 동성결혼은 둘이 좋아해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반 결혼은 조건을 보고. 조건이 한 95%.
대미지: 그 정도면 사랑 안해도 할 수 있는 거야. (좌중 웃음)
수미: 사람들이 안좋게 보고 인정도 안해주잖아요. 그런 걸 굳이 하겠다면, 사랑이 없으면 오히려 못해요. 그런 건.
대미지: 정말 자발적이고 절실하지 않으면 할 수 없지.
수미: 물론 요새 올라오는 글 들 보면 슬슬 조건을 보는 것 같아요. 아쉬워요. 점점 오픈되면 오픈될수록, 말하자면 세속적이랄까, 예전에는 둘다 핍박받으니까. 나 너 좋아. 그래 너 좋아. 만나자. 우리 이겨내자. 이랬는데. 요즘은. 혹시 일 하세요? 무슨 일 하세요? 이런게 나오니까. 레벨을 맞추는게 생기는. 앞으로 그럴 것 같아요.
크리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안: 저는 크게 다르게 안봤거든요. 둘다 좋아해서 하는 거고. 차이가 있을까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성애자들의 결혼은 좀더 둘의 사랑 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것들이 많이 고려가 되지만, 동성결혼은 진짜 둘이 사랑해야 되는구나. 그런 의미에서 동성결혼이 순수한 결혼의 의미에 가깝지 않나.
두루미: 나는 오히려, 나이가 들고, 결혼하는 걸 볼수록, 현실적으로 결혼은 제도고, 결혼의 본질은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들어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는 건 결혼에 대해 덧씌운 환상이라는 생각이요. 물론 결혼하고 잘사는 사람도 있죠.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닌데, 결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건 아닌 것 같거든요. 동성결혼은 좀 다른 것 같긴 해요. 아직 환상에 충분히 젖어있는 상태랄까. 네. 근데 갈수록 점점 수미님 말대로 동성결혼도 현실적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저는 사람들이 왜 결혼을 하는지 너무 궁금했어요. 저는 경험을 많이 해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특히 대학원 다니면서, 같이 공부하는 동기들 중에 여자들이 많았는데. 그분들한테 결혼은 너무 중요한 거에요. 취집이든 뭐든. 여자들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한게, 실제로 취직이 안되고. 결혼이 생존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거에요. 또 다른 하나는, 살면서 그 나이쯤 되면 친구가 없어져요. 같이 놀 사람이 없는거에요. 외로워요. 연애에 집착하고, 그 사람밖에 놀 사람이 없으니까. 가정이 유일하게 우정의 공간이, 어려움을 나누는 공간이 되는거죠. 친구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죠. 하지만 실제로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래서 결혼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히 그 두 개가 얽히다보니까, 결혼이 생존이 되게 되고, 정서적인 지지가 되기도 하니까, 당연히 조건이나 그런 것을 장기적으로 따지게 되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친구가 정말 중요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안: 결혼 안한 친구.
두루미: 결혼 안할 거면 게이가 정말 좋다니까요.
대미지: 어머 난 그래도 애인이 있어야 돼.
두루미: 결혼을 안하는 입장에서 일반보다 이반이 더 나은 것 같아요.
대미지: 그래도 요즘은 비혼도 많아지고 있으니까. 일반들 보면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이 싫어서 안하거든.
두루미: 일반들 중에도 결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국에는 결혼을 하게 되는 게, 비혼 커뮤니티나, 그런 커뮤니티가 없으면, 혼자 살 수 없잖아요. 그게 힘들어서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이안: 주변의 압박이요. 일가 친척이나. 직장에서도 동료들이 뭐 계속 주선해준다고.
두루미: 그건 상수에요. 상수. 변수가 아니고. 결혼 안한 사람들이 겪게되는 상수. (좌중 웃음)
대미지: (석, 두루미) 실질적으로 결혼하신 분들이잖아요. 결혼식이나 결혼 제도를 떠나서 장기 지속적인 커플 관계잖아. 결혼한거지. 제도랑 상관 없이.
석: 우리가 결혼이라는 말을 할 때. 어떤 통과 의례. 모두가 당연히 해야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 애를 낳아야 되고. 그래서 비혼을 선택이라고 하잖아요. 아무나 하지 않는 선택.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이고. 게이들 같은 경우에는, 결혼이 선택인 거죠. 한 사람과의 배타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게, 드문 선택, 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일반들의 사회와 게이들의 사회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결혼을 일반들이 한다는 것은 남들과 똑같이. 하고 싶기도 할 거예요. 남들도 하는 거 나도 해보고 싶을 거고. 이런 욕구가 있을 건데. 게이들 같은 경우에는 그런 욕구가 적겠죠. 그래서 하고 싶은 사람과 안하고 싶은 사람이 나눠지기도 하고.
대미지: 결혼이라는 말의 정의를 다시 하고 이야기해야겠다. 다들 다른 뜻의 결혼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제도로서 혼인신고하는 결혼제도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실혼 같은 경우에는 법하고는 상관 없이 관계로만 이야기하는 거고.
두루미: 결혼과 가족에 대한 질문이 있던데, 그 전에 궁금한게, 다들 결혼하고 싶으신지, 그게 궁금한데요.( 웃음)
크리스: 세번째 질문이 그거에요. 향후 동성결혼이 합법화된다면 하고 싶으신지. 그걸 듣고 싶고,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고 싶으신지.
대미지: 이혼한지 일년 반이 넘어가는데 너무 재혼하고 싶어.(좌중 웃음)
수미: 언니, 애정촌 다시 만들어요.
대미지: 게이들 같은 경우에는 배타적으로 지속되는 관계, 한사람에게 충실한 관계를 누구나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짧게 만나거나, 원나잇 스탠드, 이 정도만 있으면 좋다. 장기지속적 배타적인 관계는 부담스럽고, 재미없다는, 그런 사람도 있고. 한편으로는 나는 일편단심. 내 짝에게 헌신할 거다, 그런 사람도 있는 것 같고. 거기에 따라 욕구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연애보다는 결혼이 좋아요. 한국사회에서 결혼이라는 게 양가 간에 눈치보고, 맞선이니, 중매결혼, 이런 이미지가 있는데, 저는 결혼이라는 건, 법적으로 제도가 있건 없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서로 좋아서 평생 해로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런 관계를 맺었다가 내가 못견디고 깨가지고. 그래 내가 찼어. 찼는데도 마음이 좀. 찬 이유중에 하나는.
두루미: 난 왜 차였다고 생각했지?
대미지: 썅! (좌중 웃음) 나는 사실, 법적인 결혼 제도와 상관 없이 같이 살았거든요. 내 쪽에서는 내 친구나 가족은 내가 애인이랑 사는 걸 알았어요. 커밍아웃 했으니까. 그쪽에서는 그냥 친구랑 산다. 그랬는데. 실질적으로 결혼생활이랑 비슷했다고 생각해요. 나는 집에 있고. 그 친구는 출근하고. 내가 주부가 된 건데(웃음)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잘 안되고. 싸우는 주제가 똑같았는데, 대화가 계속되는데 쳇바퀴를 도니까. 지겨워지는 거에요. 나중에는 이렇게 평생 가다가는 늙으면 원망밖에 안 남겠다. 왜 황혼이혼을 하는지 알겠다. 별거도 했다가. 결국에는 깨졌는데. 헤어지고 나서도 보면. 이 인간이 너무 증오스럽고, 혐오스럽다, 그런 느낌은 아니고. 애증관계가 됐는데, 내가 얘기를 너무 길게 했네. 저는 법적으로 인정을 안받아도, 같이 살면, 경제적이든, 생활이든, 같이 하면, 결혼이라고 생각해요. 일반 부부들하고 별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가족
두루미: 그런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안가족 주장하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이라든지. 하우스 메이트나. 룸메이트와도 가족을 이룬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잖아요.
대미지: 당연히 저는 인정하죠. 왜냐면 우리나라는 가족이 혈연, 핏줄로 이어지거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그런데, 점점 결혼도 안하고, 이혼도 많이 하고, 독신도 많아지고. 어느 순간부터 엄마 아빠 애 둘. 그게 가족의 모델이 됐지만, 그게 자꾸 깨지고 있으니까.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오고요. 넓게 생각하면 가족 형태가, 동성애 이성애 떠나서, 서로 마음 맞고, 핏줄이 안섞여도, 보살피고 돌보면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 인정을 해주지 않으면 복지고 뭐고 다 배제가 되니까. 사회 안전망에서 시민으로서 권리를 못 누리니까. 그래서 가족구성권이라는 게 크게 보고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형식을 안갖춰도, 마음이 잘 맞고, 이 사람 없으면 안되고, 이런 사람들 인정을 안해주면 안되죠. 가족이란 생각을 좀 넓게 하면, 오히려 동성결혼이 들어가도 가족제도가 파괴되는 게 아니라 확산이 되고 더 넓어지는 거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게 더 설득력 있을 것 같아요. 십년 이십년 지나면 비혼 독신이 꽤 많아질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서로 돌보고 의지하는 관계라면, 같이 살면, 그건 가족이다.
석: 가족의 종류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데, 그것을 받쳐주는 사회적인 제도나, 그런 부분이 많이 없죠. 그런 부분이 많이 개선이 되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하우스메이트 같은 경우에도, 사람들의 신뢰 관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인데. 어떤 안전망이 있어야,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안: 저는 개인적으로 가족이라는 개념이 고정적인 것 같아요. 혈연이나, 결혼해서 법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친구나, 다른 사람에게 가족이라고 느낄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두루미: 저는 가족이나. 결혼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제도로서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가족에 대해서도. 가족이라는 정의에 대해서 두가지 측면이 구분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친밀성을 중심으로해서. 반려동물에게도 친밀함을 유지하면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거나. 그런 개념이 있지만. 다른 한 측면에서는, 아주 현실적으로 생각하면요, 감정노동과, 노동력과, 돈이 얽히는 사회 제도의 근간으로서의 가족이 있는 것 같거든요. 이 두 가지가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친밀성으로만 설명하면, “가족이었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이런 경우 너무 많이 겪을 것 같거든요. 부모님 아프실 때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느꼈어요. 병원에서 간병도 해야 하고. 그때는 몇 년동안 만나고 있는 애인도 그 범주에 들어갈 수가 없는 거예요. 실제로 병원비를 같이 내고, 간병을 같이 나눠야하는 아주 힘든 일인데, 그게 사회복지가 안되어 있으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일임이 되는데, 그것을 나누는 사람과 나누지 않는 사람 사이에 경계가 너무 명확해지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게 굉장히 강할 거라고 생각하고. 친밀성만을 중심으로하는 가족의 개념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 아닌가.
대미지: 그런데 친밀성이 있다면 당연히 경제적으로도, 서로 그렇게 되지 않나요?
두루미: 그런데 친밀성만으로는 절대 그렇게 안되더라고요. 굉장히 친한 사람들이 있고, 애인과도 친하지만, 아까 이야기했던 어떤 상황이 있을 때, 절대로 그 사람들은 그 범주 안에 들어올 수가 없더라고요.
나는 그래서 친구들하고 그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 가족 조합 같은 걸 해보자. 핵심은 가족에게 어떤 대소사가 있을 때, 감정노동과 노동력과, 돈을 함께 분담하는 부조 형식으로 가는 것, 그게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가족의 핵심적인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친한 친구들하고 하는 건 좋을 것 같고. 애인하고는 잘 모르겠어요. (웃음). 친밀성만 가지고 가족을 주장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요.
대미지: 어차피 가족이라고 하면, 경제적인 부분은 당연히 들어가는 것 같아요. 경제 공동체적인 측면이 당연히 있는 거죠.
두루미: 그런데 예를 들어서, 친구와 자취하면서, 생활비 같이 내니까 경제 공동체라 할 수 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드는 돈과, 그런 것이 굉장히 많잖아요. 같이 사는 친구가 그 경계 안에서 같이 책임질 것이냐. 뭐 부조금을 줄 수는 있지만, 절대로 같이 분담한다는 생각은 안 들잖아요. 거기서 경계가 생기는 것 같아요.
대미지: 두 사람이 서로 가족이라고 생각을 하고, 기존의 가족에 포함이 되어 있다면 다르지 않을까.
두루미: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땐 정말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강력한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형 같은 경우에는 결혼을 했으니까, 형수가 있잖아요, 형수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가족으로 들어왔으니까, 어쨌든지 그것을 부담해야 하는 사람인 거에요. 부담하지 않으면, 도덕적으로든, 더 심하게든 비난을 받겠죠. 그런데 제 애인은 아무것도 안해도, 물론 커밍아웃도 안하고 그래서 인정 안되는 게 있지만, 아무것도 안해도 그만인거에요.
대미지: 형수 같은 경우에는 제도 때문에, 그 바운더리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건데. 제가 이야기하는 가족은, 서로 마음이 맞아서, 합의해서, 친밀성하고, 경제적인 돌봄이 다 들어가는 자발적인 가족이 오히려 더 강하지 않겠냐는 거에요. 더 의미가 있고. 왜냐면 내가 사이도 안좋은데 싫든 좋든, 사위든, 며느리든, 사돈의 팔촌이든, 그렇기 때문에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도움은 될지언정, 강제적인, 반강제적인 것 아닌가.
두루미: 동의를 하고요. 친밀성을 중심으로 가족이 더 넓어지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더 많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 개념만으로 가족이라는 것이 정말 넓어질 것이냐. 사회적인 저변에서 넓어질 수 있을까요?
대미지: 제도가 달라지면 바뀔 수 있죠.
두루미: 맞아요. 그런 게 동반되면서 달라져야 하는 것 같고요.
대미지: 달라지게 하자고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죠.
크리스: 그래서 아까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법적 제도가 보장이 된다면 하고 싶으신지 여쭤본 거였거든요.
수미: 저는 꿈 자체가 소위 말하면 취집에 더 가까워요. (좌중 웃음)
크리스: 너무 좋아 이런거.
수미: 건전한 일 하면서 남편 뒷바라지 하는 거?
이안: 건전한 일이 무슨 일이에요?
수미: 음… 업소 안뛰고… 웃음 안팔고… 조신하게… 어둠의 좝을 안하는 거. 제가 그런 일을 할 수도 있잖아요. 블랙마켓에서 일할 수도 있고. 그런 일 안하고 남편 뒷바라지 하는. 그런 게 꿈이어서 결혼을 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요. 헛된 환상이지 않을까. 제 주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현실적인 면을 많이 따져 가는 것 같아요. 제가 데뷔한지 10년이 넘었다고 봐야 되겠죠? 예전에는 나 너 마음에 들어. 식되네? 좀 만나볼래? 그랬는데, 지금은 번개를 하는데도 자기 직장 다닌다고 써놔요. 되게 웃기잖아요. 하룻밤 잘 거면서. 그래서 내가 꿈꾸고 있는 게 환상이고, 결국에는 내가 돈이 많아서 사람을 사는 방식으로… 그렇게밖에 연애를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좀 극단적으로.
저는 가족이란 거는, 계약관계 같아요. 내가 아플 때, 내가 힘들 때, 도움을 주면 가족. 아니면 가족이 아닌 것 같아요. 좋든 싫든 해줘야 하는. 계약 파기하는 순간 도덕적 비난을 받든, 돈이 깨지든. 계약적 관계. 너무 타락했나?
두루미: 근데 알콩달콩한 결혼을 꿈꾼다면서요.
크리스: 그런데 그게 다 환상이었다고 보는 거죠.
수미: 그게 예를 들면. 내가 법을 지키면 준법 시민이죠. 그런데 내가 도덕적이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가족관계는, 계약이 맺어져 있어요. 서로 친밀성이 없더라도 가족일 수는 있잖아요. 물론 친밀하면 좋은 가족. 저는 좋은 가족을 이루고 싶은 거고요. 가족의 관계는 계약관계고요. 좋은 가족은 계약관계+친밀성.
크리스: 너무 현실적이다.
대미지: 난 제일 늙었는데 제일 비현실적이야!
이안: 순수한 거에요 순수한 거.
두루미: 칭찬은 아닐 수 있는데.
대미지: 노망이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사나봐. (좌중 웃음)
석: 아까 말씀 들으면서 생각났는데. 결국 가족이 해체되는 가장 큰 이유 세 가지가. 감정노동, 노동력, 돈. 이 세가지가 아닌가 싶어요.
두루미: 그게 가족의 핵심이기 때문이에요.
석: 결국 이게 원하지 않는데 요구되기 때문이 아닌가. 가족이면 어떠해야 한다는 내면화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 친척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기 싫어요. 그런데 내야 한다. 혈연관계에 의해 인간적으로 안 친한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도움을 줘야 한다. 이게 맞는 걸까.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대미지: 약간 좀 억울한 느낌?
석: 가족이라고 하면 친밀감이 먼저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세 가지가 먼저가 되어서,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 친밀감도 없다.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이안: 친밀감 그런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집에서 가족이랑 있으면 편하고.
두루미: 나는 그게 가족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야 한다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요, 감정노동이 친밀성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친밀감을 유지하려면 상호간의 노력이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거기 성공하면 좋은 가족이 되는 거고, 실패하면 전혀 안 친한, 그런 가족이 되는 거죠.
석: 그러고보니 혈연을 기반으로 한 가족의 경우에는, 아무리 사이가 멀어지고 의절을 했다, 이래도 결국에는 평생 남잖아요. 그렇지 않은 가족이 서로에게 평생 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잘 생각이 안되네요.
대미지: 법적인 제도적인 틀이 있기 때문에 그런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혈연가족, 전통적인 가족에서, 법적인 제도가 없다면, 그냥 애 낳고 살고 그런 거라면, 지금처럼 유지가 될까요. 친밀성도 없고, 감정도 안 좋고, 돈 때문에 싸우고 그런 관계들이 계속 유지가 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해요.
두루미: 그리고 진짜 살다보니까, 생애주기라는 게 정말 무시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30대쯤 돼서 일하기 시작하면 2~3년쯤 되면 위기가 오잖아요.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지겹다. 그때 쯤에, 결혼이 하나의 이벤트가 되는거에요. 그렇게 살다보면 애가 없으면 잘 깨지더라고요. 애 생기면 새로운 전환점이 생기는 거죠. 이 많은 사람들을 그나마 사랑하게끔 유지시키는 게 그런 생애주기로서의 결혼이라는 제도와, 육아와, 이런 것 같아요. 그게 아니었다면 자살율이 훨씬 높아졌을 것 같아요.
대미지: 한국사회처럼 가문이, 가족이 중요하고, 애를 낳고, 생애주기가 그렇게 결정이 되고, 우리나라처럼 뭐하면 뭐해야 한다. 이 나이에는 뭘 해야 하고. 남자 같은 경우에는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애 둘은 최소한 낳아야 하고, 소위 정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정답 밖에서 생각을 하기 어려운 것 같고, 그렇게 해야 안정된 삶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쉬운 것 같은데, 나는 오히려 애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모든 사람이 육아에 맞는 건 아니니까. 결혼이라는 게 서로 맞아야 하니까. 심지어 부모와 형제와 같이 살아도, 아무리 핏줄이라도, 머리 굵어지고 나면 같이 살기 힘들잖아요. 같이 사는 관계는 서로 어떻게든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것을 잘 못하는 사람, 하기 싫은 사람이 많은 것 같고요.
아이 같은 경우에는, 요즘은 돈 문제 때문에 못 낳기도 하고 안 낳기도 하지만, 누구나 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당연히 결혼해야 하고, 당연히 애를 낳아야 하는 그 전제가 어렸을 때부터 주입이 되다 보니까, 자기가 그게 맞는지 안 맞는지, 원하는지, 안 원하는지 아무 생각도 못하고, 남들 하니까, 그러는데, 개인 적성과 성격에 맞는지 따지면서 주체적으로 사는 것 같지가 않아요. 서구 같은 경우는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훨씬 약하니까. 혼자 산다고 이상하게 보는 것도 아니고, 50대에 결혼해도 상관 없고요.
두루미: 동의하는데요. 사회에서는 정말 결혼을 안한다는 걸 상상을 못해요. 저 같은 경우에도 결혼 안한다는 말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상상을 못해요.
대미지: 달라지겠지. 점점 더 결혼 안하니까.
이안: 저는 결혼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솔직히.
크리스: 만약 내 이상형! 식! 올식!을 만났다!
이안: 내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해야겠다고 느껴야지 하는 것 같아요. 해야지! 이게 아니라. 그런 사람을 만나면 하고 싶죠. 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무조건 해야겠다. 그런 건 아니에요.
크리스: 나이 먹어봐~
대미지: 부럽다.
석: 저는 뭐 지금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것 같고(좌중 웃음). 제도적인 측면에서, 좀, 복잡한 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 취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커밍아웃이 전제가 되어야겠고, 커밍아웃을 했을 때, 주변사람들이 받아들이느냐, 그런 사회적인 진보가 우선 이루어져야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만약에 동성 결혼이 합법이 됐는데, 그에 맞춰 사회적인 인식이 진보가 되지 못했다면, 저는 못할 것 같아요.
대미지: 제도화될려면,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제도가 못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지금 알콩달콩 잘 사는 애인이 있든, 나중에 생기든, 공식적인 동성결혼이 제도가 되면, 동사무소나 구청 가서 신고하면. 직장이나 학교에도 알려야 하니까, 그 과정에서 커밍아웃되는 게 싫어서. 혜택은 받고 싶지만, 법적으로 가족관계 증명서 떼어보면, 남들에게 다 알려지는 게 부담스러워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이안: 사회적으로 그런 부당함이 더 크면 못하겠죠.
석: 합법이 되더라도, 그런 데서 받는 차별이 분명 있을 거에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수미: 시민 결합을 하든, 파트너십을 하든, 석이씨 말처럼, 우리가 시민 결합을 해요. “나 남자랑 시민 결합했다?” 그러면, “수미씨, 앞으로는 나오지 말아주세요.” 그쯤의 사회 분위기가 되면, 대놓고 불이익은 주지 못하겠지만,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동성결혼이라든지, 파트너십보다는, 차별금지법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못 괴롭히게 만들어놓고 나서 해야지, 전쟁터에다가 애 몰아내놓고서는 너희 집 줬잖아, 알아서 살아, 이런 거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생활동반자법
두루미: 생활동반자법과 관계가 있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요. 저는 그 법이 좋은 것 같긴 한데, 그걸 지금 추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되면 좋을 것 같고, 그런데, 좋은 법만 만들어지면 뭐할까.
대미지: 법을 추진하는 게 있으면, 보호해주는 게 있고, 혜택이 있지 않을까요? 선언적인 의미만이 있는 게 아니니까.
두루미: 제도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서, 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차별금지법도 제대로 못 만드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사실 그걸 제도로 만들려면, 동성애자들이 나서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지금 커뮤니티를 봤을 때 그럴 준비가 되었는가.
석: 좀 미묘한 것 같아요. 동성애자들이 나가서 싸우는 순간. 포비아쪽에서는. 저거 동성애법이다. 막아야된다. 이럴 수 있으니까.
대미지: 차별금지법 때 동성애혐오 금지법 비슷하게 자기들이 딱지를 붙이고 반대했으니까.
두루미: 그런데 이성애자들이 생활동반자법을 얼마나 원할 지 모르겠어요.
크리스: 해외사례에는, 이성애자 커플들이 많이 활용을 한대요.
두루미: 그렇죠. 하지만 성적 권력관계가 덜할 때, 여자들이 동거를 해도 손해를 덜 본다고 생각할 때 그게 정말 효용성이 있고, 여자들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거한 여자하고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성애자 남자가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이성애자 여자들이 쉽게 찬성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 법이 나오는 순간 동성애자 법이다, 라고 인식되는 건 자연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미지: 사실 이렇게 혼인율, 출산율이 떨어지는데, 경제적으로 따지면, 동거 장려해야 해요. 동거를 욕하면 안돼요.
두루미: 성적인 엄숙주의가 먼저 깨져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대미지: 요새 많이 나아지지 않았나? 이혼 같은 것도 옛날에는 너무나 터부시했는데.
석: 요즘은, 매체 같은 데서는 여전히 엄숙한데, 실제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달라요. 그게 많이 바뀐 것 같고요.
두루미: 맞아요. 게이들 문란하다고 하지만, 이성애자 남자들 훨씬 문란하잖아요. 따라갈 수가 없어요!
대미지: 우리는 화간이지만 걔네는 매매잖아! (좌중 웃음)
두루미: 엄숙주의가 덜해지면, 동성애자들이 문란하다거나, AIDS도 문란해서 생기는 병이다, 이런 인식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여성들도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대미지: 옛날에는 결혼할 때 여자들의 처녀성을 되게 따졌었는데, 요새는 그런 것 같지 않고, 비혼도 예전에는 말도 안되고 창피하고 그런 거였는데, 요새 보면 어떤 면에서 한국 사회가 되게 보수적인데 어떤 면에서는 되게 잘 변하는. 생각지도 못하게 확 변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크리스: 사회가 편의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해요.
수미: 우리나라가 잘 변하는 건, 되게 의외로 사람들이 윗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 사람이 말하면, 굉장히 잘 따르는 사회여서 그런 것 같아요. 이혼 사례도 그렇고, 되게 유명한 사람들이 나와서 이혼했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니까, 그냥 이혼했다는 것도 자연스러워지고. 방송을 타면 바뀌는 건지. 교육이 바뀌어서 바뀌는 건지. 정부 시책이 바뀌면 바뀌는 건지 모르겠는데, 높~은 애들이 뭐라 그러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어요. 말도 안되게 보수적이다가도,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회는 변하는데, 가족 문화는 이상하게 안 변해요. 혈연 가족의 메리트가 떨어진 것 같아요. 그런데 대안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대미지: 우리 뿐만 아니라 일반들에게도 절실한 문제지.
수미: 아까 말한 생활동반자법을 우리가 내놨다가는 게이결혼법이라고 딱지가 붙을텐데. 일반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 같아요. 너네 잘 사는 것 같지? 안 그래. 알려줘야 돼요.
내 삶과, 나의 가족
석: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게, 우리가 현재만 산다면 생각을 안 하겠죠. 가족에 대해 배워온 것이, 비빌 구석? 나중에 돌아갈 수 있는 곳.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에게는 친구들이 소중하지 않을까.
대미지: 부모 형제라고 하더라도, 친구보다 더 모르게 될 수도 있고.
두루미: 친구라도, 결혼해서 애 안 낳을 친구!
대미지: 대화가 되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친구들이 더 날 잘 알고 마음이 맞는 것 같아요.
두루미: 그래도 큰 일을 한번 겪고 나니까, 그렇게 생각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대미지: 나는 장례식을 하더라도, 혈연가족이 터치를 안 했으면 좋겠어. 친한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불러 모으는 파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왜 내 장례를 해. 장례식 비용은 내가 남겨놓고 죽어야지.
크리스: 저는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면, 결혼도 하고 싶고, 동거도 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연애도 하고, 주위 사람들 보다 보니까. 정말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사는 것도 한계가 있구나. 친구도 소중하고, 함께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어야지. 가족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거의 가족이라는 느낌과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닐까. 제가 친구사이에 너무 빠져있어서 그런 걸지도요.
대미지: 친구하고 애인하고 잘 균형을 맞춰야지.
크리스: 그게 어려워요 언니~!
대미지: 되게 친하고, 힘들 때 서로 의지가 되고, 평생 볼 친구들이 있다면, 애인, 파트너, 배우자와도 그 관계를 존중해주고, 이쪽도 이 관계를 존중해서 균형을 잘 맞춰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죠. 하지만 외국 같은 경우는 평생 가는 가족의 친구들, 그런 관계가 드물지 않고,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반이든,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커플끼리만 지지고 볶다 보면 더 갈등을 풀기 어려운 것 같아요.
두루미: 모든 관계는 1대1 관계가 아닌, 다자 관계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아! 연애 말고. 다자연애 말고. (좌중 웃음) 완충지대가 필요해요.
대미지: 양가 친척들이나 형제들은 오히려 이해관계나, 그런 게 얽히기 때문에 안 좋고, 정말 사심 없이 보고, 이야기를 해주고, 비판을 같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커플 밖에 반드시 필요해요.
그런데 친구사이 이렇게 활동하다 보면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애인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아. 활동을 많이 안 하더라도, 친구사이 사람들은 평생 볼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이 관계에 잘 맞고, 섞여줄 수 있는 애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수미: “왜 이렇게 종로를 자주 나가?”
석: “나야, 친구사이야?”
(좌중 웃음)
크리스: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이야기할 줄 몰랐는데,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이런 자리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진행 / 크리스
녹취 및 편집 / 석
* 소식지에 관한 의견이나 글에 관한 피드백, 기타 문의 사항 등은
7942newsletter@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