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영화선 흔한데 법은 ‘장벽’… 문화·제도 사이 ‘표류’
최근 동성애 인식은 과거에 비하면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동성애를 ‘사회악’이나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여전히 상존한다.
음지에만 있던 동성애 문화는 상당부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 개봉한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사진)는 젊은 네 남자의 ‘동성애 코드’를 홍보에 활용했다. 방송 중인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남장 여자를 등장시켜 미묘한 동성애적 분위기를 녹였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이동통신 광고도 전파를 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금기’의 껍데기를 깨고 있다. 올해 9회를 맞은 퀴어문화축제는 매년 6월 다양한 분장을 한 동성애자들이 거리를 행진하는 ‘퀴어 퍼레이드’를 주요 행사로 펼친다. 축제 기획단 관계자는 “매년 참가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여전히 불편함을 드러내는 어른들도 없지 않지만 갈수록 호응이 높아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정치 1번지 종로에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공식 선언한 후보가 출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13일 보수기독교단체 교회언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의 수상 기준 중 하나인 ‘동성애자·아동·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호에 공적이 있는 자 또는 단체’라는 문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동성애는 치료하고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지, 드러내놓고 권장하고 조장할 일이 아니다”라며 인권위를 규탄했다.
대학·단체 내 성소수자 운동 역시 상시적인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월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운동 모임이 기획한 문화 축제에서는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걸개가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에 의해 찢기는 사건이 일어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오가람 대표는 “사회·문화적으로 동성애 문화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큰 변화”라면서도 “차별적 시선·고립감과 싸우는 동성애자의 삶이 근본적으로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은 아직 성적 지향 항목이 빠져 있고 성전환자들의 성별 변경도 판결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등 법적·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며 “이들의 어려움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