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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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약속, 결혼식
빰빠라밤~ 음악이 울려 퍼지고 신랑이 입장한다. 뒤이어 면사포에 얼굴을 묻은 신부는 사뿐사뿐 머나먼 여정의 길을 들어선다. 두 사람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기를 기약하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그렇게 식은 끝이 났다.
결혼은 두 배우자가 함께 산다는 의미를 넘어서 두 성인이 자신들의 관계와 책임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통과의례이다. 허나 다양한 삶의 문화가 공존함에 따라 결혼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가 자리잡게 되었고) 이성애자들에게 결혼은 갈망의 대상이 아니라 원하면 하고, 원치 않으면 하지 않는 선택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에겐 이런 선택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를 닮고 싶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에게도 세상과 어울려 살고 싶은 갈망이 있을 것이다.
친구사이 웹진 창간호를 맞이하여 동성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다. 2회에 걸쳐 진행될 이야기는 먼저 결혼에 대한 의미와 세계 속의 동성 결혼의 현황에 대해 보고하고자 한다. 일생의 한번뿐인 결혼식이 동성애자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오늘날의 동성 결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왜 동성애자들은 결혼을 꿈꾸는가?
결혼(혼인신고)은 사회적 관습 중의 하나이다. 행위적 관습이기 이전에 사고의 관습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사랑한다는 사실은 법의 인정여부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법을 통해서 권리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의 혼인신고(결혼)는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분양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법적으로 혼인이 인정되는 경우 연금, 소득세 감면, 비고용 혜택과 이혼시 부양 책임 등 혼인신고하지 않은 경우보다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 두 배려자의 관계는 철저히 법에 의해 보호받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도 존재한다. 동성애자 인권 운동을 하는 레즈비언 L씨, 어느날 파트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한밤중에 수술 동의서를 쓰려고 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법적 책임관계가 아닌 친구사이이기 때문에 사인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이성애자 부부의 삶 속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한 동성애자 커플만이 겪는 부당한 사건은 이것 말고도 비일비재하다.
세계 속의 동성 결혼
비교적 서양에서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선이 부드럽다. 그들을 삶을 살아가는 동지로서 배려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동성애 결혼은 이성애자간의 결혼과 인정의 모습이 다르다. 동성애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가 처음 이뤄진 곳은 덴마크. 1989년 6월 7일, 처음으로 동성간 '동반자 등록법'이 법제화 된다. 하지만 이는 결혼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크게 결혼의 형태를 나누어 보면
1. 동성 결혼 (Same-sex marriage)
2. 시민결합법 (Civil Partnership Act)
으로 나뉜다.
두 결합 형태의 가장 큰 차이는 사회 시스템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느냐 없느냐 이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정도만 인정하는 것이 2번의 '시민결합법'이라면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아이를 입양하고, 사회에서 가정에 지원하는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1번의 '동성 결혼'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2번의 경우 '파트너 등록제', '동성간 동반자 등록법' 등 '결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함께 사는 것은 인정하나, 두 사람을 이성애자의 부부와 같은 성질의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의 '동성 결혼' 합법 국가로 알려져 있다. 남자, 여자, 그리고 트랜스 젠더도 자신이 원하는 상대와 사회적 보호 아래서 결혼을 할 수 있다. 동성결혼은 사회적 권리, 헬스케어(health-care)에 관한 권리, 시민권의 접근성을 의미한다. 복지는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사적 건강 보험과 생활보조금, 혹은 집을 가진 이들을 위한 모기지와 세금 감면과 같은 숨겨진 거대한 혜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는 많은 동성커플의 숙원인 입양도 합법화 되어 자국내 거주가 인정되는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은 완전한 시민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역사상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
네덜란드에 이어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스웨덴 등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속속 등장했다. 결혼의 합법화로 인해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분위기로 비춰졌다. 하지만 합법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한다.
반대 움직임의 선두적인 역할을 했던 이들은 기독교인들이었는데 이들은 동성애자들의 결혼과 이에 대해 관대한 학교 교육은 동성애자들을 늘이는 과정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하며, 결혼의 의미를 서로 사랑하는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고 규정했다. 2008년 5월, 캘리포니아는 미국 주 사상 두 번째로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률을 통과 시켰다. 하지만 기독교단체와 결합한 이들에 의한 반대 움직임이 일어나고 결국, 동성결혼을 허용한지 1년 만에(2009년 5월 26일) 캘리포니아 대법원에서의 미세한 득표차이로 동성 결혼 반대법 Proposition8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합법적으로 인정받던 동성커플에 대한 지위도 박탈되었다.
세계의 동성애자들은 이렇듯 쉽지 않은 투쟁 속에서 싸웠고, 일부는 승리했으며, 여전히 싸우고 있다. 일부는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의 행동을 모방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류는 단 한 번도 인간범주를 나눠 문화를 만들어 온 적이 없다. 동성애자들이 갑자기 어느 외계에서 튀어나온 듯하지만, 그들은 1만 년 전 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들 사이에서 삶을 공유하며, 그들의 본성을 억누르고 가슴을 앓아왔던 것이다. 단지 결혼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이뤄낸 결실을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축하받고 싶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는 동성결혼에 대한 각국의 다양한 자료를 접하다보니 보다 적극적이지 못한 우리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2009년 9월 29일, 멕시코시티 정부는 동성간의 결혼에 대한 6개의 민법 조항을 수정, 아이의 입양권리를 인정하는 등 이성 커플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했다. 당시 인터뷰이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를 얻기위해 32년간의 투쟁을 해왔다고 했다. 우리 눈앞에 보인 결과는 수많은 좌절과 역경, 그리고 땀이 더해진 결실인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다채로운 매채 속에서 드러난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통해 읽혀진다면, 동성 결혼의 합법화는 동성애자의 삶을 인정한다는 구체적인 증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몇몇 인권단체에서 소수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힘들 정도로 홍보와 시민들의 참여가 열악한 실정이다. 정부단체에서는 동성애를 하나의 이슈거리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으며, 흥미위주의 언론 속에서는 끼어들 틈이 없다.
공중파 방송으로서는 처음으로 가족시간대에 동성애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배치했다. 매회 방송이 끝나면서 해당 사이트에는 감사와 항의의 글로 도배가 된다고 한다. 이는 사회 속에서 드러나지 않던 동성애 지지자와 호모포비아가 공존함을 깨닫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반갑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성소수자들이 움직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성애가 이슈가 된 지금만큼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알리기 좋은 시기도 없을 것이다. 친구사이에서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다양한 사안에 따라 거리 서명 운동 및 캠페인도 하고 종로인근 게이바를 순회하며 이슈 홍보 및 서명을 받기도 한다. 전자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장시간 이뤄진다면 후자는 자신과 성정체성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공간에서 저녁 시간에 짬짬이 이루어진다. 모든 인권운동이 부담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참여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여력에 맞는 참여가 가능하다. 이러한 사소한 관심과 행동이 모여 우리를, 사회를 변화시키는 단초가 되어 줄 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진 출저(출처)
1. 동성 결혼 by Flickr User_Richard Settle
2.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올리는 결혼식 by Flickr User_AliThanawalla
3. Prop.8 반대집회 중 by Flickr User_Bakari
4. 함께산지 51년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 by Flickr User_jumpfightgo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