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미국 스포츠계 술렁
[내일신문 2006-03-30 17:27]
[내일신문]
“그들의 이야기는 내 삶 그대로였다”
미국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 각종 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성공을 거두면서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스포츠계는 동성애가 금기시 되고 있는 마지막 사회분야로 남아 있다고 <타임스온라인>지가 전했다.
◆미국 스포츠계에서 ‘커밍아웃’은 자살행위 = ‘브로크백 마운틴’은 E 애미 프루의 1997년 소설을 원작으로 ‘헐크’ ‘와호장룡’을 제작한 싱가폴 출신 앙 리가 감독을 맡아 만들었다.
리 감독은 “단지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미국 서부에 대한 선입관을 깨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난해 12월 LA영화비평가협회가 주는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국 는 영화가 주목을 받은 이유를 주제가 대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성성이 극도로 부각되는 카우보이 세계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남성들의 감성적이고 애절한 사랑이 지금까지 미국 영화에서 그려온 카우보이에 대한 이미지를 깼기 때문이다.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독립드라마 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미국 사회는 대체로 동성애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영화·광고·음악 등에서 동성애는 단골소재다.
하지만 미국 스포츠 세계에서만큼은 예외다.
연봉을 수천만 달러씩 받는 미식축구·농구·야구 선수들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힌다는 것은 자살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동성애자로 찍히면 선수생명 끝 = 지난해 미국에서 ‘세계 게이올림픽’이 열렸다.
70개국에서 온 1만2000여명의 동성애 운동선수들이 참가했고, 행사 기간 중 프로스포츠계 동성애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토론회도 개최됐다.
당시 게이 풋볼선수들의 달력을 출판하는 랜스 르콤페트는 “스포츠계에서 동성애 선수들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스포츠계에서 동성애자로 낙인찍히며 선수생명은 끝난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라고 알려지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고 광고계약도 취소된다. 동료 선수들은 샤워실이나 탈의실을 함께 쓰려 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선수였던 빌리 빈은 1999년 은퇴하고 나서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2002년 <뉴욕포스트>는 “프로야구 뉴욕 메츠팀의 선수 중 한명이 동성애자”라고 보도했다. 후에 장본인으로 알려진 마이크 피아자는 성명을 통해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다”고 밝힌 뒤 플레이보이잡지 모델과 결혼했다.
게이 운동선수를 위한 웹사이트 ‘아웃스포츠닷컴’의 편집장 짐 부진스키는 “현역에 있으면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며 “이는 스포츠계에서 동성애가 금기사항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계 동성애자는 400여명 = 영화는 1963년을 배경으로 20여년 동안 지속된 카우보이들의 사랑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어떻게 비극적 결말을 맺는지 그리고 있다.
<뉴욕 데일리 뉴스> 스포츠담당 기자 마이클 오키프는 “당시 동성애는 단어조차 꺼낼 수 없을 만큼 죄악시됐지만 지금은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단골소재가 되고 있다”며 “그러나 스포츠계는 여전히 1963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영화가 미국 스포츠계에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없앨 계기를 만들었다.
최근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미네소타 바이킹팀 수비수였던 에즈라 투아올로수와 1980년대 뉴욕자이언트와 워싱턴 레드스킨에서 활약한 로이 시몬스가 선수 기간 동성애 경험을 서술한 책을 잇달아 출판했다.
시몬스는 “선수시절 경기가 끝나면 여자 옷을 입고 거리에서 남성을 찾았다”며 “다른 사람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길 바란다”고 고백했다.
투아올로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그들이 겪는 모든 감정이 내가 겪었던 것과 똑같아 큰 소리로 울었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영화를 계기로 프로스포츠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다면, 뒤를 따를 선수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동성애단체들은 미국 내 동성애자 통계를 프로스포츠계에 적용하면 미식축구·야구·농구·아이스하키 선수 중 약 400여명의 동성애자가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진성 리포터 1004jinny5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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