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통신원] ‘동성애부부’ 아이 못 키우나요?
[한겨레 2006-01-23 18:00]
[한겨레] 퀴어축제 육아모임 해마다 규모늘어
6월의 마지막 주말인 지난 25일, 섭씨 34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캐나다 토론토의 대표적인 동성애자 거리인 처치 스트리트는 동성애자(퀴어)들의 축제인 ‘프라이드 위크 2005’의 절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회의 다양성을 지지하고 정치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행사는 올해로 25번째를 맞았다.
거리의 열기와는 달리 인근 처치 스트리트 공립중학교에선 좀더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패밀리 프라이드’ 행사가 열렸다.
레스비언, 게이같은 동성애자 부모와 그 자녀들, 동성애를 지지하는 이성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육아를 포함한 가족생활 경험을 공유하며 피크닉을 즐긴다. 모든 형태의 가족들을 지지한다는 취지 아래 인종, 지역, 성 정체성, 입양, 한 부모 가족 등과 같은 다양한 차이들을 인정하고 지지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기반을 만들자는 게 이 행사의 목표다.
동성애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 캐나다 사회에서도 동성애자들이 파트너간의 수평적 관계를 넘어 아이들을 기르는 대물림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아이를 낳은 레스비언 부부는 출생 신고 때 (필요하지 않은 - 등록불가어가 있어 고쳤습니다.- queernews) ‘아버지’ 항목과 하나뿐인 ‘어머니’ 항목 앞에서 고심하게 된다. 입양은 훨씬 더 까다로운 일이다.
그러나 패밀리 프라이드 행사에 참가해본 동성애자 부모들의 느낌은 남다르다. 해마다 늘어나는 행사 참여자뿐 아니라 동성애자 가족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수가 늘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들도 놀란다고 말한다. 동성애자 부모들에게 육아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존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올해로 각각 3살과 7개월이 된 두 아들을 두고 있는 동성애자 독신녀인 일레나 란스버그(39)은 “내 아이들 역시 레스비언인 엄마를 두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러나 내 아이들은 사회적 부조리에 대응할 수 있는 더 강한 힘과 다양한 차이들을 존중할 수 있는 더욱 섬세한 감수성을 갖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차별이 아닌 차이로서 인정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토론토 프라이드 위크 행사에 참여한 동성애자 부모들은 즐거운 축제 속에서 그 길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토론토/양선영 통신원 sunyoung.yang@utoront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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