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차이로 남성 호르몬 적어 여성 정체성 가질 수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연예인 하리수나 최근 자살한 연예인 고 장채원의 사례에서 보듯 아직 우리나라에서 성전환자는 왜곡된 시선을 받기 쉽다.
이런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또는 그 반대로 성을 전환할까. 몸은 남성으로 태어나더라도 정신은 여성에 가까운 성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 성전환은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예정된 것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모나쉬대 빈센트 할리 박사 팀은 성전환자와 일반인의 유전자 차이를 밝히기 위해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남성 112명과 일반 남성 258명의 유전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성전환 남성은 길이가 긴 안드로젠 수용체(AR) 유전자를 일반 남성보다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길이가 긴 AR 유전자 발현 비율은 성전환자에서 55.4%, 일반 남성 47.6%로 차이를 보였다.
AR 유전자는 대표적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생식기관 발달과 성장, 유아기 뇌의 남성화 등에 관여한다.
할리 박사는 “길이가 긴 AR 유전자 때문에 테스토스테론과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테스토스테론이 잘 분비되지 않으면 성장과정에서 남성화가 불완전하게 일어나고 이는 결국 남성이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갖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 11월호에 게재됐으며, 영국 방송 BBC, 미국 abc 사이언스 방송 온라인판 등이 26일 보도했다.
이수진 기자 (soojin@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