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고려고등학교 13기 모임이란 것에 참석했다.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고
그런 모임 귀찮기도 해서 안 가려고 마음 먹었다가
부끄럽지만 혹시 그런 곳에서 돈줄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얄팍한 마음에
강남구 역삼동 고기집으로 향했다.
첨엔 아무도 안 온 줄 알고 식당을 나왔더랬다.
다시 들어 선 곳에는 중년 아저씨들이 명함을 건네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고
그들이 내 친구들이 맞았다.
"변한 거 하나 없다"는 누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 얘기들도 오가고
심지어 "너 정말 예뻤는데..."라는 얘기까지 오갈 즈음
술이 불콰해졌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끄러웠다.
친구를
그것도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그들을 얄팍하게 생각했다는 마음에 창피했다.
다음날 부리나케 문자를 보낸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아니,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토요일에, 비가 많이 내렸던 그날에
집회를 했다.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본 행사 앞 뒤에 사회 비스므리한 걸 보게 되어 있어서
비를 맞게 되었다.
별 거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내가 어떤 몫을 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비를 맞으면서 "감기에 걸리겠구나"고 생각했는데
여지 없이 감기에 몸살까지.
잠을 자도 자도 졸립고 아팠다.
엔키노에 쓰는 칼럼만 아니었으면 또 자고 있었을지도.
난 아줌마처럼(아줌마들을 비하하는 표현이군 ㅠ.ㅠ)
감기에 걸리면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나 벌 받는 거 같다.
친구를 돈으로 본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