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성소수자들의 존엄한 삶을 위한 변화의 첫 걸음은 이제 시작이다
박근혜 탄핵 인용을 환영하며
지난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존엄과 권리를 빼앗긴 채, 정권과 자본을 등에 업고 득세하는 혐오선동세력들의 혐오와 차별의 현장들을 목도하며 치욕적인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일 년에 한번 뿐인 퀴어 퍼레이드의 행렬이 막혔고, 여성가족부의 후퇴한 성평등 정책에 의해 지자체의 성평등 조례에서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삭제되었으며 HIV 감염인들은 형언할 수 없는 혐오와 차별을 겪으며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상황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혐오를 선동하는 보수교계에 힘을 실어주며 자신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말하고 권리를 요구하며 저항하는 성소수자들에게는 부정과 배제로 일관했다. 박근혜 집권 아래 후퇴된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처참한 현실들을 돌이켜본다면 성소수자들이 오늘 헌재의 박근혜 탄핵 판결에 환영하며 이후 박근혜 구속을 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서 성소수자를 삭제하고 배제하였다. 애초에 시민사회와 일선 교사들의 폐기요구와 국제사회의 우려 섞인 권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야기하며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으로 점철된 성교육 표준안을 내어놓았다. 또 주민참여 예산제를 통해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서울시의회의 예산통과가 된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공간 마련 사업은 주민들의 의견은 묵살 당한 채 지자체장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불용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바로 보수계신교 혐오선동세력들의 압력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다양성과 평등의 가치와 함께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하는 관용적인 삶의 방식을 채 배우기도 전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서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언론과 미디어는 어떤가? 공영방송의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성소수자 활동가들을 더러운 좌파라 칭하며 모욕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고 방심위는 동성 간의 키스신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고리짝 같은 논리로 드라마에 징계를 내렸다. 또 공정성과 윤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미달의 언론들이 성소수자들을 향한 편견과 차별적 시선이 가득한 기사들을 써내려가고 있으며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버젓이 포털사이트에 게재되고 있다.
동등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사용 할 수 있는 공공시설의 대관 승인을 성소수자 단체라는 이유만으로 불허했으며 이에 반해 혐오선동세력들은 국회 내에서 인권침해적인 탈동성애 행사를 수차례 진행했다. 비단 공공시설뿐인가 정치인들 역시 때가 되면 보수개신교계를 찾아가 검증되지 않은 표심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번번이 국민의 이름에서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지웠다. 각 지자체의 인권조례들과 서울시민인권헌장은 무산되었다. 이처럼 누구보다도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정치인들이 민원을 빙자한 혐오가 가득한 반동성애세력들의 공격에 굴복하고 저울질 하며 성소수자들을 또 한 번 사지로 내몰았다.
국방부는 군기강과 전투력 저하시킨다는 검증되지 않은 동성애 혐오적인 주장을 하며 동성애자 병사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 6을 유지하고 있고, 헌재도 역시 혐오와 편견으로 점철된 국방부의 논리에 손을 들어주었다. 병무청은 MTF 트랜스젠더들에게는 병역면제 판정을 위해서 고환적출수술이라는 인권침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병역기피자로 고발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가 성소수자들을 잠재적 성추행범, 병역기피대상자로 보는 등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거두지 않음으로서 사회적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공고히 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렇게 처참한 상황들을 속에서 국민의 인권 보호를 전담하는 독립적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인권관련 업적이 미미하고 반동성애 입장을 고수하며 차별금지법의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보수교계의 반인권적인 인사들을 발탁하며 두 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는 등 그 위상을 스스로 낮추었다.
이처럼 박근혜 정권 아래서 성소수자들은 삶도 사랑도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일상이 위협으로 얼룩진 그 어느 때 보다도 엄혹한 시절을 보냈다. 성소수자 인권의 후퇴는 민주주의의 후퇴와 결코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겨울 광장에 모인 촛불들 속에서 박근혜 탄핵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간절한 염원과 함께 더 이상 우리에게 돌아갈 길은 없음을 실감했다.
더 이상 이 사회의 다양성과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고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흔들려는 혐오선동세력들에게 밀려나지 않겠다. 또한 우리의 존재를 저울질 하고, 협의의 대상으로 여기며 인권을 후퇴시키는 이들과도 분명히 선을 그을 것이다. 나의 존엄과 인권을 위임하지 않겠다. 그리고 더욱 더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이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연대하겠다.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외치며 새롭게 만들어 갈 대한민국의 진정한 민주주의는 멀고 높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 시대를 갈망하며 촛불로 광장에 모였던 다양한 이들의 변화를 요구하고 평등을 외치는 목소리와 연대의 투쟁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 땅의 성소수자들의 온전한 시민의 일원으로서 진정으로 존엄한 삶을 누리기 위한 변화의 첫 걸음은 오늘 바로 여기 내가 딛고 서 있는 이곳에서 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함께 가자.
2017년 3월 10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