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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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소수자 관련 웹툰 작가와의 만남 #4 <모두에게 완자가>의 완자
그녀가 모두에게 마지막 편지를 부친지도 약 한 달이 지났다. 지난 2012년 네이버 웹툰에 연재를 시작해 지난달까지 약 300회에 이르는 공감 일상툰을 통해 레즈비언의 연애와 일상 이야기를 소소하게 독자에게 전달한 그녀. 웹툰 <모두에게 완자가>의 이야기는 평범한 레즈비언의 일상 그 이상이었다. 그러던 지난 달, 갑작스런 연재 중단 소식은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연인이었던 야부와의 이별로 연재를 갑작스럽게 마치게 되어 독자들의 슬픔은 더욱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만난 3월의 어느 날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유난히 따뜻했던 날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인터뷰를 하기 전 쇼핑한 옷들이 가득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나타났다. 밝은 미소로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 동그란 얼굴과 작은 입술을 가진 그녀는 무엇보다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사람의 마음을 툭툭 치고 들어오는 매력이 있었다. 인터뷰 중 틈이 생길 때마다 테이블에 팔짱을 껴 올린채로 몸을 앞쪽으로 기울이며 내게 질문하곤 했다. ‘제 첫인상 어때요?’, ‘남자친구 있어요?’
알고 보니 또래 친구인 그녀. ‘만화로 세상을 바꿔보겠어!’라고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호기롭게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게 그녀 나이 20대 초반이었다. 본인의 닉네임인 ‘완자’의 뜻처럼 ‘완전 자기 멋대로’라며 수줍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사랑스러운 구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웹툰 <모두에게 완자가>의 작가 완자님을 만나보았다.
#1 “후회 없이 사랑하면 담담해지는 거 같아요.”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놀면서 백수로 지내고 있어요.(웃음)
- 못 다한 이야기도 많았을 것 같다.
홀가분해요. 사실 마지막 즈음에 연재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우선 이별을 겪으며 그것을 그대로 만화로 담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수위를 어떻게 해야 할까?’너무 슬프게, 너무 담담하게 그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헤어진 연인에 대한 것도 생각해야 되잖아요. 막상 연재를 끝내고 나서는 속 시원했어요. 어쨌든 마침표를 찍었고, 지금 연재를 마친지 지금 한 달쯤 지났는데 새 연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는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 이별로 연재를 마치게 되었다.
연재를 마쳐야 했어요. 일상이 비극적이었으니까요. 그 일상을 담을 수 있는 인간으로서 여력이 안됐어요. 아무래도 10년을 사귀었고, 이별을 했는데 제 입장만 있는 게 아니니까, ‘이랬다, 저랬다’구구절절 이야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끝내야 했어요. 끝나는 게 아쉬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야만 했고. 또 힘들었고, 아쉬움을 뒤로할 만큼 이야기를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 이별을 담담히 그렸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기도 했고.
이별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저희는 열성적으로 사랑했고, 자연스럽게 그 사랑이 사그라졌고, 자연스럽게 헤어진 거라 너무 슬프게 그릴 수는 없었어요. 제가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이 모두게에 최선일것 같았어요. 정말 후회 없이 사랑하면 담담해지는 거 같아요.
#2 “저는 일단 지르고 봐요.”
- 처음에 어떻게 웹툰을 그리게 되었나.
저는 커밍아웃도 하면서 제 일상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웹툰’이었어요. 네이버 <도전만화>에 올린 게 제 첫 그림이에요. 이전에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어요.
- 작가에게 웹툰이란 어떤 의미인가.
제가 웹툰을 선택한 이유는 ‘소통이 되는 매체’기 때문이에요. 독자들로부터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잖아요. 한편으론 독자들의 직접적인 평가가 늘 뒤따르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지만 다른 작가님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해요. 작가들끼리 같이 밥을 먹다가도 업데이트 시간이 되면 독자들의 반응이 어떤지 식사를 하다가도 멈추고 확인하곤 해요.
- 일상툰 작가의 감수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꾸준히 쓰는 편이에요. 혼자 시간 보내는 걸 좋아했어요. 만날 했던 게 제 책상 위에 이불을 늘어뜨려서 이불을 고정하고, 이불 밑으로 들어간 뒤, 그 안에서 밤이 될 때까지 혼자 들어가서 책상 벽면에 낙서를 빼곡하게 하곤 했어요.
- 10대 완자는 귀엽고 여성스럽지만 꿈과 의지가 강한 사랑스러운 소녀였을 거 같다.
10대 완자는 완전 사랑에 빠져있었어요. 아무것도 안보일 정도로 사랑에 빠져있었죠. 돌이켜보면 그 당시 선생님들도 저를 압박하고, 많은 친구들이 제게 등을 돌렸는데도 그게 저한테 그렇게 큰 상처가 되지 않았어요. 첫사랑이 강렬해서 그런 장애물들을 넘어왔어요. 말 그대로 사랑에 눈이 멀었었죠.
- <모두에게 완자가>를 접하는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한편으로 저는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이 많이 걱정돼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다 같이 커밍아웃을 조금씩 한다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하자’는 주의에요. 하지만 아직 어린 청소년 분들에게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청소년 분들이 저의 긍정적인 면을 잘 봐주시고, 앞으로의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인생도 성숙하게 준비하셨으면 좋겠어요.
-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상담 연락을 받기도 할 텐데.
저한테 조언을 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최대한 조언을 해드리고 싶지만 말이 아껴져요. 사람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래서 저는 위로는 정말 해드리고 싶지만 한마디 건네는 것도 조심스러워 해요. 더군다나 메일 한 통 답장하는데 한 시간씩 걸려요. 만약 하루에 다섯 통을 보낸다고 한다면 하루가 다 가는 셈이죠. 그런 쪽지나 메일들에 최대한 답장은 해드리지만, 24시간 답장을 해드릴 수 없어서 속상하기도 해요.
#3 “악플을 많이 받으면 상처가 되기도 해요”
- ‘레즈비언’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부담스럽죠. 많이 부담스러워요. 저를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으로 봐주었으면 해요. 일상툰 작가 중에 한 명으로.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아요. 레즈비언 이야기를 그렸을 때 굉장히 많은 감수를 해요. 가령 ‘내게 이렇게 특별한 일이 생겼어’라고 할 때, 누군가는 레즈비언들은 다 그런 줄 오해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소재들이 대폭 주는 것도 사실이에요.
- 웹툰이 독자들에게 공개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한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안 생기도록 완성된 웹툰의 내용을 여러 사람에게 컨펌을 받아요. 우선 그 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좋아’라는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이성애자 친구, 동성애자, 동성애자 친군데 오픈 안한 친구, 웹툰을 안 좋아하는 친구까지 컨펌을 받아요.
- 지나치게 주위 사람들을 신경 쓰다 보면 표현에 스스로 위축될 거 같다.
그래서 그 과정 안에서 약간의 싸움이 발생하기도 해요. 누군가 ‘이거 위험하지 않을까?’라고 했을 때 작가로서 ‘이 정도는 이야기도 못하면 난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어’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누군가 ‘자극이 될만한 단어를 빼자’라고 하면 머리를 맞대고 절충안을 찾아요. 어쩔 때는 제 생각을 밀어붙일 때도 있고, 하지만 대부분의 피드백은 수용하는 편이에요. 결국 그 친구들도 독자잖아요. 연재 초반에는 그런 피드백이 조금 부족해서 논란이 된 화들이 생겼죠. 실제로 논란이 되었던 화도 친구들이 괜찮다고 봐주었는데, 막상 저희가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거예요.
- 실제로 몇몇 에피소드는 논란이 되었다고 들었다.
제 입으로 설명해야 되나여? 으아~ 이거 잔인해요. 논란이 되었던 에피소드가 크게 3가지가 있어요.
*(편집자 주) ‘못 봐, 죽었어.’사건
-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엄마에게 ‘(할머니)못봐, 죽었어’라는 대사를 쓴 일.
제가 엄마한테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엄마를 묘사하는 화였는데, 제가 앞에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엄마에게 ‘(할머니)못봐, 죽었어.’라고 그린 게 난리가 났었죠. 그때 제가 사과문도 올리고 해명글을 올렸어요. 그때 상황을 이야기하자면 엄마랑 제가 김치를 담그고 있는데, 할머니의 잔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자 엄마랑 저랑 그해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한참을 같이 울다가 ‘우리 이제 할머니 못 본다. 돌아가셨다.’는 말을 제가 표현을 잘 못해서, 불효막심한 사람처럼 그렸어요. 엄마를 다독이려고 ‘우리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현실을 받아들여야 돼’라는 뉘앙스로 그리려고 했는데. 그때는 아직 표현력이 부족했죠. 제가 나중에 다시 보니까 말도 안 되고, 누구나 오해할만한 내용이었어요.
*(편집주 주) ‘티지넷 사건’
- 레즈비언의 커뮤니티 ‘티지넷’을 소개한 일.
제가 미처 그 부분을 고려를 못했어요. 웹툰에서 레즈비언 커뮤니티 ‘티지넷’을 언급하면서 ‘이쪽 커뮤니티가 있다.’, ‘가입을 하려면 절차가 까다롭다.’‘가입절차에 주민등록증을 찍어서 보내는 것도 있고, 목소리를 녹음해야 한다.’등 제가 너무 과하게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소개했다며 많은 분들의 질타를 받았죠. 또 그 상황에서 악플러 분들이 성소수자의 사회적 지위를 악용해서 ‘이 커뮤니티를 털어야겠다.’며 겁을 주었고, 실제로 털리진 않았으나 우려스러운 상황이 연출됐죠. 웹툰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어요. 제 웹툰이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언급한 자체가 인터넷을 나쁘게 즐기는 일부 사람들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았어요.
*(편집자 주) ‘동시 사건’
- 본인의 일기장에 쓰여 있던 이규경 작가님의 동시를 자기가 직접 쓴 줄 알고 웹툰에 인용했다.
어렸을 때 쓴 일기장에 쓴 동시를 제가 쓴 줄 알고 소개했던 사건이 있어요. 논란이 된 이후에 동시를 쓴 작가님께 직접 연락을 드려서 상황을 설명한 뒤, ‘웹툰에 실어도 되겠냐’고 여쭤봤더니 좋다고 해주셔서, 그 이후에 공식적으로 해명을 하고 허락을 맡고 올렸어요. 워낙 어렸을 때 일이라 사실 기억이 잘 안나서 제가 쓴 줄 알았죠. 어쩐지 너무 잘 썼더라고요.(웃음)
- 어찌됐든 독자들의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저는 커뮤니티 활동, SNS도 전혀 안 해서 처음에는 일부러 독자님들의 반응을 많이 찾아보았어요.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언급해주시지만, 사실 부정적인 반응도 굉장히 많았어요. 선플이 있는 만큼 악플이 있고,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들만큼 쓴 소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물론 있었죠. 때로는 저에게 비수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반응들을 많이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다행히도 저는 아주 유리멘탈은 아니지만, 악플을 많이 보다보면 상처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4 “마치 제 일기장을 다 같이 보는 기분이에요.”
- 이젠 웹툰 작가 ‘완자’로 사람들 앞에 자연스럽게 커밍아웃하는 상황에 놓일 텐데.
커밍아웃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어요. 아직까지는 동생들이 어리기 때문에 조금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정말로 다 오픈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현재 제 주위에 제가 레즈비언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전혀 없어요. 제 친구의 친구를 만나도 ‘나는 동성애자야’라고 쉽게 이야기해요. 왜냐면 저는 얽매이는 것이 많지 않아요. 다행이 부모님도 저를 이해해주시고, 현재 직장도 딱히 없으니까요. 제 주위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고 살아야죠. 착하게 살아야 될 거 같아요.(웃음)
-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제가 친구의 친구를 만났을 때, 저를 완자라고 밝히지 않고 웹툰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솔직한 반응을 봐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거나 큰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더라고요. ‘<모두에게 완자가>를 이성애자 친구들이 보니까 적어도 그 친구에게는 커밍아웃을 해도 될 거 같아.’라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아요. 누군가 커밍아웃하는데 제 웹툰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이성애자들과 동성애자들의 독자들의 반응의 차이가 있었나.
호모포비아들이 만약 저한테 ‘더럽다.’고 악플을 달면 사실 저에게 큰 상처가 아니에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싫으면 보지 말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성소수자 분들 중에서 ‘이런 거 왜 올리냐’, ‘왜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 ‘이야기 꺼내지마. 사람들 촉만 좋아져’라고 이야기하는걸 보면 무척 속이 상해요.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제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을 때 자신이 없어져요.
- 그럴 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 웹툰을 보고 대중들의 인식이 좋아져서 세상이 바뀌는 것 보다,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우리들이 3명씩에게만 커밍아웃을 하면 누구의 친구나 될 수 있잖아요. 내 편을 만드는 거죠. 만약 제가 살다가 규환의 누나를 만나도 동생이 게이니까 제게 조금은 반가운 느낌이 들 수 있잖아요. 내 편을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 웹툰에 ‘공감’하고 같이 슬퍼해주는 분들을 볼 때 드는 생각은 어떤가.
그게 정말 좋은 거 같아요. 독자들이 제 일상을 쭉 바라보았으니 간접적으로 저를 아는 사람으로 느끼고, 저를 아는 사람처럼 바라봐 주는 것에 조금은 자신감을 얻었어요. 생각보다 저를 정말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시더라고요.
-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약 300개의 에피소드를 그렸다.
3년간 연재를 했는데, 20대 초반과 지금도 많이 다르거든요. 어떻게 지금 보면 너무 섣부르기도 하고, 철없는 거 같기도 해요. 처음부터 다시 연재하고 싶어요.(웃음) 마치 일기장을 다 같이 보는 기분이에요.
- 개인적으로 부러웠던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연애의 경험을 그렸다는 것이다.
즐거웠죠. 그렇습니다.(...) 소재가 마를 일이 없었던 거 같아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나오고. 함께 했던 시간이 기니까요. 연애이야기를 그린다는 게 즐겁고 한편으론 쉽지 않았어요. (침묵) 일기장처럼 잘 남은 거 같아요. 그 시간의 기억들이 다 일기장처럼 고스란히, 그리지 않았으면 생각나지 않을 에피소드도 분명 있을 거예요.
- 편지로 첫사랑의 기억을 쫓아갔던 영화 <러브레터>가 생각난다.
웹툰을 다 그리면 제일 먼저 보는 게 그 친구였어요. 마치 제 일기장을 먼저 보여주는 느낌이죠. 유의미한 일이었던 거 같아요. 같이 경험했던 기억을 다시 만들어 간다는. 같은 상황을 겪었지만 다르게 느낄 수도 있잖아요. ‘우리 그 일이 있었잖아’, ‘그 다음에 어떻게 됐었지?’라며 통화를 많이 했어요. 너무 다행이었던 게 그리는 건 3년이었지만, 그 전의 시간이 7년이 더 있던 만큼 쌓아놓은 소재가 많았어요.
#5 “작은 바퀴의 민트색 자전거를 샀어요.”
-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꾸준히 하는 것은 웹툰 그리기. ‘쿠키런’열심히 하구요. 아, 이번에 자전거를 샀어요. 바퀴 작은 민트색 자전거. 바구니도 팔천 원 주고 새로 달았어요. 얼마 전에 자전거를 사러 갔어요. 하필 그 날 너무 추워서 얘를 타고 집에 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전거 가게 아저씨께 맡겨놨어요. 제 첫 자전거에요. 집 근처 한강에서 타려고요.
- '완자‘이름의 뜻대로, 본인이 ’완전 자기 멋대로‘라고 생각하는지.
네, 그렇습니다. 완전 자기 멋대로죠. 일단 웹툰을 그리려면, ‘그럼, 일부터 때려치워.’이런 느낌이에요. 만약 도저히 생활이 어려워진다면 다시 일을 구하면 되니까요. 지금은 고료로 살고 있지만, 그리 넉넉하진 않아요. 처음엔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웹툰을 그렸죠.
- 아마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텐데,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모두에게 완자가> 시즌2를 통해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러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어요.
- 완자가 이별 후에 어떤 삶을 살까 독자로서 궁금하고, 또 보고 싶다.
‘웹툰을 더 끌어갈 수 있을까?’아무래도 이별로 인해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당분간 쉬고, 지금의 일상은 추후에 담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또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소재들도 생각하면서 노력중이에요. 아마 연인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친구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모두에게 완자가> 시즌2에서 완자의 이야기가 계속 될 거예요.
- <모두에게 완자가> 시즌2에선 작가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연애를 하지 않는 이상 동성애자로서의 삶과 이성애자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겠지만, 웹툰으로 어떤 삶을 이야기 할지 고민이 돼요.
- 만화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완자. 지금도 그 마음 여전한가.
3년 전에 제가 그렇게 써놨더라고요. 혹시 누군가에게 동성애자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은 다른 성소수자들을 받아들이기 훨씬 너그러워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완자’는 모두가 간접적으로 아는 사람, ‘아는 동성애자’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혹시 제 만화를 보고 저에게 익숙함을 느끼신 분이라면, 실제로 누군가 커밍아웃을 하더라도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녀를 만나기로 한 3월의 어느 날, 나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은 슬펐던 그녀의 마지막 편지와 영화 <러브레터>를 이따금 떠올리면서. 지난겨울, 나는 영화 <러브레터>를 다시 보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첫사랑의 기억을 다룬 전설 같은 영화. 무의식을 쫓으며 거슬러 올라간 기억의 끝에서 미처 몰랐던 내 첫사랑이 빛바랜 사랑 고백을 하는 영화.
사랑을 이야기 할 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돌이었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게 첫사랑이든, 흔해빠진 사랑이든. 우린 분명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사랑을 했을 거라고. 지난 웹툰들을 차근차근 읽으며 조용히 떠올려보았다. 지난 기억이 잔인해지는 타이밍이 있다. 스스로도 몰랐던 나의 이야기를 언젠가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발견할 때다.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었다. 나를 향해 날아오지만 내가 원하면 피할 수 있었다. 그걸 정면으로 맞닥뜨리기 위해선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운명이 된 기억.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운명에 몸을 맡기는 것. 혹은 그런 사랑. 혹시 알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릴지도.
“잘 지내시나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모두에게 이 편지를 부친 그녀.
훗날 더 성숙해져 돌아올 그녀를 기다려본다.
# 후기
‘아쉬워요, 또 만나요. 밥 사드릴게요. 전화하세요.’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쉴 틈 없이 말하는 그녀.
다음 주에 상수동에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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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공감’하고 같이 슬퍼해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너무 유명한 이 웹툰을 저는 보지 않았지만. (게이들의 이야기였다면 쌍심지를 돋구고 찾아봤을텐데...ㅎ)
암튼 찾아보고 나서 더 긴 코멘트를 할수 있을것 같아요.
본인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동성애자 청소년들이나 주위의 은둔해 있는 동성애자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긍정적인 의미를 심어주었다는 것이 참 멋진 것 같습니다. 뭐 결국 각자의 몫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