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연도별 기사

2026년

[194호][커버스토리 "하트데이나잇볼 2026 with 친구사이" #1] 우리는 잘될 거라는 믿음 — 댄서 제이미 인터뷰
2026-09-04 오후 16:31:17
기간 8월 

 

 

[194호][커버스토리] 

"하트데이나잇볼 with 친구사이" #1

우리는 잘될 거라는 믿음 — 댄서 제이미 인터뷰

 

 

KakaoTalk_Photo_2026-09-04-00-10-33 001.jpeg

▲ 제이미(JAYME) 프로필 사진. 인터뷰이 제공.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댄서 해준과 함께 〈하트데이나잇볼 2026 with 친구사이〉를 준비하고 있다. 친구사이는 문화예술의 형식을 통해 성소수자의 삶을 새롭게 상상하고 디자인하며, 사회·문화적인 커밍아웃을 공동체의 장면으로 기획해 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한 문법과 관계를 단단히 쌓아 온 한국 볼룸 씬과 연결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해준 역시 볼룸 씬의 동료들이 더 많은 문화적 기회와 새로운 관계, 마음건강을 위한 지원에 연결되고 각자의 활동과 꿈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같은 성소수자 공동체에 속해 있어도 서로를 이미 충분히 아는 것은 아니다. 이번 행사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문화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자원을 나누고 서로를 환영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데서 출발했다.

 

친구사이 소식지는 그 사전 프로그램으로 행사 전까지 한국 볼룸 씬에서 활동하는 댄서 네 명을 커버스토리를 통해 차례로 만난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제이미(JAYME)다. 제이미는 성소수자 댄스 크루 커밍아웃과 하우스 오브 루부탱(House of Louboutin), 하우스 오브 미야키-무글레어(House of Miyake-Mugler)에서 활동하며 볼룸(Ballroom)과 케이팝(K-pop), 방송과 공연 무대를 오가고 있다. 어린 시절 춤을 좋아했던 기억부터 보그 펨(Vogue Fem)을 통해 볼룸에 들어온 과정, 루부탱의 코리아 파더(Korea Father)이자 상업 무대의 댄서로 살아가는 현재까지 이야기를 들었다. 빠르게 성장한 한국 볼룸 씬의 모습, 대중문화와 볼룸이 만나는 방식, 볼룸과 그 바깥의 게이·퀴어 커뮤니티가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일도 함께 물었다.

 

 

하트데이나잇볼.jpeg

〈하트데이나잇볼 2026 with 친구사이〉 세 종류의 포스터.

협력: 스튜디오 빠른손(@Bbareunson)

 

 

인터뷰·정리 박민영 / 인터뷰 2026년 8월 31일, 종로3가 친구사이 사정전에서.

실제 대화는 주제별로 재배열했으며, 답변의 의미를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반복되는 표현과 인터뷰 진행 발화를 덜어냈다.

 

 

 

chingusai_logo.png 

1. 시작 & 춤

 

 

박민영  평소에는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나요?

 

제이미  평소에 사실 크게 자기소개할 일이 없긴 해요. 한다면 “커밍아웃이라는 팀과 하우스 오브 루부탱, 하우스 오브 미야키-무글레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댄서 제이미입니다” 정도로 소개하는 것 같아요.[1][2]

 

박민영  춤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제이미  진짜 어릴 때부터 춤을 정말 좋아했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여섯, 일곱 살 때부터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을 따라 춤췄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잘했던 것 같기도 해요.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는데 발표회나 방과후 활동에서 무대를 하면 늘 센터에 있었고, 주인공을 시켜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때는 댄서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못했어요. 직업 희망란에 댄서를 적는 게 생소하던 때였으니까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댄싱9〉을 보고 놀란 거죠. “이게 뭐야?” 싶었어요. 그전까지는 스트리트 댄스를 아예 몰랐거든요. 특히 댄서 윤지 누나의 예선 영상을 보고 “나 이거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러 장르가 섞인 영상이라 저도 무슨 춤인지 몰랐어요. 네이버 지식인에 영상 링크를 올리고 장르가 뭐냐고 물었더니 누군가 그냥 “왁킹입니다”라고 답한 거예요. 그래서 “왁킹이 뭐지?” 하고 검색해 봤고, 그때 저한테 왁킹의 길이 열린 거죠.

 

제가 전주 출신인데 당시 전주에는 왁킹 수업이 없었어요. 일단 다른 수업부터 들으려고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갑자기 그 영상에서 본 윤지 누나가 들어오는 거예요. 군산에도 수업이 없어서 한 시간씩 버스를 타고 전주에 오고 있었던 거죠.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제대로 춤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박민영  왁킹으로 춤을 시작했는데, 이후 여러 춤 가운데 보그 펨과 볼룸은 어떻게 만났나요?

 

제이미  처음에는 진짜 볼룸보다 보그 펨이라는 춤에 먼저 끌렸던 것 같아요.[3] 그때는 한국에 볼룸이라고 부를 만한 문화나 장이 아직 없었고, 보그 펨이라는 춤이 먼저 존재하던 때였어요. 란 선생님의 영상을 보고 “이거 배우고 싶다”라고 생각해서 수업을 찾아갔죠.

 

한동안 수업을 듣다가 선생님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볼(Ball)을 연다는 이야기를 했어요.[4] 거기에는 여러 카테고리(Category)가 있고, 페이스(Face)는 얼굴을 보여주는 카테고리이고 런웨이(Runway)는 걷는 카테고리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5] 그렇게 볼룸을 접하게 됐어요.

 

 

KakaoTalk_Photo_2026-09-04-00-10-36 014.jpeg

▲ 2018 Mangwon Ball 런웨이 룩.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처음 걸었던 볼은 어떻게 기억하나요?

 

제이미 란 선생님이 처음 열었던 망원 볼에서 런웨이를 걸었어요. 처음 열리는 볼이다 보니 참가자들도 진행 방식이나 카테고리의 규칙을 잘 모르는 상태였는데, 오히려 그래서 좋게 기억해요. 정말 순수하고 열정이 있었어요. 모든 사람이 다 응원해 줬고요.

 

지금은 문화와 규칙을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볼이 진지해진 면이 있어요. 경연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요. 그런데 그때는 정말 무슨 파티 같았어요. 전체 드레스 코드는 자연이었고, 저는 사막을 했어요. 몸을 금색으로 칠하고 금색 사슬 같은 걸 들고, 사막색 옷을 입었죠. 그날 이후 일주일 동안 화장실에서 금색 반짝이가 나왔어요. (웃음)

 

박민영  오늘은 볼룸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 사람이 가장 잘하는 춤과 그 사람의 정수 같은 춤은 꼭 같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르를 떠나 지금 제이미님의 춤을 설명한다면 어떤 춤이라고 말하고 싶나요?

 

제이미 표현할 때 발산하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되게 함축되어 있는데, 계속 고고하게, 고고하게 발산되는 아우라가 있는 느낌이에요. 힐 댄스도 그렇고 보깅도 그렇고 왁킹도 그렇고, 제가 하는 장르들이 전체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박민영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춤의 노른자는 안에 품고 에너지만 새어나오는 느낌이랄까요. 다 쏟아내는 춤과 달리, 그 응축된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추는 건 제이미님에게 어떤 매력이 있나요?

 

제이미 그리고 되게 집중도가 있는 춤인 것 같아요. 보는 사람도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고요. 정말 춤을 추는 그 순간에 집중해요. 노래에 집중하고, 나한테 집중해요.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동작을 만드는 컨트롤과는 조금 달라요. 그냥 그 순간에 몰입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

 

 

 

chingusai_logo.png 

2. 카테고리 & 하우스

 

 

KakaoTalk_Photo_2026-09-04-01-07-18.jpeg

▲ 퍼포먼스 컷. 인터뷰이 제공.
(좌) 2024 House of Seas Ball 져지 LSS
(우) 2024 Love Night (Present by House of Love) FF 퍼포먼스 참가

 

 

박민영  처음 걸었던 카테고리와 가장 오래 가져온 카테고리는 다를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 걸어온 것 가운데 오래 붙들어 왔거나 스스로를 많이 바꾼 카테고리는 무엇인가요?

 

제이미 처음 걸었던 건 런웨이였지만 꾸준히 가져온 건 퍼포먼스(Performance), 그중에서도 부츠 퀸 퍼포먼스(Butch Queen Performance)였던 것 같아요.[6] 보그 펨을 오래 했는데 진짜 위험한 춤이어서 많이 다쳤어요. 가장 많이 다치는 동작 가운데 하나가 딥(dip)이에요.[7] 배틀(battle)을 하다 보면 더 과열되거든요. 그 순간에는 제가 갑자기 점프할지, 무슨 동작을 할지 저도 진짜 모르니까 오버해서 다치는 거죠. 저도 딥을 하다가 크게 다친 적이 있어요.

 

그 뒤로 런웨이를 다시 시작했어요. 사실 런웨이에 대해서는 계속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거든요. 지금은 런웨이에 집중하려고 퍼포먼스는 안 하고 있어요. 둘 다 품이 많이 드는 카테고리예요. 런웨이는 의상도 엄청 준비해야 하고요. 제가 워낙 잘하고 싶어 하고, 완벽주의가 조금 있어서 그냥 하나에 집중하는 편인 것 같아요.

 

 

KakaoTalk_Photo_2026-09-04-00-10-35 007.jpeg

▲ 2026 하우스 오브 루부탱 비주얼 필름 영상 촬영 현장.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볼룸의 역사에서 하우스(House)는 함께 춤추는 팀이면서, 때로는 집과 가족 그 이상을 만들어 온 관계라고 알고 있어요. 한국에서 제이미님이 실제로 경험한 하우스는 어떤 관계에 가까웠나요?

 

제이미 처음에는 하우스를 옛날 볼룸의 역사 속에서 이해했어요. 집에서 내쫓기거나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마더(Mother)와 파더(Father)가 품고, 페어런트(parent)와 칠드런(children)이 되는 관계요.[8]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특히 댄스 씬에 가까운 한국 볼룸에서도 그런 관계가 가능할까 싶었어요. 하우스라고 해도 결국 댄스 팀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하우스 오브 루부탱에서 2~3년을 보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9] 진짜 가족은 아닌데 애들한테 패밀리십(familyship)을 느껴요. 진짜 가족처럼 미울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고, 기특할 때도 있고요.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그 안에서 느끼는 것 같아요. 꼭 볼이 아니어도 하우스 멤버들끼리 엄청 자주 만났어요.

 

박민영  하우스 오브 러브(House of Love)에서는 칠드런이었고, 루부탱에서는 코리아 파더가 됐죠. 마더인가요? 아무튼 페어런트의 역할이 되고 나면 “졸업식에는 꼭 가야겠다, 짜장면이라도 사줘야겠다” 하는 식의 책임도 생기나요? 아니면 현장에서 멤버들을 챙기는 것으로 충분한가요?

 

제이미 사실 저는 마더가 맞는데... 맞는데... 뷰티아(Beautia)가 마더를 하기로 한 상태에서 저에게도 페어런트 역할을 주고 싶어 했는데, 남아 있던 게 파더밖에 없으니까 파더가 된 거예요. (웃음) 맞아요. 이런 명칭은 현대 사회에 맞게 조금 바뀔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마더가 둘일 수도 있고 파더가 둘일 수도 있잖아요?

 

하우스 오브 러브에서는 칠드런으로 있다가 루부탱에서 파더가 되니 확실히 책임감이 있는 것 같아요.[10] 그런데 제 스케줄 때문에 모든 볼에 갈 수는 없고, 루부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볼에도 못 갈 때가 있어서 늘 미안함이 있어요. 뷰티아가 너무 잘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그거랑 별개로 저는 애들한테 뭔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가 어른인 축에 속하고 돈을 벌고 있는데, 학생이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멤버들도 있거든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제가 뭘 많이 사더라고요. 애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아닌데, 가족 모임이나 회식을 하면 제가 그냥 자연스럽게 많이 사고 싶어 해요. 뭔가 가장의 마음 같은 느낌인 것 같아요.

 

 

KakaoTalk_Photo_2026-09-04-00-10-35 008.jpeg

▲ 하우스 오브 미야키 무글레어.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루부탱에서는 페어런트 역할을 맡고 있지만, 미야키-무글레어 코리아 챕터(Korea Chapter)에는 아직 마더나 파더 없이 모두 칠드런이라고 했어요. 그런 기둥이 없는 하우스에서는 관계와 책임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제이미 미야키-무글레어 코리아 챕터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11] 저도 작년에 들어갔고, 인터뷰 당시에는 위스키(Whiskey)와 비키(Biki), 저까지 세 명이었어요. 모두 같은 칠드런이고요. 멤버 개개인을 너무 좋아하는데, 아직은 공동체라는 감정을 크게 받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나이로는 가장 어른이지만, 나이를 떠나서 위스키가 가장 많이 이끌고 있어요. 그래서 고마운 마음이 커요. 루부탱에서는 페어런트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만, 미야키-무글레어에서는 그 리더십을 잠시 내려놓을 때도 있어요.

 

 

 

chingusai_logo.png 

3. 한국 볼룸의 변화

 

 

박민영  처음 망원 볼을 걸었을 때는 참가자 모두가 진행 방식과 규칙을 함께 알아가던 시기였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나오며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무엇이고, 반대로 여전히 느끼는 한계는 무엇인가요?

 

제이미 시간이 지나면서 씬이 정말 많이 커졌고, 다들 너무 많이 발전했어요. 아시아권에서 한국은 늦게 시작한 편인데 지금은 제일 크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느껴요. 2~3년 전 영상만 봐도 “이때 왜 이렇게 못했어?” 싶어요. 진짜 너무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한 것 같아요.

 

반면 여전히 댄스 씬 같은 느낌이 강한 건 아쉬워요. 볼룸이 너무 댄스 문화로 보이는 면이 있거든요. 제 동료들도 많이 느끼는 부분인데,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런웨이를 계속 걷는 의도에 사람들이 퍼포먼스뿐 아니라 뷰티, 패션 카테고리도 더 많이 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섞여있는데요. 다만 제가 런웨이를 한다고 런웨이 하는 사람이 생기진 않아요. (웃음)

 

박민영  저도 공부하면서야 키키 씬(Kiki Scene)과 메인스트림 씬(Mainstream Scene)이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장이고, 한 사람이 양쪽에서 다른 하우스와 경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한국에서는 같은 사람들이 두 씬을 많이 오가고 관계도 겹치는 것 같은데요. 제이미님은 두 씬을 오갈 때 무엇이 가장 다르게 느껴지고, 겹친 관계가 볼이나 심사에는 어떻게 작용한다고 보세요?

 

제이미 한국도 처음을 생각하면 두 씬이 구분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지금도 주로 돌아가는 건 키키 씬인 것 같고, 메이저 볼(Major Ball)은 거의 없어서 완전히 구분되지는 않는 것 같고요.[12] 키키 하우스에서만 활동하거나 메인스트림 하우스와 메이저 볼에서만 활동하는 분도 있지만, 정말 소수예요. 보통은 같은 사람들이 양쪽에 참여하죠.

 

그래서 저지(judge)를 볼 때도 두 관계가 완전히 분리되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키키 볼에서는 저와 위스키가 서로 다른 키키 하우스로 참여하지만, 메인스트림에서는 같은 미야키-무글레어잖아요. 둘이 동등하게 잘했다면 “그래도 위스키는 같은 미야키-무글레어인데”라는 생각이 아예 안 들지는 않더라고요.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저뿐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겪는 문제 아닐까 싶어요. “이거 키키 볼인데 너무 메인스트림 챙긴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이건 완전히 볼 바이 볼인데요. 보통 키키 볼은 조금 더 활기가 있고 서로 서포트하는, 조금 가벼운 느낌이 있어요. 메인스트림 볼은 훨씬 더 진지하고 경쟁적이고 치열해요. 가끔은 워킹을 하고 있는데 관객석도 저지석도 너무 조용한 볼을 경험할 때가 있어요.

 

 

KakaoTalk_Photo_2026-09-04-00-10-36 012.jpeg

▲ 2025 House of Milan Ball 런웨이 룩.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하우스에 속하지 않은 사람을 흔히 007이라고 부르는데, 단순한 관객과는 조금 다르다고 했어요.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어떤 관계를 맺고 있어야 007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제이미 하우스가 없는 사람을 007이라고 하면 편하긴 한데, 모든 관객을 007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13] 내가 이 볼룸 문화에 들어오고 싶고, 이 문화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고 싶다면 007에 가까워요. 꼭 무대에 설 필요는 없어요. 저희 하우스에도 워킹을 하지 않는 멤버가 있어요. 댄서가 아니라 디자이너인데 의상을 도와주기도 하고요. 걷지 않아도 문화 안에서 역할을 할 수 있죠.

 

박민영  저는 〈포즈(Pose)〉나 〈파리 이즈 버닝(Paris Is Burning)〉을 보면서 리얼니스(Realness)에 대한 환상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한국 볼에서 실제로 본 리얼니스는 참가자가 상대적으로 적더라고요. 지금 한국 씬에서 리얼니스를 걷지 않는 이유와 이 카테고리를 새롭게 해석할 때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제이미 리얼니스를 재미없다고 느껴서 걷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14] “나는 내가 게이인 게 좋은데, 나는 게이이고 싶은데 왜 이걸 해야 하지?”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어요. “나는 내가 게이인 적이 아닌 적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고요.

 

리얼니스는 어쨌든 만들어진 시대를 생각하면 되게 보수적인 카테고리이기도 해요. 그래서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저희가 조심스러워하는 면이 있어요. 그 역사를 만든 분들이 지금도 너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그 레거시(legacy)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chingusai_logo.png 

4. K-pop & 볼룸의 레거시

 

 

박민영  제이미님은 볼뿐 아니라 케이팝·방송·공연에서 일해 왔어요. 같은 몸과 춤을 쓰더라도 무대의 목적은 다를 텐데, 볼의 제이미와 상업 무대의 제이미 사이에서 무엇을 그대로 두고 무엇을 조절하나요?

 

제이미 둘의 목적성이 너무 달라요. 볼에서는 저를 치장하고 표현하는 데 중점이 있지만, 상업 무대에서는 저보다 아티스트나 퍼포먼스, 노래가 중심이니까요. 아무래도 주인공은 제가 아니어서 동작도, 표현도 조금 더 자제해요. 볼에서의 제가 다른 페르소나인 건 아니지만, 표현을 거의 안 한다 싶을 만큼 줄이는 거죠.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았어요. 청하, 엄정화, 전소미처럼 제 에너지를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아티스트들과 작업했거든요. 전소미의 〈Fast Forward〉도 그랬고요. 저를 너무 잘 아는 분들이라 제 에너지가 얼마나 센지도 알고 있고요. 결국 결이 맞는 아티스트와 일했기 때문에 지금 편한 것 같아요.

 

 

KakaoTalk_Photo_2026-09-04-00-10-35 011.jpeg

▲ 2024 House of Juun.J Ball 져지 LSS.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최근 케이팝에서는 보깅의 움직임이나 볼룸에서 익숙한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움직임이 닮았다는 사실만으로 문화가 잘 연결됐다고 하기는 어렵겠죠. 제이미님은 무엇을 기준으로 ‘잘 연결됐다’고 판단하고, 언제 겉모습만 가져왔다고 느끼나요?

 

제이미 어떤 움직임 하나만 보고 잘 연결됐다고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안무를 누가 가르쳤고 누가 창작했는지가 더 중요해요. 볼룸의 레거시를 가진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그 문화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자원까지 돌아간다면... 그러면 베스트죠.

 

다만 제가 대중문화에서도 일하다 보니까 조금 더 열려 있는 편인데요. 어떤 안무가가 보깅을 주된 장르로 하지는 않더라도 실제로 배웠고, 그 스타일을 케이팝 안무에 녹여서 잘됐다면 저는 그냥 잘됐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깅이 알려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반대로 보깅을 배운 적도 없고 아무런 관심이나 관계도 없이, 눈으로 보고 따라 한 것을 자기 창작처럼 제시한다면 좋게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그 사이의 기준은 되게 애매해요. “어디까지가 보깅이고 어디까지가 노깅(noguing)이지?”라는 의문이 생겨요.[15] 볼에도 와봤고 보깅도 배웠지만 지금은 볼룸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만든 것을 노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박민영  상업 작업에서는 제이미님이 알고 있는 보깅과 볼룸의 언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번역해야 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서로의 이해가 어긋나거나, 반대로 설명을 계기로 현장까지 이어진 경험이 있었나요?

 

제이미 이해가 크게 어긋났던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보깅, 특히 볼룸 이야기를 하면 볼에 오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가 정말 많았어요. 단순한 댄스 배틀이 아니라 여러 카테고리가 있다는 걸 설명하면 실제로 보러 온 분도 있었고요.

 

 

 

chingusai_logo.png 

5. 볼룸 & 퀴어 커뮤니티

 

 

박민영  친구사이가 이번 볼을 준비하면서 느낀 건, 볼룸이 퀴어 역사와 가까운 문화여도 그 바깥의 게이·퀴어 커뮤니티가 씬의 사람과 역사, 문법까지 아는 건 별개라는 점이었어요. 저도 잘 몰랐고요. 제이미님도 이런 거리감을 느껴봤나요? 볼룸에 들어오는 사람은 처음부터 얼마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보세요?

 

제이미 저도 볼룸에 있지만 아직 완전히 안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계속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해외에서 볼룸의 어르신들이 오시면 어르신들마다 또 얘기가 달라요. 한국 사람들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기 때문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박민영  말씀을 들으니 문서로 정리된 규칙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전해지는 이야기, 거의 설화 같은 문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씬에서는 그 이야기와 규칙을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자기 경험과 연결하나요?

 

제이미 저도 쪽팔렸던 적 있어요. 패션 킬라(Fashion Killa)를 제가 스타일링한 옷을 뽐내는 카테고리라고만 알고 나갔는데, 제가 경험한 기준에서는 창작성을 보는 카테고리였던 거예요.[16] 텐즈는 올라갔지만 배틀에서 졌던 상황이었어요. 제가 놀란 티를 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도 부끄러운 행동이더라고요. 패션 킬라와 비자르(Bizarre)가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제가 배운 바로는 패션 킬라가 패션적으로 풀어내는 쪽이라면 비자르는 더 기괴하게 풀어내는 차이가 있었어요.

 

이런 역사는 해외의 볼룸 인물을 볼의 저지로 초대하고 워크숍을 열면서 배우기도 해요.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 볼룸 안에서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통역하는 경우가 많고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계속 배우는 문화인 것 같아요.

 

박민영  그 거리를 꼭 좁혀야 하는지, 서로의 영역이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도 괜찮은지 두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묻고 싶어요. 제이미님은 어느 쪽에 더 가깝고, 거리를 좁히려면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세요?

 

제이미 좁아지면 좋겠죠. 그런데 반대로 볼룸 사람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밖에서 오는 퀴어들에게 저희가 되게 불친절하게 느껴질 것 같거든요. 셰이디(shady)한 캐릭터 때문일 수도 있고, 정말 관심이 없거나 현장이 바빠서 그럴 수도 있고요.

 

 

KakaoTalk_Photo_2026-09-04-00-10-34 004.jpeg

▲ 제이미 프로필 사진.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저는 그런 차가운 분위기에 오히려 끌리는 편이거든요. 작정하고 셰이디한 분위기. 그걸 재미있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일까요?

 

제이미 재밌다면 다행인데, 저는 좀 걱정되는 게 있어요. 모두에게 환영받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왔다가 그렇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잖아요. 가끔 처음 온 사람이 참가했다가 규칙을 모른 채로 배틀에서 졌던 상황이 있었어요. 그대로 집에 돌아가는 장면을 보면 마음이 좀 어려워요. 저희가 지켜온 룰이 있으니 심사를 다르게 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미리 알고 나왔다면 상처만 받고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박민영  해준과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기회가 왔다고 모든 걸 하는 게 사랑은 아니고 아낄 사람들을 아껴가며 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느꼈어요. 친구사이처럼 씬 바깥에서 인권운동을 해온 단체가 볼룸과 관계를 맺을 때는 어느 거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 편이 적절할까요?

 

제이미 볼은 그런 걸 처음부터 알려주는 자리는 사실 아니잖아요. 그냥 그 문화와 경연이 진행되는 자리죠. 그래서 볼 바깥이나 그 전에 필요한 정보를 친구사이 같은 곳에서 알려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처음 오는 사람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규칙이 있는지 알고 들어갈 수 있게요.

 

박민영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이 거리는 바깥 사람이 볼룸을 더 공부한다고만 좁아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서로 다른 퀴어들이 볼룸에서 실제로 만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제이미 저도 스스로 저한테 하는 이야기인데, 서로를 조금 더 궁금해하고 조금 더 친절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그러면 볼룸 씬에 퀴어분들이 왔을 때 더 환영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태원처럼 퀴어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서 볼을 여는 시도도 좋았어요. 실제로 관람하러 오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chingusai_logo.png 

6. 하트데이나잇볼 2026 with 친구사이

 

 

31c26ad6002ed49f72f115d869f82517.jpeg

▲ 2026년 1월 대한민국 국회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런아웃 정치축제

〈국제 성소수자 정치 컨퍼런스: 다양성,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향해〉 기록.

 

 

박민영  친구사이가 ‘정치인’을 제안한 데에는 광장의 성소수자들이 제도정치 안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정치는 특정한 외양과 태도를 계속 요구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사회가 요구하는 위치와 역할을 오래 다뤄온 리얼니스에서 ‘정치인’을 걷는다면 어떤 장면이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제이미님은 이 키워드에서 무엇을 기대하나요?

 

제이미 사실 정치인이라는 드레스 코드도 예전에 한 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냥 리얼니스라고만 생각하고 봤던 것 같은데, 이 얘기를 들으니까 오히려 더 재밌는데요.[17]

 

지금 리얼니스를 걷는 친구들이 나온다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거든요. 오히려 볼룸에 없는 분들이 나와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분들이요. 볼룸에서는 늘 보던 얼굴들이 걷고 있으니까요. 리얼니스는 그래도 처음 참여하는 분들이 접근해볼 수 있는 카테고리이기도 하고요.

 

 

20240910_성소수자 자살예방기자회견마음연결사진.jpeg

▲ 2024년 세계자살예방의 날 마음연결이 함께한

〈성소수자 자살 예방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기록.

 

 

박민영  하우스의 돌봄과 성소수자 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의 활동은 같은 일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의 위기를 알아차리고 연결한다는 점에서 이날 한 공간에 놓여요. 볼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무지개연결’ 캠페인 부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요?

 

제이미 저는 코멘테이터(Commentator)가 “저런 부스가 있다”고 중간에 한 번씩 말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18] 볼 현장은 생각보다 정신이 없어서 따로 공지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거든요. 최근 볼룸 안에서도 서로의 위기를 살피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같이 있으면 되게 좋을 것 같아요. 참여하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더라도요.

 

박민영  볼은 처음 오는 사람을 위한 사전교육의 자리가 아니라, 이미 카테고리와 경연이 진행되는 자리라고 했어요. 친구사이를 통해 처음 오는 사람은 무엇을 조금 알고 오면 좋고, 현장에서는 어디를 보면 좋을까요?

 

제이미 글쎄요. 일단 좋은 자리를 잡으면 좋겠어요. 저지석과 가까우면 관람하기 제일 좋아요. 참가자들이 저지를 보고 워킹(walking)하니까요. 그것 말고는 진짜 편하게 보면서 즐기면 돼요. 페이스, 런웨이, 리얼니스가 무엇인지처럼 기본적인 카테고리를 조금 알고 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고요. 볼이 과열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모여들 때도 있는데, 그것도 정해진 룰이라기보다는 현장의 열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아요.

 

 

 

chingusai_logo.png 

7. 게이로 잘 사는 일

 

 

KakaoTalk_Photo_2026-09-04-00-10-34 002.jpeg

▲ 팀 커밍아웃. 인터뷰이 제공.

 

 

박민영  성소수자 정체성을 공개한 커밍아웃 크루로 활동하면서, 본업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나요?

 

제이미 솔직히 어려움이 정말 없어요. 정말 다행이게도요. 팀으로 활동하면서 정체성을 공개한 것 때문에 겪은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커밍아웃 멤버 전원이 워크숍을 했을 때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는 답을 못했어요. 나중에 그 질문을 계속 생각해봤는데, 커밍아웃이라는 팀도 팀이지만 개개인이 강한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강하다는 게 능력도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개개인이 잘 사는 게 진짜 중요해요.

 

커밍아웃 멤버들은 게이라는 걸 숨기지는 않지만,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만 사는 사람들도 아니에요. 그냥 각자 자기 삶을 잘 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압박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고, 그냥 제 자신에 대한 믿음과 멤버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잘될 거라는 믿음이요.

 

박민영  친구사이 소식지는 시간이 지난 뒤에도 남을 기록이에요. 30년 뒤 누군가 제이미님을 찾아볼 수도 있다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나요?

 

제이미 제가 이렇게 살아오면서 느낀 건, 그렇게 됐을 때 게이라는 게 더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내가 내 일로 잘 살고, 그걸로 잘됐을 때 게이라는 게 좋아졌던 것 같기도 해요. 게이여서 좀 좋은 느낌. 그 감각은 복합적인 것 같아요. 그래도 게이인 분들이라면 다 조금씩은 있지 않나 싶어요.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어떤 감각이요. 그 감각을 말하고 싶어요.

 

박민영  저는 그 말이 아이스크림에 소금을 뿌리면 맛이 확 살아나는 것처럼 들렸어요. 내가 잘 해낸 일이 있을 때 퀴어나 게이라는 감각이 그 기쁨을 더 올려주는 느낌이랄까요. 그 안에서 주변의 응원도 느끼나요?

 

제이미 (응원을) 정말 많이 느껴요. 물론 헤이터들도 너무 많죠. 그런데 저는 그게 하나도 신경 안 쓰여요. 오히려 인스타에 그런 댓글이 달리면 더 달아줬으면 좋겠어요. 제 주변 사람들이 너무 담담해서 그런 것 같아요. 커밍아웃도 그렇고 하우스도 그렇고, 같이 춤추는 환경도 그렇고요. 제가 있는 환경이 너무 단단해서 이럴 수 있는 것 같아요.

 

박민영 이만큼 길게 붙잡아 놓고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을까 싶기는 해요.
 

제이미 그냥 일단 정말 재밌었고… 그리고 저도 늘 실천은 안 하면서 그런 마음은 한켠에 있거든요. 뭔가 나도 내가 퀴어에 대해서, 커뮤니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 뭔가 이런 … 그런 … 뭔가 … 성소수자인권운동 단체에서 이렇게 연락을 주셔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어요. 사실은 진짜로. (웃음) 근데 뭐 어쨌든 너무 재밌있었어.

 

박민영 감사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녹음은 멈추도록 할게요.

 

 

 

chingusai_logo.png

볼룸 용어 각주

 

 

[1] 볼룸과 볼  볼룸은 미국의 흑인·라틴계 성소수자 공동체가 발전시킨 문화이자 공동체적 장을 가리킨다. 볼은 그 안에서 참가자들이 패션, 젠더 표현, 런웨이, 퍼포먼스 등 여러 카테고리를 걷고 심사받는 행사다. 볼룸은 보깅 하나와 같지 않으며, 모든 카테고리가 춤인 것도 아니다.

 

[2] 하우스  볼룸 안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활동하고 서로를 지원하는 공동체다. 선택가족의 관계를 이루기도 하고, 볼을 열거나 하우스의 이름으로 카테고리를 걷는다. 지역과 시대, 개별 하우스에 따라 관계와 운영 방식은 다르다.

 

[3] 보그 펨  보그 펨은 보깅의 퍼포먼스 양식 가운데 하나다. 올드웨이가 패션 모델의 포즈에서 발전한 선·각·대칭을, 뉴웨이가 팔과 손의 정교한 움직임과 유연성을 강조한다면, 보그 펨은 여성성의 표현을 강조하며 손동작·캣워크·덕워크·플로어 퍼포먼스·스핀과 딥의 다섯 요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4] 망원 볼  러브 란(Love Ran)과 초기 한국 보깅·볼룸 참여자들이 2018년 망원동에서 연 볼로 알려져 있다. 제이미가 처음 참여했던 볼이다. 여러 국내 연구와 기록에서 한국 볼룸 씬 형성의 주요 계기로 언급된다.

 

[5] 카테고리·페이스·런웨이  카테고리는 볼에서 참가자가 걷는 경연 단위다. 페이스는 얼굴의 아름다움과 표현, 태도 등을 보여주는 계열이고, 런웨이는 패션과 워킹, 자세와 제시 방식을 겨루는 계열이다. 구체적인 심사 기준은 볼마다 제시되는 카테고리 설명에 따라 달라진다.

 

[6] 부츠 퀸 퍼포먼스  부츠 퀸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그 퍼포먼스 카테고리다. ‘부츠 퀸’은 볼룸에서 게이·바이섹슈얼·동성애 지향의 시스젠더 남성을 가리켜 사용되어 온 용어이며, 일상 언어의 ‘부치’와 같은 뜻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

 

[7]  보그 펨의 요소 가운데 하나로, 한쪽 다리를 접고 몸을 뒤로 낮춰 바닥 가까이 떨어지듯 마무리하는 동작이다. 대중문화에서 흔히 ‘데스 드롭’이라고 잘못 불리기도 한다. 속도와 충격이 큰 만큼 충분한 훈련 없이 시도하면 다칠 수 있다.

 

[8] 마더·파더·페어런트·칠드런  마더와 파더는 하우스 안에서 구성원을 이끌고 지원하는 페어런트 역할이다. 칠드런은 그 하우스의 구성원을 가족 관계의 언어로 부르는 표현이다. 이 역할은 볼룸 경력과 기여를 인정하는 레전더리(Legendary)·아이콘(Icon) 같은 볼룸 지위(status)와는 다른 종류이며, 성별과 반드시 일치하는 고정 직함도 아니다.

 

[9] 하우스 오브 루부탱  제이미가 코리아 파더로 활동하는 키키 하우스다. 인터뷰 시점의 공개 프로필에는 제이미와 뷰티아가 각각 코리아 파더와 코리아 마더로 소개되어 있다.

 

[10] 하우스 오브 러브  러브 란을 창립 마더로 하여 2017년 출범한 한국의 키키 하우스다. 제이미는 이후 하우스 오브 루부탱으로 옮기기 전 하우스 오브 러브의 칠드런으로 활동했다.

 

[11] 하우스 오브 미야키-무글레어  1989년 설립된 메인스트림 하우스로, 공식 명칭은 디 아이코닉 인터내셔널 하우스 오브 미야키-무글레어(The Iconic International House of Miyake-Mugler)다. 제이미는 코리아 챕터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아이코닉’은 페어런트 역할과 다른 볼룸 지위의 언어이며, 공식 하우스명 자체에 포함되어 있다.

 

[12] 키키 씬·메인스트림 씬·메이저 볼  메인스트림은 키키 씬보다 앞서 형성된 볼룸의 장으로, 오랜 하우스의 역사와 세대 간 관계, 지역과 국가를 넘는 교류가 축적되어 있다. 키키 씬은 2000년대 뉴욕의 흑인·라틴계 성소수자 청소년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HIV 예방과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에 긴밀히 연결되었다. 두 씬은 초급·고급이나 승급 관계가 아니며 구성원이 오가기도 한다. 이 인터뷰에서 ‘메이저 볼’은 메인스트림 씬에서 열리는 볼을 뜻한다.

 

[13] 007  특정 하우스에 속하지 않은 볼룸 참여자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단순 관객과 언제나 같은 뜻은 아니며, 하우스 소속 없이 카테고리를 걷거나 다른 방식으로 씬에 참여하는 사람을 포함할 수 있다.

 

[14] 리얼니스  인종·젠더·계급에 따른 차별과 폭력 속에서 흑인·라틴계 퀴어와 트랜스젠더가 사회가 요구하는 특정 역할과 위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체현할 수 있는지를 겨뤄 온 카테고리 계열이다. 단순한 의상 모사나 ‘패싱’으로 축소할 수 없으며, 참가 구분과 판단 기준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15] 노깅  보깅의 움직임이나 미학이 그것을 만든 볼룸 공동체 및 역사와 단절된 채 소비되는 현상을 비판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무엇을 노깅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씬 내부에서도 맥락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16] 패션 킬라·비자르·찹·텐즈  패션 킬라와 비자르는 패션 계열 카테고리로, 구체적인 요구는 각 볼의 카테고리 설명에 따라 달라진다. 참가자가 첫 심사에서 모든 저지의 승인을 받으면 텐즈(Tens)를 받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며,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아 탈락하면 찹이라고 한다.

 

[17] 폴리티컬 파워 리얼니스(Political Power Realness)  〈하트데이나잇볼 2026 with 친구사이〉에서 친구사이가 제안한 리얼니스의 키워드다. 정치적 권한과 공적 대표성을 가진 사람의 외형과 태도, 그 역할을 한국의 퀴어가 어떻게 체현하고 변형할 수 있는지를 볼의 문법 안에서 묻는다. 실제 심사 기준은 해당 볼의 최종 카테고리 설명을 따른다.

 

[18] 코멘테이터  볼의 진행과 호명을 맡고 참가자의 퍼포먼스와 관객의 반응을 이끄는 역할이다. 카테고리와 결과를 알리는 동시에 볼의 리듬과 에너지를 만든다.

 

 

참고자료

 

※ 볼룸의 역사적 배경과 주요 용어에 관한 설명은 다음 자료를 참고했다.

 

규환, 「보깅과 볼룸」, 팟캐스트 『개인사정』, 2024. 7. 8., 게스트 Roh Telfar·Pride Ball Director, https://kyuhwan.kr/prideball/ (접속: 2026. 8. 20.)

 

김하연, 「서울도 불타고 있다: 한국 볼룸 씬의 미학적 가능성」,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 2024. 11. 27., https://fwdfeminist.com/2024/11/27/con-46/ (접속: 2026. 8.20.)

 

남웅(진행·편집), 「보깅 한길에서 행동하는 성소수자를 만나다—댄서 Cheri Boi」, 『행성인 웹진』, 2023. 2. 26., https://lgbtpride.tistory.com/1793 (접속: 2026. 8. 20.).

 

제니 리빙스턴 감독, 《파리 이즈 버닝》(Paris Is Burning), 1990.

 

호세 크리알레스-운수에타, 「언더그라운드 하위문화에서 세계적 현상으로: 주류문화 속 볼룸 구술사」(“From Underground Subculture to Global Phenomenon: An Oral History of Ballroom Within Mainstream Culture”), 『보그』(Vogue), 2023. 6. 28., https://www.vogue.com/article/oral-history-ballroom-pride-2023 (접속: 2026. 9. 1.)

 

하우스 오브 루나, 「볼 카테고리」(“Ball Categories”), 전통 카테고리 및 젠더 지침 작성: 스테폰 엘리트 월리스, https://www.houseofluna.org/ball-categories (접속: 2026. 9. 1.)

 

 

lineorange.jpg

 

인터뷰 진행 · 편집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박민영

 

 

donation.png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