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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94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60 : 지랄맞음 속 우리만의 축제의 가면
2026-09-04 오후 16:29:45
기간 8월 

 

 

[194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60

: 지랄맞음 속 우리만의 축제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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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책읽당은  한 권의 책과 논문 한 편을 읽었습니다. 바로『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밤의 가면: 이태원 게이힐과 드랙에 관한 인류학적 연구(링크)』입니다. 너무도 다른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당사자성이 두드러진다는 것입니다. 조승리 작가는 시각장애인으로 사회를 살아가며 느낀 자신의 삶을, 휘님은 논문 속에서 퀴어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정의했습니다. 모두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쓰신 만큼 책읽당에서도 모임을 진행하며 우리 자신의 내면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발제를 맡았을 때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책을 고른 건 제목에 이끌려 읽은 첫 번째 장 때문이었습니다. 조승리 작가가 택시를 타고 다리를 건너며 불꽃놀이를 마주하는 장면이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책읽당 홍보가 올라가면서 발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먼저 홍보를 맡은 오재가 책 제목 때문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일주일간의 정지를 당하면서부터였습니다. 하… 뭔가 잘못됐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책을 계속 읽어 나갔습니다. 사실 발제자인 저도 완독하지 못하고 책을 고르고 시작했죠. 그래서 더 불안이 켜졌는지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읽당 대표 용이와 만남에서도 이번 독서모임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조승리 작가님이 시각장애인이신 만큼 우리도 그 감각을 조금이나마 느끼면 좋지 않을까? 란 생각에 눈을 감고 감상평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습니다. 용이는 괜찮다며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었죠. 이게 시작이었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책읽당 운영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들이 쓴 감상평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감상평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많이 보인 단어는 ‘장애’였습니다. 저 역시 어느 순간 작가님의 글을 보기보다는 작가님의 장애에 더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 결과 제가 만든 질문지는 장애라는 단어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모임 당일 다시 읽어본 질문지가 제가 처음 이 책을 골랐을 때의 마음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모임 단톡방에 질문지를 올리지 못하고 급하게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모임 시작 전, 제가 느낀 불안감과 고민을 책의 한 부분을 통해서 공유했습니다. 

 

평온한 일상에 안도한다. 순간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남의 불행을 자신과 비교하며 안도를 찾는 이들을 나는 얼마나 경멸했는가? 오래전 지인을 따라 방문한 어느 교회에서 목사는 나의 장애를 거론하며 말했다. 


“하나님이 왜 장애인을 이 땅에 만드셨는지 아시나요? 그건 여러분께 현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해드리려는 주님의 안배입니다. 저들을 바라보며 건강한 육신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아시길 바랍니다.” 


강단 아래 100여 명의 신도들은 모두 “아멘” 하고 대답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것은 나뿐이었다. 나는 그날의 치욕을 잊지 못한다. 어느새 들이친 죄책감이 발목까지 고여들었다. 입 속 남은 씁쓸함은 커피 탓이리라 생각하고 싶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p. 187  

 

 

조금은 조심스런 마음으로 시작된 모임에서 우리는 책 속에서 또는 각자의 삶 속에서 지랄맞음과 축제를 찾아보았습니다. 인원이 많아서 조별로 진행했는데 책 속에서 위로받은 이야기와 다정함을 느낀 인물을 공유할 때 서로의 감정이 겹치기도 했고 각자 자신의 축제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유할 때는 종교, 독서, 대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책읽당 모습을 확인하며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우리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여정으로 휘님의 논문 모임으로 이어졌고, 시작부터 뜨거운 논쟁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책읽당에서 처음 논문을 가지고 모임을 진행하는 만큼 모임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공존했습니다. 누군가는 책읽당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 곳인데 논문으로 모임을 진행하면 가르치는 모임이 되지 않을까도 걱정했지만 막상 휘님의 진행은 최대한 회원분들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휘님의 논문을 읽으면서 제 주변인들에게 설명하지 못했던 제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끼를 떨거나 퀴어임을 더 들어내고 싶은 이유와 친구들에게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때의 막막함이 휘님의 논문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드랙은 게이 남성이 여성처럼 옷을 입고 화장을 한 뒤 특정 여성가수의 노래를 립싱크쇼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게이 문화가 태동할 당시 남성 집단에서 동성애자 남성을 멸시하는 주된 근거가 ‘여성스러움’이었다는 데에 있다… 이에 게이들은 혐오의 준거인 여성성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그것을 문화로 소화하는 드랙에 환호했다. 


『밤의 가면: 이태원 게이힐과 드랙에 관한 인류학적 연구』p. 1

 

 

우리가 놀고 즐기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 안에 문화를 알아보는 과정은 마치 지나온 시간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휘님이 논문에서 정리하신 명칭과 정의, 분류는 모르고  흘러가 사라질 것만 같은 사건과 시간을 붙잡아 우리의 존재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논문 속 인터뷰를 통해서 나와 같은 누군가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가면을 만드는 용기에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논문을 읽은 후 독서 모임에서 우리는 서로의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모두 발산했는데 휘님이 발제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좋은 논문 모임을 만들어주신 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타 공연처럼 드랙 공연은 관객에게 조용하고 수동적인 관람 태도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호하고, 반응할 것을 주문하며 ‘지갑을 열 것’을 권장한다. 공연자는 관객의 환호가 클수록 더 화려해지고, 그 공간에 모인 모두가 퍼포먼스에 함께 할수록 쇼의 재미는 더 해진다.

 

『밤의 가면: 이태원 게이힐과 드랙에 관한 인류학적 연구』 p. 52  

 

 

책읽당은 마치 드랙공연처럼 책을 단순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모임에 참석하고 호응하며 각자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펼쳐내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은 한 달이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책읽당과 함께 제가 게이임이 더 자랑스러운 시간으로 채워나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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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책읽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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