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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호][칼럼] 호모과장(진) EP5 : 내년에는 좀더 별난 사람이 되길
2019-12-29 오후 13: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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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2월 


호모과장(진) EP5 :

내년에는 좀더 별난 사람이 되길

 

 

 

크리스마스 이브, 길거리에 꽃다발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둘 준비해온 마음을 건네받으며 사라지고 또 설렘으로 거리가 채워질 때쯤, 저 멀리서 멀끔한 남자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도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하지만 그가 꽃다발을 내게 건네자, 이 세상 가장 자연스런 장면은 별난 모습이 되어버렸고, 그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해야 할 틈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해야했다.

 

꽃다발 뒤엔 사실 더 큰 산이 존재했다. 연인들의 천국, 서울 한복판 재즈클럽에 입장하는 일이었다. 예약 시작일부터 전화가 불통이 될 만큼 인기 있던 가게가 보이자,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깜았다. 미처 들어가지 못해 밖에 대기하는 인파들 사이로 마치 남인 것처럼 앞뒤로 들어갔다. 92개의 예약대기를 뒤로하고 자리에 착석했지만, 공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혹여나 우리를 신경쓸까, 아는 사람이 있을까 두리번거리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술의 힘이라도 빌려야겠다 싶은 심산에 와인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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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재즈클럽을 예약할 때부터, 모두들 남녀 한쌍일 텐데, 괜찮겠냐는 우려는 있었다. 애써 괜찮다 넘겼지만, 막상 가게 앞에 당도하자 알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괜찮지 않다는 것과, 그렇다고 해도 뾰족한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공연에선 수많은 노래가 흩날렸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자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오늘만큼은 이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 어느 순간보다 별난 사람이 되었다.

 

늘 평범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쫓기에, 그 노력은 언제나 실패했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를 보며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을 느낀다. 허울을 만드는 데 내 인생을 낭비하기보단, 크리스마스에 건네받은 선물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어느 다를 것 없는 내일이 오면, 나는 좀더 별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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