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94호][기획] 친구 사이의 사람들 #2 : 회원지원팀장 김진수| 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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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기획]
친구 사이의 사람들 #2 :
회원지원팀장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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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원 인터뷰 기획 시리즈를 시작하며… from 소식지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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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사람
"친구사이의 편안함과 안전함을 꼭 느껴보라고 하고 싶어요"
- 친구 사이의 사람들, Between Friends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지원팀장, 김진수
진수님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을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고, 되고 싶은 모습은 분명했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배우를 꿈꾸던 시절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이 많아 혼자 걸으며 중얼거렸고, 무대 위에서야 자신의 말을 들려주고 울 수 있었다. 지금은 PT 트레이너로 일하며 글을 쓰고, 친구사이 회원지원팀장으로서 다른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1. 나를 말할 수 있는 판
대학을 졸업하고 연기를 그만두던 무렵, 진수님은 친구사이의 문을 열었다. 오래 품고 있던 기여의 마음은 이곳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만나기 시작했다.
여름: 친구사이에 오기 전부터 성소수자 활동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했어요. 실제로 처음 이곳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진수: 그전에는 연애만 몇 번 했고 단체 활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퀴어 친구도 별로 없었고요. 그런데 성소수자 활동을 하는 분들에게 부채감이 있었어요. 그분들의 활동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은 저일 수 있는데,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도 뭔가를 해 보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친구사이에는 원래 관심이 있어서 검색도 해 보고 홈페이지도 가끔 들여다봤어요. 지보이스 다큐멘터리인 《위켄즈》도 봤고요.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지보이스 후원주점에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어요. 친구사이에서 여러 성소수자와 함께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2023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여한 진수님
여름: 웰컴데이 후기에서 “편해진다는 건 미소가 짙어지는 과정”이라고 썼어요. 진수님의 미소가 친구사이에서 처음 짙어진 날은 언제였나요?
진수: 처음 후원주점에 갔던 날인 것 같아요. 저를 반가워해 주는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정말 그랬어요. 거기서 만난 분들이 너무 반갑게 환대해 주셨어요. 반가워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고, 어떤 모양이 있는 것처럼 만져질 수 있을 정도로 느껴졌어요.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새벽까지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되게 안전하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편안하고 안전했어요. 퀴어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니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나를 드러내도 되고, 이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겠다는 편안함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여름: 그때 경험한 안전함이 회원지원팀 활동으로는 어떻게 이어졌나요?
진수: 원래부터 뭔가 도움이 되고 싶고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중에서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마음을 주는 거였어요. 제가 재정 관리를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누군가를 교육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마음을 주는 회원지원팀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원지원팀을 하겠다고 한 건 너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회원지원팀을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가 외로웠기 때문이에요. 친구가 별로 없어서 친구에 대한 공허함이 있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새로 오신 분들이 친구를 만들어 즐겁게 놀고, 다시 친구사이에 나와주실 때는 뿌듯함 이상의 감정이 생겨요.
일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과 회원지원팀에서 만나는 건 달라요. 저는 친구사이에 나가는 날을 진짜 기다리거든요. 제가 진짜 저일 수 있는 공간이고, 모든 걸 받아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그런 안전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고 더 편해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노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회원지원팀에서 언제나 환영입니다.
2. 무대 위에서만 울 수 있었던 사람
진수님은 고등학생 때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한 장면을 보며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오랜 준비 끝에 연기를 공부했고, 학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곳이었다. 그러나 그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정체성과 섬세함을 감추고 정해진 남성성을 연기해야 했다.
여름: 진수님에게 배우의 꿈을 처음 만들어준 장면과 예술가는 누구였나요?
진수: 고등학교 2학년 때 영화 《후회하지 않아》를 봤어요. 한 장면을 보는데 “저렇게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저렇게도 연기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장래희망이 없었는데, 그 장면을 보자마자 나도 저렇게 연기해 보고 싶고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성소수자라서 그 장면에 더 와닿고 몰입했던 것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나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고, 제 연기를 본 사람이 연기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전도연이에요. 배우를 꿈꿀 때 저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연기도 정말 잘하고 다양한 감독에게 불리면서 여러 역할을 해보잖아요. 그건 배우로서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감독으로는 박찬욱을 정말 좋아해요. 제가 예쁜 걸 좋아하거든요. 영상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와 생각을 영화로 표현하는 감각도 좋아합니다.
여름: 연기를 배우는 공간에서는 진수님의 체격에 맞는 강한 남성 역할을 주로 요구했다고 했어요. 그 안에서 무엇을 감추거나 바꿔야 했나요?
진수: 연기는 보이는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제가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항상 강한 역할, 센 역할, 화내는 역할만 시켰어요. 그런 역할도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갈증이 있었죠. 저는 섬세한 연기와 조곤조곤 말하는 연기, 감정적이고 잔잔한 연기도 잘할 수 있는데 왜 저한테는 그런 걸 시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면접을 위한 질의응답 연습을 할 때도 “너의 섬세함이나 네가 가진 여성성을 드러내지 말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저를 바꾸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던 거죠.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는 압박감과 “내가 왜 바뀌어야 하지? 이것도 내 장점인데”라는 의문이 저를 많이 괴롭혔습니다. 그래도 입시를 통과하려면 선생님들의 말을 따라야 했고, 혼나지 않으려면 그대로 수행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2025년 애인과 기념일 여행 중인 진수 님
여름: 그럼에도 연기는 진수님에게 해소의 역할을 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대학 시절 연극 《단지 세상의 끝》을 공연하며 느꼈던 감정을 듣고 싶어요.
진수: 《단지 세상의 끝》은 성소수자인 주인공과 가족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에요. 제가 그 주인공을 맡았는데 말은 별로 없고 내레이션이 많아요. 그 내레이션을 할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감정적으로 많이 해소됐고, 성소수자와 가족의 관계도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학교에서 아무에게도 제 성정체성을 말하지 않았을 때였어요.
정확히 어떤 대사였는지는 오래돼서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자기 이야기를 중얼중얼해요. 저도 산책할 때 혼자 중얼거리거든요. 옛날부터 있던 습관이에요. 왜 그런 습관이 생겼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말을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늘에 있는 누구라도 들어라” 하는 식으로 혼잣말을 했어요. 주인공도 그렇게 해소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같은 해방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는 그 혼잣말을 들어주는 관객이 있잖아요. 남들 앞에서 말할 수 있다는 해소감도 있었지만 남들 앞에서 울 수 있다는 해소감도 있었어요. 저는 울컥할 때는 많은데 눈물까지 잘 가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많거든요. 관객 앞에서 시원하게 울었다는 것이 큰 해소감을 주었어요.
여름: 연기는 지금까지도 가장 재미있었던 일이지만, 계속 자신을 숨긴 채 배역의 ‘코르셋’을 입어야 했다고 했어요. 결국 그만두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진수: 지금 생각하면 학교에 다닐 때가 제일 즐거웠던 순간 같기도 해요. 제가 했던 것 중에 연기가 제일 재미있고, 지금도 그것보다 재미있는 일을 못 찾았어요. 학교는 마음 편히 연기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곳이잖아요. 저를 숨기고 나로 지내지 못한다는 답답함은 있었지만, 일과 생활로는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만두기로 한 데 어떤 한 가지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30년 이상을 숨기고 살았다는 게 너무 답답했어요. 왜 내가 숨기고 살아야 하지, 왜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도 못 하지 하는 억울함과 짜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 이렇게 답답하게는 못 해먹겠다. 그냥 편하게 나를 드러내면서 살겠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숨기면서 활동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만큼 연기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려면 강요되는 남자 역할을 코르셋처럼 계속 입어야 하니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필라테스 강사를 거쳐 트레이너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연기를 그만뒀고, 그 무렵 친구사이 활동도 시작했어요. 그래도 언젠가 취미로 다시 연기해 볼 생각은 있습니다.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을 해 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우울하고 섬세한 감정이 많아서 저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3. 연기 대신 글, 눈물 대신 마른 세수
연기를 그만둔 무렵 진수님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PT 트레이너로 일하며 아침 수업이 없는 날이면 카페에서 글을 쓰고, 저녁에는 다시 수업에 간다. 무대에서 감정을 꺼내던 자리는 글쓰기와 산책, 친구에게 연락하는 작은 행동들로 채워졌다.
여름: 연기를 그만둔 무렵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그때 글을 쓰게 된 계기를 기억하나요?
진수: 어릴 때는 전혀 쓰지 않았어요. 신기하게도 배우를 그만둔 시기와 비슷한 때부터 쓰기 시작한 것 같아요.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지금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브런치에 《차가운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스무 편을 모은 것도 그냥 쓰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였어요. 큰 제목을 두고 목차를 만들어 하나의 책처럼 묶을 수 있는 형태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진수 님이 제일 아끼는 사진. 이 장면을 촬영할 때를, 진수 님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여름: 우울한 자신에게 희망은 어울리지 않는 말 같았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글 묶음의 제목을 《차가운 희망》이라고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수: 제가 “차가운 희망”이라는 말을 되게 좋아해요. 저는 긍정적이지 못한 사람이라서 저한테 “희망이 있다”, “미래가 밝다” 같은 말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쨌든 살아가야 되잖아요. 살아가려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감정이 원동력으로 필요하고요.
저는 우울하고 불안하고 슬픈 감정이 바탕에 굉장히 크게 있는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저의 어떤 숙제 같은 거죠. “희망을 가져야지” 생각하는데, 그게 뜨거운 희망 같지는 않은 거예요. 억지로 만드는 희망에 가깝고, 우울한 사람이 희망을 바란다는 게 어떻게 보면 웃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모순적으로 《차가운 희망》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제가 가진 희망은 되게 차갑다고 생각해요.
여름: 진수님 글에 자주 등장하는 ‘마른 세수’는 어떤 동작인가요?
진수: 남들은 힘들고 막막하고 울컥하고 답답할 때 울면서 해소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눈물이 잘 나지 않으니까 그 감정을 동작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눈물 대신 마른 세수를 하는 거죠.
그렇다고 마른 세수를 하고 나면 나아지는 건 아니에요. 전혀 나아지지 않아요. 그러면 다른 걸 합니다. 친구에게 연락하거나, 걷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써요.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합니다.
여름: 지금은 PT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글도 쓰고 있어요. 일과 글쓰기, 애인과 보내는 시간은 하루 안에서 어떻게 나뉘나요?
진수: 평일에는 일하는 시간이 뒤죽박죽이에요. 그래도 보통 아홉 시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아침 수업이 있으면 수업을 해요. 수업이 없으면 카페에 가서 책을 씁니다. 평일에는 꼭 하는 일이고요. 저녁에는 수업이 거의 있어서 다시 일하러 가요.
애인과는 집에도 있고 밖에도 나가요. 반반인 것 같아요. 집에만 있으면 너무 편해질 것 같아서 밖에서 하는 데이트도 자주 하려고 해요. 그런데 밖에서는 자유롭게 스킨십하거나 이야기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집에서 편하게 보내는 시간도 굉장히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4. 행복을 알아차리고 삶을 보여주는 일
진수님은 자신이 행복에 둔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애인과 보낸 평범한 생일과 드물었던 평일 저녁의 산책을 떠올리며, 한때 부와 명예만큼 커야 했던 행복의 모양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친구사이에서 여러 세대의 게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본 경험도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했다.
여름: ‘행복근육’을 단련하며 최근에 수집한 작은 행복은 무엇인가요? 그 경험은 진수님이 상상하는 행복의 크기를 어떻게 바꾸었나요?
진수: 며칠 전이 제 생일이었어요. 애인과 수영장에 가서 재미있게 놀고, 집에 와서 맛있는 걸 시켜 먹었어요. 수영장에 간 것 말고는 되게 평범한 하루였는데 그게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최근에 수집한 작은 행복 중 하나였습니다.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저녁 근무가 많은 일을 하고 있었어요. 퇴근하고 운동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저녁 수업을 빼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어떤 시험을 보느라 저녁 수업을 뺀 날이 있었고, 시험을 마치고 애인과 거의 처음으로 평일 저녁 데이트를 했어요. 밤에 서촌을 걸어 다니고 버스킹을 보는데 “이렇게만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전까지 제가 생각한 행복은 엄청 컸어요. 부자가 되거나 유명인이 되거나 어떤 상을 받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날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면서, 평생 사랑하는 사람과 산책하고 특별히 큰일 없이 무던하게 잘 지내도 행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작은 행복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행복에 둔한 사람이라서 행복하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아요. 가끔 계절의 공기를 느끼거나 행복해하는 아이들, 참새 같은 걸 보면 예쁘고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에요. 제가 상상하는 행복한 일상은 걱정 없이 웃으면서 일어나고, 웃으면서 잘 수 있는 삶이에요. 그런 일상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름: 친구사이에서 여러 세대의 게이를 보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고 했어요. 진수님은 앞으로 어떤 선배가 되고 싶고, 아직 이곳에 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을 건네고 싶나요?
진수: 제가 친구사이에 들어와서 좋았던 건 저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이 있다는 거였어요. 30대, 40대, 50대, 60대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고 제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친구사이에 나오니까 여러 나이대의 게이들이 있었어요. “내가 저렇게 살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편했어요.
특정한 사람을 보면서 “저렇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저렇게 다 살고 있구나. 30대와 40대 이후에도 게이로서 살아가는구나” 하고 안심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을 직접 보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었습니다. 저도 나중에는 “나처럼 살아도 돼, 얘처럼 살아도 돼”라고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예전보다 제 안의 ‘게이’라는 코어도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연애와 친구들과의 만남, 친구사이 활동을 거치면서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숨기고 사는 일이 너무 피로해서 그만 숨기고 싶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을 때가 많아졌어요. 그런 마음도 제 코어가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느낍니다.
아직 친구사이에 오지 않은 분들에게는 친구사이에 오는 것이 되게 별거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상 밖에 나오는 것 자체도 정말 별거 아니라고요. 제가 처음 퀴어퍼레이드에 갔을 때 지하철 출구로 올라오는데 너무 안전한 느낌이 들었어요. 보호막이 있는 것 같았어요. “이성애자들은 이런 느낌을 가지고 살았구나. 너무 억울하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걸 처음 느껴보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 안전함과 편안함을 꼭 느껴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친구사이에 와도 되고, 친구를 만들어도 되고, 연애를 해도 돼요. 꼭 혼자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5. 마치는 질문

공원에서 노래를 틀고 친구들과 춤을 추는 진수 님
여름: 그렇다면 궁금해지네요. 지금 진수님을 가장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진수: 부모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을 꼭 사랑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부모님을 미워했던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부모님이 저를 키웠을 나이가 됐잖아요.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과 누군가를 부양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떻게 그걸 해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도 여전히 저를 보살펴 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껴요. 그래서 부모님이 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름: 그럼, 지금 진수님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진수: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렵지만, 생각해보면 가족인 것 같아요. “가장 힘들 때 누구에게 기대고 싶니?”라고 물으면 가족이라고 답하게 되거든요. 그걸 생각하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가족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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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감각이 둔한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러니까 나는 불행하게도 행복을 원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 나는 이렇게나 모순적이다. 때로는 이렇고 싶고 때로는 저렇고 싶다. 나는 아마 평생 나 자신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면 평생 나 자신을 탐구하고 세상을 공부할 거라는 것. 그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평생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될 거라는 것.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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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님은 자신을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조금 막연한 말처럼 들렸지만,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 사랑은 사람을 기다리고, 반기고, 혼자 두지 않으려는 마음에 가까워 보였다. 행복에 둔하다고 말하면서도 작은 기쁨을 모아 행복근육을 단련하는 사람. 내가 바라본 진수님은 차가운 희망 속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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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팀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