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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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걸기, 숨쉬기
— 친구사이·마음연결 프라이드 엑스포 후기
지난 8월 23-24일, 주말 이틀 동안 사무국과 친구사이의 성소수자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 팀은 프라이드 엑스포에서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엑스포답게 성소수자 인권 의제뿐 아니라 성소수자의 창작물과 관련 홍보가 함께 이루어지는 자리로 보였기에, 사무국은 최근 친구사이의 방향과 사업을 소개하는 글을 준비해 갔습니다. 6월 정기모임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결혼할 결심’을 주제로 혼인평등소송과 동성부부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글, 7월 정기모임 ‘퀴어로서, 인권’의 흐름과 맞닿은 민주주의–광장–성소수자 인권운동에 관한 글도 함께했습니다. 지나가던 분들께 “혹시 친구사이 아시나요?” 하고 가볍게 말을 건네면, 굳어 있던 표정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죠”, “이미 받아보고 있어요”라는 대답과 함께 반가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 뵙는 분이 친구사이를 잘 안다고 말해주실 때의 기쁨이 컸습니다. 그분들과 더 이야기 나누며 “금요일 퇴근 후나 주말에 종로3가에 오실 때, 친구사이가 좋은 선택지가 되도록 ‘금토일은 친구사이’를 운영하고 있다”고 능청스럽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연결은 이번 엑스포를 맞아 향수를 제작해 방문객께 나누어 드렸습니다. 향은 눈에 보이지 않고 설명도 추상적이어서일까요. 건네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진님은 가벼운 머스크 향만으로도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음을 강조했고, 종걸님은 성소수자이거나 고립된 상황에 놓인 이들이 향을 통해 숨이 트이는 감각을 느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기용님은 집 밖으로 나서기 어려운 분들이 집 안에서부터 향을 뿌리며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단체가 전하는 ‘향수’의 의미가 쉽게 규정되지 않는 만큼, 많은 분이 설명을 끝까지 들으며 부스에 머물렀고, 어떤 분들은 혼인평등소송과 친구사이의 활동을 정리한 글을 가져가 천천히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숨 한 번 크게 쉬자’고 권하는 마음연결의 향수와, “친구사이 아시나요?”라는 질문 뒤에 믿음직하게 활동을 소개하는 일은 저에게도 큰 활력이 되었습니다.

행사 마지막 무렵, 계속 부스에만 있다 보니 엑스포를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예진님께 잠시 부스를 부탁드리고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다른 부스마다 말 거는 방식과 나눔의 기쁨이 조금씩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꼭 보고 싶었습니다. 먼저, 친형이 자주 쓰는 이모티콘에서 익숙했던 일러스트 작가 yal7님의 부스에 갔습니다. 여기서는 투명 필름 카드를 펼쳐 하나를 뽑게 했고, ‘당신은 바텀요정의 축복을 받았다…’로 시작하는 장난스러운 문장들이 며칠 뒤의 좋은 일을 예고하듯 기대를 심어주었습니다. 옆자리의 최하민 작가는 9월 5일 바 프렌즈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조용히 홍보하고 있었고, 한 테이블을 함께 쓰던 yal7님과 달리 수줍게 “전시 열어요…” 하고 속삭이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도파민퀴어진클럽의 양승욱 작가는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와서 진(잡지) 하나 만들고 가요” 하고 말을 건네고는 또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친구사이 문화콘텐츠팀과 무언가를 함께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저는 “저도 너무 피곤해요” 하고 웃으며 물러났습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찾아가는 서비스가 인상적인 도파민퀴어진클럽을 기억해뒀다가 곧 참여해보려고 합니다.

한 층 위에서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참여 작가 중 친구사이 회원인 상훈님이 있었고, 최근 사무실에 비치된 그림책 《비의 여행》과 원화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너무 많은 말과 감정이 몸을 빠르게 지나가 책을 펼치기조차 쉽지 않았는데, 상훈님의 그림책은 한자리에 앉아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얼굴이 없는 등장인물 덕분에 특정한 감정에 떠밀리지 않았고, 대사 없이 이어지는 고요함 속에서 제 속도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글은 종종 읽는 속도를 따라 넘겨야 한다는 압박을 주지만, 이 책은 제가 ‘넘기고 싶을 때’ 다음 장을 여는 경험 자체가 위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시간을 이 그림책과 함께해서였을까요. 이번 프라이드 엑스포는 제게 독특한 종류의 위로로 남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먼저 말을 걸고, 또 어떤 사람은 말없이 책을 걸어두는 방식으로도 서로가 숨 쉬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번 프라이드 엑스포는 제게 첫 경험이었습니다. 쉽게 지치는 편이라 사람 많은 곳을 피하려 했지만, 이런 시간일 줄 알았다면 더 일찍 숨 트이러 왔을 것 같습니다. 친구사이 회원분들도 저와 비슷한 걱정으로 주저한 적이 있다면, 저와 함께 여기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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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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