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오 감독의 걸작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미친 너구리 할아버지가 어리거나 늙거나, 이쁘거나 안 이쁘거나에 상관없이 놀기 좋아하는 너구리들을 몽창 커다란 배에 태우고 이 추악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다. 헌데 그 떠나는 풍경이 사뭇 이채롭다. 배 위에서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고, 주변이 떠나가도록 박수 치며 노는 이 장면이야말로 '폼포코'의 최고 명장면이랄 수 있을 것이다. 덩실덩실, 미친 너구리 할아버지의 부채춤.
이와 견줄 수 있는 영화라면, 에밀 쿠스트리차의 '언더그라운드'.
2차 세계 대전으로 완전히 망가진 유고. 이 세상의 축소판이다. 촌스럽게, 하지만 멋들어지게 공연을 하는 밴드와 춤 추는 사람들을 태우고 땅 조각이 바다 위로 뗏목처럼 떠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어떤 강렬한 결별의 의례다.
에밀 쿠스트리차가 그 장면을 통해 '노아의 배'를 흉내내고 있다면, 이사오는 미치고 현혹된 너구리들을 가득 태운 채 세상을 돌아다니는 배를 통해 '세상을 등진 자들'의 비애를 표현한다.
하지만 나한테 커다란 배가 있다면, 이쁘거나 안 이쁘거나, 홀쭉하거나 뚱뚱하거나, 마짜이거나 때짜이거나, 거시기가 크거나 작거나, 아무튼 덜 이기적인 게이들을 골라 태우고는 전세계를 유랑하고픈, 덩실덩실 배 위에서 날마다 춤을 추고픈, 아, 물길 닿는 곳마다 떠다니고픈.
'너구리 전쟁 폼포코'의 O.S.T
いつでも誰かが / 언제든지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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