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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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호][활동스케치 #3]
LGBT 외교관 모임 후기
: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 에릭 송별회

4월 1일 이태원 소재 비스트로 맥시에서 4번째 LGBT 외교관 모임이 진행되었다. 본 모임은 각국 대사관 및 국제기구 직원 중 LGBT 당사자 혹은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교류를 목적으로 2023년 처음 시작되었으며, 별도 아젠다 없이 상호 교류와 매회 초청 LGBT 단체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이 모임에 참석하여 친구사이와 더불어 런아웃 사업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다른 소개 단체로는 혼인평등소송, 무지개행동, 커뮤니T, 띵동이 참여한 바 있다.
본 행사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첫번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임을 처음 제안한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UNOHCHR) 서울 현장사무소의 에릭 허스케스(Eric Husketh) 인권관과 나는 2023년 당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의 이임에 따른 송별 파티에서 만났다. 2018년 부임한 필립 터너 대사는 한국에 부임한 대사 중 최초의 동성부부로, 법적 혼인관계의 배우자는 주한 공관원의 '동반 가족'이 되는 외교부령에 따라 배우자 이케다 히로시와 함께 한국에 부임하였다. 주한 외국 공관원 최초의 '공식적' 동성 배우자가 된 사례로, 우리 정부가 국내 거주자의 동성혼을 최초로 인정한 사례이다. 이듬해 10월 주한 외교단 리셉션에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동성 배우자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하였다. 행사 당일에는 비교적 조명되지 않았던 동성부부의 청와대 공식 행사 참여가 이후 한겨레,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에 재조명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필립 대사 부부가 한국에 오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필립 대사의 부임 당시를 살펴보면 신임장 수여식에 가족이 참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케다 히로시는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외교부와 법무부에서 이에 대한 배경은 설명해주지 않았으나 실제로 히로시의 입국은 필립 대사의 부임 이후 수개월이 소요되었다. 외교부령에 따라 부임 외교관의 배우자는 당연히 '동반 가족'으로 인정되어야 하나 '대한민국 법률에 위배되거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 질서에 반하는 경우'라는 예외조항과 동성부부의 '공식인정'이라는 부담으로 외교부의 비자 발급이 늦어졌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필립, 히로시 부부의 한국 부임으로 인해 이후 한국에 부임한 수많은 동성혼 관계의 외교관들의 '동반 가족' 인정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임에서 만난 외교관들에 따르면 동성배우자와 한국에 부임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또, 그를 통해 친구사이가 외교계와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의 모임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모임을 제안하고 시작한 에릭 또한 '첫번째'의 주인공이다. 2015년 서울에 설치된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 현장사무소는 북한인권 모니터링을 위한 곳으로 한국 인권 관련 사항을 공식적으로 다룰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릭은 개인의 역량으로라도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개선에 일조하고자 하였고, 그 일환으로 본 모임을 시작한 것이다. 어느덧 모임은 15개국 이상의 외교관 및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되었다. 나 또한 이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인사들이 있었기에 런아웃 런칭과 진행 과정에서 도움을 얻었고, 1월에는 직접 우리 사업과 친구사이에 대해 소개할 수 있었다. 필립 대사 부부가 연 길 위에서 에릭이 모임을 만들었고, 그 모임을 통해 친구사이의 활동이 외교계와 연결될 수 있었던 셈이다.
안타깝게도 필립 대사는 이임하였고, 에릭 또한 요르단에서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어 이 둘 모두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그 둘이 남긴 흔적은 분명하다. 필립, 히로시 부부를 통해 비록 외교계에 한정될 수 있으나 정부가 인정한 동성 부부의 안정적인 국내 거주가 가능해졌다. 또한 에릭이 시작한 모임을 통해 필립 대사 부부가 연 길에 성소수자 인권 증진 활동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한국의 '첫 번째' 게이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가 설립 멤버들에 이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성장하였듯, 앞선 두 '첫 번째'의 이야기 또한 우리나라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동성혼이 법제화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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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한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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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8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