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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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변태가족 토크쇼! - 퀴어 커플 인정기

<사랑>이라는 구원 없는 비극엔 하다못해 교훈마저도 없다. 사랑의 상처에 까무러져 자폐에서만 길을 찾던 정신적 불구의 날들도 지나고 돌이키면 그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날 구해줄 수 있었던 건 <그>가 아니라 <시간>이었음에 허탈한 자조만이 남지만 그마저도 교훈이 될 수 없음은 그런 시간의 은덕을 져버리고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마는 까닭이다.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는, 다시는 상처받지 않겠다는 야무진 오만을 거역한 새 사랑에, 지난 번 그 사랑은 <사랑>이라 하기엔 뭔가 미숙한 무엇이었던 양 자위할 만큼 치사하고 비겁하게 군다 해도 결국은 슬픔과 절망에 대해서라면 과연 무식했던 그때의 그날처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상처받을 것이고, 무너지고 말 것이다. 사랑이란 건 도대체가 대책이 없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게, <가족>이라는 게 참 재미있다. 지나간 셀 수 없는 시간 속 유대 없는 두 사람이 운명적인 힘에 이끌려 평생을 약속한다. 닮아도 그만, 안 닮아도 그만, 두 사람의 필연적 운명을 공유할 소중한 새 생명의 감동은 두 사람을 더 눌러 채워줄 것이고, 시작의 떨리던 가슴이야 점차 희미해져 가겠지만 두 사람이 견디고 밟아나간 시간의 뒷자리엔 또 다른 사랑이 오롯하게 피어날 것이다. 당신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사랑>이 이룩하는 위대함에, 그 뜨거운 감사에 눈물지을 것이고, 당신을 기억하는 새 생명이 당신이 뜨겁게 사랑했던 <사랑>의 경험을 또 한 번 밟아나갈 것이다.
<사랑>에는 교훈도, 구원도 없다 해도 <결혼>에는, <가족>에는 있는 것만 같다. 지리멸렬한 청춘의 연애도, 지독했던 사랑의 열병도 그 앞에 한때의 치기로 기록될 수만 있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게이들의 사랑에는 희망이, 도대체 그런 게 있기나 한 걸까. 지난 2월 18일 18시,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에서 열린 <변태가족 토크쇼! - 퀴어커플 인정기>에 들뜬 기대로 찾았던 난, 과연 귀여웠다.
안으로 들어서니 예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 단순관람에 그치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사회에는 지난 해 까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사무국장으로 수고해 주신 이쁜이님이, 이야기꾼에는 가족구성원연구모임의 타리, 더지, 기즈베, 박재경님이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간단한 자기소개로 어색한 분위기를 마모하고, 퀴어커플의 일명 ‘알리바이 룸’(커밍아웃하지 않은 동성애자 커플이 주변에 이를 숨기고 위장하기 위해 꾸민 방)에 대한 각자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가족부양과 같은 이성애자 커플들의 이야기와는 대비되는 동성애자 커플들의 또 다른 이야기들, 그 서로의 장단점과 소수 커플인 동성애자 커플들이 겪는 사회적 불편과 취약점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이성애주의 사회의 그것들과는 다른 소수자 사회 내의 새로운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차별금지법에 관련한 기대와 가능성에 대한 의견도 함께 나누었다. 기즈베님의 각 나라별 소수자 커플 가족구성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했고, 반면 백해무익한 것만 같은(!) 타리님의 염장은 듣는 이들을 불편하게, 가슴 아프게 하면서도 소수자 커플의 밝은 일면을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뒤이어 이어지는 질문들에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결국 예정된 시간을 넘겨서야 <변태가족 토크쇼! - 퀴어커플 인정기>가 마무리 되었다.
이야기들을 정리하며 부끄러움에 뜨악했던 건, 그 간 얼마나 어리석게 스스로를 이성애적 규범에 가두어 그 속에서 부딪히는 괴리로 외로이 헛된 구원을 갈망했었던가에의 반성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사랑, 그 자체를 축복으로 긍정할 수만 있다면 사랑에서 굳이 구원을 찾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랑에 우열이 있을 수 없고, 그 누구에게만 구원이 있을 리도 없다. ‘제도적 착각’ 속에 희망을 심어 환상의 방편으로 삼는 건 분명 경계해야 할 것이다.

게이들의 사랑에는 희망이, 도대체 그런 게 있기나 한 걸까? 쉬이 답하지 못하고 망설여지는 건, 희망이란 게 보이지 않는 까닭보다는 희망을 구하려 사랑하지 않는 때문일 것이다. 사랑, 사랑, 사랑! 누군가는 보았다면, 적어도 슬픔의 전력만큼이나마 그에 비례하여 능숙할 수 있었다면, 그 진부한 사랑 노래쯤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세차게 꿈틀대는 사랑하고픈 수줍은 욕심에 용기를 더해준 귀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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