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동성애’ 자체가 고통은 아니다
[일다 2006-04-04 04:06]
몇 년 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십대 레즈비언 이야기를 다룰 때, 취재과정에서 몰래 카메라 문제와 아우팅(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타인에 의해 성정체성이 강제로 알려지는 것) 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래서 해당 프로그램이 최근 또다시 십대 동성애자 관련한 방송을 한다고 했을 때, 이번에도 혹시 그런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다행히 이번 방송에선 모자이크 처리도 확실히 했고 이반 바(bar) 잠입취재와 같은 반인권적 행위도 보이지 않았다. 방송은 또한 동성애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오해를 친절히 바로 잡아주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예상보다 진일보한 내용에, 상당히 ‘노력’한 흔적이 보였지만 이러한 노력은 사실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사회에 만연된 동성애 혐오증을 생각한다면 용기를 내어 인터뷰에 응한 동성애자에 대한 신변 보호는 필수적인 일 아닌가.
잊어버릴만하면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해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함부로 다루는 방송들이 곧잘 기획되고 방영되기 때문에, <그것이 알고 싶다> “금지된 고민 10대 동성애-나는 동성애자인가요?”는 점수를 줄 만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십대 게이커플 사례에서 다른 (남녀)커플들이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애정표현에 대해 “과감한” 애정표현을 한다는 진행자의 멘트같은 게 그것이다. 이어 진행자는 ‘이상할 줄 알았는데 우리(이성애자)와 다르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동성커플”을 재차 지칭하면서 데이트 장면을 설명했다.
또 성인의 동성애와 십대 청소년의 동성애를 구분한 것도 걸렸다. 십대의 동성애에 대해 인정하기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십대들이 성정체성 “혼란”과 편견으로 인해 받는 고통이 심각하다 정도의 보도에 그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하지만 십대의 이성애에 대해선 그렇게 바라보지 않지 않은가.
사실 동성애자에게 동성애가 바로 고통인 것은 아니다.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유로 자해나 자살시도를 하는 것, 혹은 학교를 그만 두는 것은 동성애자로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동성애자에 대해 비난과 혐오의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든 것일 뿐, 동성애 자체는 고통을 동반한 “문제적” 행동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동성애적” 행동이나 표현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존재(being)에 주목하고 그대로 인정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동성애자가 사회적 차별과 비난을 받는 것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십대 청소년의 동성애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와 고민을 “문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는 걸 이 사회가 언제쯤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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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이정인 기자
어쨌건 존재, 혹은 정체성의 정치학이 과연 항상 좋을까는 조금 의심이 돼요.
나는 이성애자니까, 나는 게이이니까, 이런 것들.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정체화하며 '동성애하는' 사람은 어떨까.
흠. 아직 설명할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또 정리된 것도 아닌데, 저 행위와 존재라는 범주를 나누기도 하고 또 무화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설명틀 속에서 보기도 하면서 힌트가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