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다문화시대 불구 순혈주의 여전
2차례 제정 시도 무산… 법무부 “재추진”20081106004109흑인인 버락 오마바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한국의 오바마’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냐고. 국내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순혈주의와 배타주의에 갇혀 있다. 2006년 초 미국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 방한을 계기로 조성됐던 사회적 합의는 아직도 결실이 없다.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헌법상 평등 이념을 실현하는 것이자, 우리나라가 가입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인종차별금지협약’ 등 국제적 합의 정신에 부합한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독일 등에서도 다양한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 제정 노력은 있었다. 몇 번 활발하게 논의된 적이 있으나 그때뿐이었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 공약을 토대로 2003년부터 입법을 추진했으나 완결 짓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권위 권고를 토대로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민주노동당은 정부안이 미흡하다며 올해 초 자체 법안을 만들었다. 두 법안은 나란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됐지만 지난 5월 17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대선과 총선 소용돌이 속에서 법사위는 법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재추진 방침을 밝혔으나 관계부처 협의 등 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연내 국회 제출은 어렵다.
종교나 성적 지향 같은 ‘민감한’ 항목을 차별금지 대상에 포함할지 의견이 갈리는 점도 입법 지연의 한 원인이다.
법무부는 기존 원안에 구애받지 않고 내용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법 제정을 주도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접근해 가는 이때 오바마 당선에서 뭘 배울지 겸허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인종, 민족, 국적, 피부색의 차별을 적극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