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통신원] 남녀구분 없는 화장실?
[한겨레 2006-01-23 18:09]
[한겨레] “성적소수자에 ‘규격’ 강요 부당”
‘어번 저스티스 센터’는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서 가난한 뉴욕시민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인권 보호에 주력하는 단체다. 이름 그대로 ‘도시의 정의’를 위해 공익 변호사와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한국의 시민단체 사무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단체 사무실에는 특이한 게 하나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통상 화장실 앞에는 남녀를 구분하는 글씨나 표식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 화장실에는 그런 구분 대신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왜 우리는 성 구분이 없는 화장실을 갖고 있는가? 엄격한 양성 구분의 문화 속에서 그러한 구분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남녀로 구분된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폭행이나 놀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보다 많은 곳에서 누구든지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성 구분이 없는 화장실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남녀구분이 없는 이른바 ‘탈성화’된 화장실이다.
이런 화장실이 생기게 된 것은 몇달전 스태프 중 한 사람이 성전환자들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당하는 문제를 논의하던 중, 남녀구분이 없는 화장실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모든 스태프들이 모여 ‘화장실 문제’를 두고 의견을 나눈 결과, 이 제안에 반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단지 여러 사람이 함께 들어가 각기 다른 화장실 칸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화장실이 불편하다는 한 여성 스태프의 문제제기에 따라 아예 한 사람씩 들어가는 형태의 화장실을 만들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화장실 칸 수가 줄어 생기는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하기로 했다.
이 단체에서 가정부들의 법적 권리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토리 루 변호사는 “화장실 칸수가 줄어든 불편함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다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이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남녀구분이 없는 화장실은 양성으로 엄격히 구분해 놓고 그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정치적인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성적 지향성 또는 성적 정체성이 대다수와 다른 사람들을 성적 소수자라고 부른다. 사회적 약자로서 소수자들은 다수자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그것과 싸우며 살고 있다. 어번 저스티스센터의 탈성화된 화장실은 소수가 안고 있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도와주기 위해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뉴욕/유영근 통신원 justsocie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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