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한 게 있더라도 '너무도 죄송하다'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그런데도 훈계를 듣고 나서야 통화를 끝낼 수 있어서였는지, 한참 후배 뻘일 그 학생 기자가 나에게 오만하게 말한 탓인지, 기분이 드럽게 나쁜데 드럽게 나쁘다고 얘기를 못해서인지, 그니까 욕을 처해대지 못해서인지, 제 상황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생각지 않는 그 반성적이지 않는 친구가 안타까워서인지, 저 명문 대학을 다니는 데다가 그 학교 이름이 떡하니 제목에 붙어 있는 매체의 기자라고 재수가 그렇게 없다는 씁쓸한 확인 때문인지, 기자가 기자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을 가지지 못한 게 우스워서였는지, 성질 죽이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서였는지.
어쨌건,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그렇다.
내가 참 거시기한 기자들도 좀 접했었지만, 오늘만큼 부들부들한 적은 없었다.
나도 가끔은 현대생활백수의 고혜성이 되고 싶다.
아마, 그놈의 예의라든가, 말로만 떠드는 것이긴 하지만 반연령주의라든가 그런 것 때문에 모르는 사람한텐 그러지 못하겠지만.
하긴, 고혜성은 억지 떼쟁이지, 저 아비의 모습을 닮은 '형'은 아니 되겠다.
일구야, 나 거기 98이야. 내가 형이네. 말 놔도 되지? 형이 하는 말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 '공신력 있는 매체'면 좀 그답게 예의 좀 차려주면 안 되겠니? 너 처음부터 좀 잘못했거던? 나도 할 말 참 많았지만 예의상 참은 거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