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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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에는 기획이 필요하다 : 꿈을 기획하는 사람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어릴 적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듣는 질문일 것이다. 그렇다. 마치 “너는 크면 어른이 될 거야. 그러면 무엇이든지 되어야 해.”라는 말이 인생 명제이자 당연한 진리인 것처럼, 우리는 때로 우리 의지와 점점 멀어지는 걸 느끼면서도 무엇인가 ‘되기’ 위해 힘쓰는 것이다. 그렇게 평생을 바치면서 많은 이들이 인정받기 위해,넉넉한 노후를 위해, 남 부럽지 않도록 무엇인가 되기 위한 비슷한 길을 걷는다.
그런데 과연 그러면 진정 행복할까? 일상의 삶이 아니라 무엇인가 되기 위한 삶이 중심이 되어버린, 고민과 성찰 없이 무의식적으로 살고 있는 모습에 후회란 없을까? 교육부에서 조사한 자기 직업만족도 순위나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이직 의향이 있다는 통계[i]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보통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덜 만족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직을 꿈꾸는 게 현실이다. 과연, 우리가 꿈꾸던 ‘무엇이 되기 위한 삶’은 왜 만족스럽지 않은 것일까.
▲우리나라 자기 직업만족도 순위 (출처 : 교육부)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기획자’다
퀴어퍼레이드 기획단, 아이다호 프로젝트 기획단, 지보이스 뮤직캠프/공연/공연기금 모금 기획단, 친구사이 20주년 기념행사 기획단, 송년회 기획단… 친구사이 안에서도 무수히 많은 기획단이 꾸려지고 머리를 맞대고 행동하고 평가를 주고 받는다. 그러한 기획단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각자 바라는 기대나 결과물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움직인다거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자기가 ‘좋아서’ 기획단원으로 활동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겠다.
꿈 이야기에 ‘갑자기 왠 기획?’이라며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많은 개인 ‘프로젝트’들,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자기 머리 속에 떠오르던 많은 생각들이 ‘기획’의 범주 안에 있다. 필자 또한 어린 시절 엉뚱한 상상을 많이 했는데, 하루는 TV를 보면서 ‘화면이 곡면이 아니라 평면이면 화질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몇 년 뒤 실제로 평면TV가 대세로 나타난 것을 보면서, ‘내가 그 때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으면 지금쯤 대박 났을텐데’라며 땅을 치고 후회한 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의 꿈은 결국 기획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기획자들, 과연 어떻게?
“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이 문구 하나에 이끌려 집어 든 책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이다. 돈과 명예를 위한 직장이 아닌, 꿈이 담긴 직업을 선택해 삶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린이 미술전시 기획자가 ‘국내 1호 뮤지움 에듀케이터’라는 이름으로 ‘헬로우뮤지움’을 운영하고, 마을 기획자가 특색 없던 마을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에 주목하여 살맛 나는 마을로 바꾼다. 누군가는 공연 기획자로서 <헤드윅>을 비롯한 B급 장르 뮤지컬 시대를 열고, 어떤 이는 작은 빵집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며 베이커리 기획자로 불리기도 한다. 거기에 ‘스마트레이저’라는 펀드레이징 프로그램을 개발한 비영리단체 모금 기획자까지, 처음 접하면서도 귀가 솔깃해지는 기획자들의 삶, 철학이 마음을 움직인다.
“직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려고 이 책을 기획했다”고 말하는 저자는 기획을 모든 일의 시작이자 결과를 향한 과정이라고 확고하게 말한다. 결국 말 그대로 세상 모든 일에는 기획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소개된 기획자들은 기획자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일이 좋아서 기획자가 된 사람들이다. 나의 일을 일 그 자체가 아닌 삶으로 바라보고,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 어렵다. 하지만 어떤 마음가짐, 가치, 철학으로 어떤 일을 선택하고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질 수 있다.
▲김영미,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남해의봄날, 2014.
26년째 외길, 사진집 출판 기획자의 이야기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하나 같이 기발하고 새로운 길을 걷는 기획자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좀 더 많은 꿈 이야기,기획의 즐거움을 들음으로써 단단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컨택했고, 어렵사리 그 중 한 분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바로 26년간 국내 유일의 사진집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규상 대표다. 오랫동안 기획자로 살며, 일과 삶을 일치시켜온 선배 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 국내 유일의 사진집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사진만이 가진 매력은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세요.
A : 사진의 본질은 기록하고 전달하는 데 있다. 요즘은 예술로서의 사진도 많이들 하지만 세계사진사의 면면한 줄기는 아무래도 기록이다. 그 기록은 시대성과 더불어 인간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진을 빵떡모자 쓴 아저씨들이나 하는 취미생활의 하나로 사진을 홀대해 왔다. 아직도 그런 분들이 없지 않지만 사진은 그렇게 하찮고 소비적인 매체가 아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면서 꽃만 찍어대면 되겠는가. 우리의 모든 언어와 기억은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사진은 추상적인 것을 구상화하는 탁월한 능력과 매력이 있다. 한국인이 걸어온 지난날의 기억을 통해 오늘과 내일의 우리의 모습을 거울과 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사진이다.
Q : '사진집 기획자'라는 타이틀이 매우 흥미로운 것 같아요. 앞으로 사진집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미리 공부하거나 경험하면 좋을 만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 사진전문출판을 하다 보니 엉겁결에 ‘사진집 기획자’라는 말을 듣고 있다. 사진집 기획자는 출판기획자의 세부 영역이다. 출판기획자는 독자를 염두에 두거나 어떤 책이 독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것이다. 지금은 잘 팔리는 책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는 이들이 많지만 잘 팔리지는 않더라도 독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 있으면 만들어내야 한다. 독자를 이끌어 가는 책도 나와야 한다.
사진에 맥락을 부여해 책으로 엮어내는 것이 사진집 기획자나 편집자가 하는 일이다. 사진출판 기획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사진을 많이 보아야 한다. 다행히 한국 사진가들의 사진전은 아직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므로 매주 전시장을 찾아 사진을 많이 보라. 그러다 보면 점차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이 눈에 들어오고 사진가들의 특성도 알게 될 것이다. 세계사진사와 미술사 그리고 현대사진은 사회적 맥락을 중요시하므로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면 좀더 사진이 쉽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Q : 26년간 외길을 걸어오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 그 동안 쌓아온 콘텐츠를 아카이브로 체계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사진을 중심으로 20세기 한국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것을 기록하고 정리할 것이다. 그 동안 얼마 안 되는 출판 수익금이지만 쪼개서 한국인의 삶의 체취가 묻어 있는 사진, 슬라이드, 네가 필름, 우표, 엽서, 도서 등의 콘텐츠를 모아왔다. 그런 자료들을 체계 있게 분류해 출판물로 만들 것은 만들고 그것을 다시 아카이브화 해서 후세에 역사적 사료와 기억으로 물려주려 한다. 내가 모은 것이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것이다. 박물관을 세우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대개의 수집가들은 콘텐츠를 모으느라 가산을 탕진해 건물 지을 여력이 전혀 없다.
Q : 마지막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사이 회원들에게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A : 현실이 힘든 것은 자기에게 꿈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없는 사람은 꿈을 잃은 사람이다. 물론 젊어서는 꿈을 꾸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무작정 길어서는 안 된다. 어느 분야에서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모든 시간과 정력을 바쳐야 한다. 처음부터 관리자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몸담고자 하는 분야의 모든 일을 알아야 하고 기꺼이 할 줄 알아야 한다. 보수나 명예와 상관없이 또 직업의 귀천을 떠나 자기 일에 집중하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국내 유일의 사진집 전문 출판사 ‘눈빛출판사’의 이규상 대표(출판사 '남해의봄날' 제공)
기획의 가장 핵심이자 기본은 결국 “소통”이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각자의 목표와 일하는 분야는 달랐지만 공통되는 한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그들이 말하고 실천하는 기획에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획은 유연한 소통이다’, ‘소통은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 ‘기획자는 각 파트에 필요한 정보를 소통시키는 커뮤니케이터’, ‘진심이 담긴 소통은 좋은 기획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과 같은 말들이 계속 나온다. 결국 끊임없는 자기 내면과의 소통, 그리고 기획의 성공을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진심 어린 소통이 있어야만 기획이 빛나고 꿈이 여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친구사이 기조가 ‘소통과 성장’인 만큼, 좀 더 많은 우리네들이 서로 부단한 소통을 통해 기획하고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 전에 자기 자신에게 한 번쯤은 이렇게 물어봤으면 한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그 일은 내 마음을 움직이고 동시에 기획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인가"
[i] 한국경제 기사, <무려 92.5%가 이직 희망… '사표 품은 직장인'>, 2013.12.24.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1224124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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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