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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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판을 만드는 사람들' #3]
모임(MOI:M) 인터뷰
- 3. 익선동 야간개장(2018~) 기획
1. 86년생 동갑모임 '갤럭세이' 8. 2015년 오픈마이크 공연 기획 16. 2015년 모임(MOI:M) 결성 |
▲ 모임(MOI:M) 소개, 2015.5.
16. 2015년 모임(MOI:M) 결성
터울 : 앞에서도 얘기 나왔지만, 모임(MOI:M) 얘기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오픈마이크 때부터 모임이란 이름을 썼던 것 같더라고요.
Ed Kim : 네, 오픈마이크 때부터 모임이란 이름을 썼어요. 그 이름도 저스틴 형이랑 같이 지었어요. 모움(MouM)이라는 공간에서 하는 거였기 때문에 모임으로.
흥가 : 로고도 처음에 형이 만들어줬어요.
Ed Kim : 나중에는 우리가 바꿨지만.
최최 : 폰트가 없어서.
흥가 : 원본이 없어서. (일동 웃음)
터울 : 모임 얘기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모임은 어떤 곳이고, 언제 어떻게 역할이 바뀌어왔는지.
흥가 : 아까 했던 고민들이랑 이어지기는 하는데, 이런 활동들이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걸 좀더 뭔가 사업 아닌 사업처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저희가 공간을 토대로 했던 경험들이 더 확장되고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덜컥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커뮤니티 내의 건강한 문화모임이나 활동들이 가시화되고, 처음에 커뮤니티에 진입한 사람들도 접근하기 쉽고, 아카이빙이 어딘가에 잘 되어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고. 그래서 작년에 모임 웹사이트를 만들었어요. 만들어서 그런 것들을 좀 올려보고, 플랫폼처럼 활용해보려는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라는 정부부처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선정돼서, 오픈마이크를 다시 시작했던 계기도 내부 정비를 하고 나서 우리가 지원금도 받았으니까 다시 시작을 했던 게 있었어요.
터울 : 지원금을 받은 시점이 언제예요?
Ed Kim : 2018년 3월이에요. 딱 1년 쓴 거죠.
터울 : 모임이란 이름을 쓴 건 2015년 1월 정도인가요?
Ed Kim : 본격적으로 모임이란 이름으로 활동한 건 4월에 오픈마이크 3회를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흥가 : 휴식기에 좀 쉴 사람들은 쉬고, 새로 판을 벌려보고 싶은데 포맷을 바꿔보고 싶다, 이런 논의를 하다가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사업화를 하자,
최최 : 팀도 재정비를 하고,
터울 : 그 때 모임이란 형태로 질적인 변화를 겪게 된 셈이네요.
흥가 : 그렇죠. 맨 처음에 생각했던 건, 어쨌든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직접 하는 건 너무 힘들고 지치니까,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만들어서 운영하면 우리가 자원이 부족해도 일단은 운영하는데 덜 힘들지 않을까-라고 순수하게 생각했었죠. (일동 웃음)
최최 : 왜냐하면 기존에 이미 좋은 모임들이 많고, 저희가 원했던 건 커뮤니티 활성화란 목표였는데, 그랬을 때 이미 잘 하고 있는 모임들의 사례들이 조금 더 가시화돼서 서로 알게 되고,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그런 것들을 원했기 때문에 기존 모임을 유치하는 계획 하에 플랫폼이 중요했던 거예요. 저희가 그런 각각의 모임을 조직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도 아니거니와, 어려운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어서, 접근은 처음에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웃음) 처음에 계획은 그렇게 했으나,
터울 : 모임이라는 게, 특히 유니콘 같은 경우, 뮤직세이랑 모임이 제일 다른 점이 다른 단체들을 모아서 뭔가를 만드는 그런 식의 그림인 거잖아요.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여쭤보려고 했는데 사실 이전에 말씀해주신 것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확장이 됐던 것 같은데, 쉽지만은 않았을 작업이었을 것 같거든요.
흥가 : 쉽지 않았던 게, 너무 약간 사업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고 도전했던 것 같고,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게 쉽지 않았어요. 기존의 모임들이 어쨌든 가시화되고 자발적으로 모임이나 공연 같은 것도 생겨나고는 있지만, 막상 이런 걸 한 곳에 끌어모은다고 했을 때 뭔가 베네핏도 없고. 처음 이 커뮤니티에 진입해서 이런 것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낮춰준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들에게 낯선 외부인들의 접근이 많아지는 거니까,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발, 경계심, 이런 것도 좀 컸었고. 그래서 1차적으로 영업이 잘 안됐어요. 그러다보니까 다시 이거 아니네, 우리가 만들어서 해야겠구나 다시, (웃음)
터울 : 결국 또 오프 공연을 하나 짜서,
Ed Kim : 그래서 저희가 컨텐츠를 기획해서 플랫폼에 올리고, 그걸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했지만, 기획을 계속 해나가는 것도 사실상 공력이 많이 드는 일이죠. 이 기획을 안하고 싶어서 모임이란 플랫폼을 만든 건데, 우리가 그 기획을 지금 늘리는 상황이 됐으니까,
최최 : 어느 때보다 기획이 더 많아졌어. 음악 외적인 부분까지 해야 되니까. (웃음)
흥가 : 맞아. (웃음)
Ed Kim : 결국은 우리가 이익을 얻기 위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누군가 돈을 지불하고서 컨텐츠를 이용하게 되는 상황이니까 대충 할 수가 없는 거죠, 더더욱. 그러니까 더 힘이 들어가니까 거기에서 스트레스가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최최 : 저희는 운영비만 얻어도 사실 돌아가겠다 싶었는데, 부담이 갑절이 되어버린 거죠.
터울 : 어쨌든 그 전에 했던 활동들을 어떻게든 장기지속적으로 끌고 나가고자 했던 이유 때문에 착수했던 사업이었다는 게 마음에 많이 남네요.
흥가 : 플랫폼이 좀 잘 자리잡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면 거기에서 수익도 발생할 테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활동들도 하고, 우리가 서포트하고 싶은 활동도 좀더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참, (웃음) 낙관적으로만 생각했었고, 뭔가 많진 않지만 그 지원금 가지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플랫폼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자금력이 모이지 않으면 굴러가는 게 어렵고,
Ed Kim : 가령 이반시티의 동아리 게시판, 사람찾기 게시판, 이런 것들이 사실상 현재 기준으로 UI가 그리 좋은 사이트가 아니고, 이미지 같은 게 별로 없고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사이트인데 지금은 이미지가 너무 중요한 시대니까, 이걸 좀더 일목요연하고 보기 쉽고 참여하기 쉽게끔 이 플랫폼을 사실상 만든 건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반시티에 익숙해서 잘 이용하고 있고, 디테일한 정보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굳이 노출하고 싶어하지 않고, 접근이 불편한 점도 지원자를 걸러서 받기 위한 절차 중의 하나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어서, 오픈된 형태의 모임이란 플랫폼을 이용하기가 좀 망설어졌던 것도 같아요.
터울 : 지금도 여전히 게이스북을 통한 점조직 형태의 홍보가 아직까지도 대세인 상황이기 때문에,
Ed Kim : 네, 그렇기도 하고요.
흥가 : 그래서 그런 걸 대체할 수 있는 웹서비스가 있으면 사용하지 않을까-란 생각이었죠. 그런 애매모호한 정보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주체는 누구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내주고, 이미지도 최대한 많이 올려줘서 정말 좀 믿고 신청할 수 있고, 그 사람들도 운영하기 편하게끔 하겠다는 목표였죠.
▲ 모임 홈페이지, 2019.
17. 아우팅과 커밍아웃 사이의 딜레마
터울 : 이게 결국은 게이/퀴어 커뮤니티의 핵심 사안인 가시성과 비가시성, 아우팅과 커밍아웃의 이 딜레마인 건데, 그래서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게 있어요. 뮤직세이 정기공연이나 오픈마이크 때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 어떻게 허들을 두고 제한을 뒀는지 궁금해요.
Ed Kim : 뮤직세이의 경우는 지인 기반으로 공연을 했었고,
터울 : 다른 많은 그룹들처럼,
Ed Kim : 네,
최최 : 멤버들이 초청해서 관객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Ed Kim : 오픈마이크의 경우에도 사실상 게이스북 위주의 홍보이다 보니까, 모이는 사람들이 결국은 뻔한 건데, 물론 중간중간에 저희도 그런 시도는 많이 했어요. 일단 저희가 커밍아웃한 일반들, 앨라이들의 경우는 함께 할 수 있게 초대도 많이 했고, 오픈마이크의 경우에는 게이만이 아니라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을 섭외해서 그 분들을 초청하기도 하고, 게이와 앨라이가 듀엣으로 오픈마이크 무대에 오르기도 했고. 그래서 앨라이들이 어느 정도 오기는 했어요. 그렇지만 사실상 채널이 제한적이다보니, 오는 관객이 아무래도 게이들 위주였던 것 같아요.
터울 : 사실 지보이스가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 중의 하나는 진짜 일반들에게 까놓고 공연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그 벽을 사실 누가 먼저 넘느냐가 중요한 현안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또 누군가에게 내몰려서 하는 구도가 아니라 스스로가 동해야 아우팅에서 커밍아웃의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게 되는 건데, 게이 공연팀들이 그런 방향으로 언제쯤 이행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한 것 같거든요. 그리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흥가 : 그래서 엄청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저희가 직접 기획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른 경험을 우리가 기획해서 이런 것들이 좀더 기록에 남고 전파가 된다면, 이런 경험들이 주변에 더 퍼지고, 다른 사람들도 좀 이런 것에 대해 열리게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터울 : 뒤 얘기를 조금 끌어오자면, 어쨌든 익선동 야간개장은, 작년의 경우에는 입장 부스를 두고 "성소수자 인권에 찬성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거쳐 일반인을 들였고, 올해는 그런 절차 없이 모든 부스에 "호모포비아는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표지 하나로 일반인 출입문제에 대처했던 상황이라, 올해 야간개장의 오픈마이크는 일반인들도 들어올 수 있게끔 했다는 점에서 나름 의의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흥가 : 그렇죠.
Ed Kim : 그런데 그 당시에는 사실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웃음)
흥가 : 적어도 일반인의 유입을 막고 싶지는 않았던 게 있었고, 어차피 워낙 플랫폼이 작아서 위해 세력의 가능성이나 위험이 적었고.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 웹사이트를 기획할 때는 숨기고 싶은 사람들은 아예 비밀 모임을 만들 수 있게끔 서비스를 만들어두긴 했거든요. 그래서 선택지를 만들어두긴 했어도, 그 사이트 자체는 오픈을 해야 된다는 게 모임의 기조이긴 했어요.
터울 : 그게 커뮤니티의 현주소인 거죠. 그리고 어쨌든 아우팅은 범죄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너무 예민하고, 하지만 커밍아웃은 중요하고. 이 딜레마를 다 겪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흥가 : 그런데 그 플랫폼에 자기 팀의 이름과 활동을 올리는 자체를 꺼리는 모임도 있었지만, 또 의외로 어차피 게이스북으로든 어디로든 홍보를 하기는 해야 하니까 딱히 거부감을 안 갖는 모임들도 있었어요.
터울 : 이게 공연하는 성소수자들의 딜레마이기도 하죠. 얼굴 팔리기는 싫은데, 공연을 하려면 얼굴이 팔리는 게, 내 공연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야 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이왕에 공연할 거면 일반들한테도 얼굴을 까서 내 무대를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게 굉장히 순수한 욕망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욕망이 소수자성에 계속 막히는 거죠.
Ed Kim : 그게 또 사실은 공연의 관객으로 오는 성소수자에게도 위험한 부분이라서, 그 부분도 많이 고민이 됐어요. 뮤직세이는 그 부분에 대해 그 정도까지는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코드지의 경우에는 그게 너무 예민하니까, 오는 관객들에서도 여성을 포함한 일반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도 많았었어요.
흥가 : 모임 플랫폼에서는 그런 것도 있었어요. 참가자들한테 미리 안내사항으로 명시를 했었죠.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고, 사진 촬영 안되고, 이런 정보를 최대한 사전에 주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터울 : 여기서 중요한 게, 그렇게 일반들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일반 사회의 낙인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인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경감되는 건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커밍아웃이 물론 중요하다는 대전제 위에, 그런 딜레마를 개개인의 탈맥락적인 결단의 문제로만 납작하게 이해하는 것도 때론 곤란한 일이겠죠.
▲ 2015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T) 코드지 유닛그룹(TME) 공연, 2015.5.16.
18. 2015년 아이다호 무대의 경험
터울 : 오픈마이크가 진행되던 이 시점이, 퀴어판이 많이 커나가던 시기잖아요. 2013년 홍대 퀴퍼, 2014년 신촌 퀴퍼와 혐오세력의 백래쉬, 2015년에 퀴퍼가 드디어 시청광장으로 나갔고, 그 해에 올랜도 참사 추모제도 있었고, 그 전 해의 연말에 서울시민인권헌장 사태도 있었고. 그래서 2015년 아이다호 때 무대에 올라가셨잖아요.
Ed Kim : 네, 올라갔어요.
터울 : 그래서 이걸 필두로, 말씀해주셨던 활동들 이외에 퀴어판에서 어떤 걸 목도하고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잠깐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할게요.
Ed Kim : 일단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2015년 아이다호가 굉장히 저한테는 기억에 남는 게, 서울역 광장에서 무수한 반대세력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상황이었고, 얼굴을 까는 게 무서웠기도 했고, 그래서 선글라스를 끼고 올라가기는 했지만.
흥가 :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몰라.
Ed Kim :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 것도 있었지만 전 그 무대가 되게 무서웠어요. 전 무대를 계속 많이 섰기 때문에 떨리는 그런 건 없었는데, 그 무대는 이상하게 너무 무서워서 자신감있게 제가 공연을 못했었던 것 같아요. 그게 나중에는 너무 후회로 남았는데, 진짜 너무 무서웠고, 실제로 그 무대가 SBS 다큐에, 저는 사실 얼굴이 나오진 않았지만 다른 형들의 경우엔, 심지어 저희의 사전 동의도 없이 공중파에 나가는 상황이 생겨서, 이 이후로 얼굴을 까는 것에 대한 무서움?
최최 : 그 때는 제 친구들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Ed Kim : 왜 내가 나임을 보여주고 싶어서 올라온 무대에서 내가 왜 움츠러들어야 되는 건지, 거기에 대한 괴리도 있었고, 기억에 많이 남는 무대였던 것 같아요.
터울 : 그 때 그 현장이 진짜 무서웠어요. 무대를 둘러싼 서울역 계단에서 혐오세력들이 피켓을 들고 온갖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상황이었고.
Ed Kim : 진짜 그 때는 좀 무서웠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래서 저에게는 그게 되게 묘한 감동이었기도 했어요. 가령 2014년 서울시청 로비에 수많은, 기존의 인권운동판에서 볼 수 없었던 커뮤니티의 게이들이 앉아있는 광경을 봤을 때의 감흥과 비슷했달까.
Ed Kim : 그게 딱 2014년 신촌 퀴퍼를 기점으로,
터울 : 네, 너무 세게 혐오세력들이 치고 들어오니까.
Ed Kim : 그 때 코드지도 그렇고 뮤직세이도 그렇고, 내부적으로도 우리가 조금 더 우리끼리 즐거운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좀더 나아가서 많은 사람들과 더 교류를 하고 우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해야겠다는 걸 이 때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2016 퀴어문화축제, 2016.6.11.
▲ 2016 퀴어문화축제 오픈마이크 MOI:M 부스, 2016.6.11.
19. 2016년 퀴어문화축제 부스 참가
Ed Kim : 그래서 그런 맥락에서 2016년에 처음 '오픈마이크·모임'이란 이름으로 서울퀴퍼 부스를 신청해서 나갔었고,
터울 : 그 때 어땠어요?
Ed Kim : 그런데 사실 부스 너무 힘들지 않아? (웃음)
최최 : 저도 그 때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 당시 후기들을 찾아봤는데, 되게 즐겁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 음료도 준비하고 굿즈도 기획해서 갔는데, 사실 그걸 참여하게 된 자체가 저희 오픈마이크 내에서의 교류는 있었지만 LGBT단체들 사이에서 저희를 드러내고, 이후의 방향에 대해서도 단서를 얻고자 다른 단체들을 만나고 싶어서 간 건데, 막상 당일엔 부스 운영하는 데 정신이 팔려서 정작 나가서 뭘 하지는 못했어요. 이걸 지나고 나니 안 거죠. 거기서 부스를 하는 것만으로 직접적으로 참여를 했건, 아니면 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건 많이 찾아와주셔서 물어도 보시고 응원도 해주셨지만, 사실 저희가 부스를 했던 원래 목적을 생각했을 때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던 건 아쉽다고 평가했던 것 같아요.
흥가 : 그런 행사를 가면 항상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이게 너무 약간 일회적이고, 그 짧은 교감의 시간 안에서 참여자들에게 우리를 설명하고 교감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최최 : 저도 해보고 알았어요. 준비를 진짜 많이 했고, 프로그램도 엄청 많이 준비했고, 막 버스킹 프로그램도 준비해서 나가고, 그 안에 홍보 전시며 돌릴 명함도 많이 준비해갔는데,
터울 : 막상 현장 상황은 척박하잖아요. 시끄럽고 사람 많고 덥고,
최최 : 저희가 그 때 그 반대하시는 분들 스피커 바로 앞에 저희 부스가 있었어요. 진짜 스피커 바로 뒤에 있어서 바로 혐오세력들이 소리가 들리는 상황이라 쉽지 않았죠.
Ed Kim : 모든 부스가 다들 좋은 취지로 참여하는 거지만, 막상 당일엔 자기가 준비해온 걸 판매하고, 자기 부스를 홍보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기때문에, 사실상 다른 부스와의 교류가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은 무더위도 한몫을 하고. 버스킹도 저희가 오픈마이크의 일환으로 시청광장에서 한다고 해서 이미 참가자도 받아서 진행했었는데,
최최 : 사전 승인도 받고,
Ed Kim : 그런데 사실 거기서 버스킹을 진행하기에는 애매모호했고,
흥가 : 할 수가 없지.
최최 : 비도 오고 막,
Ed Kim : 심지어 참가자 3명까지 노래하고 나서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일동 웃음)
최최 : 모든 게 안받쳐줬던,
Ed Kim : 어떤 분들은 심지어 노래를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그런 상황도 있었어요.
터울 : 그랬었구나. 그 때 비왔었을 때 그 때였군요.
최최 : 네. 준비해간 걸 어떻게든 한다고 그걸 바득바득 준비해서 온 사람들을 위해 무대 깔고 했는데,
Ed Kim : 그래서 2016년 그 때는 오픈마이크로 부스를 나갔고, 그러고 나서 그 다음 해에는 우리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그냥 즐기자, 그래서 아무 것도 안했고, 그리고 나서 그 다음 해에는 저희 모임이 사업화돼서, 사업체로서 부스를 신청한 거였는데 그 해에는 부스에 떨어졌어요. (웃음)
터울 : 퀴어문화축제의 부스 참여에 대한 문제나 어려움들은 참여 단체들끼리 다 공감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건 조직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물리적인 환경의 제약의 문제가 너무 커서. 어쨌든 그렇게 활발하게 이곳 저곳을 활약하셨던 것 같네요.
▲ 익선동 야간개장, 2018.5.26.
20. 2018년 익선동 야간개장 기획
터울 : 드디어 익선동 야간개장 얘기로 넘어갈 게요. 2018년에 처음 기획에 참여하셨잖아요.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Ed Kim : 이게, 저희가 모임 사업체로 활동하게 되면서, 흥가가 지원금을 받았고, 그래서 오픈마이크를 이 지원금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 생각이었는데, 그 때 그걸 함께 할 사람으로 쵸비형을 생각했던 거예요. 나와서 MC 보고, 호스트해주시고. 그리고 쵸비형이 데리고 오는 모객의 힘도 어마어마하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해서 먼저 연락을 드리려다가, 포차에서 그냥 지나가다 만나서 쵸비형한테 "저희 형한테 할 말 있어요"라고 운을 띄웠는데, 형도 저한테 갑자기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일동 웃음)
최최 : 등골이 쎄했죠. (웃음)
Ed Kim : 그래서 정말 이런 상황까지 갈 줄은 몰랐죠. (웃음) 그래서 "그래요? 그럼 조만간 우리 한번 만남을 가져요" 이러고 헤어지고 나서, 그러고 나서 얼마 안있다가 형한테 연락을 드렸는데, 형이 너무나도 흔쾌히 "그래, 빨리 만나자" 해서, 종로3가 커피빈에서 만나서 얘기를 시작했는데, 처음에 이 얘기를 하실 때에는 정말 단순히 익선동에 있는 매장 중의 한 곳에서 공연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
최최 : 맞아요, 예전에 글로우 키친(Glow Kitchen) 할 때부터 그 얘기는 있었어요.
Ed Kim : 네, 그래서 공연 행사를 진행하고 싶어하시는 줄로만 알았어요, 이번에 더섬머(The Summer)라는 새로운 공간이 오픈할 거고, 여기서 공연을 진행하고 싶다고 하셔서, 미팅을 하면서 저희도 형한테 오픈마이크 관련해서 이런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전달해드리고, 흥가는 모임 사업의 일환으로 굿즈를 계속 만들었거든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굿즈를 만들고 판매를 했는데, 그런 것들에 더해 모임 플랫폼을 시작했으니까, 이런 판에서 홍보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저희도 뭔가 행사를 통해 얻고 싶었던 게 있었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서 시작했던 거였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판이 커진 거죠. 그 때부터 글로우 서울 대표 이든형의 그림들이 갑작스럽게 들어온 거죠.
터울 : 그래서 거의 종로3가의 퀴어문화축제 느낌으로,
Ed Kim : 그렇게까지 커질 줄은 전혀 몰랐죠.
흥가 : 이미 그림은 그리고 계셨던 것 같고, (웃음) 뭔가 시작을 못하고 있으셨는데 저희가 마침 그걸 찌른 거죠.
Ed Kim : 그래서 그게 빵 터지면서, (웃음)
터울 : 그러면 처음에는 그냥 공연 기획으로 시작했던 거잖아요.
Ed Kim :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간 거죠.
터울 : 그런데 하다보니 행사 기획이 된 거잖아요.
Ed Kim : 그렇죠.
흥가 : 그래서 작년에는 급하게 막, 여기저기서 단체들이나 함께 할 분들을 찾아서 했었고, 저희도 사실은 행사하기 한달 전에 제대로 회의를 시작했었죠.
최최 : 거의 개인 인맥으로 다 끌어모았었죠.
Ed Kim : 터울형도 그 때 갑자기 불려왔고. (웃음) 원래 처음 미팅은 저희랑 이든형, 쵸비형이었는데, 그 때 갑자기 판이 커지면서 터울형도 언급이 되어서 바로 참여하신 걸로. (웃음)
▲ 종로이반전 ver.1.2. '보갈'편, 2019.5.18.
21. 보갈 논쟁
터울 : 그 때 또 기획단을 촉발시켰던 게 보갈 논쟁이잖아요.
Ed Kim : 그렇죠, 보갈 논쟁이 있었죠.
터울 : 그 때 기억이 어떠세요? 그 때는 기획단에 나도 있었으니까, 어쨌든 그 이슈 때문에 행사 참여를 취소했던 그룹들도 있었고,
Ed Kim : 맞아요, 많이 있었죠.
터울 : 여러 가지로 복마전에 시달렸을 것 같거든요.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된 마당에 그런 일이 있다는 건 악재일 수 있으니까요.
흥가 : 그런데 저는 그게 그만큼 논쟁이 됐다는 것 자체가, 그 단어에 대한 맥락이 지워졌고 제대로 역사로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발생했고, 그렇게 큰 사단이 났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외부에서 그렇게 바라본 건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돼요. 오히려 아쉬웠던 건 내부적으로 기획단이 급하게 결성됐다보니까, 거기에 대해서 내부에 참여하는 생각도 다 다른데, 그런 게 제대로 논의가 안되고 다수의 의견에 따라서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까, 참가하신 분 중에 레즈비언 여성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의견은 제대로 못들어보고 우리가 밀어붙인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론 그 단어를 쓴 것을 그렇게 후회하진 않지만, (웃음)
Ed Kim : 그리고 사실상 저희가 오픈마이크, 뮤직세이 정기공연을 준비할 때는 PC함에 대한 고민을 사실 굳이 할 이유가 없었죠.
터울 : 그렇죠, 게이들끼리만 하는 거니까,
Ed Kim : 게이들끼리만 하는 거기도 하고, 사실상 그냥 우리는 올라가서 노래만 하는 거였고 뭔가 엄청난 기획이 들어가는 공연을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을 사실상 한 적이 없었는데, 이게 익선동 야간개장이라는 더 큰 규모의 행사를 하려다보니 이걸 고민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이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터울 : 게이커뮤니티 안에는 게이 정체성만 있는 건 아니고 다른 성소수자 정체성과 앨라이도 포괄하는 것이고, 커뮤니티란 개념이 그런 것이니까요. 그런데 어쨌든 대부분 게이들끼리만 있던 그룹에서 대사회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사실은 기본 교양으로 요구되는 바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무조건적이고 악의적으로 까는 여론들은 문제가 있겠지만, 그런 얘기들 중에서도 받아 안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이런 감각들을 각자가 많은 고통들 속에서 (웃음) 배워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래도 어쨌든 그런 사건을 거치면서, 이 행사가 왜 필요하고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자기 정리들이 기획단 내에서 아쉽게나마 되었던 계기이지 않았나 싶어요.
흥가 : 그런 계기가 되기는 했었던 것 같은데, 여러 모로 너무 시간이 없었고, 급하게 진행되었어요. 그러니까 저희도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너무 없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Ed Kim : 트위터의 무서움을 알았고. 사실상 저희는 트위터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요. 트위터의 파급력도 알았고.
▲ 익선동 야간개장 노래공연 라인업, 2018.5.26.
22. 공연 기획 단체에서 행사 기획 단체로
터울 : 어쨌든 이런 것들이 공연 기획에서 행사 기획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필요한 고려들이잖아요. 처음에 의도하셨던 건 아니었지만, (웃음) 공연 기획에서 행사 기획으로 되어갔던 상황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했고, 어떤 고충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흥가 : 아까 했던 얘기이긴 한데, 이런 행사들에 대해 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뭔지를 잘 모르겠어요. 우리 말고 다른 팀들도 그렇고, 이 행사에 대해 각자 가진 생각들도 다를 것 같은데, 사실 올해도 행사 운영과 진행에 힘을 쏟다보니까 정작 우리가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사실 터울형이 어떻게 보면 '종로의 역사' 전시를 통해 큰 역할을 해주시는 것도 있는데, 그런데 그런 것들이 내부적으로 잘 공유되고 있을까 과연. 서로가 외부에 이 행사를 설명할 때, 굳이 같은 언어로 설명할 필요까진 없지만, 너무 우리끼리도 논의가 좀 잘 안됐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은 계속 드는 것 같아요.
Ed Kim : 그리고 사실상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도, 매주 참여를 다 못하시니까, 회의에 오는 인원은 사실상 똑같았잖아요. 그러다보니 더더욱이 이런 얘기를 다 같이 할 수 없었던 것도 있었고.
터울 : 이런 걸 생각해보면, 기존에 이런 얘기조차 필요하지 않았던 그런 공연·행사 기획들을 여태껏 해왔던 거잖아요. 뮤직세이건 다른 게이 팀들이건. 그것이 어떤 사회적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었는가-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너무나 내가 일반 사회로부터 눌려 있는 게 있고, 그것들을 풀어나갈 무대가 저 앞에 있고, 그랬을 때 저 무대를 향해 갖게 되는 아주 직관적인 형태의 동력들, 이런 것들이 어지간한 게이들에게 공감을 샀던 셈인 거죠. 그런데 그게 게이들끼리만의 행사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행사의 폭을 넓혀가게 될 때, 그냥 그런 것들에 대해 딱히 논쟁하지 않아도 되고 뭐라고 할 필요도 없던 데에서 뭔가 추가적인 조치와 고려들과 교양·교육들이 필요한 상황이 되는 거죠, 어떤 의미에서는.
최최 : 저는 올해 아쉬웠던 게, 얘기 들으니까 생각이 나는 건데, 작년에 되게 급하게 준비했지만 다른 큰 행사 할 때와 마찬가지로 작년 익선동 야간개장도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인력풀과 모든 노하우를 다 때려박아서 했을 때, 저희도 놀랐어요. 아 진짜 우리 멤버쉽이 굉장하구나, 각각이 역할들을 너무 훌륭히 소화해줘서. 저희가 세부적인 것들을 점검하고 체크할 시간 없이 그냥 배치만 거의 했을 정도인데, 그게 알아서 다 돌아간 거거든요. 아 이 친구들이 우리랑 같이 성장을 했구나, 그런 게 너무 감격스러웠던 게 작년의 기억이라면,
올해는 좀 안타까운 게, 우리가 이 행사를 왜 하는지에 대한 공감이 기획단 안에서도 정리가 쉽지 않았다보니까, 저희가 사실은 당일 행사를 운영하기 위한 보조 인력들도 저희 네트워크에서 섭외를 했는데, 이 친구들한테는 더 그렇겠죠. 이 친구들 역시 본인들이 이 행사에 참여해서 이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전 행사보다 더 큰 공력이 드는 거라, 몇몇 친구들에겐 행사 참여의 의미와 동인이 약간 깨진 것 같은 모습들을 제가 본 거예요. 예전에는 똑같이 고생을 해도 뭔가 즐겁게 마무리를 했다면, 지금은 내가 여기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오늘 하루를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피드백들이 나오는 거예요. 물론 그냥 우리가 편하니까 이런 날것의 의견들을 주는 거기도 하겠지만, 사전에 좀 이런 부분들이 우리 안에서도 전과 다르게, 행사의 취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 친구들은 그냥 우리가 좋아서, 또 그 전에 했던 경험이 있어서 온 거지, 사실 이 전체 행사의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친구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저도 느꼈거든요. 이런 부분이 좀 미안했어요. 우리는 어쨌든 그래도 맥락을 좀 아는데.
터울 : 사실 운동단체들은 이런 행사 취지에 대한 논쟁들이 아주 상시적인 논의거리여서, 친구사이도 야간개장에 참여할지 말지에 대해서 굉장히 긴 논의를 거쳐서 안하기로 했던 거거든요. 지보이스도 마찬가지고. 그게 어쨌든 남들의 시선이 꽂히고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되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맥락들이 안팎으로 존재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건사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들을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흥가 : 그런 질문들을 엄청 마주하게 된 것 같아요. 이런 행사를 하면서.
터울 : 네, 실은 다른 큰 범주의 행사를 했더라도 따라붙었을 어떤 고민인 셈인 거죠. 그리고 한편으로 그런 자기 정리가 100% 된 상태에서 행사에 뛰어들게 되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어떤 사태를 맞이하고 사건을 맞닥뜨리고 난 다음에 그런 것들에 대처해나가면서 자기 정리를 하게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 익선동 야간개장, 2019.5.18.
23. 익선동 야간개장에서 모임이 한 역할
터울 : 이 인터뷰를 보실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야간개장에서 이들은 무엇을 했는가. (웃음) 생색의 시간을 좀 갖도록 하겠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 행사에서 뭘 했는지 얘기해봅시다.
Ed Kim : 일단 작년에도 기획단에 저희 모임이 주축이 되었던 건 맞지만, 저희가 커버를 쳐야 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었죠. 작년에는 디자인 같은 경우에도 글로우 서울 측에서 했었고, 회계도 글로우 서울에서 맡아서 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는 글로우에서 저희랑 일종의 용역 계약을 맺은 거죠.
흥가 : 이번에는 확실하게 글로우 서울에서 주최하고, 저희가 주관을 했어요.
Ed Kim : 약간 용역의 개념으로,
터울 : 두 기관 사이에 계약서를 실제로 썼잖아요.
Ed Kim : 네, 저희가 글로우 서울의 일을 받아서 저희가 진행을 한 거고, 그래서 진짜 온갖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행사 전반적인 기획이랑, 의사 결정까지 하나하나 저희가 하다보니까,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사실상 해본 적이 없다보니, 거기에서 오는 실수, 미흡함, 이런 것들이 돌이켜보면 아쉽기도 하고, 힘들었기도 했고.
터울 : 작년에는 공연 무대의 세팅과 관리 및 진행, 그리고 각 부스의 위치를 같이 논의했고, 그 다음에 또 뭐가 있었을까요.
Ed Kim : 작년에는 저희가 모임 플랫폼을 활용하고 싶어서, 사전에 이벤트 형식으로 모임 플랫폼으로 야간개장 입장을 신청하는 분들에게 상품도 제공하고, 어떻게 해서든 모임 플랫폼과 저희가 판매하는 굿즈를 행사 자체에 끼워넣고 싶어서 굿즈 판매도 진행했었어요. 그런 것들을 사실상 올해는 전혀 진행하지 않았던 게, 일단은 너무 힘드니까,
터울 : 다른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Ed Kim : 할 게 너무 많으니까 이걸 정작 챙길 수는 없었죠.
터울 : 올해는 거의 대부분의 일을 다, 그러니까 글로우 서울 직원들이 당일에 일당을 받고 하는 일들 이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실무를 커버해야 했던 상황이었죠.
흥가 : 그렇죠, 작년에는 공연이 세 개의 공간에서 일어났으니까, 거기에 필요한 것들을 다 조달했었고,
터울 : 어디어디였죠?
Ed Kim : 살라댕 방콕, 더섬머, 동남아였죠.
터울 : 그것도 대단한 거죠 사실은. 동시에 세 공간의 공연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Ed Kim : 네, 이제 거기까지가 작년 행사의 커버리지였다면, 당일 행사에서,
흥가 : 그리고 인력도 세 무대에 다 붙였고, 작년에도 사실 저희 예산으로, 저희 자체적으로 인건비 부담하면서 사람을 부르기도 했었고요.
Ed Kim : 맞아요. 작년 야간개장은 저희가 그 당시 사업비가 있었기 때문에, 장비 대여와 같은 큰 건의 경우는 당연히 글로우 서울의 지원을 받았지만, 그 외에 저희 쪽 스탭 고용하는 거라든지 자잘한 것들은 저희 사업비로도 진행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쓴 돈만 해도 꽤 컸죠.
터울 : 그럼 작년의 그 공연들 중의 하나가 오픈마이크이지는 않았나요?
Ed Kim : 그 때는 오픈마이크란 형식으로 하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섭외 형식으로 기획했기 때문에, 저희 풀 안에서 잘하는 팀들 위주로만 그냥 섭외했어요. 나중에는 우리 팀은 왜, 우리 팀도 잘하는데 왜 우리는 안 끼워줬냐는 글도 보긴 했는데,
터울 : 너무 급하게 섭외를 하다보니,
Ed Kim : 급하게 섭외한 것도 있었고, 사실 저희가 아는 풀은 딱 이 선이었던 건데, 그런 걸 전혀 모르는 맥락에서는 기분나빠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흥가 : 작년이 그랬다면, 올해는 이제 저희가 회의를 계속 진행하고,
터울 : 되게 일찍부터 만났잖아요.
흥가 : 네, 일찍부터 만났죠. 작년에는 각자 자율적으로 진행되다보니까, 저희가 다 일일이 신경 못 썼고, 뭔가 통일적이고 일관성있게 진행되는 느낌이 적었는데, 올해는 저희가 디자인 같은 것도 다 맡아서, 매장에 걸리는 깃발이나 현수막이나 보이는 것들에 대해 좀더 신경써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사람들을 계속 섭외하고 진행시키고, 가이드시키고 안내하고 하는 걸 저희가 다 도맡아 했죠.
▲ 익선동 야간개장 메인스테이지, 2019.5.18.
24. 행사 진행시의 고충과 펜스 없는 퀴어 행사의 꿈
터울 :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작년이랑 올해.
Ed Kim : 작년에는 사실상 공연장비 설치와 철수를 저희가 다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육체적으로 힘든 거였다면, 올해는 설치나 이런 건 업체를 불렀으니까 그런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었는데, 야외공연이다보니까 사람 통제를 하는 부분, 예상도 못했던 민원들, 그리고 생각보다 리허설을 할 때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이쪽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익선동에서 먹고 즐기고 했던 일반 사람들이 그대로 뭐 하나보다 하고 모여있었던 그 상황을 처음에 통제를 못했던 것. 리허설이라서 너무나 당연히 인력 배치가 안돼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갑작스럽게 거기로 사람이 몰리고, 그리고 사실 리허설하면서 다른 인력들은 포스터도 붙이고 할 것들이 많았는데, 그 부분을 처음에 통제를 못해서, 그 때부터 사실 민원이 들어왔던 거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일단 1차적으로 힘들었어요.
그 다음에 두번째로 힘들었던 건, 사실상 저랑 흥가랑 최최랑은 어디서 누굴 일을 시켜본 사람들이 아닌 거예요.
터울 : 그냥 자기들이 일을 했지, (웃음)
Ed Kim : 그냥 우리가 일을 했던 사람들인 거지, 사실 작은 규모의 행사에서는 그냥 내가 가서 일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 상황이었는데, 사실상 올해 야간개장에서는 이 세명이 누구를 시켰어야 했던 건데, 사전에 그걸 스탭들에게 제대로 주지시킬 시간이 일단 없었고, 그리고 나서 현장에서도 막상 결국 찾게 되는 게 흥가 아니면 저이다 보니까 저희가 현장으로 계속 나가야 되는 상황인데, 익선동이 알다시피 여기저기에 매장이 있으니까, 여기저기를 다 커버치려다보니까 너무 힘들고, 저희 스스로가 통제가 안되는 거예요.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좀 컸던 것 같아요, 저는.
최최 : 그렇죠, 이런 규모의 행사는 처음이라고 봐야 겠죠.
터울 : 사람들이 궁금해하더라고요. 대체 이 야외무대라는 기획을 누가 먼저 꺼낸 거냐, (웃음) 그런데 기획단에 있던 나도 사실 기억이 잘 안나는 거죠.
Ed Kim : 그건 글로우 서울에서 먼저 얘기를 했습니다. (일동 웃음)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흥가 : 글로우 서울의 제안이었어요.
Ed Kim : 저희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더섬머든 어디든 실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글로우 서울의 강력한 주장과, (웃음) 민가가 없으니 민원이 들어올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터울 : 그런데 있었던 거죠.
Ed Kim : 네, 있었던 거죠.
흥가 : 그것과 관련된 소감은, 행사 진행하면서도 보안에 대한 걱정이 진짜 많았거든요. 모임이란 플랫폼을 만들고도, 사람들이 활동들을 오픈하고 외부인의 접근을 쉽게 만드는 것에 대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거부감이나 경계심이 아직도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참가팀들이 얼굴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무대였고, 사진 촬영 등에 대해서 리스크나 두려움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었고, 공연 전에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스트레스는 좀 컸던 요소였던 것 같아요.
최최 : 관객들이 예측이 안되니까요.
흥가 : 그런데도 참가 결정을 내려준 팀들에게 우선 고마웠고, 큰 탈 없이 무대를 마칠 수 있어서 좋긴 좋았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관객들이 게이였지만, 다른 일반인 관객분들도 주변에서 드랙퀸 무대도 즐기고, 댄스팀에 호응할 때 같이 해주시기도 하고, 이런 헤테로 관객들을 보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던 것 같아요. 이게 하다보니까 숨어있지 않고 좀 커뮤니티 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이런 과감한 결정들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들었는데, 좀 이런 기획 안에서 참가하는 사람들 누구도 피해보지 않고 다치지 않고 최대한 이걸 자연스럽게 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겠구나-란 생각을 정말 다시 한번 뼈저리게 했던 경험이었어요. (웃음)
최최 : 저는 행사를 하면서 스스로 의미부여를 한 건, 지금 서울퀴퍼도 펜스 없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논의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뭔가 그런 하나의 실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혼자 한 거예요. 물론 그만한 논의를 발전시킬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혼자 상상은 해볼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걱정했던 보안 이슈나 야외 무대를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긴 했지만, 이게 과연 당일이나 그 이후에 이 시도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그 맥락에서 되게 궁금했어요. 지금도 궁금하고. 그냥 거기서 지나면서 본 풍경은 아까 흥가가 얘기했지만, 리허설 때부터 관심있었던 일반인들도 즐겁게 즐기는 모습을 봤고, 다른 프로그램 부스에서도 제가 보기에는 커플끼리 드랙 체험도 하고, 되게 즐기는 모습들이 보이니까, 뭔가 좋았어요.
터울 : 드랙하우스 같은 경우에는 일반들이 더 많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최최 : 네, 그래서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왔어서, 뭔가 해볼 만한... 아니다. (일동 웃음)
터울 :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야. (웃음)
Ed Kim : 위험한 발언이었어. (웃음)
최최 : (웃음) 저는 펜스 없는 퀴어문화축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어쨌든 그런 모습을 제가 보니까, 이런 식으로도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은 드는 거죠.
Ed Kim : 그런데 진짜 아쉬운 건, 우리가 전반적으로 모든 행사장에 사진을 금지시켰잖아요. 그래서 사실상 저희 기획단 내부의 기록물들 외에, 여기에 와서 이 행사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란 것도 중요한 것 같은데, 그걸 나중에 우리가 봤을 때 우리가 갖는 뿌듯함 같은 것도 있을 텐데, 그걸 금지시켰다보니까 그런 부분을 확인하기가 힘든 것, 그런 게 조금 저는 안타까운 느낌도 있었는데, 어쩔 수 없었기도 했었죠. 공연 행사같은 경우에도 일단 일반들이 찍는 건 무조건 금지시켰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이들은 찍어도 된다고는 얘기 안했거든요. 게이들도 똑같이 동일하게 촬영은 안됩니다-란 원칙으로 진행했다보니까, 사실상 행사 후에 남는 기록물이 기획단 내부의 기록 말고는 사실상 찾기가 힘들다는 점, 그게 좀 아쉬운 것 같아요.
터울 : 서울퀴어문화축제도 사실은 프레스 명찰을 찬 사람이면 누구든 사진을 찍게끔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린 거니까, 그런 맥락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건 한 사람이 애를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일반들의 참여를 막지 않았고, 그리고 그걸 전제로 해서 공연 섭외가 됐고,
흥가 : 맞아요. 그게 감사한 거죠.
터울 : 그리고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꽤 모였고, 행사 자체가 되게 흥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 익선동 야간개장, 2019.5.18.
최최 : 섭외 부분이 놀라웠죠. 이런 상황에서 참여를 결정해주신 출연자들이 진짜 고마운데, 오픈마이크 무대만 해도 올해는 되게 새로 보는 얼굴들이 많았어요. 그 전보다 어떻게 보면 더 부담되는 무대였을 수 있는데, 참여팀들의 면면이 그 전에 행사하면서 만나보지 못했던 분들이 많아서, 그게 좋았어요.
흥가 : 사실상 얼굴 까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거겠죠.
터울 : 맞아요, 엄청 신기한 일이에요.
최최 : 예전엔 섭외하기가 되게 힘들었는데, 이번엔 신청 마감도 빨리 됐고, 또 준비도 잘 해주셨고.
흥가 : 형이 작년에 그런 얘길 했잖아요. 기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얼굴을 까고 안까고가 나뉘는데, 진짜 참,
Ed Kim : 그런데 막상 공연을 보러 온, 지나가다가 보는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이게 퀴어와 관련된 행사인지 뭔지에 대해 이해하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드러내놓은 정보라고 해봤자 그리 많지는 않았으니까요. 무지개 깃발 정도를 제외하면.
최최 : 포토월에서 사진 많이 찍어가더라고요. 무슨 행사냐고 물어봐서,
흥가 : 야간개장이에요~ 그러니까 장사 잘되니까 늦게까지 영업하나보다~ (일동 웃음)
최최 : 맞아, 그런 식으로 반응하고.
터울 : 그게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적을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의미로 중요할 수도 있는, 어떤 전략의 일종일 수도 있고,
흥가 : 맞아요, 전략일 수도 있죠.
Ed Kim : 진짜 그걸 눈치챈 사람들은, 와서 먼저 물어보더라고요. 이 행사가 지금 프라이드의 느낌이 나는데, 혹시 그런 것과 관련된 거냐고.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들한테는 그렇다고 안내를 하고, (웃음) 그런 것 없이 그냥 정말 나는 아무 것도 몰라요-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도 많이 물어봐요. 이 행사가 무슨 행사고, "이거 뭐예요? 어떻게 해야 돼요?"
최최 : "입장권 어디서 사요?"
Ed Kim : 거기에 흥가가 대답한 게 너무 난 기억에 남아요. "사전신청한 사람들만 오실 수 있는 행사예요." (일동 웃음)
최최 : 야외무대인데. (일동 웃음)
Ed Kim : "그럼 신청은 어디서 해요?" "아 이미 끝났습니다." (일동 웃음)
터울 : 게이바 앞에 의미없이 붙어있는 "Only Membership"이랑 비슷한 거잖아요. (웃음)
최최 : 너무 뻔뻔하게, (웃음)
터울 :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구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듯이, 사실 그런 궁여지책같은 대응을 하게 되는 것도 어쨌든 현실인 거니까요.
Ed Kim : 그리고 정작 매번 느끼는 거지만, 행사를 못 즐긴다는 게 아쉬워요. 나중에 터울형이 남겨주신 사진 살펴보면서 행사가 이랬다는 걸 보잖아요. 사진 속에서 보는 참가하는 사람, 행사에 오신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즐거워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행사가 그래도 즐겁게 끝났구나-라는 생각은 드는데, 정작 나는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고.
터울 : 그렇죠, 그건 뭐 판 까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는 고충들 중의 하나니까요. 게다가 공연 기획이 아니라 행사 기획이다보니, 퀴어문화축제를 하면서 조직위가 갈려나가는 거랑 비슷한 걸 경험하셨던 셈이죠.
▲ 익선동 야간개장 포토월, 2019.5.18.
25. 글로우 서울(GLOW SEOUL) 직원들과의 협업
터울 : 실무 얘기를 조금만 더 하면, 글로우 서울 직원분들도 그날 고생을 되게 많이 하셨잖아요, 아무리 돈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그에 대한 소회가 궁금해요. 인생에 남았던 직원분이라든지, 소통은 원활했는지,
Ed Kim : 아무래도 기획단 내부의 치고군이 가장 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쵸비형이 이런 걸 한다고 했을 때, 글로우 서울 과장급 매니저들을 초반에 세팅하는 단계에서 그 일을 도맡아서 하게 된 게 치고였고, 그게 자의인지 타의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중간에서 너무 고생을 한 게 저희의 요청사항을 모두 다 들어야 했고, 또 글로우 대표님과 그외 다른 직원들의 모든 요청사항을 그 친구가 다 받아서, 이 둘을 다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까, 거기다가 이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글로우 서울 회사 자체의 일도 요즘 많을 텐데, 이런 일을 동시에 처리해 나가는 게 되게 안쓰러워보였어요.
흥가 : 그런 좋은 실무자가 있으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확 줄어드는 것 같아요.
최최 : 되게 또 씩씩하게 일을 잘 해줬어요. 저희랑은 오픈마이크 하면서 면이 있기도 했는데, 그게 또 이렇게 이어지나 싶기도 했고.
터울 : 오픈마이크 때 어떤 인연이 있었어요?
최최 : 참가자였어요.
Ed Kim : 옛날에 오픈마이크 때 걸그룹 커버 댄스팀으로 참가해 주셨어요.
흥가 : 각 매장에서 시작하고 정리하고, 또 그날 나중엔 비까지 왔잖아요. 그래서 글로우 스탭 분들이 누구보다 사실 고생하셨고, 야외무대할 때 저희가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중간에 글로우 스탭분들이 오셔서 지원해주셨는데, 그분들도 너무 고생 많이 하셨어요, 진짜. 야외무대 앞쪽에 붙었던 스탭분들이.
터울 : 그러니까 난 그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같이 거기에서 행인들 길 터주고, 사진 찍지 말라고 하고, 이런 것들을 모임 측 인원과 함께 글로우 서울 직원들이 같이 커버했었던.
Ed Kim : 사실상 안한다고, 자기는 놀 거라고 했던 글로우 서울 과장급 직원들이 그날 총동원됐어요. 그래도 그것도 되게 고마웠죠.
최최 : 비맞으면서 쓰레기 정리하시는 걸 보는데 마음이 조금,
▲ 오픈마이크 14, 2019.5.18.
26. 제14회 오픈마이크 진행
터울 : 야간개장 얘기 때부터 여기 새로 와계신 우디우디님도 당일 행사에 참여하셨는데,
Ed Kim : 네, 올해 야간개장 오픈마이크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원래는 이번 공연에는 노래팀 없이 댄스팀, 드랙팀 위주로만 가려고 기획했던 거였는데, 그 과정에서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요청도 많다보니 이걸 어떻게 풀까 고민하던 찰나였어요. 그럼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오픈마이크란 포맷으로 참가자를 모집해서 별도의 공연 기획을 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오픈마이크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 때 마침 기획단 서포터즈의 공개모집에 유일하게 지원했던, (웃음)
최최 : 공개모집의 다른 분야, 예를 들면 셀러에는 많이 지원해주셨는데,
Ed Kim : 네, 그런데 기획단으로 신청했던 친구는 우디우디가 유일했어요. 예전부터 사실은 저희 오픈마이크 행사 기획하는 팀으로 본인도 같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많이 내비쳤었는데, 그동안 저희 모임이 오픈마이크 행사를 한동안 쉬고 있다보니까, 사실상 뭔가 같이 할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렇게 또 지원해서 고생을 좀 해준 것 같아요.
터울 : 어떠셨어요, 참가하시면서?
우디우디 : 저같은 경우는 원래 게이 댄스 그룹 모그(MOG)란 곳에서 팀원으로 있었고, 거기서 지내면서 작년 익선동 야간개장 때 댄스팀으로 참여했었고, HIV/AIDS 후원파티인 레드 파티에도 참여한 적 있고, 다른 보컬 그룹들의 콜라보나 찬조공연도 했었고, 저희만의 단독공연을 진행하면서 모임이란 플랫폼을 알게 됐던 사람이에요. 팀내에서 그 플랫폼 관련 담당이 저였거든요.
Ed Kim : 예매를 저희 쪽에서 진행했었어요.
우디우디 : 네, 그걸 담당하면서 되게 모임이란 플랫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매력있는 단체라고 느껴서, 공연이 끝나고 나면 나도 여기에 뭔가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제 꿈이 약간 퀴어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최최 : 이번에 꿈을 이뤘네. (웃음)
우디우디 : 그러다가 동아리 활동을 잠시 쉬고 이쪽으로 좀더 욕심을 내고 있던 찰나에, 이런 기획단 모집을 알게 돼서 바로 다시 연락을 해서, 되게 관심을 많이 가졌었어요. 그렇게 해서 이제 간단히 면접을 보고, 기획단에 들어오게 됐는데, 생각보다 큰 일을 저한테 주시는 거예요.
최최 : 만나자마자. (웃음)
우디우디 : 저는 되게 자잘한 일을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저한테 대뜸 행사장 하나를 책임져야 한다, (일동 웃음)
흥가 : 대안이 없었어. (웃음) 사람이 없어가지고,
Ed Kim :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갑자기, (웃음)
최최 : "네가 아니면 이거 못하게 돼," 이 정도로, (웃음)
우디우디 : 그렇게 얘기하시니까, 사실상 이게 되게 가볍게 흘리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걸 내가 안하면 이 행사에서 이 한 부스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게다가 오픈마이크라고 하면 다양한 팀들이 와서 같이 진행하면서 재밌게 노는 그런 이야기를 펼치는 공간인데, 저 하나 때문에 그게 안된다는 게 너무 아쉬운 거예요. 그래서 일단은 하겠다, 그러니까 여태까지의 오픈마이크 이력이랑 이런 거 다 전달해달라, 거기에 맞춰서 제가 기획을 짜보고 피드백을 진행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책임진다는 게 생각보다, 저는 쉬울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원래 관심도 있었고, 그 전에 동아리 활동도 했었고, 공연 기획도 해봤으니까. 그런데 그거랑 행사 기획은 또 다르더라고요. 실제로 현장에서, 그 현장에 가기 전까지는 긴장을 별로 안하고 되게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전 되게 완벽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현장에 딱 들어가니까, 생판 처음 보는 스탭들한테 뭘 시켜야 되고, (웃음) 매장에서 이러이러한 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변동된 상황이 되게 달랐고, 글로우 서울 스탭들과 협업하는 것, 모임 스탭들 운영하는 것, 팀 운영하는 것, 음향, 조명, 관객, 이런 걸 다 책임져야 되는 사람이 된 채로 진행하다보니까 되게 부담되고 긴장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래도 맨 마지막에 끝나고 나서 스탭들한테 이렇게 얘기했거든요. 이거 너무 재밌었다고. 이거 진행하면서 한 두달 했나요? 두달동안 매주 회의하고 기획하고 하면서, 그러면서 밤에 매일 늦게 가고 이런 것에 대해 지치기도 하고 그 다음날 힘들기도 하고 했는데, 그게 다 사라지더라고요. 아 이거 너무 재밌다, 나 다음에 또 해야겠다,
Ed Kim : 초심자의 마음이라, (웃음)
터울 : 자기 10년 전의 마음이잖아. (웃음)
최최 : "다음에 또 하겠다" 꼭 살려주세요. (웃음)
흥가 : 결국 답은 '발굴', (웃음)
Ed Kim : 새로운 인력을 발굴하고 그 인력에게 우리의 일을 물려주는 것,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디우디 : 저는 아직도 관심이 많아요. 이제 앞으로 형들이 계속 농담삼아서 오픈마이크를 저보고 운영하라고 하는데, 저는 할 거예요. (웃음) 바로 다음 회부터 지금 막 컨셉 생각하고 있고.
터울 : 멋있네요.
우디우디 : 아무튼 저는 작년엔 공연팀, 이번엔 기획단 하면서 되게 야간개장에 대해 애정이 많았고,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정말 재밌었어요.
▲ 익선동 야간개장 큐토박스 부스, 2019.5.18.
27. 젠더감수성을 해치지 않는 퀴어스러움의 화두
터울 : 너무 분위기가 아름답게 흘러가기 때문에 또 약간 긴장감 있는 질문을 할까 하는데, (웃음) 올해에도 보갈논쟁은 아니더라도, 기획 단계에서 젠더감수성이나 기타 이유로 문제가 되어서 기획단의 총의에 따라 제한을 걸었던 몇 가지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유명인 관련 굿즈라든지,
Ed Kim : 그리고 제작한 홍보 영상물도 결국은 내보내지 못한 것,
터울 : 그게 이제 이명희씨의 폭언을 패러디한 영상이었는데, 그게 게이커뮤니티 내에서 웃고 떠들던 컨텐츠 중의 하나였지만 그걸 일반인이 포함되는 행사 홍보용으로 풀기에는 너무 많은 맥락들이 존재한다는 지적들도 있었던 것 같고, 헤테로 포르노그래피에서 유래해 익숙해졌던 유행어도 홍보 웹자보에서 나중에 발견돼서 내리기도 했었죠. 그게 어찌보면 하나의 시행착오라는 생각도 들고, 더 큰 행사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흥가 : 어떻게 보면 올해는 내부 검열이 잘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최최 : 더 오해를 만들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좋았고,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터울 : 어쨌든 그러면서도 퀴어 섹스토이를 다루는 큐토박스가 있었고, HIV/AIDS 문제를 빼놓지 않고 다루었던 것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젠더감수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퀴어스러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이 행사 자체가.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경험으로 남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 익선동 야간개장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부스, 2019.5.18.
28. 익선동 야간개장 기획의 의의
터울 : 그래서 익선동 야간개장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간략하게 정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d Kim : 일단 올해 이걸 진행하게 된 건, 전에도 한번 우스개소리로 얘기했지만, 작년에 그렇게 고생을 해서 야간개장이란 행사를 진행했고, 이 행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었는데, 두 번째 하는 이 야간개장 행사에서, 내가 기껏 1회 때 고생했는데 2회 때 내가 이걸 진행하지 않아서 빠지고 남들이 이 공을 가로채간다니, (일동 웃음) 그것에 대한 질투감이 의외로 생기더라고요.
터울 : 그렇죠. (웃음)
최최 : 망쳐도 내 손으로 망친다, (웃음)
Ed Kim : 최소 두번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저는 그렇게 진행을 해서, 정작 사실 그렇게 즐기진 못했지만 이 행사를 통해서 즐거웠던 사람들을 확인하는 순간이 그래도 희열이 생겨서,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최 : 저는 꼭 이번 경험만을 두고 얘기하는 건 아니고,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긴 한데, 저도 퀴어커뮤니티를 경험하다보니, 훨씬 더 지금보다 접근하기 쉽고 많고 다양한 놀판이 있어야겠다는 확신이 서는 거예요. 지금은 그럴 자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는 이번 참여가 되게 좋았고, 그런데 이제 익선동 야간개장이든 뮤직세이든 오픈마이크든 저희가 만들어가는 사례가 절대적으로 완성형은 아닌 거잖아요. 이런 사례들을 만들어 나가는 게, 여기에 꼭 완벽하게 공감이 되거나 같은 형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게 누군가에게는 자극이 돼서 새로운 주체들이 나오고, 재미있는 놀판들을 만들어가는 걸 이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됐다는 게, 제가 이 행사를 통해 얻은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흥가 : 저도 약간 퀴어문화축제 말고도, 광장에서 벗어나서 일상의 공간에서 좀 다양한 맥락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했었는데, 마침 또 글로우 서울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고, 오픈마이크를 진행하면서 팀웍이나 저희 네트워크의 자원을 활용해서 이런 큰 행사를 치러냈다는 게 보람있었고요. 과거의 종로3가의 이미지가 불특정 다수의 어떤 익명의 공간이었다면, 이런 행사를 통해서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가시화되는 게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돼요. 단순히 과거의 종로 역사를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숨어있었고 지워졌던 존재들이 얼굴을 까고 거리에 나와서 집단적으로 일종의 커밍아웃을 하는 경험만으로도 행사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모임이 하고 싶은 운동의 형태도 이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최최 : 야, 대표님 답다. (웃음)
터울 : 생각보다 되게 큰 의의를 말씀해주셨네요. (웃음) 우디우디님도 한 말씀 해주시죠.
우디우디 : 사실 전 이쪽 익선동? 종로의 역사를 깊이 아는 건 아니지만, 작년에 그냥 마음이 좀 끓었어요. 왜냐하면 여기는 우리 자리인 것 같고, 여기에서 유일하게 그날 밤만은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모토가 되게 와닿았었어요. 계속 이렇게 쫓겨나는 느낌이라서, 그 때 상황도 그랬었고. 그래서 팀 참여도 했던 거고.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건, 작년엔 판 자체가 그 때 상황에 맞춰서 했을 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다양하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1년 사이에 게이, 게이들 뿐만 아니라 퀴어에 대한 문화컨텐츠들이 많이 활성화되었고, 확실히 작년에 비해 올해 컨텐츠에 대한 다양화가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 행사를 계기로 점점 게이와 퀴어 쪽에서 다양한 문화컨텐츠들이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터울 :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익선동 야간개장, 2019.5.18.
29. 게이커뮤니티라는 상상
터울 :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의 게이커뮤니티에 주목되는 일들 중의 하나를 꼽자면, 비단 인권단체가 아니더라도 커뮤니티를 위해서 별다른 금전적 댓가 없이도 자신의 노동력을 아낌없이 내놓는 사람과 그룹들이 적지 않은 규모로, 그것도 심지어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 같아요. 왜 이 때 이런 움직임들이 많이 생겨난 건지는 궁금하기도 하고, 스스로도 잘 모르겠기도 하고, 먼 훗날의 역사가들이 분석해서 알려주겠죠. 그런데 어쨌든 이런 활동들의 동인과 힘의 원천을 인터뷰 중간에 계속 여쭤봤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게 실제로 궁금했으니까요.
그래서 그에 대해 중간중간에 해주신 답을 정리해자면, 커뮤니티에 대한 보람도 있고, 실제로 나는 나를 내세우는 것보다 판을 까는 게 더 좋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고, 퀴어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의식을 가지고 그것에 보람과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고 쭉 말씀해주셨는데요. 이 이야기들의 근저에 있는 것이 게이커뮤니티인 것 같아요. 친구사이도 마찬가지로 게이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고, 그렇기 때문에 종로에 사무실이 있는 거거든요. 이런 실무 능력으로 게이커뮤니티가 아니라 그냥 일반 회사나 공연기획팀에 가더라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 모여서, 어떤 의미에서는 굳이 게이커뮤니티가 중요해서, 뭔가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의 기반을 확장하려는 행사를 기획하는 활동들이 인상적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각자에게 게이커뮤니티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한 말씀씩 여쭤보고 싶어요. 내가 처한 곳이자, 내가 행사를 하는 어떤 대상이자, 혹은 주체로서.
흥가 : 정리가 잘 안되네요. (웃음)
터울 : 정리가 사실 불가능한 질문이죠.
최최 : 저는, 제가 외로움을 타는 것에 비해서 사람에게 접근하는 게 굉장히 서툰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앞에서도 되게 많이 얘기했지만. 그래서 게이커뮤니티가 좀더 다양해지고 많아지고 문턱이 낮아지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하는 이유는, 저와 같이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을 거거든요. 그게 경험이 없어서건 저처럼 성격적인 요인이건 그런 많은 친구들이 있을 텐데, 이 친구들이 어떤 사람이건 본인에게 맞는 커뮤니티의 경험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뭔가 수줍음이 많은 친구들도, 너무 혼자서 세상의 모든 짐을 안고 살면 힘들잖아요 사실은. 혼자서 이 삶의 무게를 온전히 지고 간다는 게 누가 쉽겠어요.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 만한, 그만큼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는 게 그런 의미에서 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그런 친구들이 소외받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많이 하고 있어서, 그런 의미에서 제가 역할을 작게나마 하고 있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흥가 : 저는 커뮤니티보다는 사실, 개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웃음) 개인이 더 건강해야 커뮤니티도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정말 단순히 제가 즐겁고, 이런 일들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판을 벌리는 게 사실 재밌어서 그런 거거든요. 그냥 각자 다양하게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오히려 드러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터울 : 말씀하신 아주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활동도 실은 커뮤니티적인 함의를 갖는다는 게 이 판의 굉장히 독특한 당사자 운동성인 것 같거든요.
Ed Kim : 저는 일단 계속 이런 걸 하려고 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도, 이쪽 커뮤니티에 나오기 직전까지의 활동들, 일반 사회에서 했던 고등학교 내에서의 활동이라든지 대학교 내에서의 활동이라든지, 물론 즐거웠지만, 뭔가 완전히 제가 소속됐다는 느낌을 온전히 갖기는 사실 힘들잖아요. 왜냐하면 나를 숨기고 살아야 되니까. 그런데 같은 활동을, 내가 너무나 즐거워하고 좋아했던 활동인데 그걸 커뮤니티 안에서 좀더 편하게 풀어갈 수 있고, 분명히 대다수의 게이들은 학창시절이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거죠. 적어도 여기에 나와서 그 당시에 쉽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서로 편한 게이들, 퀴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걸 같이 만들어나가는 게 너무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무언가는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 오픈마이크 14, 2019.5.18
30. 모임의 향후 계획
터울 : 마지막 질문입니다. 모임의 향후 계획과, 각자의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요.
흥가 : 온라인 퀴어문화 플랫폼 모임, (일동 웃음)
Ed Kim : 그런데 약간 그런 걸 좀더 설명해야 하지 않아? 네가 어쩌다 이 사업까지 하게 됐는지에 대한.
흥가 : 사실 이야기를 하면서 이어져오는 거고, 모임을 시작했던 계기는 친구들과의 활동을 뭔가 좀더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싶어서 사업화를 하게 됐고, 온라인 퀴어문화 플랫폼 모임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동력이 별로 없어서 진척이 별로 없습니다. (웃음) 현재는 우선 사람들을 최대한 온라인으로 모아보려고 데이팅 어플을 개발하고 있는데, 일단 커뮤니티 내에서 제 스스로를 자영업자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소규모 자본으로 할 수 있는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려고 하는 중이고요. 6월 즈음에 아마 어플을 출시할 것 같은데, 1:1 만남의 매칭을 좀더 고도화하는 컨셉으로 어플을 출시할 예정이고, 이 어플이 좀 잘 돼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기존에 원래 하고 싶었던 커뮤니티, 플랫폼 모임이랑 좀 연계해서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좀 이래저래 일을 많이 벌일 계획입니다.
최최 : 저는 활동계획이라고 하면 거창하긴 한데, 개인의 성장을 좀 집중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성장이라고 하면 제가 올해는 뮤직세이란 모임을 쉬고 있는데, 그 전에는 노래를 하는 것에 대한 성장이었다면, 지금은 이런 문화기획을 하고 판을 짜는 일을 그간 계속 해왔지만, 그 안에서의 저의 포지셔닝에 대해서 요즘 고민이 많이 들어서, 내가 뭘 더 잘 할 수 있을까 좀더 생각해보고 그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에 앞서서는, 오늘 계속 얘기 나눴던 거지만, 나는 이걸 왜 하는가, 제 스스로의 동기가 지금 명확한가, 명확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면 그건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이걸 좀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익선동 야간개장을 하면서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이런 사례들이 계기가 돼서 좀 이런 퀴어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러려면 제가 하는 활동들에 대해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지금도 설명은 하지만, 뭔가 좀 힘든 부분이 있어요. 제 스스로 정리가 좀 안된 부분이 있다고 느껴져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같이 했던 친구들과도 좀더 얘기를 많이 나누고 싶고, 그 전에 했던 일련의 과정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d Kim : 글쎄요. 올해는 어떻게 돌아갈 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제가 무대를 서는 건 아니지만 저희가 열심히 도와줄 예정인 뮤직세이의 10주년 공연, 그게 올해 11월 정도로 계획하고 있는데요. 뮤직세이 10주년 공연을 저희 말고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연습하면서 준비하고 있고, 저희는 운영면에서 도울 예정이에요. 장난스럽게 얘기하긴 했지만 저희가 오픈마이크란 포맷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사실상 저희가 너무 지쳐있는 상황이기도 해서, 이 부분을 감사하게도 작년에 뮤직세이에 합류하게 된 디지조라는 친구와, 익선동 야간개장 기획단으로 인연을 맺게 된 우디우디가, (웃음) 본인들이 이걸 계속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물려주는 작업을 올해 좀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최최 : 오늘은 우디우디만 왔지만, 그 전에 뮤직세이를 하면서 만난 후배들 중에도 저희가 해왔던 활동들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러면 이런 것들을 같이 알려주면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할 것 같아요.
Ed Kim : 그런데 진짜 너무 신기했던 게, 뮤직세이 신입들이 올해 야간개장 스탭일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사실상 다른 동아리에서는 이런 일을 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 우리 뮤직세이에 들어와서 얘들이 이걸 하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나고 나서 하는 얘기가, 끝나고 숙소에 와서 같이 얘기를 하는데, 너무 가족같다고, 뭔가 들어오지 얼마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렇게 다같이 일하고 이렇게 끝나고 뒷풀이하고 이야기나누는 모습이 가족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 얘기를 들으니까 그 날 힘들었던 게 확 내려가더라고요. 그래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저희는 계속 이러지 않을까 싶어요.
최최 : 그런 새로운 얼굴들을 올해 많이 발견한 게 너무 좋아요.
터울 : 모든 단체에서의 핵심 화두가 인적 재생산인데, 성공하신 것 같아요. 그게 너무 다행이고, 그만큼 일을 허투루 해오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냥 있는 판 위에서 마치 그 판의 소비자처럼 접근해서 뭔가 그렇게 지내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 판을 실제로 깔고 그에 따른 노동을 감수하고, 그 판을 까는 사람들에게 그 일에 대한 의미를 서로 인정하고 축하해주는 그런 커뮤니티는 정말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이 인터뷰가 여러분들에게 그런 각자 해온 활동들을 되짚고, 서로서로 수고했다는 의미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해왔던 활동들에 대한 경탄 반, 그리고 그런 것들을 한번 같이 되짚고 싶었던 마음 반으로 이 인터뷰가 기획된 것이기도 하니까요.
흥가 : 그런데 우리만 너무 생색낸 것 같아. (웃음)
Ed Kim : 형이 우리 생색내라고 판 짜준 거니까.
최최 : 많이 내도 돼. (웃음)
Ed Kim : 언제 우리가 이렇게 생색내겠어. (웃음)
터울 :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Ed Kim : 고생하셨어요, 진짜.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