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유독 춤 추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까닭,
시각의 지배 하에 벌이는 가장 관능적인 미쟝센.
영화 속 춤 장면을 보며 우리는 관능의 영도 속으로 퇴각한다.
퇴행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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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육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두 가지 표정.
미소와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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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추고 싶은 자와 몸치들의 공통점 : 그들 모두 관능의 힘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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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추지 못하는 사람은 수족을 못 쓸 정도로 늙은 사람이거나 자기 몸의 욕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손과 발의 격정적 리듬, 몸의 은율, 꽃과 벌의 화음, 외부 진동수에 종속함으로써 자아를 내부로부터 파괴하는 이 과격한 현기증 놀이는 일상에 대한 작은 반란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가짜 춤들을 경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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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사람의 춤은 '작가'가 죽은 가장 구조주의적인 텍스트. 여기서 주체와 작가는 없다. 오롯이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자아와 자아가 부딪혀 빚어내는 신비로운 거미줄의 텍스트, 바로 사랑의 그물만이 드리워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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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프레임 속으로 선뜻 들어가 프레임 바깥을 향해 손을 뻗는 것, 이끌려 나오는 손을 희열에 찬 눈으로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것, 곧이어 왈츠로 춤을 추는 것 : 사랑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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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빈 프레임 속에서 춤을 춘다는 것 : 페러퍼타이어peripeteia(운명적 반전)에 대한 꿈을 몽롱히 접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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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사유하기 : 춤에 대한 그리움, 춤 이미지에 대한 그리움. 실로 춤을 추고 싶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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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손을 잡고 빈 프레임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곡 : waltz, 엘리엇 스미스