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5월 |
|---|
[191호]
[커버스토리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 #4]
서울을 바꿀 내일의 임팩트, 다양성
|
2026년 5월, 친구사이 RUN/OUT은 여러 장소에서 민주주의를 묻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대문의 노회찬의 집부터 부산 모퉁이극장, 마포 언니네트워크 책방꼴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오가며 〈태국 민주주의〉 북토크, 〈이반리 장만옥〉 GV,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상영회 등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5월 17일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맞아, 16일 서울 도심에서는 성소수자 평등대회가 열렸고, 17일 성수동 도만사에서는 〈SEOUL MAY DAY 2026: 다양성〉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는 그 5월의 현장들을 따라가며, 오늘의 민주주의가 누구의 삶을 지키고 있는지 묻는 기록입니다. 5·17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새롭게 선언한 일, 선거 과정에서 반복되는 혐오 캠페인에 맞선 일, 태국 민주주의의 현재와 한국 퀴어 정치의 오래된 기억을 함께 읽은 일,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다양성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지 질문한 시간들은 서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성소수자의 삶이 민주주의의 바깥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민주주의가 얼마나 넓고 단단한지를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민주주의는 단지 투표하고, 선거를 치르고, 제도를 운영하는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가, 혐오와 배제 앞에서 혼자 남겨지지 않는가, 도시와 공동체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는 이미 민주주의의 빈틈을 드러내고, 그 경계를 넓히며, 더 많은 시민의 삶을 함께 지켜나가는 민주주의의 당당한 주체입니다. |

지난 5월 17일 성수동 도만사에서 열렸던 〈SEOUL MAY DAY 2026: 다양성〉에서 친구사이 윤하 대표님과 사회를 함께 본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상근 활동가 수달과, "서울의 내일을 묻다: 여성 성소수자 유권자가 꿈꾸는 서울"을 발표한 채원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그동안 조금 멀어져 있던 친구사이와 다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친구사이 윤하 대표님과 사회를 함께 보기도 했는데요. 1990년대의 "초동회"를 시작으로 크고 작게 겹쳐져왔던 두 단체가 서울메이데이를 계기로 다시금 우정을 다질 수 있게 된 것 같아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두 단체가 어떤 협력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오갔는데, 같은 퀴어 커뮤니티 단체로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 출장 전후 틈틈이 붙잡고 만들었던 이번 발표는 생각보다 그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결과물을 만들어가던 중, 전국 단위 데이터 중 서울만 떼어 분석하는 것 자체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은 언제나 대표성을 쉽게 가져가고, 과하게 집중되는 도시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데이터를 계속 들여다볼수록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서울이라는 공간부터 다양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로 바꾸어가는 것, 그 자체에도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상담소의 지방선거 캠페인은 여성 퀴어 분들이 간절하게 모아주신 답변들이 하나하나 너무 소중했습니다. 이걸 어떻게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발표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캠페인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기뻤어요. 발표 이후 이어진 질문들도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정책들을 어떻게 실제 구청이나 의회, 공공기관까지 닿게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결국은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던 은평구, 그리고 상담소 활동 공간이 있는 영등포구 같은 곳에 계속 직접 부딪히고, 계속 가시화하고, 계속 두드리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말에 질문해주신 분도 고개를 끄덕여 주셨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몇몇 의제들을 두고는 지역 단체나 의원들과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이야기 나눴어요. 이번 캠페인과 서울메이데이 행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런아웃과 함께 만들어갈 일들이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오래, 그리고 재미있게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성 퀴어 인권·커뮤니티 단체에 함께 하면서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쓰고,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단어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평소 공감하던 이야기들도 있었고, 새롭게 알게 된 지점들도 있었습니다. 서로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견딜 수 있는지, 그런 이야기들까지 포함해서, 결국 우리는 계속 모여서 공부하고 배우고 대화해야 한다는 걸 다시 느낀 자리였어요. 오랜만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다시 한번 친구사이와 런아웃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상근활동가 수달, 채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중요한 포럼에 Open for Business가 함께할 수 있도록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ello everyone, and thank you for having Open for Business as part of this important Forum in Seoul.
Open for Business는 전 세계적으로 한 가지 단순한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LGBTQ+ 포용은 단지 사회적 이슈만이 아니라, 경제적 이슈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도시는 인재, 투자, 혁신,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두고 경쟁합니다. 성공하는 도시는 사람들이 온전히, 공개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기여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At Open for Business, we work globally to make one simple point clear: LGBTQ+ inclusion is not only a social issue, it is also an economic issue. Cities compete for talent, investment, innovation, and global relevance. The cities that succeed are the ones where people can contribute fully, openly, and safely.
LGBTQ+ 사람들이 배제될 때, 경제는 인재, 생산성, 기업가정신, 창의성을 잃게 됩니다. 반대로 포용적인 도시는 더 강한 인적 자본, 더 큰 혁신, 그리고 더 역동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를 끌어들입니다. Open for Business의 「City Ratings 2025」는 전 세계 149개 도시를 대상으로 바로 이 점을 보여줍니다. 더 포용적인 도시는 경쟁력 측면에서도 일관되게 더 높은 성과를 보입니다.
When LGBTQ+ people are excluded, economies lose talent, productivity, entrepreneurship, and creativity. When cities are inclusive, they attract stronger human capital, greater innovation, and more dynamic business ecosystems. Our City Ratings 2025 shows exactly this across 149 global cities: more inclusive cities consistently outperform on competitiveness.
포용은 성장과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포용은 성장의 일부입니다. 서울이 선도적인 글로벌 도시로서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금, 이 대화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이번 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합니다.
Inclusion is not separate from growth — it is part of growth. As Seoul thinks about its future as a leading global city, this conversation becomes even more important. Thank you for creating space for this dialogue, and I wish you a very successful Forum.
![]()
Open for Business
Fernando

“모든 것을 기능으로 설명할 순 없다.”, “그런 건 그냥 추진하면 된다.” 신혜란 교수와 김산하 대표의 말이다. 이번 포럼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다. 다양성이 도시에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 하는 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역동적인 도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은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고 그를 독려한다’ 같은 말이 오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포럼을 진행하니 내용은 그 반대였다.
“다양성은 도시, 사회 경쟁력을 키우는 기능을 하니 다양성을 독려해야 한다.” 이 논리는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기능만으로 우리를 설명하면, 그 기능이 퇴색되는 무엇인가 나오는 순간 논리는 빈약해진다. 모든 것을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설명하려 할 때 생기는 모순이다.
김산하 대표는 러브버그는 길어야 2주밖에 활동하지 못하고 그 유충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익충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견디지 못하고 ‘생활불쾌곤충’으로 분류해 방제를 한다. 익충이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불쾌하단 역기능 때문에 방제라는 처분을 받는다. 다양성은 기능의 문제가 아니다. ‘공존’의 문제이다.
러브버그 방제에 알 수 없는 잔혹함을 느끼는 것도 기능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다. 같은 도시에 살아가면서 52주 중 2주의 활동 때문에 이렇게 조직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사람의 이기심임을 본연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존’은 처음 들었을 때 그랬듯 그냥 추진하면 되는 일이다. 그것이 평등한 사회의 시작이고, 다양한 서울의 시작이다.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한윤하

이번 행사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공간적 차원에서 다양성을 다룬다는 게 흥미로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각 패널 분들의 발표와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진진했고,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다양성과 퀴어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색다른 관점이 있었지만, 특히 생물다양성의 관점에서 다양성을 다룬 게 기억에 남습니다.
생물다양성과 퀴어가 연관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했는데,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해악도 끼치지 않는 생물들을 배제하는 사회와 소수자를 향하는 시선이 맞닿아 있을 수 있다는 접근이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결국 불편해도 공존하는 것이 다양성 아닌가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레즈비언상담소 패널 분의 발표 중 "제도가 우리 삶을 반영하게 하라"라던 의견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우리의 존재와 삶을 인정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지, 퀴어동아리를 운영하고 소규모 퀴어 커뮤니티를 꾸려가는 사람으로서도 계속 곱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행사 기획해주신 운영진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
연세대학교 성소수자동아리 컴투게더
부대표 이규리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마음속에 무언가 차오르는 게 있다.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누리는 동등한 권리와 기회, 그리고 다양한 특성이 교차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들. 하지만 그 단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는 동시에 외면해왔던 큰 피로감을 느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려 할 때의 답답함과 분노, 끝내 그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그 피로 끝에서 너무 쉽게 단정하고 밀어내고 싶어지는 순간들까지. 이번 행사가 좋았던 것은, 다양성이 마냥 아름답고 쉬운 가치인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존재를 견디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긴 과정인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다양성을 막연하게 응원해왔을까. 다채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어쩌면 더 근본적으로는 내 존재 역시 언젠가 사회 안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또는 나의 부족함, 다름, 취약함이 단순히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며 사회에 바라는 작은 저항이랄까. 다양성은 어쩌면 그런 가능성의 이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서울을 돌아보면, 우리는 오랫동안 기능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도시를 만들어온 것 같기도 하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생산적인 존재가 살아남는 도시. 보기 불편한 것은 치우고, 도시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존재는 보이지 않게 만드는 도시. 서울이 빛나지만 동시에 숨막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도 가지고 있다. 너무 빠르게 성장해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고, 효율과 성과는 거의 생존의 공식처럼 작동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너무 자주 사람을 기능으로만 판단하게 된 것은 아닐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쩌면 이 도시에 잘 적응한, 또 생존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늙고, 병들고, 실패하고, 기능을 잃을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우울증, 장애, 가난, 질병 같은 것들은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든 미래의 내가 될 수도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진짜 다양성이란 무엇일까. 나는 다양성이 단순히 더 많은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언젠가 취약해질 나 역시 이 사회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서로의 존재를 쉽게 지워내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고 느낀다.
부족할 수는 있지만 내치지는 말자.
불쾌할 수는 있지만 소거하지는 말자.
다양성은 결국 지금 약한 누군가를 위한 것인 동시에, 미래의 나 자신이 머물 공간을 남겨두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양성은 목표라기보다 태도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가진 도시야말로,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많은 사람이 머물고 싶어하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되, 옆 사람의 존재까지 깎아내리지는 않는 도시.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서울이 지금의 서울일 수 있듯이.
![]()
≪서울을 바꿀 내일의 임팩트: 다양성≫
행사 참여자 곽병국

이번 〈SEOUL MAY DAY 2026〉에서 김산하 대표님, 황민아 PD님과 함께한 자리는 공간 자체도 집약적이었고, 듣는 분들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셔서 그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산하 대표님께서 경쟁력이나 비즈니스 중심의 접근에 문제를 제기해 주신 점에 깊이 공감했고, 동시에 RUN OUT에서 이런 식으로 주제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자님께서 “다들 주식을 하지만 주식 얘기는 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신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요즘은 어떤 것이 진보적인 태도인지도 알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주식이 중심이 되는 금융자본주의의 발전도 그렇고, 지정학적 관계가 굉장히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되면서 마치 봉건적 국가주의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많은 것이 헷갈리기 때문에 그런 주제를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민아 PD님께서 굉장히 쾌활하게 자신의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함께 공유해 주신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말을 해야 하는 매체가 많아지는 일이 학자들에게만 고민이 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PD의 위치에 계신 분들은 그런 변화를 더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반복돼서 비슷한 일을 하는 데에서 오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주로 이주민 이야기로 다양성 주제를 얘기했는데요. 성소수자도 이주민의 감성과 비슷한 감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정체성이 주류인 세계에 적응하며 살아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퀴어 페스티벌에 가봤는데, 마치 패션 페스티벌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멋지게 옷을 입고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너무 덥기는 했습니다!) 또 스트레스를 주는 기독교인들의 반대 시위도 희화화하며 반응하며 웃는 여유가 좋았습니다. 정체성 정치는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떠올랐고, 사실 요즘은 어느 것 하나 정체성 정치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정체성을 수용하는 마음이 강조되는 분위기도, 적어도 예전보다는 진일보했다고 느껴집니다.
우려되는 다른 극단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보듯이 자신의 정체성만을 근본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전체 사회에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해서는 설득력도 얻기 어렵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자기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보다 넓은 방향으로 확장시키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피해자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가장 궁극적인 피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현실도 함께 생각하면서 자신의 소수자 감수성을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신혜란

지리학자와 야생 생태학자와 함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자리라니... 생각지도 못한 패널 토크 조합이라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저에게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인권과 사회학의 언어였습니다. 그만큼 클리셰가 끼어있던 이 단어를 이번 포럼을 통해 조금이나마 새로운 맥락에서 상상해볼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다양성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지 아리송하지만, 이 단어 하나를 놓고 서울이라는 (애증의) 도시와 (저에게는) 미지의 영역인 생태 서식지, (여전히) 무르익지 않은 이주민과의 관계를 경유하며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대화들을 나누다 보니 왠지 모를 역동성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오가던 말 중 기억에 남은 것이 있습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여성 성소수자 유권자가 꿈꾸는 서울〉 발표가 끝나고 참석자들과 문답을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몇 년 전 일부 종교단체와 학부모 단체의 항의·민원으로 성평등 도서가 도서관에서 퇴출되었던 사건이 언급되었습니다. 누군가 "우리는 왜 이런 방식으로 싸워보지 않았을까" 하며 그때를 떠올리며 흘려 말했는데요.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변화를 꿈꾸며 애쓰는 이들이 '이래야만 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이렇게도 해볼까'라고 풍부하게 상상하고 이전에 시도해보지 않은 실천의 가능성을 마음껏 탐닉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수 있는 든든한 지원과 자본력도 듬뿍 채워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방송국에서 시사 콘텐츠를 만든 것이 전부인 저에게 이런 자리를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때 유튜브 〈씨리얼〉에서 동료들과 120% 몰입하여 인터뷰 콘텐츠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 해고 노동자들, 용돈 없는 청소년들, 이동권 투쟁에 몸을 던진 장애인들, 영케어러들, 한국으로 도망쳐온 로힝야 난민들... 단어로 열거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다양한 얼굴들과 목소리들을 담아왔습니다. 당시 저는 항상 뾰족한 연필을 마음속에 품고 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메시지를 매일 벼리고 벼렸고, 분노했다가 슬퍼했다가 충만했다가 때론 낙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일을 지속하기 위한 마음과 힘이 닳아버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회사에서 보도국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지금은 형식도 내용도 완전히 다른 데일리 시사정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현실정치를 콘텐츠로 다루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뾰로통했지만, 하다 보니 그 안에서 배우는 것이 또 있더라고요. 권력투쟁의 양상, 율사의 언어, 공중전에서 싸우는 방식, 정치 콘텐츠 시청자에게 재미 포인트는 무엇인지...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오니 또 새로운 의문이 생겨났습니다. 이 영역에서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언젠가는 런아웃 포럼에서 나눈 이야기와 메시지들이 포럼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저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버티며 배우며 계속해서 애써보겠습니다.
![]()
CBS
PD 황민아
|
"성소수자와 생물다양성은 같은 이슈라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김산하
|
[191호][활동스케치 #2]「구멍을 기록하기 — 퀴어 커뮤니티의 신체와 정동 아카이브」아티스트 토크 후기: 예술이 되지 않아도 되는 삶
기간 : 5월
2026-06-10 10:02
[190호][커버스토리 "레즈비언 가시화의 날" #1] 일본 제50회 중의원 오츠지 가나코 인터뷰 : 우리가 당연한 풍경이 될 수 있도록
기간 : 4월
2026-05-08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