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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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다리 서로 기대어
초록나무 임보라 목사님이 돌아가신 지 20여일이 지났습니다. 언제나 뜨거운 마음으로 환하게 웃어주시던 목사님의 얼굴이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2011년 군형법상 추행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목사님은 민중가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의 다음 가사를 인용하였습니다.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고,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면서 함께 가자고 외치셨습니다. 아픈 다리 서로 기대어 쉴 수 있도록 마음을 언제나 내어주시던 목사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임보라 목사님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잘 나누기 위해 추모문화제가 열립니다. <우리 곁의 초록나무 故 임보라 목사 추모문화제>가 3월 11일 오후 4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본관예배당에서 열립니다. 시간 내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월 7일 국방부 앞에서는 ‘성소수자 차별 조장하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친구사이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군관련 성 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공동 주최한 기자회견으로, 국방부가 지난해 입법 예고한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 중 ‘추행’ 항목에 ‘동성 간 항문성교나 구강성교,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를 징계 사유로 명시한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사적 공간에서의 자발적 합의에 따른 동성 간 성행위’를 징계 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입니다. 27일 한겨레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권인숙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상의) ‘추행’ 개념을 ‘군형법 제92조의6에 따른 행위’로 정의하고, ‘다만, 사적 공간에서의 합의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서면으로 밝혔습니다. 이후 진행되는 과정을 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21일에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김용민·소성욱 커플이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당한 것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2심에서 승소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동성 커플이라 할지라도 생활 공동체로서 가족 실천을 하는 관계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달리 대우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생활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관계에 대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평등의 원칙을 세운 판결입니다. 이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돌봄 실천들이 우리 모두의 상식이자 원칙으로 이야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 “가진사람들”의 낙서 프로젝트 오프라인 전시를 잘 마쳤습니다. 친구사이 사무실의 공간에서 감염인들의 ‘낙서’를 만나는 경험은 여러모로 남달랐습니다. 친구사이라는 공간에 감염인은 언제나 있었지만, 감염인들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역할했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낙서라는 행위를 통해 친구사이라는 공간이 너무 규범적인 공간은 아니었는지도 되물었습니다. 한편으로 좀 더 적극적인 낙서 등을 앞으로 우리 공간에서라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사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더 솔직한 낙서가 이어지도록, 교태전에 비치된 가진사람들의 낙서프로젝트의 뜻을 이을 수 있도록, 올 한해 이 낙서판은 계속 이곳에 비치될 것입니다. 이 낙서판에 솔직한 감정을 담아 채워주시길 바랍니다.
친구사이에서 새로운 상근활동가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함께 할 사업들을 고민하고 실행할 활동가를 찾는 일은, 기대도 되고 설레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친구사이가 20여년 동안 꾸준하게 해왔던 일들을 마주하고 들여다봐야 할 것이고,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해 같이 풀어헤치면서 조금씩 나아가야 할 테니 말입니다. 분명 고된 일이기도 하겠지만, 저 역시 그 과정 속에서 살아갈 힘을 배웠습니다. 인권운동은 그렇게 함께 살아갈 힘을 더불어 기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 길에 함께 할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서류 접수는 3월 6일까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2023 친구사이 상근 활동가 채용 공고 - https://chingusai.net/xe/notice/624567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