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기모임이 있었지요. 1차 뒷풀이가 끝나고 뒷방 늙은이들로 구성된 아현동 끼자매단이 기력이 다해 초저녁 잠을 못 견디고 후퇴한 이후, 젊은 회원들은 2차로 통닭집으로 갔더랬습미다.
잠시 젊은 회원들을 회유하여 이태원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던 박철민 씨는 회원들 바지 가랑이를 붙잡고 피눈물을 흘리며 이태원에 가자고 졸라댔지만, 햄토리군 혼자만 밤도둑처럼 신발 소리도 내지 않고 슬며시 이태원으로 도망간 걸 빼놓고 나머지 회원들의 닭사랑은 강고했습니다.
피부 걱정에 요즘 밤잠 못 이루는 피터팬 커플은 할로겐이 풍부한 닭발이 좋다며 쥐 잡아먹은 입처럼 입가를 붉게 물들이며 쪽쪽, 쭉쭉 연신 닭발을 빨아댔지요.
이 와중에 아토스 커플의 망언이 터져 나오고 말았습미다. 이 커플은 태생부터 상당히 비판 받아 마땅한 소지를 안고 있었더랬습미다. 1주일 전 친구사이LT에 참가하기로 했던 우리의 아토스군은 뭔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미팅 때문에 그랬던 것이고, 그 미팅은 급기야 아토스-아스란, 동성동본의 동성 커플인 아氏 커플을 만들어냈던 거지요.
맥주를 마시며 자기 짝 옆에서 므흣하게 배를 두드리던 우리의 아토스 군, 갑자기 망언을 뱉어냈습미다.
"동백꽃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우리 보러 가요."
헉, 극장에서 간판 내린 지가 몇 달인데 뭔 소리인가 싶어, 아토스군에게 그 영화는 진작에 간판 내렸다고 말해줬지요. 하지만 아토스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러지 말고 우리 동백꽃 보러 가요. 제가 출연한 장면이 나오나 봐야죠."
헉, 아토스가 출연한 찜질방 씬은 '야만의 밤'입미다. 그것을 지적해주자, 우리의 아토스군은 이상하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네. 동백꽃이 야만의 밤 아니예요?"
그랬던 것입미다. 20대 초반의 아토스군은 분명 주부 건망증이나 치매를 앓고 있었던 것입미다. 살아 남은 친구사이 회원들이 치매에 걸린 아토스군을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아토스군과 1주일 전부터 커플이 된 아스란군이 술에 취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동백꽃 '따위'는 잊어버리고 우리 술이나 마셔요."
헐... 아토스 - 아스란 동성동본 동성 커플의 이 도발을 어찌해야 할까요?
방법이 따로 없습미다. 동백나무 가지를 꺾어서 매우 야만스럽게 쳐야 합미다. 볼기짝에 붉디 붉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까정 매우 쳐야 합미다.
탁탁, 찍~!
Repair shop | 빈 방
아토스 - 아스란에게 이태원에 가자고 조름.
아스란 - 아토스의 말에 대한 대답 "이태원 갈 바에는 차라리 친구사이에서 술먹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