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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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가 여성스러운게 뭐 어때서?'

<2009년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게이 퍼레이드 모습>
6월 1일.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열렸다. 사람 많은 주말, 홍대 거리에서 'THE QUEER, 우리가 있다' 라는 슬로건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험은 정말 짜릿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매년 퍼레이드에서 강렬한 모습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여장 남자 '드랙 퀸'이다. 드랙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우선 성에 대해 억압적인 사회에서 성적 다양성을 드러내기 위한 퍼포먼스의 목적이다. 아니면 평소에는 억눌러왔던 자신의 여성성을 이번 기회에 드러내는 것 일수도 있다. 퍼레이드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맘껏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말이다. 여기, 과거에 자신의 또 다른 여성성을 마음껏 드러냈던 3명의 인물이 있다.
- 엘라가발루스: 3세기 로마의 황제로 10대의 어린 나이에 황제에 올랐다. 그는 평소에도 진하게 화장을 하고, 화려한 여성용 실크 드레스를 입었으며, 여성의 관을 쓰고 시종들에게는 자신을 여왕이라 부르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복장에 어울리게 온 몸의 털을 다 뽑아 여성적인 몸매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금발의 노예 청년 히에로클레스를 사랑하여 스스로를 그의 왕비라고 하였으며 유명한 의사를 초빙하여 남성의 성기를 없애고 여성의 성기를 만들려는 최초의 트랜스 젠더 수술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나라를 지배하는 황제로서 그의 여성성을 용납할 수 없었던 로마 시민들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 앙리3세: 16세기 프랑스의 왕으로 미남으로 유명했다. 보석이나 향수를 좋아하고 여장을 즐겨했는데 특히 무도회에서는 항상 여장을 했다고 한다. 재봉과 자수가 취미였고 시종들에게는 자기를 여왕폐하라고 부르게 했다. 하지만 이것은 신의 대리자로 여겨지는 기독교 프랑스의 국왕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때문에 반대파들에게 항상 공격을 받았으며 후세에도 가장 평가가 나쁜 왕 중에 하나가 되고 만다.
- 혜공왕: 8세기 통일신라의 왕으로 8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좋아하였으며 화장을 하고 장신구를 걸치며 여장을 하는 것을 즐겨 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어린 국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게 되고 결국 반란을 일으킨 신하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적인 면을 드러낸 남자들에 대한 과거의 기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들은 보통 괴짜취급을 받으며 결국에는 좋지 않은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나 앞에서 소개한 3명은 강인한 남성성을 드러내야 했던 국가의 지도자들이기에 여성적인 일탈은 결코 용납될 수 없었다. 현대에도 여성적인 면을 드러내는 남자들에 대한 인식은 결코 좋지 않다. 이번 퀴어 퍼레이드에서도 여장을 한 게이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분들도 계셨지만 혀를 끌끌 차는 분이나 기겁을 하고 얼굴을 찌푸리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그분들은 아마 그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남성과는 다른 모습들에 거부감을 느끼셨을 것이다.
퀴어 퍼레이드에서의 드랙 퀸, 여성성 에 대한 게이 커뮤니티의 반응도 결코 좋지는 않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니 안했으면 좋겠다', '남성스럽지 않은, 여성스러운 것은 거부감이 든다' 류의 반응들이 상당히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반응들을 보고 상당히 씁쓸했다. 내 생각에 이것은 일반들이 게이에게 느끼는 거부감과 다를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일반들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고 스포츠에 관심이 없으며 흔히 말하는 남자다움과는 거리가 먼 게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남성의 모습과 다르기 때문이다. 게이가 드랙퀸과 같은 게이의 여성적인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바로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되는 남성의 기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일반들이 생각하는 남성상만이 옳은 것이고, 일반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여기에서 벗어난 게이들이 차별받는 것은 당연하다' 라고 생각하는 게이에게 뭐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자신이 있는 그대로 사회에서 존중받기를 바라는 게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보자. 자신의 다름이 남들에게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먼저 우리부터 우리의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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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차별이 돼서는 안 되고
그걸 바로잡으려고 인권 운동도 하는 건데,
슬프게도 내면화된 편견은 일반, 이반 안 가리죠...
설령 그런 편견이 남도 아닌 자기 자신을 옥죄더라도요.
사실 '남성'/'여성'이라는 성별 2분법 자체가
뜻밖에도 상당히 인위적이고 가변적이죠.
가장 확실할 것같은 물리적, 신체적 성별만 해도
가령 인터섹스(간성)이신 분들의 경우처럼
염색체나 내외부 성기 형태에 따라서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정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죠.
동물의 세계로 넘어가면 아예 성별이 없거나
일생 동안 성별이 뒤바뀌는 경우마저 있구오.
사회적, 정신적인 성별로 넘어가면 더 복잡해져서
시대와 문화에 따라서는 '제 3의 성'이라고 할 만한
버다시(berdache), 히즈라(hijra) 등도 있었고,
이런 사람들이 존중 받기까지 했죠.
우리 나라의 무당만 해도
여자는 남자처럼 갓도 쓰고
남자(박수)는 굿 도중에 치마도 입잖아요.
가부장제가 자리잡으면서
이런 다양한 전통이 잊혀지거나 억압됐지만요.
암튼 '당연해' 보이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많은 게
사실은 인간의 제도와 생각이 만들어낸 거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는 게 중요할 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